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청년의 이야기가 있다.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인해 중학교 진학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14세부터 공장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검정고시를 시작으로, 비명문대출신 사법시험 합격자가 되었다. 그는 지금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로펌의 대표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또 다른 청년의 이야기도 들어보자. 역시 가난했던 그 청년은 상고를 졸업한 후 잠시 회사에 취직했지만 한 달 반 만에 그만두고 고시공부를 시작했다. 결국,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판사, 변호사를 거쳐 정치인이 되었고, 마침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었다. 박영립 변호사, 故노무현 대통령이 그 주인공들이다.
대한민국에서 반드시 법조인이 되어야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본인들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사회에 봉사하는 인물이 되고 싶을 때 제도나 돈이 없어서 애초에 꿈을 접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시험을 통한 법조인 양성에 대해서는 고시 낭인으로 인한 인력손실, 법학교육의 황폐화 등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로스쿨이 도입된 취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길을 로스쿨 체제로 단일화하면 반드시 대학교와 로스쿨을 졸업해야만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질 수 있다.
이는 사법시험 체제와 비교해보면 대학졸업자, 대학원졸업자라는 두 개의 진입장벽이 세워진 셈이다. 과도한 학비나 기회비용 상실도 우려의 대상이다. 로스쿨 역사 100여 년의 미국에서도 로스쿨 제도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거대한 기득권 장벽이 된다는 비판이 높다고 한다.
이와 같은 비판을 극복하기 위해 로스쿨의 원조인 미국에서는 베이비 바(baby bar)라는 제도가, 가까운 일본에서는 예비시험이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사법시험을 존치하거나 별도의 예비시험 제도를 도입하여 로스쿨을 가지 못해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두어야 한다.
‘개룡남’이라는 말은 유명 로펌 변호사, 판사, 대통령과 같은 지위로 단순히 정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 시대 영웅의 모습은 다양해지고 있다. ‘성공’의 기준은 앞으로 보다 다원화되어야 한다. 그럴진대 열심히 노력하면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꿈, 그 싹을 잘라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 어느 분야에서든 ‘계층 이동을 위한 사다리’는 있어야 한다.
법조계 역시 마찬가지다. 끈기와 노력, 성실함으로 인정받으려는 건강한 시민이 다수를 차지하는 ‘활력’ 넘치는 사회를 위해 우리 모두의 관심과 의지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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