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얼굴에 금칠하기

1994년 여름,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한중일미 4개국 친선 고교 야구대회가 열렸다. 한국과 일본의 게임에 시구를 당시 LA다저스에 입단한 박찬호 선수가 한다고 해 그 지역 인근에 사는 많은 교포와 유학생들이 야구장을 찾아 모였다. 게임은 흥미진진했고 8대 7로 한국이 이겼다. 기뻐 눈물을 훔쳤다.

만세 소리와 환호를 뒤로하고 돌아가는 길에 필자는 또 한 번 눈물을 흘렸다. 교포들의 일제차를 보면서. 그 후 몇 달 후 품질경영 수업 시간에 J.D.Power사에서 조사한 자동차 초기 품질지수 점수에 대한 분석과제를 하면서, 또 한 번 눈시울이 붉어졌다. 한국의 자동차 품질은 거의 최하위 수준인 데 비해 일본의 자동차들은 거의 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채 20년도 지나기 전에 한국의 자동차는 지난날의 형편없는 품질 수준을 벗어나 일본차에 버금가는 또는 더 앞서는 품질수준을 달성했다. 꿈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현대와 기아의 자동차는 이제 더 이상 값싸고 품질 나쁜 자동차가 아니라 제값 받는 품질 좋은 자동차가 된 것이다.

최근 미국 유수의 경영컨설팅 회사가 발간한 자료에서, 현대차그룹은 역량을 잘 발휘하여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극찬을 하였다. 보다 나은 품질(better quality), 스타일 좋은 디자인(stylish design), 그리고 명석한 마케팅(clever marketing)이 오늘날의 현대차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그 첫 번째 요인이 품질이며, 경영자가 품질을 강조하고 지속적인 혁신을 강조하여 이러한 좋은 성과를 달성했다고 한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며 그 달성 정도를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는 활동을 여러 기업에서 하고 있고 또 그 결과 좋은 성과를 달성한 경우가 우리 주위에서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이런 기업을 발굴하여 격려하고 칭찬하는 일에 인색하지 않았으면 한다. J.D.Power사는 오래전부터 자동차의 품질을 측정하고 평가하여 발표하는 사업을 진행해 왔다.

해마다 분야별로 어떤 자동차의 품질이 가장 좋은지 선정하여 발표하는데, 이제는 고객들이 자동차를 평가할 때 주로 참조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자동차 중에서도 1위를 달성한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얼굴에 금칠하는 좋은 일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국내에서 벗어나 세계에서 경쟁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계속 금칠하는 기업이 더 많이 등장하길 기대한다.

김 연 성 인하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경영학박사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