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무에 열린 열매도 어느것 하나 온전히 같은 모양인 것은 없다. 같아 보이는 자연의 어떤 것들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다름을 발견하게 된다. 하물며 인간은 비록 쌍둥이로 태어났어도 서로가 다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혈연을 나눈 가족이라 할지라도 그들 각자의 삶은 또 개별적일 수밖에 없고 가족이란 이름으로 대신할 수 없다.
그동안 우리의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은 ‘밥상 공동체’, ‘한 울타리’ 등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서 운명을 같이 해 왔다. 확대가족이 가능했던 농경사회에는 혹여 가족 성원 중에 문제가 생겨도 서로 도움을 주고 받기가 쉬웠고 정서적인 배경도 당연히 서로 도울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었다. 그러나 현대의 핵가족은 그 가족 자체도 서로 얼굴 보기도 어려울 만큼 개별화 됐고 따라서 가족이란 이름으로 서로에게 책임과 부담을 지우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족 구조의 변화로 사회복지의 필요성이 더욱더 강조되는 시대가 됐다. 경제적 발전과 문명의 발달로 더욱 풍요로워졌지만 그만큼 풍요속의 빈곤을 느끼며 이웃의 아픔과 어려움을 서로가 알지 못하는 익명의 시대가 됐다. 때문에 우리 지역사회 안에 존재하는 많은 선의와 자원들을 서로 연결하고 정보를 제공하며 나눌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복지의 기능은 더욱더 중요하게 됐다. 패륜이 판을 치고 효의 사상이 공허한 외침이 되어버린 지금, 반사회적인 여러 사건들이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는 것도 이런 지지체계가 결핍된 사회구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지금의 시대에 혈연의 한계를 벗어난 더 넓은 의미의 새로운 가족 형태인 지역사회 공동체 개념이 필요한 때이다.
서로가 다르지만 그 다름이 모여서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따로일 수 있지만 같이 함으로써 더욱더 즐겁고 힘이 될 수 있는, ‘이웃’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가족이 탄생해야 한다. 이처럼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위해 복지가 나서야 하며 그렇게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며 공동체 안에서 조금씩 서로가 양보할 때 이 사회는 그래도 살아볼 만한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나’라는 사회의 한 조각이 잘 끼워 맞춰질 때 지역사회는 살아볼 만한 아름다운 그림으로 만들어 질 수 있다. /박정자 미추홀종합사회복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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