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이름은 김형식, 나이는 올해 28살이고, 지난달 결혼을 하였습니다. 형식이와 친구가 된 것은 약 3~4년 정도 됩니다.

필자는 장애인시설의 자문위원을 하고 있는데 자문회의 때 형식이를 처음 보았습니다. 그 시설에서 운영하고 있는 특수학교(고등학교 과정)를 다니면서 그 시설의 생활인 대표로 자문회의에 참석하였습니다. 일반적인 학제에서는 매우 늦은 나이에 고등학교를 다니는 것이지만, 이 친구는 어릴 때 시설에 들어와서 뒤늦게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학교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장애상태(1급)도 심한데 공부하고자 하는 열정이 커서 그런지 학교생활도 모범적으로 해가고 있으며, 생활인 대표로 시설을 운영하는데 참여하였습니다.

이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 시설에서 운영하는 체험홈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보통 거주(생활)시설에서 생활하는 친구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거주시설로 돌아가는데 이 친구는 그것을 마다하고, 지역사회 내에 위치한 체험홈에서 1년을 훈련하고, 다시 다른 단체에서 운영하던 체험홈에서 1년을 더 살았습니다.

원래 체험홈은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지를 단기간(1년 내외)동안 제공하는 사업입니다. 체험홈 생활을 하면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근무하기 시작하였고, 처음에는 시간제로 차차 정규직원이 되는 과정을 거쳤고,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높아졌던 것이지요.

이 친구가 지난달 결혼을 하였습니다. 시설에서부터 사귀었던 예쁜 여자 친구와 결혼을 하였는데 결혼이 결정적으로 가능하게 된 것이 재미있습니다. 벌어놓은 돈이 없기에 같이 살 수 있는 집을 구하지 못하는 처지에 있었는데, 시설에서 독립하여 자립생활을 시작하는 부부들을 위해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자립생활 가정 대상자에 선정되었습니다. 자립생활 가정은 최장 5년 동안 거주지를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결국, 형식이는 최대 5년 동안 거처할 집이 생긴 것입니다.

어쩌면 거주시설에서 평생을 보낼 수밖에 없었을 형식이가 직장을 갖고, 결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자립생활을 원하는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체험홈과 자립생활 가정이라는 사업이 있었습니다. 자립생활 가정이라는 사업은 아직 경기도에서는 제공하지 못하고 있지만, 체험홈은 이미 제공되고 있는 사업입니다. 체험홈의 효율적인 운영과 가능하다면 자립생활 가정까지도 제공되어 진다면 내 친구 형식이와 같은 장애인들을 조금 더 많이 볼 수 있겠지요.

양희택 경기복지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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