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고객만족을 말할 때 ‘고객은 왕이다’라고 한다. 그러나 고객이라고 다 같은 고객이 아니며, 고객에도 ‘격’이 있다. 고객이 정말 왕이라고 믿고 폭군처럼 군림하려고 하는 잘못된 태도는 사실 범죄에 가깝다.
최근 고객만족의 패러다임은 크게 변화하여, 고객이 중요한 만큼 직원도 중요하며,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도 만족시킬 수 있다고 본다. 서비스의 황금표준을 제시한 리츠칼튼호텔의 모토는 ‘우리는 신사숙녀를 모시는 신사숙녀’이다. 고객을 존중하는 동시에 직원도 존중받아야 하며, 아무리 부유한 고객일지라도 직원들에게 무례하게 대한다면 회사 리더가 다른 호텔로 옮기도록 권한다고 한다. 이 모토에는 무례한 고객으로부터 경영진이 직원을 보호할 것이라는 의미가 강하게 담겨 있다.
최근 서울시 다산콜센터에 악성 민원인에 대해 400만원 벌금형이 선고되었다. 또한 경기도 콜센터에서도 10명에 대해 검찰에 고소하겠다고 한다. 그간 공공기관에서는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고객이 욕설, 폭언, 과도한 요구를 하더라도 소극적 대응을 보이던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으나, 점차적으로 악성민원 근절 및 직원 인권보호 차원에서 블랙컨슈머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달 건강보험공단에서도 고객센터 상담사 1천276명을 대상으로 언어폭력 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최근 1년 내 언어폭력을 경험하였다고 응답한 상담사는 96.6%이며, 43.3%가 월 1~2회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폭력의 주요 유형은 욕설, 인격 모욕, 협박, 성희롱 순이며, 인격적 모욕을 받았을 경우 가장 스트레스가 심한 것으로 응답했다.
언어폭력 피해 시 퇴사 결심(35.6%)이 가장 많았고, 식욕저하 및 소화기능 저하(22.1%), 우울증 및 대인기피증(20.1%) 등 신체적 질병을 호소하기도 했다. 익명의 상담사는 “언어폭력시 고객이 그전에 화가 난 일을 저에게 이유없이 화풀이하는 듯했고, 인격적 모욕, 부모와 관련된 욕설까지 하며 한 시간 가량 괴롭히는데 고문당하는 것 같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상담사 인권보호를 위해 공단은 언어폭력 등 불량고객 전담상담팀을 신설하여 특별관리할 예정이며, 언어폭력 고객에 대한 고소고발 등 법적 조치를 구체화한 고객센터 운영지침을 마련 중이다.
요즘은 고객만족, 고객감동을 넘어서 우스갯소리로 고객졸도, 고객사망까지 외치고 있는 시대이다. 우리는 서로 누군가의 고객이며 고객만족을 요구하는 만큼 고객 스스로 왕으로서의 품격도 높여야 할 때이다.
조 우 현 국민건강보험공단 경인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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