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달 전 무산된 남북회담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상당기간 교착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필자는 회담이 ‘멀지 않은 장래에 실무자급에서 재개될 것’이라고 이 칼럼에서 주장한 바 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북한은 7월3일 개성공단기업인 방북허용과 판문점 통신선 정상화로 사실상 남북회담을 제안하였다. 그리고 남북의 실무자들은 지난 6일 마라톤회담을 시작하여 7일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하였다. 정상 사회라면 거의 7천억원 가까운 손해를 야기한 사건을 이렇게 쉽게 해결할 수는 없다. 바꿔 말해 남북은 개성공단의 재개에 모두 목을 걸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개성공단 중단의 가해자는 명백하게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고, 피해자는 한국의 기업인들이다. 한국정부가 기업인을 대신하여 회담에 참가하였다면 당연히 북측에게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아무도 북한 정권에게 피해보상 요구를 하지 않았다. 차라리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을 닫은 역사의 악명으로 남을 수 있다”며 한국정부의 책임을 물어왔다.
이번에 실무자급 남북회담이 순식간에 이루어지고 순식간에 합의에 이른 배경에는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압력이 작용했음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일단 완제품이라도 가져와야 피해액을 줄일 수 있다는 점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다른 중소기업가가 정부에게 ‘역사의 악명’이라는 북한의 대남선전용어를 상기시키는 비판을 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었는가? 남북화해와 통일이라는 정치담론으로 경제적 이해관계를 포장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고 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북한 정권은 개성공단으로부터 들어오는 막대한 수입과 제3차 핵실험으로 인한 국제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개성공단 정상화가 절실히 필요했다. 북한 내부의 사정만으로도 개성공단이 정상화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한국 정부 역시 입주기업인의 정치적 압박을 해소하기 위하여 정상화에 빠르게 합의를 하였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이 정부를 압박한 것이 유효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견이다.
만일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북한의 일방적 조치로 시작된 사업중단 문제의 책임을 한국정부에게 돌린다면, 북한은 언제라도 개성공단을 다시 중단시킬 수 있고, 그 피해는 결국 개성공단 기업인들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정경분리를 언급하면서도 사실상 북한에 우호적인 정치적 입장에서 남북협력의 절대적 가치를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다. 기업인으로서 순전히 경제적 측면만을 고려한다면,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개성보다는 다른 곳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홍성기 아주대 기초교육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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