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부모를 돌보는 자식과 성년의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노모 이야기가 성년후견제도를 이해하기 좋은 예다. 혼자 둘 수 없어 하루 종일 누군가 옆을 지켜야 하고, 병원에 갈 때도, 세금을 낼 때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사랑과 정성에는 시간과 돈 그리고 인내심도 필요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인내심은 시간과 돈에 취약하고, 시간은 인내심과 돈이 적어질수록 천천히 그리고 고통스럽게 지나가고, 돈은 시간과 인내심 보다 빨리 바닥을 드러낸다. 이런 경우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선정한 전문가가 보살핌을 분담해주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가정이나 개인에게 보살핌을 분담해주는 사람의 보수까지 지원해준다면 이야말로 맞춤형 복지서비스가 아닐까.
지적장애를 겪고 있는 마흔을 넘긴 딸과 함께 단둘이 살고 있는 80세가 넘은 노모가 지적장애인인 딸을 혼자 둘 수 없어 집에 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은행도 병원에도 함께 다니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힘들고, 자신이 죽을 경우 딸이 혼자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하였는데, 지방자치단체장이 후견심판청구를 해 비용을 들이지 않고 가족이 아닌 제3자를 후견인으로 지정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복지정책적 관점에서 이용자의 ‘비용 부담’을 해결해야 국민이 자주 이용하는 제도로 뿌리내릴 수 있다. 이 점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후견사무비용을 부담하는 방안에 대한 입법정책적 접근의 필요성이 크다.
보건복지부가 내년도 발달장애인 성년후견제도 예산으로 12억원을 편성한 것은 환영할 만하나 입법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지속적이고 발전적인 예산확보를 장담할 수 없다. 성년후견제도가 민법에 규정되어 있지만 앞으로 제도의 운영과 정비에 있어서 사법과 복지정책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을 유지해야 제도의 취지도 살리고 제도의 정착과 활성화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오도환 변호사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