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몸담고 있는 학교 뿐 아니라 여러 기업체 및 관공서를 대상으로 회의를 진행하거나 행정업무를 처리하다보면 상대방으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들이 있다.
“통상 그래왔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러이러한 절차가 필요합니다.” 그들이 말하는 절차에 따라 일을 진행하다보면 그들이 말하는 ‘통상적 관행’들이 과연 옳은 것인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한 두번 들 때가 아니다.
특히 고정된 인원이, 고정된 업무를 하며, 고정된 기간 (정년) 동안 외부의 저항을 거의 받지 않는 대학 및 기타 교육기관은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오히려 파격적인 제안과 새로운 시도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만 받은 채 묻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상적 관행에 대해 생각해 볼만한 일화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제정 러시아 시대 한 지방의 궁전에 넓은 잔디밭이 있었고 그 한 가운데 항상 경비병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경비병은 주기적으로 교대됐는데 무엇 때문에 정문 앞도 아닌 담장 옆도 아닌 그 곳에서 보초를 서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어느 날 새로 부임한 장교가 그 이유가 궁금해 수소문해보니 그 이유는 이러했다. 200년 쯤 그 잔디밭 한가운데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궁전의 책임자는 그 꽃이 누군가에 의해 훼손될까봐 주위에 경비를 서도록 명령했다는 것이다. 그 후 꽃은 시들어 죽고 없어졌지만 보초 중지 명령이 없었기에 그 관행은 계속 이어졌던 것이다.
일찍이 소크라테스는 “내가 아는 유일한 것은 내가 아무 것도 모른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백지상태에서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심사숙고 하다보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무의미한 일상적 관행을 고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다. 사회 각계에서 밤낮 없이 앞만 향해 달려가는 조직구성원들은 내일 또한 무수히 많은 일상적 관행들을 맞이할 것이다.
의미 없는 일상적 관행에 대해서 단 한번만 고민해 보자. 이유 없이 형성된 일상적 관행은 없지만, 그것들 중 상당 부분은 이미 현실세계와는 맞지 않는 것들이다. 그 옛적 러시아의 젊은 장교 같은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는 한 단계 도약해 나갈 것이다.
김용규 경희대 체육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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