10년 뒤 어떤 도시에서 살고 싶으세요?

표영범 경기농림진흥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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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로 접어들자마자 황사소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봄은 황사가 잦을 것이라는 예보다. 언제부턴가 봄철 불청객 황사가 꽃들을 제치고 봄의 대표적 전령사가 된듯하다. 이제 희뿌연 황사와 스모그로 뒤덮인 도시의 모습은 너무나도 일상적이다.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이 무렵 마을 동산에 오르면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예쁜 꽃망울을 터뜨린 꽃들과 파릇파릇 싱그러운 새순이 돋은 나무들, 또 밤이면 모래알처럼 반짝반짝 빛나던 별들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

경기지역은 최근 10여년 동안 급격한 도시·산업화로 수많은 나무들이 베어지고 마을 동산들이 사라졌으며 산허리가 잘려나가는 등 엄청난 산림이 훼손됐다. 그 면적이 남양주 크기와 비슷한 454㎢에 이른다. 그 결과 생활환경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이 경기도는 아직 5.8㎡에 불과하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인 9㎡에 크게 부족하고, 도시공원법이 정한 6.0㎡에도 못 미치고 있다. 파리 13㎡, 뉴욕 23㎡, 런던 27㎡ 등 주요 선진 도시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수치다.

우리가 흔히 살기 좋은 도시, 세계 선진 도시라고 부르는 곳들을 보면 모두 생명력 넘치는 ‘녹색환경’이 조성돼 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 런던의 하이드파크, 밴쿠버의 스탠리파크, 도쿄의 소화기념공원…. 초고층 건물들이 즐비한 도심 한복판 사이로 사람의 허파처럼 살아 쉼 쉬는 푸른 공원들이 이들 도시를 세계 선진도시로 군림하게 하고 있다.

이제 경제적 성장만으로는 세계 정상 도시에 오르기 어렵다. 21세기에는 숲이 많은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이고, 경제도시보다 환경도시·자연도시가 진정한 선진도시로 자리가 매김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불과 6년 전만 해도 서울과 비슷한 공원녹지를 갖고 있던 중국 상하이가 지금 세계적인 생태·환경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폭 1㎞의 녹지대를 길이 200㎞로 조성해 도시권을 거대한 녹색벨트로 둘러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지금 경기지역에는 ‘그린(Green)’이 너무 필요하다. 전국 최대 광역도시에서 세계 일류 도시로 거듭 나기 위해선 지금이야말로 부지런히 나무를 심고 숲을 가꿔야 한다. 앞으로 10년, 20년 뒤 희뿌연 스모그와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회색도시에 사느냐, 나무와 숲이 울창한 쾌적한 녹색도시에 사느냐, 그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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