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씻겨주는 지역축제

전미애 道북부예총협의회 회장
기자페이지

미국의 국제금융회사인 리만브라더스가 파산했고 영원히 건재할 것 같았던 GM과 크라이슬러 등 거대 공룡기업들이 휘청거린다. 2008년 4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이 전기 대비 -5.6%를 기록했다며 온 언론이 또한 난리가 난 듯 시끄럽다. 이러한 시기에 ‘지역축제’를 논하는 것 자체가 세상과 동떨어진 것으로 치부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화와 예술은 배가 부른 다음 찾는 디저트가 결코 아니다. 그 규모가 크든 작든 문화와 예술은 후진국과 선진국에서 혹은 도시와 농촌에서 그리고 과거와 현재에서 그 나름의 위대한 힘을 발휘해 왔으며, 그 지역주민들의 희로애락과 함께 지금도 흐르고 있다. 지금처럼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함께 고난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것이야말로 문화와 예술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지역 문화 예술이 펼쳐지는 장(場)이 바로 지역축제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축제의 활성화는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고 시기 적절한 이슈라 할 수 있겠다.

육신을 살찌우는 것이 음식이라면 맑고 아름다운 영혼을 지켜내고 가꿔주는 것은 예술이며 문화다. 필자는 이곳 남양주 지역의 각종 문화 예술과 관련된 지역축제에 참다운 문화예술의 영혼을 심고자 노력해왔다. 지역주민들에게 문화예술의 영혼을 일깨워주고 심어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으로 지역축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파에 찌든 주민들의 지친 영혼을 말끔하게 씻겨주는 지역축제, 더 나아가 그들의 영혼을 문화와 예술로 가득 채우고 그 속에서 지역민으로서의 자긍심이 뿜어져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지역축제를 만들고자 노력해왔다.

혹한의 추위 속에서 독일군에게 무려 900여일 동안 포위당하면서도 세계적인 박물관 에르미타슈의 귀중한 유물을 지켜낸 레닌그라드(현 페테르부르크) 시민의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그것은 바로 그들이 가지고 있던 문화 예술에 대한 사랑과 자존심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우리의 지역축제가 어떻게 하면 지역민들에게 자부심과 희망을 줄 수 있을 지에 대한 해답과 좌표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전미애 道북부예총협의회 회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