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초등학교 시절 행사

초등학교 시절 1년에 한 번씩 치르는 행사가 몇 개 있다. 그중에서 재미있는 행사가 쥐잡기 행사와 기생충 박멸 행사다. 1960년대는 그야말로 오염되지 않은 환경 탓으로 모기며, 쥐, 벼룩, 빈대, 기생충 등의 천국이었다.

연중행사로 치러지는 행사는 쥐잡기인데 쥐꼬리 잘라오기를 숙제로 주었다. 집집이 학생이 있으니 쥐잡기는 마을 행사였다. 어떤 집은 오징어 다리를 물에 불려서 볏짚 태운 재를 발라 가짜 쥐꼬리를 학생에게 들려 보내는 얌체족도 있었다. 그 시절은 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서생원이 훔쳐가는 것을 막고자 하는 궁여지책이라고 생각된다.

또 하나는 회충박멸 행사다. 당시는 오염된 음식이 없고 열악한 환경 탓이었는지 회충, 요충, 십이지장충을 모든 학생이 몸속에서 키우고 살던 시대였다. 먹을 것이 부족해서 빈혈을 달고 살던 시대에 학생들의 건강은 열악한 상태였다.

정부에서는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해서 기생충 박멸 작전을 한 것 같다. 일 년에 한 번 기생충 검사를 시행했다. 변을 채변 통에 담아 제출하면 현미경으로 검사하여 회충, 요충, 십이지장충이 있음을 담임선생님을 통해 알렸다. 회충약은 한 끼를 거르고 먹였는데 진풍경이 벌어지곤 했다.

회충약을 나누어주면 안 먹을까 염려되어 담임선생님은 한 명씩 앞에 나오게 해서 회충약 다섯 알과 물 한 컵을 그 자리에서 먹게 했다. 대부분 학생은 회충약 다섯 알을 물 한 컵으로 가볍게 해치웠다. 어떤 학생은 번번이 회충약 먹기에 실패하자 꾀를 낸 것이 한 번에 한 알씩 먹기이었다. 알약 하나를 먹기 위해서 물을 2컵을 먹었다. 다섯 알을 먹는데 한 주전자의 물을 비우고는 장원급제라도 한 냥, “야! 다 먹었다”고 하며 손뼉을 치면서 기뻐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진풍경은 약을 먹은 다음 날이다. 뱃속에 있던 회충이 고통스러워 요동을 치다가 항문까지 내려가는 바람에 항문이 간지러운 현상도 발생했다. 다음날에는 영락없이 변에 흰 지렁이 같은 회충이 섞여 나와 징그러웠던 기억이 있다. 또 어떤 이는 수업시간에 회충이 입으로 나오는 끔찍한 경우도 발생하였다.

요즘은 위생관리가 잘되어서인지, 방부제 남용인지, 환경오염의 탓인지 우리 곁에 있던 동식물, 곤충, 기생충까지 이미 많은 종의 생물들이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들이 더 편하고 많이 가지고 싶은 욕망이 지구의 자원을 과소비하여 발생한 현상이다. 지구의 온도 상승을 막는 것은 선택이 아니다. 생태적 생활로 지구의 환경도, 건강도 지키고 돈도 절약하는 일석삼조의 성과를 거두는 것이 어떨까 제안해본다.

김충영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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