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의 씨앗, 세계를 움직인다

달러의 불안정에 연일 상종가를 갱신하고 있는 물건이 있으니 인류가 고대부터 보물로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는 금이다.

 

금이 한정적인 자원이라면 생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금과 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생명반도체라 일컬어지는 씨앗이다. 토마토 씨앗 1g(270개 정도)의 값이 13만원 정도이니 요즘 1g에 4만7천원인 금값보다 높지 않은가?

 

게다가 씨앗이 금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금은 사치품이지만 씨앗을 시작으로 하는 먹을거리는 사람 생활에 없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한 두 종류의 식물이 인류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경우가 많다. 일례로 세계적으로 국제옥수수·밀 연구소에서 육성된 밀 품종 ‘소노라 64 (Sonora 64)’는 세계 식량의 30%를 증가시켰다. 우리나라도 외국 품종들과 폭넓은 교배를 통한 품종개량으로 통일벼를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인류의 생존을 위해 사용되던 종자가 상업의 발달과 더불어 재산권으로의 움직임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제적으로 신품종보호동맹을 통해 개발된 작물 품종에 대한 육종가 권리와 세계지적재산권 기구를 통한 권리가 강조되고 있다.

 

국내 종자산업은 10년이 넘는 오랜 연구기간과 다양한 유전자원의 보유 그리고 많은 비용소요로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진 않지만 새로운 품종을 제대로 성공만 한다면 황금알을 낳는 산업임에는 틀림없다. 농업이 생명공학과 IT, NT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IMF의 시련에도 살아남은 한 종자기업은 무와 배추, 고추와 같은 경쟁력 있는 국산 원종으로 중국시장에서 현재 5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종자산업이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세계 6위의 유전자원 보유국이자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 세계작물다양성재단으로부터 국제종자보존소로 지정된 농촌진흥청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종자전쟁에서 우리 종자산업이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광용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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