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이 실수로 무너졌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0년이 됐다. 올해 통일 20돌을 맞은 독일에서는 20년 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때의 감격을 되살리는 자유의 축제가 열렸다.

 

1989년 11월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은 샤봅스키 동독 정치국 대변인의 말실수가 도화선이 되었다고 한다. 당시 샤봅스키는 11월10일부터 당국의 허가를 받고 외국으로 갈 수 있다는 해외여행 법안을 마치 장벽 통행을 허가한 것으로 잘못 소개했다고 러시아 방송에서 공개했다.

 

여행허가가 언제부터 효력을 발생하느냐고 기자가 묻자 법안의 제한규정을 무시한 채 당장 지금부터라고 말한 샤봅스키의 발언을 듣고 저녁 무렵까지 3만여 명의 동독 주민들이 베를린 광장에 모여 방벽 통과를 시도했고 베를린 장벽을 지키던 군인들은 상부의 어떠한 지시도 받지 못했지만 주민들의 기세에 눌려 28년 만에 베를린 장벽을 개방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과연 그 말실수 하나로 장벽이 무너졌을까? 89년부터 시작한 동유럽 공산국가의 몰락에는 88년 서울 올림픽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시각도 있다. 냉전체제로 연속 2회나 반쪽 올림픽이 열리다 12년 만에 동서가 함께한 올림픽에서 공산국가들이 서울과 평양의 비교를 통해 자유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확인한 것이 동구권 자유화의 큰 지렛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통일 20년 전부터 서독은 동독에서 인적 교류에 동참할 경우 경제적인 보상을 하는 형식으로 조금씩 동독의 빗장을 열어왔고 이를 통해 서독은 동·서독간 인적 왕래와 편지, 전화, 방송시청 자유화를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동독인 500만 명이 서독으로 이주하는 등 동·서독간 사회통합을 이루어 왔다.

 

그럼에도 통일 후의 독일은 동·서독간의 경제격차 극복 등의 많은 과제를 풀어가고 있다.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처럼 내전을 겪지 않았고 주변 국가들과의 역학관계도 다르지만 독일 통일 20주년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크다. /오현숙 경기도여성비전센터 소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