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시에나는 인구 5만의 작은 중세풍의 도시다. 인구 100만이 보통인 우리에게는 도시라고 부르기도 멋쩍게 느껴진다. 이 시에나에는 매년 7월2일과 8월16일 두 차례 팔리오(palio)라는 축제가 열린다. 팔리오 축제에는 도시 인구보다 몇 배나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고, 승마 경기는 전국으로 텔레비전 중계된다.
그러나 정작 팔리오의 핵심인 승마 경기는 시에나 중앙 광장을 3바퀴 도는 것으로 불과 1분30초안에 경기가 끝난다. 그런데 이 싱겁기 짝이 없는 축제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고 즐기는 것이다. 팔리오는 1650년경에 시작하였으니, 36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360년을 내려오면서 팔리오는 시에나라는 도시 그 자체가 됐고, 팔리오를 중심으로 도시의 문화가 발전되었다.
올해 인천에서는 세계도시축전이 열린다. 이를 위해 수많은 행사가 기획돼 준비 중이다. 수많은 전시회, 국제행사, 페스티벌이 80일 동안 열리게 된다. 도시, 환경 에너지, 첨단 기술, 관광 레저, 문화 예술 등의 분야로 나뉘어서 도시의 미래 발전을 보여줄 예정이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로 지정된 경제자유구역인 송도 신도시에서 열리는 것만으로도 그 의의가 크다. 새로운 도시 건설의 컨셉에 잘 맞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세계 도시의 문화들을 한 곳에 모아 놓아 그야말로 80일간의 세계 일주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개최되는 도시 축제인만큼 이 축전이 성공적으로 치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80일 동안의 축전을 통해 행사를 즐기고 조형물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인천의 도시 문화를 창조하는 일이다. 이제 도시를 건물이나 조형물만으로 보던 때는 지났다. 도시는 문화다. 그리고 그것은 역사 속에서 이뤄진다.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결합된 인천의 도시 문화를 창출하는 계기를 인천세계도시축전을 통해 만들어야 한다. 도시축전이 1회 행사로 끝나서는 안된다. 그 이후에도 인천의 도시 문화를 창출해 인천의 브랜드로 정착시키도록 지속적으로 힘을 기울여야 한다. 팔리오의 1분 30초에 비한다면 인천의 80일은 보다 풍성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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