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전자파에 대한 기초 건강상식

지난달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과한 법률안’, 이른바 ‘송주법(안)’이 통과됐다. 경기도는 위 법률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전력공사의 ‘전국 송전탑 건설 및 보상 관련 현황 자료’를 보면 경기도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송전탑 민원이 가장 많이 제기된 지역이자 설치 관련 보상이 미완료된 건수가 제일 많은 지역이다.

내 땅 위에 초고압송전선이 지나간다고 생각해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이다. 송전탑을 둘러싼 여러 쟁점과 갈등의 출발점이다. 특히 보상기준과 범위 산정의 조리개이다.

UN산하 국제암연구기구(IARC)는 1999년에 전자파를 발암인자 2등급으로 분류해 ‘발암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규정했고, WHO에서는 1996년부터 2005년까지 전자파 노출에 대하여 건강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 연구를 수행했다. TV 퀴즈프로그램에 참석해 ‘전자파가 인체에 대해 유해한가’를 묻는 질문을 받는다면 ‘아니다’라는 ×표를 자신 있게 들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건 기초 건강상식이기 때문이다.

송전탑 등과 관련한 소송이 여러 차례 있었다. 1997년에 선고된 경기도와 관련된 소송사례를 살펴보자. 한국전력공사가 용인시에 325㎸의 송전선과 송전탑을 건설하려고 하자 그 일대 토지소유자가 그 시설로 인한 환경피해를 주장하며 송전선로건설사업승인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판결은 토지소유자들의 패소로 끝났다. 법원은 전자파의 영향으로 백혈병, 뇌종양 등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등의 주장을 배척했다. 증거부족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초고압송전선에 의해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피해가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 아니고, 관련 논문의 제출만으로 입증이 어렵다면 정부와 국회가 역학조사에 나서야 한다. 충분한 역학조사에 기초하여 법률이 만들어지고 보상이 집행되어야 국민의 재산권과 기본권이 보장된다.

이른바 ‘송주법(안)’은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자의적인 보상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재원조달의 어려움을 이유로 개인에 대한 직접 보상 수준 현실화와 잔여지 보상에 관한 개정작업을 외면하면서도 뜬금없이 주변지역에 대한 간접보상을 홍보하고 있다.

객관적 조사 없이 공사강행을 위해 만들어진 졸속입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만하다. 먼저 광범위한 실태조사를 선행하고, 국민의 상식과 재원조달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신중한 입법이 필요하다.

오도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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