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곳곳의 유서 깊은 허름한 ‘욕쟁이 할머니집’들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욕쟁이 할머니집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화려하지는 않지만 장기간 변함없이 운영되고 있는 욕쟁이 버전 음식점의 경영방식을 생각해 본다.
첫째, 음식에 대한 남다른 고집이 있다. 값싸고 편리한 조미료와 감미료가 널린 상황에서도 과거로부터 해오던 방식대로 고집하고 조리를 하며,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를 지키려는 아집과 철학이 있다. 틀에 박힌 레시피보다는 자신의 눈으로 식재료와 음식을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둘째, 욕은 손님을 대하는 격의 없는 유머일 뿐이다. 고객을 함부로 대하는 것 같지만 고객에 대해 공평하고도 차별 없이 대하는 여유로움이 있다. 욕쟁이 할머니가 욕을 하고 있지만 특정 고객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누구에게나 대하는 방식이 똑같아서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욕쟁이 할머니 앞의 모든 고객은 동일하게 취급되고 귀중한 손님이다.
거칠게 다루어지는 느낌이 있지만, 이른바 마음의 평온을 찾고 욕쟁이 할머니의 멘트가 오히려 유머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인색할 것 같지만, 정작 형편이 어려운 고객에게는 자신의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셋째, 특정 음식에 전문화되어 있다. 이로 인해 시장상황에 흔들리지 않는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도 24시간 끓이고 식혀가며 상하지 않게 노력을 하곤 했다. 겨울철을 위한 식재료의 저장보관 과정도 예사롭지 않다.
여름철 덥다는 이유로 ‘냉면 개시’ 등과 같은 추가메뉴를 함부로 시작하지 않고, 찾아오는 단골손님의 입맛을 위해 손익과 관계없이 일정 메뉴를 유지한다. 재료가 동나면 억지로 만들어서 판매하지는 않는다. 빠른 조리과정과 다양한 메뉴를 무기로 운영해야 하는 역 앞 음식점과는 다르다. 대를 이어 유지되는 맛집 뉴스를 보면서 국밥 한술에 삶이 풍요로워지는 기분을 느껴본다.
이상훈 경기개발연구원 창조경제연구실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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