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감독(리더)의 자질

NBA 영웅 마이클 조던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신입생 시절 편도선염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수차례나 그를 방문하며 따뜻하게 위로해주던 거스릿지 감독의 기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고백한다.

한국 프로야구 통산 10회 우승의 불멸의 명장으로 손꼽히는 김응룡 감독은 “본인은 지장(智將)도, 용장(勇將)도, 덕장(德將)도 아닌 복장(福將)이며, 이종범, 선동렬과 같은 선수들을 만나 좋은 감독 시절을 보낸 것에 감사한다”고 선수들을 추켜세우며 겸손해 한다.

뉴욕 양키스가 5년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월드시리즈 우승컵을 거머쥘 수 있도록 한 조 토레 감독 역시, ‘팀원들을 제대로 파악할 것’, ‘선수들로 하여금 항상 필요한 존재라는 믿음을 갖게 할 것’, ‘실수에 관대할 것’ 등을 감독으로서의 필수 자질로 꼽는다.

삼성경제연구소와 포브스지의 ‘좋은 CEO가 되기 위한 자질’ 설문조사를 보면 ‘인간관계 능력’을 1위로 정하고 있다. 또한 ‘감성지능’을 강조한 대니얼 골만은 21세기 성공하는 사람들의 새로운 인간관계 패러다임을 사회지능인 ‘SQ(Social Quotient)’로 명명하고 있다.

사회지능은 상대방의 감정과 의도를 읽고 타인과 잘 어울리는 능력을 뜻한다. 스포츠 감독의 최우선 자질을 두고, 선수 개개인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 내면성을 움직여 이를 최대한 이끌어내는 ‘인간관계 능력’이 스포츠 영역에서도 여지없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2001년 컨페드컵에서 한국이 프랑스에 0대5로 완패했을 때 히딩크 감독은 “좋은 경험이었다. 선수들의 경쟁력을 더 길러내야겠다”고 했다. 이듬해 다시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2대3으로 졌을 때는 “그 동안 선수들이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감독으로서 행복하다”고 했다.

대한민국 월드컵 4강 신화는 이렇게 선수 개개인을 파악하고, 위로하고, 스스로 깨닫게 만들고, 그런 변화가 가져온 결과를 선수들 모두가 한 몸으로 느끼게 해 다시 분발하도록 했던 히딩크의 ‘감독-선수관계 능력’ 리더십 덕분이었다. 그러나 월드컵 4강 이후 선임된 본프레레 감독은 경기에서 질 때마다 “선수들의 정신력 부족 때문에 졌다. 전술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식의 변명을 늘어놓았고, 결국 국민적 비난과 함께 경질되었다.

무엇보다 감독(리더)은, 감독과 선수, 선수와 선수 간 ‘인간관계 능력’의 자질을 극대화함으로써 팀(조직)을 하나되게 해야 한다. 구성원간 관계성을 회복해 나감으로써 우승이라는 운명이 찾아 오게끔 해야 한다. 감독이 팀(조직)의 실패 책임을 아래로 돌리는 순간, 그 팀(조직)은 모래알이 된다.

김영석 경기도수원월드컵관리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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