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글을 모두 떼지만 옛날에는 문맹이 참 많았다. 그래서 옛 속담에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아주 무식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지만, 역으로 말하면 옛날 농경사회에서 낫은 필수 농기구로 모르는 이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제는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는 속담은 점점 잊혀져가고 ‘기역자 놓고 낫을 모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추석 때 벌초를 하러 아들 녀석과 함께 고향에 내려갔다. 고향집 헛간에서 낫 한 자루를 챙겨 차 트렁크에 넣으면서 문득 궁금해져 아들에게 “너 낫질 좀 하냐?”라고 물었다. 아들 녀석은 “저 한 번도 안 해봤는데요”라며 머리를 긁적인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녀석이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벌초행사에 잘 참석도 하지 않았으니 낫질을 안 해봤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농촌이 고향인 우리 집 애들은 그래도 낫을 보기라도 해서 알겠지만 도시가 고향인 젊은이들은 낫질은커녕 낫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잘 모른다.
요즘 자라나는 아이들은 대부분의 지식을 학교수업을 통해 얻는다. 벼와 토마토를 그림으로 배우고 또 하루 세끼 쌀밥을 먹으면서도 정작 벼가 어떻게 자라 쌀로 바뀌는지는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농촌 중심의 우리나라가 최근 30~40년 급속도로 도시화가 되면서 농업농촌에 대해 접할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농촌에는‘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의 속담에 담긴 ‘낫’이 있는 곳으로, 아이들에게는 살아있는 교육현장이 될 수 있다.
깊어가는 가을, 이번 주말에는 자녀들 손을 잡고 단풍구경도 할 겸 잘 익은 벼들이 넘실대는 들판을 한번 구경해보자. 메뚜기도 잡고 벼 베기와 떡뫼치기 체험행사에도 참여해 보자. 요즘 여행 트렌드인 걷기와 체험을 직접 해본다면 아이들은 먹을거리의 소중함과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실제로 보고 느끼는 산교육을 받게 될 것이다.
고관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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