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주일 동안 대만에 다녀왔다. 정신건강을 중심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모여 함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모임이었다. 각 나라의 특성이 있겠지만, 우리나라가 이제는 아시아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무엇을 근거로 그들은 이런 얘기를 하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참가국의 역사를 잠시 생각해봤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들이 힘에 의한 피정복을 한 차례 이상 겪은 점이 공통점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유럽, 일본, 중국 그리고 미국에 의한 지배가 모두 역사 속에 존재했다. 몽골을 빼고 모두 남의 나라를 침범조차 못한 국가들이었다.
그리고 주최국인 대만은 우리보다 더 긴 50년이라는 시간을 일본인에 의한 식민지 경험을 했다. 연이어 공산당과의 전쟁에서 패한 장개석의 국민당 정부가 1947년 2월28일을 시작으로 대만 전역을 장악했다. 어찌 보면, 백색테러라 불리는 그들의 만행은 레드테러라고 불리는 공산혁명보다 더 잔인한 결과를 낳았다. 결국 테러는 이념이 불러온 것이 아니라, 권력에 눈 먼 자들이 야비한 명분으로 내건 거짓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혈서를 쓰고 만주군관학교에 들어가 일본육사를 졸업한 이후, 공산당에 가입하고, 다시 반공투사로 변신한 박정희 개인을 들여다보면, 그 역시 이념이 아닌 권력쟁취를 염두에 둔 행동임이 드러난다.
우리나라가 아시아 중심으로 대두된 이면에는 이런 가정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아마도 한국은 우리를 집어 삼키지 않을 거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타이페이의 228공원에서 인간의 본능이 파괴만이 아닌 평화와 공존도 있을 거라는 상상을 했다. 대만 사람들이 정겹게 느껴졌고, 동병상련의 깊은 공감이 가슴에 닿았다.
세계 각국이 짝짓기에 열중하고 있다. 미국과 호주는 태평양을 공유하고 있다는 명분만으로 우리들의 울타리를 넘보고 있다. 우리 민중들에게도 평화를 향한 연대와 공존의 명분이 있을 수 있고, 최소한의 권력욕구가 있을 것이다. 작게는 수원시의 지역운동포럼이 시작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들의 공존을 기원한다./이영문 아주대의료원 정신건강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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