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교육기법이 각 학문 분야에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지만 의학교육에 있어서는 아직도 스승과 제자 사이의 개인적 만남을 통해서 이뤄지는 도제교육(徒弟敎育·apprenticeship)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이론으로서의 의학적 지식을 배운 의사가 살아있는 의술을 베푸는 참된 의사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말과 글로써 설명될 수 없는 많은 요건들이 충족돼야 하기 때문이다.
도제교육 형태로 후배의사들을 가르칠 때 내가 꼭 강조하는 것이 있다. ‘내가 만나고 싶은 참된 의사’가 그것이다. 참된 의사가 갖추어야 할 요건은 세 가지다.
첫째, 전문가로서의 기량이다. “당신이라면 어떤 의사를 택하겠는가? 실력은 없지만 성품이 좋아서 많은 환자들이 믿고 따르는 의사를 택하겠는가? 아니면, 올바른 덕성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실력이 뛰어난 의사를 택하겠는가?” 질문을 받은 후배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 우문(愚問)에 대한 답을 고민한다. 나는 전문적 기량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성품은 편치 않더라도 실력이 갖추어진 의사를 택하겠다. 왜냐하면 실력이 뛰어난 의사는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실력이 없으면서 환자에게 인기가 있는 의사는 실질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런 의사를 믿고 따르는 환자는 다른 의사를 찾을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
둘째, 열정이다. 열정이 없는 사람은 노력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전문가로서의 기량을 유지할 수 없다. 또한 그 기량을 환자를 위한 살아있는 의술로 만드는 일에도 적극적이지 않다.
셋째, 환자를 위한 사랑이다. 아무리 전문적인 기량과 열정을 갖추어도, 그 마음에 환자를 위한 사랑이 채워져 있지 않으면, 그의 기량과 열정이 환자를 위해서가 아니고, 그 자신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될 위험성이 있다. 또한, 모든 의학적 치료의 궁극적 목표는 환자의 삶을 전체적으로 행복으로 이끄는 것이고, 이는 환자를 위한 사랑이 그 마음의 바탕에 있지 않고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
도제교육을 통해서 인연을 맺은 내 후배의사들이 전문가로서의 최고의 기량을 갖추고, 열정적인 자세로, 사랑이 가득한 마음으로 환자들을 돌본다면, 나는 그를 기꺼이 참된 의사라 부르고, 그에게서 소중한 도제교육을 받고 싶다.
/김태균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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