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전문순 경기신용보증재단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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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 여파가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지게 했다. 급기야 미국의 5대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시가의 1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주당 2달러에 JP모건체이스로 넘어갔다. 현재 미국 금융시장은 금융기관 부실에 따른 통화가치 하락, 그리고 금융회사 파산으로 이어지는 금융공황 등으로 10여년 전 외환위기에 빠졌던 한국을 연상케 한다고 한다. 인도 타지마할에서는 달러도 사절이라고 하니 세계 경제를 주도하던 미국의 자존심도 크게 깨졌다.

우리나라 외환과 주식시장도 패닉(심리적 공황)에 빠졌다. 지난 17일 주식시장은 베어스턴스의 헐값 매각 충격에 코스피지수는 1,574.44로 마감했다. 10개월만에 최저치다. 또한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도 지난 2005년 12월13일 이후 2년3개월만에 1천20원대로 상승(1천29.2원으로 마감)했다.

자원도 없고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환율 상승으로 받는 타격은 실로 심각하다. 얼마 전까지 달러화에 대한 낮은 원화 환율로 수출 경쟁력 저하를 걱정했지만, 지금은 무서운(?) 환율 상승이 오히려 두렵다. 최근 원화환율 상승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세계 경기의 급격한 둔화와 석유와 원자재 가격 급등이 주 원인이기 때문에 일부 수출이 늘어도 전체 무역수지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물가상승과 내수위축이 걱정이다. 득(得)보다 실(失)이 더 큰 것 같다. 일부 수출 기업은 도움이 되겠지만 급격한 환율상승으로 석유 등 원자재 수입 부담과 빚 부담이 늘어 많은 기업들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3~4월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시기로 계절적으로 달러 수요도 많다. 거기에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로 환율은 쉽게 내려가지도 못할 것 같아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

시장에선 환율상승이 경제성장률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정부가 환율 상승을 방치한다는 소문도 흉흉하게 돈다. 정부가 빨리 나서야 한다. “국내 기관 및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시장이 내놓겠다”나 “해외여행 억제 등 과소비를 지양하겠다”는 식의 탁상대책이 아닌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대변하는 정책수립을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논의가 나오고 있고 대통령 주재의 대책회의가 계속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과 위기관리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실물경제에 밝은 이명박 대통령의 능력을 기대해보겠다.

전문순 경기신용보증재단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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