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문화가 있는 삶(1)

2011년 유럽음악여행에 이어 작년에도 2주간에 걸쳐 유럽 6개 도시의 대표적인 음악축제를 살펴보고 돌아왔다. 엑상프로방스의 현대음악축제, 베르겐즈 오페라축제, 바그너 음악축제 등 음악과 함께 여행을 즐길 수 있었던 가슴 설레는 감동의 순간이요. 삶의 기쁨과 에너지가 충만했던 행복한 여행이었다.

여행 중에 짬짬이 틈을 내어 욕심껏 가져간 10여 권의 문고본을 다 읽을 수 있었던 소중한 독서의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음악 여행 자체가 일상에 지친 나에게는 커다란 치유(힐링)의 시간이었다.

바그너축제가 열리고 있는 독일의 소도시 바이로이트는 바그너축제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도시다. 공연 3시간 전에 도착해 공원 산책을 마친 후 다시 공연장으로 돌아오니 공연 2시간 전인데도 이미 관객들은 대부분 도착해 있었다. 극장과 사람(관객)이 자연 속에 아름답게 담겨 있는 풍경 그 자체였다.

극장은 단순히 공연을 보는 장소가 아니라 만남과 교환(交歡)의 장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러한 광경은 엑상프로방스의 태피스트리 박물관 안에 있는 엑상프로방스 현대음악축제 메인 공연장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20여 분 이상의 중간 휴식시간(인터미션 시간)에 로비는 흥겨운 와인 파티장, 그 자체였다. 공연보다는 우아한 파티 분위기를 더 즐기는 것 같았다.

독일의 최대 여름 휴양지 린다우에서 가까운 오스트리아의 베르겐즈는 거대한 콘스탄즈호반에 있는 여름휴양지로 휴양객을 위한 아름다운 수변 무대와 축제극장을 갖고 있다.

이곳에서 예술 감독을 맡고 있는 Mas Laura Beman 여사는 그 바쁜 와중에도 축제극장에서 수변 무대 구석까지 3시간 이상을 친절히 안내해주었다. 베르겐주의 수변 무대 꼭대기 층에는 서울 상암 경기장의 박스좌석(기업의 주요고객을 위한 룸을 갖춘 단체 관람석ㆍVIP 초대용 룸)이 10여 개 이상 준비되어 있어 공연 중이거나 중간 휴식 시간에 음식과 음료를 즐길 수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공연시간에 임박하여 공연장에 들어서고 끝나면 쫓기듯 극장을 빠져나가는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유럽 음악여행을 통해 나는 그들의 여유 있는 문화적 삶이 부러웠다.

가끔은 문화의 멋과 사치를 맛보고 사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 여행이었다.

이제 문화는 돈 많은 사람들의 사치가 아니며 권력 있는 사람의 전유물도 아니다. 문화는 우리 모든 사람들의 것이며 함께 누리고 함께 참여하여 만들어내는 우리 삶의 일부인 것이다.

최진용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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