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고인돌과의 대화는 어떠신가요

유적지를 답사하면서 가장 행복함을 느끼는 시간은 고인돌을 만날 때이다. 그곳에 머물 때면 주변 환경이 주는 포근함과 아름다움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강화 부근리고인돌, 경남 창녕 유리고인돌, 중국 해성 석목성고인돌 등은 기회가 된다면 몇 번이라도 다시 찾고픈 곳이다. 고인돌 주변이 멋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덤, 제단, 기념물 등의 용도로 만들어져 위치 선정에 신경을 많이 썼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인돌을 답사할 때 주변 환경에 감탄을 연발할 때가 많을 수밖에 없다.

세계의 모든 고인돌 중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것이 유일하다. 한반도에는 4만여 기의 고인돌이 분포하는데, 이는 전 세계의 모든 고인돌을 합친 숫자보다도 훨씬 많다. 고인돌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데는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을 했으며, 민족과 문화는 어떤 경로로 이동해 가는가를 알려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고인돌을 만났을 때 흔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은 도대체 거대한 고인돌을 왜 만들었고 하필 돌로 만들었으며, 수 십 톤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의 돌을 어떻게 옮겼느냐하는 점이다.

고인돌을 크게 만든 이유는 청동기시대의 지배자들이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에 있고, 돌로 선택한 이유는 우리나라에는 고인돌을 만들기에 적합한 질 좋은 돌감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다란 고인돌을 축조하는 방법은 굄돌을 두 개 세운 다음 그 굄돌만큼의 높이로 흙 언덕을 쌓은 후 덮개돌을 끌어 올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 덮개돌의 무게가 200톤이 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고인돌도 있다. 화순 핑매바위고인돌과 고창 운곡리고인돌이 대표적인데, 이 두 고인돌은 덮개돌의 길이와 두께가 5m에 이른다. 이 고인돌을 어떻게 이동시켰느냐에 대해서는 고고학자들조차 그 방법을 내놓을 수 없을 정도이다.

경인지역에도 청동기 시대의 신비를 담은 600기 이상의 고인돌이 분포하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 가볼만한 고인돌은 연천 통현리, 포천 금현리와 수입리, 이천 수하리, 용인 왕산리, 오산 외삼미동, 수원 팔달산, 광명 철산동 등에 있다. 이들 하나하나는 세계유산에 등재된 그 어떤 고인돌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아름다움과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집 주변에 위치한 수 천 년 전의 고인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우리 민족의 위대한 유산인 고인돌을 찾아 선사시대 사람들과 대화하는 행복한 가족들의 모습을 많이 보고 싶은 것이 나의 작은 바람이다.

우장문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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