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사항

허미자 한국장애인부모회 수원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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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자리에서 한 어머니가 곧 조카의 결혼식인데 올케의 태도가 은근히 안 왔으면 하고 바라는 것 같아 참석여부가 고민이라고 했다. 그러자 다른 분들도 결혼식은 물론 명절이나 집안의 대소사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며 가장 가까운 가족들로부터 장애 자녀가 사람 대접을 못 받을 때가 제일 마음 아프다고 입을 모았다.

명절이나 결혼식 등 집안의 대소사는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이나 친지들이 정을 나누는 자리다. 이처럼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 부담스러운 사람들도 있다. 장애 부모들, 특히 주양육자인 어머니의 경우 아이에게 신경 쓰느라 음식장만 등 여러가지 일들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어른들이나 동서들에게 눈치도 보이고, 상황에 맞는 적절한 행동을 하지 못하는 아이가 대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실례가 되거나 폐가 되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된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며 예쁜 짓이나 칭찬받을 일들을 하는 사촌이나 조카들의 얘기가 반갑고 기쁘면서도 내 아이와 비교돼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안쓰러운 마음으로 지켜보시는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면서 걱정만 끼치는 것 같아 늘 죄스럽고, 장애 자녀 양육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으로 가족들에게 넉넉하게 베풀지 못하는 마음 또한 늘 편치 않다.

가족이나 친지들이 장애자녀를 인정해주고 반겨주는 경우도 늘 이렇게 무거운 마음인데 그렇지 못한 경우는 오죽할까. 매스컴에서 보도되는 성공사례와 비교해 부모의 무능력함이나 태만으로 아이가 발전이 없는 것은 아니냐는 말을 들을 때도 있다. 아이의 능력, 부모의 경제력,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원 등 많은 조건들이 운 좋게 들어맞아야만 가능한 예를 들어 비교하니 그러지 못하는 부모님들의 마음은 또 한번 아프지 않을 수가 없다. 어떤 장애 부모는 가족들조차 은근히 무시하거나 그도 아니면 아예 드러내놓고 차별하는 경우도 있어 명절이나 집안의 대소사가 아예 없어졌으면 좋겠다고도 한다.

타인의 차별을 받는데는 익숙해졌어도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받는 차별은 여전히 아프기만 하고 그 상처는 더 큰 법이다. 장애자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이해해줬으면 하는 게 장애 부모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고 인정해 주는 것, 그것이 늘 마음이 힘든 장애 부모들에겐 한 줄기 빛처럼 희망이 돼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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