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 얼굴 공개 논란

염규상 김포포럼 법률자문 변호사
기자페이지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강호순의 얼굴이 대다수 언론에 공개되면서 흉악범의 얼굴 공개가 과연 정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강호순과 같은 흉악범에 대해서 얼굴을 공개할 수 있는 ‘흉악범 얼굴공개법’을 법무부 등과 협조해 만들겠다고 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인권 차원에서 공론화하여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논의를 하는 이유는 바로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국민의 알권리’ 이 둘의 헌법적 가치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즉,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 피고인(피의자)에 대해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돼야 함을 천명하고 있다. 한편 헌법 제21조는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 표현의 자유에서 파생된 알권리를 기초로 강호순과 같은 흉악범에 대해서는 공익적 차원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더 우선시하여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언론사에서 실시한 찬반투표 등을 살펴볼 때 일반 시민들은 흉악범의 프라이버시권이나 인권보호 측면보다는 국민의 알권리를 더 우선시해 당연히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 다소 우세해 보인다. 반면 헌법학자 등 법학계에서는 흉악범이라 할지라도 무죄추정의 원칙 및 피의자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얼굴 공개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 더 많아 보인다.

이와 관련 법원은 ‘공적인물이론’을 내세워 범죄자의 실명이나 얼굴 공개에 대해 매우 엄격한 해석을 하고 있다. 즉 대법원은 공적인 인물이 아닌 이상 일반 국민들로서는 범죄를 저지른 범인이 바로 피고인(혹은 피의자)이라고 하는 것까지 알아야 할 정당한 이익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위 판례에 따를 경우 다시 공적인물의 범위와 관련하여 논쟁의 소지가 있다. 강호순을 과연 공적인물로 볼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이에 대한 해답을 위해 경찰,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 헌법학계, 언론사 등 관련 기관 및 학자들은 위와 같은 헌법적 가치의 충돌 및 논쟁의 소지가 있음을 인식하고 흉악범 얼굴공개 및 그 입법 등에 있어 보다 신중하게 논의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염규상 김포포럼 법률자문 변호사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