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후반 퇴직하여 30년 이상을 살아야 하는데 등산, 골프, 낚시만으로는 인생이 삭막하지 않은가. 아름다워야, 풍부해야 할 우리의 삶이 너무 단순하지 않은가. TV연속극으로 시간을 때우거나 친구들과 술자리와 잡담으로 보내기엔 우리의 인생은 너무 값지고 소중하지 않은가.
그간 오직 성공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것도 억울한데 인생의 후반부마저 삭막하고 쓸쓸해서야 되겠는가 하는 강한 의문이 든다. 은퇴 후의 삶이 무기력하고 수동적이고 단순한 삶이 아니라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왕성한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꿈꾸어야 하지 않을까.
바그너축제 극장에서 만난 유럽의 노신사처럼 문화를 즐기는 삶을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회식이라는 이름으로 불고기집이나 삼겹살집에 자주 가기 보다는 매월 1~2번쯤으로 줄이고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공연도 보고, 전시도 함께 즐기고 여행도 떠나보자. 여행은 몸으로 읽는 세계사다.
몇년 전에 아직 현직에 있는 후배가 메일을 보내왔다. 인터넷 상에 떠도는 내용이지만 재미있어 보낸다는 말을 덧붙였다.
인생의 후반부가 즐거우려면 첫째 쩐(돈)이 있어야한다. 둘째는 건(건강)이요. 셋째는 사(일거리)요. 넷째는 우(친구, 언제나 불러내도 나올 수 있는 그런 친구)다 …열째는 여(여자친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젊은 여성)가 있으면 더욱 좋다는 내용이었다.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다. 그러나 나는 정말 의미있고 행복한 삶을 살려면 문화라는 친구를 가지라고 권하고 싶다.
문화와 함께 하는 삶, 문화로 소통하는 삶은 이 시대 무엇보다도 중요한 화두일 것이다. 잘 노는 것은 잘 사는 것이며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삶에 열정, 삶의 에너지, 꿈을 주는 문화의 친구가 되어보자.
최진용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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