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에 ‘올레’

산은 모든 자연 풍경의 시작이고 끝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하필 산일까? 산이 인간의 눈높이에 가장 편하게 들어오고 익숙해서 일까? 산과 맞닿은 하늘은 올려다 보아야 하고 들판은 내려다 보아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어서 일까? 그렇다면 강과 바다는 또 어떤가. 한번 더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시작이든 끝이든 언어의 유희(遊戱)쯤으로 넘기는 게 편하다. 산이든 물이든 자연은 모든 게 다 좋기 때문이다.

 

“고요하고 아늑한 초록의 올레와 시원하게 생동하는 파랑의 올레가 연이어 발길을 맞는다. 제주의 농촌 풍경에 마음이 탁 풀어지는 밭길을 지나면 곶자왈처럼 무성한 숲길이 이어지고 폭신한 숲길을 벗어나 물이 마른 하천을 따라 가노라면 어느새 걸음은 바다에 가 닿는다.” 제주 올레 14코스의 홈페이지 첫 장의 소개 글이다. 산과 들, 하늘과 바다 할 것 없이 자연과 동화(同化)되는 풍경 그대로다. 최근 들어 제주 방언으로 거릿길에서 대문까지의, 집으로 통하는 좁은 골목길을 뜻하는 ‘올레’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제는 저마다의 특색을 지닌 트레킹 코스로 의미가 확대되고 있지만, 자연이든 풍경이든 유산이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즐기고 또 그것과 하나 되는 체험은 똑같다. 빠르고 과(過)한 문명에 지친 우리 인간의 회귀욕구의 산물인 올레가 각광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할 것이다. 요즘 전국 각지에서 올레를 개발하고 홍보하는 지자체가 한 둘이 아니다. 변산 마실길, 슬로우 시티 청산도, 대구의 도심문화탐방 골목길, 역사문화탐방로인 서울 북촌 한옥마을 일대, 강화도 나들길, 지리산 둘레길, 광주 무등산 옛길, 군산 구불길 그리고 무의도 올레 등이 그것이다.

 

우리 고장 안양도 진작에 나섰어야 했다. 안양이야말로 천혜의 환경을 타고 났다. 관악산과 삼성산, 안양예술공원을 잇는 코스 또는 안양천까지 연계되는 코스를 개발한다면 수도권 최고의 ‘올레’가 되리라 확신한다. 자연과 더불어 예술작품까지 벗삼는 ‘자연예술길’로 말이다. 이제라도 시든 시민이든 누구랄 것 없이 나서, 멋진 아이디어와 과감한 추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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