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지났음에도 연일 계속되는 더위가 이제는 그 도를 넘어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주의보와 경보, 특보를 번갈아 발표하며, 1932년 온도를 관측한 이래로 최고의 무더위를 경신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있다.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 행복하다”는 독거 노인들이 이제는 삼복 무더위에 바람한 점 없는 비좁은 쪽방에서, 단칸방에서 힘겨운 여름나기를 보내고 있다.
차라리 비가 내리면 시원하다지만 요즘엔 사나운 폭우로 변한 장마로 시원한 한 줄기 소나기를 기대하는 저소득 대상자들에겐 그도 만만치 않은 기대일지도 모른다. 저소득층에게 그 나마 여름은 겨울나기보다는 수월한 계절이다.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마음이 따뜻한 분들의 나눔의 온정을 나눌 수 있고, 공공기관은 물론 사회복지 관련 단체들의 방문이나 관심도 높아지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요즘 동 주민센터에서는 ‘폭염대비 독거노인 보호대책 제출’, ‘무더위 행동요령 포스터부착 점검결과 제출’등의 공문이 소나기처럼 내리고 있다. 쉼터로 지정된 경로당 역시도 수급자 노인들이 이용하기는 쉽지 않은 장소이다. 나름 상대적 빈곤감에서 오는 자존심으로 경로당 문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웃돕기 시기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설날이나 추석을 전후로 이뤄지고 성품도 언제부터인가 양곡이 이웃돕기 물품의 대명사가 됐다.
다행히 몇 해 전부터 여름철 산타(?)들의 활약이 반갑기만 하다. 지역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물론 몇몇 기업에서 저소득 노인들의 힘겨운 여름나기에 선풍기를 전달하는 행사가 언론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몇 해 전 지역 내 독지가의 성의로 독거노인에게 전달한 전기스토브는 전기료 걱정에 다음해에도 포장 그대로 한쪽에 미뤄 놓은 것에 비하면 선풍기는 올여름 숨 막힐 듯 한 무더위를 날리는 한 여름 산타클로스의 선물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기업들의 지원행사가 그저 보여주기 위한 단순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작은 골방에서 비록 시원한 바람은 아닐지라도 독거노인들의 무더위는 물론 소외된 마음을 날리는 선풍기가 여름철 나눔 사업으로 지속됐으면 한다. 또 이러한 운동이 이제는 기업 이윤의 일부를 사회적이고 인도적인 공익사업에 지원하는 메세나 운동으로 확대되어 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선수경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