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휴가와 피서

지난 7월 19일부터 5일 동안 휴가를 내서 피서를 다녀왔다. 필자는 장애인이지만, 보행과 이동의 어려움이 없기에 피서를 가는데 큰 불편이 없다. 그러나 지체장애 중 하지장애와 뇌병변장애, 척수장애 등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는 피서지를 선택하는데 엄청난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해수욕장을 이용하는 것을 그림의 떡처럼 생각한다. 해변에 가고 싶고, 해수욕을 하고 싶지만 휠체어로 이용할 수 있는 해변은 없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80년대 중반 장애인들과 해변에서 캠핑을 한 적이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경우에는 장애인을 우선 해변에 내려놓고, 휠체어를 들어서 해변으로 옮기고, 다시 장애인을 업거나 않아서 휠체어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지금은 엄청난 무게의 전동휠체어가 보급되었고, 전동휠체어는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장애인이 가고자 하는 곳에 갈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무게로 인해 이를 들거나 휠체어 자체를 이동시키는 것이 매우 힘든 단점이 있다. 특히, 모래로 이루어진 해변에서는 전동휠체어의 이용은 거의 불가능하다.

1994년 망상해수욕장을 시작점으로, 낙산, 설악, 보수대, 명파리, 그리고 최근 기사문 해수욕장이 전동휠체어 간이 이동로 설치, 평상과 막사를 이용한 휠체어 이동높이와 동선을 고려하는 등 전동휠체어를 이용

하는 장애인들을 포함하여 전체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 개장하고 있다. 그러기에 장애인들의 해수욕이 그림의 떡이 아닌 현실이 된 것이다. 다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해수욕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과 편견이 우리 생각을 지배해 아예 시도조차하지 않는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도 분명 해수욕을 즐길 수 있고, 즐기고 있다. 장애인이 즐길 수 있는 해수욕장에 대한 홍보가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이렇게 장애인들이 즐기고 있는 해수욕장들은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위해 간이 이동통로와 휠체어의 높이와 동선을 고려한 막사와 평상의 설치, 바다에서 즐길 수 있는 수상휠체어 구비 등 편의시설과 환경을 구축하는데 그만큼의 신경을 쓰기에 이에 대한 홍보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된다.

휴가를 낼 수 있는 장애인이든, 직장이 없어서 휴가를 낼 필요가 없는 장애인이든, 피서지로 해수욕장을 선정하고 이를 즐길 수 있다. 뜨거운 태양, 반짝이는 모래, 출렁이는 파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도 즐길 수 있다. 올해는 피서를 해변으로 가도 좋겠다.

양희택 경기복지재단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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