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여 명의 선수와 임원이 44개의 정규종목과 2개의 시범종목에서 실력을 겨루는 올해 전국체육대회는 내년 인천아시안게임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대회로 그 어느 때보다 관심과 기대가 높다. 시내 곳곳에 걸려있는 대회를 알리는 현수막과 안내문을 보면서 문득 십여 년 전 영국대사관 나눔 세미나에서 받은 ‘문화적 충격’이 새삼 떠오른다.
흔히 기부나 나눔하면 떠오르는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영국’이지만 그들의 나눔 방법과 시민 참여는 우리가 보고 배워야 할 훌륭한 ‘반면 교사’였다. 당시 우리에게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은 기부나 나눔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과 태도, 그리고 참여 방안이었다.
영국 공영방송인 BBC의 대표적 프로그램인 ‘코믹릴리프(Comic Relief)’는 한마디로 좀 우스꽝스럽다. 참여자들이 광대처럼 빨간 코를 달고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은 당시 ‘사랑의 리퀘스트’로 대변되던 슬프고 비장한 우리의 나눔문화 정서와는 너무도 달랐다.
그 후, 십여 년이 지나 이제 우리의 나눔 문화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비장하고 심각한 분위기에서 공익버라이어티를 표방하며 좀 더 밝고, 쉽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면서 나눔을 바라보고 참여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최근, 영국에서는 이제 ‘코믹’을 넘어 ‘스포츠’로 새로운 나눔문화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2001년부터 스포츠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스포츠 릴리프(Sport Relief)’는 달리기, 수영, 사이클 등의 생활 스포츠를 통해 스스로 완주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주위 사람들이 함께 기부와 나눔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스스로 정한 작지만 의미 있는 목표와 그 목표 달성을 위해 가족, 친지,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나눔을 생각하고 실천 방법을 배워나가는 영국의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도 건강과 함께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전국나눔체육대회’가 하루빨리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전흥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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