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특별한 자랑특허성적 1위

작년 이맘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하 ETRI)의 초청을 받아 특별강연을 하였다. 강연에 앞서 ETRI에서 개발한 기술이 상업화된 사례를 중심으로 외부인을 위해 꾸며 놓은 전시장에서 우리나라 정보통신 발전의 모멘텀 일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전시장을 떠나려는데 조금 특별한 사진을 한 장 받았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는데 금방 컬러로 프린트해서 종이 액자에 넣어 주는데, 가까이 보면 얼굴의 형상만 보이고 좀 떨어져 보면 이목구비가 또렷해 보이는 그런 사진이었다.

그런데 얼마 후 제주도 어떤 전시장을 가보니 그와 같은 사진 만들어 주는 서비스를 하는 곳이 있었다. 관광객들이 돈을 주고 촬영을 하는 것을 보면서 기술의 상업화 성공 사례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성적표가 있다. 기술 분야 특히 특허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성적표도 있는데, ETRI의 2012년 실적을 평가해 보니 당당히 1등이었다. ipIQ™라는 미국의 특허정보컨설팅 업체가 발표한 ‘2012년 미국특허 종합평가’ 중 혁신성과(Innovation Anchor Scorecard™) 부문에서 세계 1위는 ETRI라고 되어 있었다.

 

전 세계의 연구소·대학·정부기관 등 237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평가에서 대만의 ITRI(Industrial Technology Research Institute, 6위), 독일의 프라운호퍼 연구소(9위), 미국의 NASA(30위) 등 연구소는 물론 미국의 MIT(2위)나 스탠포드대(4위), 중국의 칭화대(5위) 등을 모두 제치고 ETRI가 1등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그저 특허가 몇 건이라는 양적인 지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의 성과인 특허의 질적 지표도 함께 살펴보았다고 하는데, 주로 미국특허청에 등록된 ‘특허등록건수(Patent Granted)’와 특허의 ‘산업 영향력(Industry Impact)’, 해당 기관의 기술변화 속도를 보여주는 ‘혁신주기(Innovation Cycle Time)’ 등을 점수화해서 순위를 낸 것이라고 한다.

특허를 만들어내고 그 특허를 상품화하여 지역의 경제 발전의 초석을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미국의 실리콘밸리 사례에서 잘 알고 있다. ETRI는 우리나라 산업 전체에 기술을 제공하는 기관이라고 하면, 각 지역의 대학은 그 지역 혁신의 원천을 제공하고 인력을 양성하며 실질적인 산학협력을 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라고 하겠다. 이런 점에서 대학은 보다 현장에 더 다가갈 수 있는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

김연성 인하대 경영대학 교수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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