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생중계 사건은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이 남편의 동의 없이 자녀를 데리고 베트남으로 출국한 행위’가 처벌대상인지 여부였다. 하급심 법원은 ‘자녀를 데리고 간 것은 사실이나 폭행, 협박은 없었다’고 판단하였고, 대법원은 그 사실판단을 전제로 폭행, 협박이 없으면 ‘약취’가 아니라는 법리를 적용하여 무죄를 확정했다.
이 사건처럼 형사사건의 경우에는, 피고인이 상고를 하면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민사ㆍ가사ㆍ행정사건은 그렇지 않다. 당사자가 상고를 해도 대법원이 더 이상 심리를 하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끝내 버릴 수 있는 ‘심리불속행제도’ 때문이다.
심리불속행 처리 비율은 2010년 68.7%, 2011년 69%로 해마다 증가했다. 10명 중 7명이 문전박대를 당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대법원이 판단도 안하면서 거액의 인지대는 고스란히 삼켜버린다는 강한 비난도 제기되었다. 이와 같은 비판 속에서 대법원이 2011년 말경 개선방안을 만들어 시행하였으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3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왜 판단을 바라는 모든 사건을 다시 한 번 판단해주지 않는 것인가. 대법관 수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13명의 대법관만 가지고는 살인적인 수준의 업무 부담을 해결할 수 없고, 전국의 모든 상고사건을 처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법관 수를 대폭 늘려 국민이 납득하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 지금처럼 대법관을 13인으로 못 박고 20여 년 전에 폐지된 상고허가제를 부활하는 방안으로는 국민의 불만만 쌓이게 할 뿐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불합리한 심리불속행제도를 개선하고, 대법관 수의 증가라는 상고심의 실질적인 개혁을 지속적으로 촉구해나갈 것이다.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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