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망으로 씌워진 과수원이나 밭이 흔해졌다. 농작물을 어떻게 그물로 둘러쌀 생각을 했을까 하면서도 이제는 먹을거리를 놓고 야생동물과 인간이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같아 씁쓸하다.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멸종위기 동물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농가에서는 야생동물에 의해 연간 100억원 이상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역단위로 ‘야생동물피해전문구제단’이 편성되어 농작물 수확기 이전에 활동하고 있지만, 피해 발생 건이 접수되면 출동해 야생동물을 총기로 포획하는 봉사 성격이 강하다.
문제는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측이나 농작물 피해 대책을 요구하는 측 모두 전체 개체 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유지돼야 할 야생동물의 적정 수에 대한 정보도 없다. 적정 수보다 적으면 보호돼야 하고, 많으면 포획돼야 하지만, 적정 수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유해동물에 대한 대책이 없는 것이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많으면 적은 것보다도 못한 것이 야생동물 숫자이다. 여기에 몇 가지 관리대책을 생각해본다.
둘째, 야생동물보호법이 현실적으로 개정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야생동물보호법에 의하면 포획기간이 아니면 농장에 출현한 야생동물을 농장주가 포획할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불법적으로 밀렵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보호돼야 할 동물은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 그렇지만 개체수가 넘치는 동물이나 멸종위기에 있는 동물이나 보호법이 적용되는 일선 현장에서는 같이 취급될 수밖에 없다.
셋째, 식물도 보호 또는 퇴치해야 한다. 야생동물뿐만 아니라 식물 등에 대해서도 보호법이 적용대상이지만, 야생식물 채취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약초라는 이유로 야생에서 채취가 간단하다. 부족한 종에 대해서는 보호해야 하며, 유해식물에 대해서는 퇴치대책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필요한 것만 채취하지 말고 해로운 것도 제거해야 한다.
이상훈 경기개발연구원 창조경제연구실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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