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에서든 백화점에서든 여러 가지 품목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한 가지 품목만이 주어지는 것보다 좋은 일이다. 물론 의학에 있어서 한 가지 병에 대해 여러 가지 치료법이 있다는 것은 그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된 치료법이 아닌 경우도 있지만, 다양한 견해에 대한 존중은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옳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몇 년 전 외국에서 공부할 때 지도교수 책상에 ‘Diversity is virtue(다양성은 미덕이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그 대학으로 공부하러 오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을 격려하라는 뜻으로도,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Johns Hopkins 대학의 교수로 발령을 받은 본인에게 자칫 범하기 쉬운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을 피하라는 자경문(自警文)으로도 생각되었다. 이렇게 다양한 견해에 대한 존중은 환자의 권익을 일선에서 지켜야 하는 의사에게도 꼭 필요한 덕목이다. 학회에 참석할 때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새로운 치료법에 대해서 기존의 치료법과 비교하여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의 두 명의 연자가 각각 본인의 주장을 펴고 상대방의 주장에 반대되는 학문적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는 연자의 일방적인 강의방식에 비해 재미있고, 무엇보다도 한 가지 사안에 대해 반대되는 두 가지 견해를 동시에 접함으로써 어느 한 쪽의 견해에 치우치지 않고 환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객관적인 안목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근래에 우리 사회는 진보적인 견해와 보수적인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우리의 발전 원동력을 잠식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반대쪽 진영에 서있는 사람들의 견해가 자기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지지해주는 사람들보다 더 필요한 이웃임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진보가 없는 보수는 자칫 발전의 기회를 부정하는 반동으로 흐를 위험성이 있고, 보수가 없는 진보는 우리 모두가 딛고 있는 근본을 부정하면서 위험이 동반될 수 있는 불확실한 미래로 우리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의학에 있어서 기존 치료법의 입증된 장점을 잃지 않으면서 새로운 치료법의 가능성을 취하는 것이 환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듯이, 진보의 발전가능성을 취하면서 보수의 근본을 잃지 않는 것이 우리 모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은 아닐까.
/김태균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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