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공경하는 삶이 아름답다

며칠 전부터 눈이 피곤하고 무엇이 낀 듯해서 병원에 예약을 하고 진료를 받았다. 이렇게 저렇게 진찰하고 사진 찍고 검사한 결과 의사 선생님은 안압이 올라 시 신경이 많이 피곤해 있다며 신경이 상할 수 있으니 눈을 덜 피곤하게 하란다.

그리고 사물을 가까이 보지 말고 멀리 보면서 눈의 피로를 풀어 주어야 한다고 했다. 진찰 후에는 동공을 키우는 약을 넣어 운전을 할 수 없어서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가급적 멀리 보려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종합병원이라 안과에도 환자가 얼마나 많던지. 오신 분들 보면 이만 저만한 사연과 아픔을 지닌 분들 같았다.

그 많은 분들 중 특별히 두 분의 환자를 보면서 느낀바가 있었다. 한 분은 호칭하는 모습에서 며느리가 모시고 온 시어머니였다. 그냥 아주 수수한 옷차림의 며느리, 칭얼대는 아기를 가슴에 띠를 띠어 안아 달래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그렇게 연세가 들지 않으신듯한데 몸은 많이 쇠약해 보이셨다. 그런데 아기를 안고 시어머니를 여기저기 진료실로 모시고 다니는 모습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워 보이던지. 아주 조심조심 아기를 다루듯 시어머니를 모시고 다녔다.

또 한분의 환자를 보았다. 아마도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딸과 친정어머니 사이였다. 두 분 다 차림새도 있어 보이고 여유로워 보였다. 다만 어머니가 연세가 좀 들어 보였다.

그런데 어머니를 향한 딸의 언행은 영 아니었다. 가령 “올케는 뭐한대? 오빠는 내가 그렇게 한가한 줄 알아?” 그러면서 이 진료실 저 진료실 끌려 다니다시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멀리 바라보다던 의사 선생님 말씀도 잊은 채 안압이 올라가 피곤이 더해 졌다.

멀리 바라보고 눈의 피곤을 풀고 싶은데 가까이에 이런 저런 모습이 가로막고 있었다. “이럴 땐 그냥 눈을 감지요”의 시구가 생각나서 눈을 감고 깊은 상념에 잠겼다.

공경하는 삶이 아름다운 이유는 하나님의 계명에 순복하는 삶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공경하는 삶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 인간의 죄 성을 이기는 삶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은 죄요 죄는 불순종의 영아래 있지만, 순종하고 공경하는 삶은 죄를 이긴 자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공경하는 삶-이것은 사람을 가장 아름답고 능력 있게 만드는 방편이다.

이관호 목사ㆍ수원기독교총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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