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음악, 연주가, 그리고 본질적 행복

음악은 무엇인가. 음악은 소리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소리를 만들어 내는 예술이다. 이를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연주자이다. ■ 음악은 진실 음악은 영혼의 안식처이다. 음악은 인간의 공허를 채워주는 최고의 창조물이다. 음악은 가장 정직한 친구이며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음악은 우리의 영원한 동반자이며 가장 위대한 사랑이다. 음악을 통해 인간에게 숨겨진 감성과 감각이 드러나며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게 해준다. 음악은 부족한 감정을 강화 또는 완화해 주기도 한다. 완전하지 못한 인간들의 부끄러운 요소들을 채워주는 따뜻한 위로가 된다. 인간들은 그들이 만들어낸 언어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실패한다. 그러나 음악은 풍성하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감정을 표현하게 해준다. 음악은 분명히 강한 치유의 능력이 있다. 음악을 통해 절망과 외로움에 찌들어 오늘을 생의 마지막 날로 생각하는 영혼들을 충분히 위로한다. 음악이 없는 삶은 가치가 없다. 음악은 단순한 오락이나 흥미의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진정한 음악의 본질은 세상에서 가장 험하고 높은 산보다 위대한 것에 오르게 한다. ■ 연주가의 본질 연주가로 미친 듯 또는 정상이 아닌 듯(crazy) 살아가지만 그것이 어리석음 또는 바보 같은 행동 (foolish)은 아니다. 내가 음악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음악이 나를 선택한 것이 진실에 가까운 표현이다. 연주를 통해 상상할 수 없는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며 살아왔다. 음악을 전혀 모르는 촌로에게 베토벤의 열정을 전하며 새로운 감동의 세계를 열어 주었으며 어머니를 잃고 연주 홀 구석에 비통하게 자리 잡은 소년의 가슴을 보듬어주는 브람스 음악으로 날개를 띄울 수 있었다. 우연히 연습실을 스쳐 지나가던 우체부에게 들려준 하이든의 낯선 멜로디는 그가 받은 최고의 보너스가 되었다.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음악의 본질이다. ■ 연주자의 험한 길 음악을 쫓아 험한 길을 걷는많은 연주자가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연주가는 새롭고 신선한 주제로 매일 아침을 맞을 수 있다. 꽃보다 진한 음악의 향기를 느끼며 열정의 끈을 놓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연주가는 저절로 생성되는 것은 아니다. 연주가는 엄청난 양의 노력을 깃들여야 한다. 몸 안의 정신적, 영적, 그리고 물리적인 성분이 음악의 섬세한 세포로 가득 차 있어야 진정한 연주자가 될 수 있다. 물론 어려운 선택이 되겠지만, 음악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끝없이 떠오르는 영감과 샘솟는 에너지를 음악에 실어야 한다. 그래서 늘 도전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연주가의 길을 걷는 후배들이 어려운 이 길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는지 물어온다. 대답은 간단하다. 그러나 실천은 어렵다. 세상의 무엇보다 더 음악을 사랑하는가? 함신익심포니 송 예술감독

[문화카페] 그림책을 ‘문화예술’의 한 장르로 독립시켜야

그림책은 그림을 그리는 그림작가와 글을 쓰는 글작가가 협업을 하기도 하고, 한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완성하기도 한다. 이처럼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서로의 영역에서 역할을 다해 하나의 책으로 완성되는 장르로써 미술과 문학의 어우러짐이 기반된다. 오늘날 그림책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청소년, 성인, 노인에 이르는 전 세대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림책을 전문으로 내세운 그림책카페, 그림책서점, 그림책도서관 등이 지역 곳곳에서 생겨나고 그림책지도사, 그림책 큐레이터 등의 직업이 생성되었으며, 원주그림책도시를 비롯해 순천, 군포, 광주, 제주 등이 그림책을 포인트로 한 문화도시로 나아가고자 박차를 가하는 관 주도의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2000년대 중반 이후로 한국 그림책은 세계 출판계가 주목하는 볼로냐어린이도서전, BIB 등에서 꾸준한 수상 실적을 쌓아오며 두각을 나타내다, 최근에 이르러 백희나 작가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기념 상을 받는 등 세계무대에서 여느 인기 한류 문화에 뒤지지 않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 그림책의 질적, 양적 성장세는 나날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그림책의 미래를 위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는 부분은 미미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문화예술진흥법은 문화예술이란 문학, 미술(응용미술을 포함한다),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연예(演藝), 국악, 사진, 건축, 어문(語文), 출판 및 만화를 말한다고 제2조에서 정의한다. 제도 속에서 그림책은 문학의 하위 분야에 속하고 있는데, 이는 그림책의 주요 요소인 그림을 문학의 범주로 분류하는 것과 다름없으며 그림책 진흥을 위한 사업 역시 문학의 언저리에서 맴돌게 제한한다. 그렇다면 그림책이 보여주는 민족문화 창달의 지점은 어떠한가. 해외에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리는 것을 민족문화의 창달의 한 축이라고 본다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도서저작권 수출 실적 조사 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수출된 전체 4천683건 중 46.7%에 이르는 2천186건이 아동 분야이다. 그림책이 별도로 구분되어 있지 않아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다는 것도 안타깝지만, 업계 추이를 볼 때 그 중 그림책 수가 압도적임은 분명하다. 반면 문화예술로 정확하게 구분된 문학은 666건으로 14.2%, 만화는 596건으로 12.7%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그림책 산업은 작가와 출판사의 뼈를 깎는 자생적 노력으로 성장해왔으며 마침내 세계무대에서 주목받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창작이나 출판의 환경이 경제적으로 몹시 불안정하다는 것을 숨기기 어려울 정도다. 이러한 때에 그림책을 또 하나의 문화예술 장르로 독립, 추가하여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련 사업과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문화예술진흥의 목적에 진정으로 맞닿는 결과가 우리의 그림책을 통해 보다 더 분명하고 빠르게 도출될 것이라 확신한다. 오승현 글로연 편집장

[문화카페] 행복예절관

예절관(禮節館)은 예의범절 즉 모든 예의와 절차를 가르치는 곳이다. 일반적으로 예절관이란 명칭 앞에는 지역의 이름, 이를테면 평택예절관, 안양예절관 또는 용인예절관이라고 쓰고 있다. 그런데 안산만은 행복예절관이라고 칭한다. 행복 즉 Happiness라는 말은 지칭이 아닌 추상명사여서 내가 행복예절관을 처음 들었을 때 한참이나 거리감이 좁혀지지 않았다. 그러한 행복예절관의 대문을 아침저녁으로 드나들어도 행복은 내게 착 안기는 맛이 없었다. 왠지 행복은 남의 동네 이야기 같기만 하고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 뒤에 숨어서 잘 나오지 않았다. 스스로 인색하고 욕심이 높아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하물며 어쩌다 예절에 관심이 있는 분이 아니라면 예절이란 단어에 흥미가 당기지 않는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가끔 요즘 같은 시대에 관혼상제를 배워서 어디다 쓰느냐고 그것도 공부까지 해가며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느냐며 묻는다. 또 어느 여성분께 이번 학기에 예절관 프로그램을 새롭게 단장했으니 신청해보시라고 권유했다가 제가 예절이 없어 보여요?라는 난감한 답을 들은 적도 있다. 그렇다면, 예절은 왜 하는가. 예절에서는 마음속의 생각(意思)을 실제(實際)라고 한다. 이러한 실제인 생각을 막히지 않고 상대방과 잘 통하게 하는 것을 소통이라고 하는데 의사를 소통하는 데에는 격식(格式)이 있다. 이 격식에는 어휘와 어법으로 하는 언어 예절과 행동으로 나타내는 행동 예절이 있는데 이 언동(言動)의 일치를 가리켜 참 예절이라고 한다. 그러나 언동의 일치가 그리 쉬운 일인가. 주자(朱子)의 소학(小學)에 예가 아니면 보지 말며(非禮勿視) 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非禮勿聽)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며(非禮勿言) 예가 아니면 동하지 말라(非禮勿動)했던 것은 그 오래전에도 말이 안 되는 소리가 있었기에 이런 내용을 어린아이들에게 가르친 것이 아니었을까. 우리가 잘 아는 이솝의 우화에, 늑대는 부리가 긴 두루미에게 국물을 접시에 담아 대접하고 두루미는 늑대에게 목이 긴 병에 담아 대접한 것은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하고 자기 처지에서만 상대를 대접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예절을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늑대와 두루미는 물론 망설이다 때를 놓쳐버리는 벙어리가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일 것이다. 예절의 본질은 결국 마음속의 생각을 격식이라는 과정을 통해 사람이 사람으로서 사람다워지려고 끊임없는 자기관리(修己)와 원만한 대인관계(治人)를 형성하고자 부단히 공들이고 또 공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리를 보라, 얼마나 자유로운가. 공공장소나 직장에서 편하게 풀어놓고 격식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며 제멋대로 자세를 취해도 누구 하나 지적하지 않고 지적하면 오히려 공격당하는 세상이 돼버렸다. 우리는 모두 자기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그 누구도 남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마음속의 생각을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는 격식을 법도대로 배우고 익히도록 하는 곳이 요구된다. 바로 해피니스예절관의 몫이기도 하다. 강성금 안산시행복예절관 관장

[문화카페] 입추를 앞둔 단상

절기는 바야흐로 가을의 시작인 입추를 앞두고 있는데 아직 긴 장마가 끝나지 않아 폭우로 인한 피해가 늘어가고 있고 늦더위도 예상되어 걱정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폭우와 폭염이라는 불청객의 방문으로 지구촌을 힘들게 하고 있으니, 코로나19로 힘든 시절과 겹쳐 안타까운 마음에 그저 하늘만 올려보며 장마가 물러가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전통 농경사회에서 입추 무렵은 벼가 한창 익어가는 때여서 맑은 날씨가 계속되어야 했다. 하지만 입추가 지나서도 비가 닷새 이상 계속되면 가을 풍작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조정이나 각 고을에서는 비를 멎게 해달라는 기청제(祈晴祭)를 올렸다 한다. 음식의 가짓수를 줄인다고 비가 멈추지는 않겠지만 백성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하늘을 공경하는 경천애민(敬天愛民)의 실천인 동시에 지도층의 절제와 사회적 책무를 당부하는 의미도 있었다고 생각된다. 우리 전통의 품앗이와 두레의 정신을 떠올리며 올 여름 휴가는 수해지역을 찾아 자원봉사를 하거나 지역 농산물을 구매하는 등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정신을 발휘했으면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감염자 확산이 줄어들며 박물관, 공연장을 비롯한 공공시설들이 다시 재개관을 시작했다. 코로나 감염 확산을 위해 부득이한 조치였지만 예술관련 시설의 운영중지와 행사의 취소로 인해 많은 예술가들이 무대를 잃고 상실감에 젖었고 생계도 지장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재개관은 반가운 소식이다. 힘이 들수록 예술을 통해 심미적인 만족과 심신의 안정을 취하고 카타르시스를 통해 새로운 삶의 의지를 갖게 하는 것이 예술의 사회적 기능이기에 예술관련 공공시설의 휴관은 신중하면서도 제한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공연장을 비롯한 예술관련 시설은 일반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인 동시에 예술인들이 창작을 하고 관객과 소통하는 삶의 공간이기에 철저한 생활 방역과 건강수칙을 지켜 다시 공연장이나 박물관, 미술관 등이 문을 닫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존의 일상과는 다른 비대면 문화가 새롭게 주목받으며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학교 교육에 있어 원격교육 및 온라인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기술적 대안과 함께 다양한 발전방안들이 나오고 있어 교육 현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질 것 같다. 여름이 지나고 9월과 10월에 예정된 많은 지역 축제들 또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새로운 축제 프로그램 개발은 물론이고 생활방역과 축제의 조화로운 운영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비대면의 시대를 살아가며 우리는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게 됐고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인류의 긴 역사가 환경에 대한 적응과 새로운 도전을 통해 문명을 개척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갔기에 이 위기 또한 훗날 한 시대를 구분하는 분기점이 되리라는 낙관적인 생각을 하며 오늘도 발열체크를 하고 QR코드를 찍으며 일상을 시작한다. 이 또한 훗날의 추억이 되리라. 한덕택남산골 한옥마을 상임예술위원

[문화카페] 불확실성 vs 확실성

심리학자 마리아 코니코바 (Maria Konnikova)는 불확실성과 함께 사는 현대인들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주의를 기울이고 세심하게 대응하라. 확신을 갖는 것은 좋지만 더 질문하라. 안 좋은 일이 닥쳤을 때 우울해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처하기보다 상황을 관찰하고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판단하라. 불확실성(Uncertainty)은 어떤 사물이나 일에 관해 의심되거나 확신이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지속되는 코로나19로 인해 세계는 불확실성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불확실성에 대한 일반적인 대응은 두려움에 빠르게 젖어들어 평소의 익숙한 생활패턴 보다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패턴으로 변화한다. 이에 따른 불편함 정도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감수해야 하고 큰 문제로 삼지 않는다. 어느덧 우리 주위에 반년 이상 머무는 전염병은 잠시 피었다 사라지는 annual flower(1년생 꽃)가 아닌 perennial(매년 다시 피어나는 다년생 꽃)이 되어가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백신과 치료약이 가까운 시일 내에 개발되어도 지구촌 전체에 보급되려면 예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 불확실한 심적 상태에서는 필수적인 움직임 외에는 여타활동을 기피한다. 공연이 취소되는 고통도 뒤따른다. 지구 곳곳의 예술단체들이 내년시즌의 계획과 그 성공을 예견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럼에도 인류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피하거나 지나치게 움츠리는 것도 바른 선택이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지나온 수개월의 암울한 터널을 지나며 숨 막히는 이 사회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확실성을 높이고자 무슨 노력을 기울였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확실성(Certainty)은 어떤 사물이나 일을 의심 없이 신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며 기회는 순식간에 지나가고 경험은 유동적이며 판단은 어렵다.(힙포크라테스 격언) 예술은 인류역사상 가장 확실하고 고귀한 유산이다. 인간들이 힘써 추구하는 기회의 획득과 재물의 축적은 삶의 편의를 제공하는 중요한 요소일 수 있지만 잠시 후 사라질 들판의 풀과 아침의 안개와도 같다. 예술활동을 이끌어가는 클래식 공연계는 확실한 가치와 사명감으로 담대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전보다 더욱 활발하고 확실하게 이 어두운 사회를 이끌어가야 한다. 지친 국민을 무엇으로 위로할 수 있을까? 이들을 치유할 수 있는 음악적 힐링에 눈을 돌려야 한다. 죽음이 눈앞에서 바람처럼 스쳐가는 처절한 전쟁터 한구석에서 연주되는 하모니카 소리가 적과 아군의 마음을 잠시나마 포근하게 한다. 폭격으로 폐허가 된 바르샤바 교외의 한 주택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소리는 점령군을 감동시킨다. 온 종일 입안에 단내가 날 정도의 훈련 후 달빛 스며드는 초소에서 읊조리는 어머니를 그리는 노래는 천사들의 칸타타였다. 음악이 평화와 위로를 가져오는 가장 확실성 있는 무기이다. 예술은 확실성의 요람이며 무덤이다. 바야흐로 황폐한 생활에 예술을 통해 활력을 전해줄 시간이 도래했다. 연주자와 연주단체들은 지속적인 탐구와 노력으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장르의 연주형태를 혁신적으로 개발하여 청중과의 지속적인 만남을 이어가는 것에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전염병으로 인한 예술계의 후퇴는 있을 수 없다. 예술은 청중과의 직접적인 만남으로 인해 화려하게 꽃필 수 있다. 같은 장소에서 숨 쉬며 느끼는 공존의식이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기력에 빠져 있는 국민을 위해 선봉에서 아름다운 노력을 기울이는 예술가들을 사랑하자. 그리고 그들이 아름다운 역사를 만들 수 있도록 아끼고 보살피자. 함신익 심포니 송 예술감독

[문화카페] 츠다야의 성공신화, 라이프스타일 기획

일본 규슈 다케오(武雄)시는 도서관과 카페와 서점이 동거하는 독특한 구조의 시립도서관으로 유명하다. 인구 5만의 소도시 도서관은 개관 1개월 만에 이용객 10만을 돌파하는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2006년 새로 부임한 도쿄대 출신의 젊은 시장 히와타시 게이스케(渡啓祐)의 행정개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국내에서도 많은 공립도서관이 이를 벤치마킹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실제 다케오시립도서관 성공은 츠다야(屋)서점에 그 운영을 위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츠타야는 일본 최대 CDDVD 판매. 대여 업체이자 최고의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츠다야 서점의 민간 운영방식이 공공도서관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다. 도서관 내에는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고 서점과 휴식공간이 공존한다. 고객들은 느긋하게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밤늦게까지 책을 볼 수 있고 도서관 안에서 담소를 나눌 수도 있다. 책의 진열도 1920년대 도입된 십진분류 방식과 달리 20여 개의 주제별 분류체계를 도입하여 편의성을 강화하였다. 요리책 코너에는 식기를 나란히 진열하고, 여행 책자 옆에는 관련 영화 DVD가 함께 자리한다. 일반서점과 달리 베스트셀러 코너를 없앤 대신 소파와 탁자를 곳곳에 배치했다. 또한 각 장르에 정통한 직원들이 고객의 기분에 맞게 음악과 책도 추천해준다. 이런 이유로 츠타야 서점은 일본인들에게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으로 손꼽힌다. 국내에서도 교보문고 등 서점들이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지만 츠다야의 외형을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있을 뿐이다. 1983년 작은 서점에서 출발한 츠다야는 일본 전국에 1천400여 개의 매장을 가지고, 연간매출액 2조 원 이상에 달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런 성공신화를 일궈낸 주인공은 CCC(Culture Convenience Club)의 마스다 무네아키(增田宗昭) 대표이다. 그는 자신을 기획자라 소개하며 미래사회는 디자인과 같은 지적자본이 중심이 될 것이라 주장한다. 그는 생활문화인 라이프 스타일을 기획한다. 그는 자신의 경영철학으로 고객가치와 라이프스타일 제안 두 가지를 꼽고 있다. 그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고객가치이다. 매장(賣場)을 매장(買場)으로 인식하고 판매자 중심이 아닌 구매자 중심의 편안함을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또한, 라이프스타일의 제안은 가속도로 변모하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읽고 선제적으로 이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 제안을 그는 기획, 디자인이라 하고 이 기획과 디자인의 역량은 미래사회를 선도할 지적자본이라 한다. 그는 고객들에게 편안한 휴먼스케일의 공간을 제공하는 일을 라이프디자인의 핵심으로 삼는다. 기업의 운영방식 역시 휴먼스케일의 조직을 추구한다. 대기업처럼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직렬형, 관료형 조직이 아니라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하여 직원들 모두를 동료관계인 병렬형 조직으로 운영한다. 또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의적 역량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조성한다. 고객과 사회에 대해서도 병렬형, 크라우드형으로 인식하고 있는 데 이러한 사고가 창의적인 라이프스타일 디자인으로서의 지적자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이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공공기관의 성패 역시 얼마나 풍부한 지적자본을 생산하고 제시할 수 있는가로 결정될 것이다. 김찬동 수원시립미술관장

[문화카페] 깨어 있는 독자의 조직된 힘

또 터졌다. 도서도매상 인터파크송인의 부도 소식을 듣고 나온 출판인들의 첫 번째 일성이었다. 벌써 세 번째다. IMF외환위기 때, 2017년, 그리고 2020년. 2017년의 부도에서 피해 출판사들의 채권 탕감, 공적 자금 투입, 인터파크의 인수로 정상화됐으나 2000년 중 주문량이 가장 많았던 5월 지불을 앞두고 급작스레 또다시 기업회생 신청을 했다. 송인서적이 부도를 내고 회생을 거듭하는 사이 그들이 만든 태풍으로 인해 주저앉아야 했던 중소출판사는 한둘이 아니며, 특히 이번에는 선입금을 하고 책을 받았던 동네책방에까지 그 피해가 미치고 있어 안타까움이 더한다. 연거푸 당한 이러한 사태 앞에서 도서유통구조의 공공화라든가 제3의 대안 마련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한 실정이다. 격랑처럼 몰아치는 도서유통의 불안함 속에서도 출판계에 촛불과도 같은 희망을 보여주는 이들이 있다. 바로 독자들이다. 적극적인 독자들의 책을 향한 자발적인 지지와 연대는 그 어떤 정책보다도 출판계에 따뜻한 응원을 보내준다. 3ㆍ1운동 100주년이기도 했던 2019년에는 그와 관련된 책들이 다수 출간되었는데 그 중 우리나라 100년의 근현대사를 개인의 인생으로 풀어낸 김지연 작가의 『백년아이』라는 그림책이 눈에 띄었다. 이 책이 나오자 독서모임 선향에서는 『백년아이』 연보에 맞춰 대한민국 근현대사 100년의 역사와 관련된 책, 그림책, 영화, 음악 등을 모아 『백년아이』를 펴낸 다림출판사에 건넸다. 다림출판사는 그 자료를 대형 포스터로 만들어 전국의 작은 도서관과 동네책방에 무료로 배포하며 또 다른 책 읽기의 바람을 몰고 왔다. 인스타그램에서는 그림책 나눔을 하는 독자들이 있다. 가슴을 울렸던 그림책, 좋아하는 출판사의 그림책, 혹은 권하고 싶은 그림책을 골라 직접 구입을 하고 정성껏 포장을 해서 이벤트를 통해 꾸준히 나눈다. 정말 공짜냐고 의아해하는 분들도 있지만, 책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마음을 백번 이해하고 공감할 것이다. 마치 맛있게 먹은 음식을 권하듯 자신이 그림책을 통해 받은 위로를 타인과 함께 나누려 그림책을 전하는 이런 이벤트를 진행하는 분들 역시 점점 많아지고 있다. 많이 가져서가 아니라, 내가 좋았던 것을 누군가와 나눔하고 싶은 마음이 책에 닿고 있다는 것이 출판계에는 큰 응원이자 희망이다. 그 뿐만 아니다. 독자들이 직접 매거진을 만들어 책에 대해 탐구하고 토론하며 그들의 시각에서 맛깔 나게 요리하기도 한다. 슬로건도 확실하게 독자기반 그림책 매거진으로 표방하는 라키비움J의 이야기다. 2018년에 창간호가 출간된 라키비움J는 올해에 3호를 발간했는데, 발행부수도 창간호 800부에서 3호는 2천200부로 늘었으며, 출간 후 한 달 내에 거의 매진 기록을 세우고 있다. 기자단 모두 독자들이다. 그림책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주고받던 독자들이 모여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또 다른 독자들은 매번 색다르게 펼쳐지는 라키비움J를 열렬히 기대하고 반기며, 진정한 독자들만의 그림책 마당을 펼쳐나간다. 그들의 활동이 활발해질수록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곳은 출판계이다. 라키비움J 3호 심층 코너에 소개된 그림책 『인어를 믿나요?』는 잡지가 출간되자마자 전 온라인서점에서 매진되었으니 말이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가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면, 출판계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독자의 조직된 힘이리라. 그들이 있기에 태풍 속에서도 버텨내는 힘을 얻는다. 오승현 글로연 편집장

[문화카페] 어디만큼 왔느냐

이 노래는 4~7세부터 유아들이 하는 놀이다. 일단 가야 할 목적지를 정해 놓고 눈을 감은 후 출발하면서 뒷사람이 어디만큼 왔느냐 하면 앞사람은 당당 멀었다 어디만큼 왔느냐? 또 물으면 앞 사람은 눈을 살짝 뜨고 목적지를 살피면서 당당 멀었다 하다가 나중에는 다 왔다고 한다. 목적지가 너무 빤해서 눈을 감지 않고 해도 이 놀이는 재밌고 감은 눈을 슬쩍 떴다가 감으면서 박자 맞추며 놀아도 정겹고 아늑한 추억의 노래다. 대망의 2020년 봄은 송두리째 날아가고 이제나저제나 손꼽던 유월도 칠월도 가뭇없이 넘어가고 있다. 얼마 전 티브이를 보니 한 어부는 너무나 가난하여 쌀밥이 먹고 싶어 열네 살에 고깃배에 올랐다고 했다. 그 어부는 바다의 성난 풍랑 앞에서 서둘러 어망을 걷어 올리고 있었다. 왜 그리 서두르느냐고 묻자 자연 앞에 사람은 가랑잎과 같다.고 답했다. 사람이 아무리 잘났어도 자연 앞에서는 가랑잎에 불과하다는 그 어부의 말은 바다 위에서 배 안에서 터득한 구릿빛 철학이리라.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했던가. 언젠가는 끝나겠지 하면서도 기약 없이 끌고 가며 당당 멀었다고 하니 삼삼오오 눈만 뜨면 지극히 평범했던 일상을 그리워하며 아쉬운 마음들을 토해낸다. 그러면서 흐르는 물에 비누로 손 꼼꼼하게 씻기, 사람과는 일정한 간격 유지하기, 다중이용공간 안가기, 컵 식기 개인 물품 사용하기, 식사 때도 거리 유지하고 기침 예절 준수하기, 무엇보다도 불필요한 외출 모임 외식 행사 여행 연기하거나 취소하기, 집에 일찍 들어가기. 그래서 이 대목에서는 당연히 언제까지 이래 살아야 하는 거야 볼멘소리다. 그렇지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 맞다. 방학 때의 행복예절관 인기품목은 단연 예절학당이다. 읽고 쓰는 사자소학효행편 붕우편은 물론 한복 입고 절 배우기, 민화 부채 만들기, 다례실습, 식탁예절 등 4일간의 방학 학당은 애들만의 잔치가 아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학구열 높은 어머니들은 처음엔 서로 비교경쟁하는 듯하다가 나중에는 사교의 장이 되어 마지막 날엔 아이들보다 더 아쉬워한다. 겨울방학 예절학당이야 이미 넘어갔지만 아무리 그래도 여름방학 예절학당은 열게 되리라 내심 기대했는데 칠월에 들어섰는데도 깜깜이가 되어 이제 도리 없이 모든 수업은 비대면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청소년 비대면 수업은 지역아동센터, 다문화, 그룹 홈, 대안학교,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진행하지만, 성인프로그램은 수강생 없이 강사만 수업을 진행하게 되니 이건 진땀 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학점과 상관없는 교양강좌를 꼬박 몇 시간씩 화면을 바라보고 경청할 수강자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생각해보면 기발한 아이디어를 착상해 내지 않고서는 완성도가 낮을 것 같아 어지러울 지경이다. 우리는 서로 바라보고 어제의 안부를 물으며 머리에서 발끝까지 그리고 집안의 대소사까지 바리바리 펼친다. 그러면서 보이차 어떻게 마실 것인가, 홍차의 모든 것, 말차와 우리의 녹차, 조상의 건강 음식, 임금님의 여름 보양식, 우리 술 가양주, 이야기가 있는 찻자리, 들꽃자수, 스카프 염색, 다화 등등 실제로 만들고 시음하며 평가한다. 이렇게 길들여진 예절관 수업이었는데 그 수강생들이 이론만의 온라인을 과연 마음 다해 들겠는가 말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김없이 먼저 뉴스를 보게 된다. 잦아들지 않는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불안하다. 설혹 당당 멀었다 하더라도 조심조심 하루를 연다. 머지않아 다 왔다.. 분명히 그날이 올 거라고 믿으며. 강성금 안산시행복예절관 관장

[문화카페] 젊음이여 열정, 도전, 인내로 준비하라

코로나19로 일상의 활동이 제약을 받는 가운데 벌써 7월을 맞이하게 되었고 늦은 개학을 하고 비대면 온라인 강의로 진행되었던 각 대학도 종강과 함께 여름방학에 접어들었다. 필자 또한 지난 학기 강단에서 학생들과 함께했지만 코로나로 인한 비상 상황으로 학생들과 만나지 못하고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하고 아쉬움 속에 한 학기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비대면 수업 원칙에 따라 다중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실시간 강의를 하거나 사전에 녹화한 영상을 통해 강의를 진행하는 등 갑자기 바뀐 환경 속에 교수진과 모든 학생이 혼란스럽고 적응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온라인 강의에 대한 필요성, 문제점과 보완할 점 등을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원격 교육 환경 또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만으로는 전달하지 못하거나 배울 수 없는 부분도 있으니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오가는 질문과 답변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거나 눈을 맞추고 교감해야 하는 예술전공 과목들은 아직도 풀어야 할 많은 숙제를 남기고 있다. 이번 주 강의에서는 한 학기 동안 함께한 학생들에게 격려와 당부의 메시지를 담은 영상으로 수업을 마무리했다. 대부분의 학생이 공연 창작이나 미디어창작 등을 전공으로 하는 학생들이기에 다양한 경험과 사고가 필요하기에 조심스럽게 내 경험과 각자가 준비해야 할 것들을 이야기하듯이 들려주었다. 아마 취업이나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20대들에게 공통으로 해줄 수 있는 이야기라 생각되어 여기에 옮겨본다. 첫째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와 좋아하는 분야를 명확하게 찾아내는 일이다. 당장 성취보다는 긴 안목으로 오래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면 다양한 경험과 조사가 필요하며 자기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변화하는 환경과 기술의 발전 속에서 도태되지 않으려고 무엇보다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과 확신이 필요하다. 둘째로 자신을 스스로 브랜드화하는 것이다.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오랜 시간 실력을 연마하며 준비한 자만이 성취를 이룰 수 있기에 당장 결과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하기보다는 부족한 점을 채우고 스스로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진취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라는 말처럼 인생은 길고 행운도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 셋째로 풍부한 교양과 상식은 물론이고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꾸준한 독서를 하는 것이다. 독서를 통해 깊이 있는 사고와 통찰력을 키우며 다양한 간접체험을 하는 것은 인문학적 소양은 물론이거니와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적인 사고를 가능케 해준다. 마치 낙수 물이 바위를 뚫는 것처럼 오랜 시간의 독서는 거목의 나이테와 같이 나 자신을 단단하고 촘촘하게 만들어준다. 젊음은 다시 오지 않는 기회이기에,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누가 주체적이며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길을 가게 되고 다른 성취를 얻게 될 것이다.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며 그 꿈을 이루고자 눈앞의 현실에 만족하기보다는 멈추지 않고 창의적인 도전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꿈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으니 인내할 줄 아는 사람만이 도달하고 성취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인 멈춤이나 지체는 있지만, 우리 모두가 직면한 문제이기에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알차게 자신을 개발하고 역량을 키우는 데 쓰느냐가 관건이다. 젊음이여 좌절하기 말라, 열정을 갖고 무한히 도전하고 인내하며 준비하라. 한덕택남산골 한옥마을 상임예술위원

[문화카페] 연습실과 카네기 홀

연주자로 사는 길은 행복한 일이지만 무대에서 비치듯 늘 화려하고 우아하지 않다. 고난의 연속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예술계에서의 생존은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어렵다. 험한 경쟁을 뚫고 작은 무대에서라도 인정받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이다. 대부분 연주자는 걸음마를 시작할 때 악기를 배우기 시작하여 긴 수련기간을 거치며 연주자로서의 목표를 향해 열정적으로 젊은 시절을 불태운다. 이런 긴 시간의 연마과정을 수행하였지만, 그 보상은 충분하지 않다. 여기서 말하는 보상은 부귀영화가 아닌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수입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런 기초적인 생활을 연주수입으로 유지할 수 있는 연주자들의 비율은 전체 연주자들의 10%도 넘지 못한다고 본다. 이로 인해 연주자로서의 꿈을 접고 생계를 위한 직업을 찾아 음악을 떠나는 안타까운 젊은 음악인들을 자주 보았다.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한다. 고민 끝에 창단된 심포니 송 오케스트라는 젊은 연주자들에게 자생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한 목표이다. 나를 이끌어 줄 사람은 나 외에 없다 라는 의식이 젊은 연주자들에게 필요하다. 부모, 형제, 선배가 일시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결국 본인의 창조와 혁신으로 앞길이 판가름 된다. 어릴 때부터 서너 평 미만의 아파트 한구석 또는 작은 연습실에서 홀로 외롭게 수행과정을 거친 많은 젊은 연주자들과 일을 해 보면 여러 계층으로 나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신만을 위해 음악을 하는 연주자 - 음악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남을 배려하는 것이 결여되어 있는 경우이다. 어릴 적부터 소위 고급레슨, 이어지는 명문대학에서의 학업과 해외 유학 등 많은 코스를 거쳤지만 좁은 연습실에서 나오는 음악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보인다. 지금도 거의 매일 하는 말이지만 예일대 교수 시절 음대생들에게 늘 해주던 말이 있다. 한 평의 연습실이 너의 무대가 아니라 3천명 청중이 가득 차 있는 카네기 홀 무대라고 생각하고 연습하라. 연습하는 방법부터 바꿔야 하는 음악도를 자주 보았다. 특히 한국의 연주자들에게 필요한 조언이다. 작은 연습실에서의 스스로 만족하는 악기의 연주보다 더 크고 웅장한 콘서트홀을 나의 소리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청중과의 소통과 적극적인 연주 태도를 기본으로 하여 연습을 해야 효과가 있는 것을 강조한다. 무대에서 가장 먼 거리에 있는 3층 끝자리의 청중에게 내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전달하는 사명을 갖고 한 음 한 음절을 연주하도록 변화를 해야 한다. 남의 소리를 들을 줄 알고 내 음악을 남에게 맞추는 능력을 소유한 연주자 - 직장에서도 남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을 귀히 여기듯 우수한 오케스트라는 서로 소리를 들을 줄 아는 능력을 갖춘 연주자들이 많이 모인 곳이다. 내 소리가 크면 남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또한, 스스로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지혜를 갖도록 다양한 연주형태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결국, 자신의 음악을 전달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연주가 계속 취소되고 있다. 연주자들은 또 다른 위기를 맞고 있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요즘 빈번히 산과 들에서 또는 축구장에서 젊은 연주자들과 만난다. 좁고 답답한 연습실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다. 자연과 인간의 만남 속에서 다양한 교감을 쌓는 것이 더해져 가장 아름다운 무대가 될 수 있다. 이를 인식하는 것이 가장 고귀한 레슨이다. 함신익 심포니 송 예술감독

[문화카페] 팬데믹과 예술가들의 복지

반년 가까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일상으로의 복귀가 지연되고 있다. 이웃들과의 소통도 비대면을 원칙으로 하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미 일상이 되었다. 학교가 조심스럽게 개학하였지만, 여전히 긴장을 늦출 수 없고, 수도권 공립 뮤지엄들의 개관은 무기한 연기되어 있다. 방역전쟁과 함께 국가 경제지표들의 추락은 더 큰 고민거리다. 정부나 지자체가 뉴딜정책이다 긴급재난기금이다 특단의 경기부양 조치를 취한 결과 골목상권과 소상공인들의 경제 형편이 다소 살아나고 있다고는 한다. 하지만 팬데믹(pandemic)이 지속된다면 그 효과는 신속하게 무화될 것이다. 경제적 취약계층인 예술가들에게도 예술백신이란 이름의 재난기금이 지급되고 있다, 예술활동을 통한 월수입이 100만원도 안 되는 예술인이 전체의 72.3%에 달하며, 수입이 전무한 경우도 23.8%에 달하는 실정 (2018 예술인 실태조사) 이니 시의적절한 조치이긴 한데 이것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까? 경제적 측면에서 예술가들의 삶은 늘 팬데믹 상황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터라 이 한시적 기금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게다가 기금의 성격이 구휼적 의미의 한시적 내용이고 보면 예술가들에게는 그리 큰 체감효과는 없을 것이다. 예술가들의 하루하루의 삶은 정말 기적에 가깝다. 정기적인 수입이 보장되지 않으니 궁핍한 삶에 익숙한지 이미 오래다. 예술가들은 대체로 가난하지만, 예술적 자존심 하나로 자신을 버텨내는 사람들이다. 지원정책 역시 예술과 예술가의 이러한 생리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정교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팬데믹 상황을 계기로 근본적인 예술인 복지정책의 검토가 필요하다. 예술가들을 위한 지원제도는 중앙의 문화예술위원회와 지자체의 문화재단이 수행하는 문예진흥기금을 활용한 창작지원 프로그램과 문화예술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문화복지기금 사업으로 대별된다. 최근 정부는 예술인들의 사회적 안전망 확보를 위해 연 500만 원 안의 범위에서 생활안정자금 저리 융자 제도를 신설하고 고용보험법을 개정하여 빠르면 내년 초부터 예술인에게도 실업급여를 지급할 예정이라 한다. 하지만 재원부족과 시스템의 비정교함으로 인해 예술가들이 아무 걱정 없이 자존감을 살려가며 직업적 소명의식을 실천할 수 있는 대안일지는 의문이다. 예술문화는 사회의 공공재로서 국가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지키는 보루이며 문화산업의 중핵이다. 프랑스의 엥테르미탕(intermittent)제도나 예술가의 집 협회를 통한 복지 제도와 같이 안정적인 수입을 바탕으로 창작활동에 몰두할 수 있는 근원적인 제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전자는 공연예술가들을, 후자는 시각예술가들을 위한 프로젝트로서 불규칙한 고용상태이거나 비정규직인 예술가들을 위한 실업보험제도이다. 앙테르미탕에 가입한 예술가 수는 대략 26만 명 정도이고 이 중 11만 명이 실업수당을 받고 있다. 전년도 총 507시간 이상 일한 예술가의 총소득이 정부가 정한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할 경우, 최저생계비와의 차액을 실업수당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매월 자신의 수익 중의 50%를 보험금으로 내야 한다. 예술가들의 공동체로인 예술가의 집 협회는 회원들에게 의료보험과 같은 일반적 사회보장제도와 저렴한 작업실 구입 혜택 등이 부여된다. 또한, 22%의 세금을 내는 일반 노동자들보다 저렴한 16%의 세금을 내도록 한다. 프랑스가 문화강국으로 오랫동안 그 위상을 유지해오는 이유는 이와 같은 예술인 복지제도와 예술을 존중하는 국민적 인식이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찬동 수원시립미술관장

[문화카페] 콘텐츠 이용과 보상의 선순환을 기대하며

지난 4월 말에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실적 발표가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경제 영역에 엄청난 타격이 있었음에도 알파벳은 작년 동기보다 13%가 증가한 412억 달러(약 50조 3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눈에 띄는 부분은 유튜브의 광고 매출이 33%나 증가했다는 점이다. 콘텐츠의 플랫폼으로써 유튜브는 광고를 통해서 수익을 올리고, 콘텐츠를 올린 크리에이터들은 영상의 조회 수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 이처럼 콘텐츠 창작자에게 직접이든 광고 시청을 통해서이든 향유자의 사용료가 지불되어야 한다는 데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는다. 상식인 것처럼. 문화 콘텐츠 중에서 저작권에 대한 보상이 잘 지켜지는 분야는 이용 여부 확인이 분명한 인터넷 플랫폼이나 고유의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출판계는 어떨까. 디바이스나 인터넷 플랫폼으로 향유되는 이북이나 오디오북을 제외한 종이책의 상황은 명료해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보통 책 정가의 10%를 인세, 즉 저작권료로 받는다. 책의 편집과 제작, 유통을 맡은 출판사가 판매되는 수량에 따라 작가에게 지급하는 구조다. 그러나 독자가 책을 사면서 지불하는 저작권료는 오직 새 책을 샀을 때뿐이다. 헌책방을 통해 중고 도서가 유통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기업형 중고서점이 생겨난 2011년부터 그 판도가 달라졌다. 2017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온오프라인 중고서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중고서점 매출 규모는 3천334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 금액에서 저작권자에게는 단 1원도 돌아가지 않는다. 콘텐츠는 향유되고 있는데 그것의 가치에 대해 지불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상식이 아니지 않은가. 도서관 이용과 공공대출보상권 도입에 관한 이슈도 첨예하다. 지난 2019년 2월에 국회에서 열린 저작권, 지식의 공공성, 출판산업 세미나에서는 도서관의 대출 영향으로 도서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는 의견과 도서관 이용자들이 책을 구입하지 않아 출판문화산업 불황을 가져온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대립됐다. 그러나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할 때마다 해당 도서에 대한 저작권 사용료를 나라가 지급하는 공공대출보상권의 도입을 단순한 출판 시장의 판매 논리로만 보는 것은 너무나도 안타깝다. 1946년에 덴마크에서 처음 시행된 이래, 2016년 기준으로 영국을 비롯한 35개국이 시행 중인 공공대출보상권을 아시아에서 최초로 도입한 나라는 대만이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이 제도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대만 교육부 장관은 더 많은 민중이 도서관을 찾아 더 풍성한 문화생활을 누리고, 더 많은 작가가 더 양질의 창작물을 내며, 출판업자들은 계속 양서를 출간하고, 도서관의 장서가 다양하고 풍부해지기를 바란다.며 이번 시범운영은 창작과 출판에 대한 국가의 존중과 감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가와 출판사, 이용자를 두루 아우르며 국가의 문화 비전을 제시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우리나라 저작권법 제1조는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이다. 다시 말하면, 문화 및 관련 산업이 발전하는 데에는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와 이용자의 공정 이용이 뒷받침돼야 함의 역설이기도 하다. 문화 강국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나라에 공공대출보상권을 대하는 대만 정부의 자세는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 오승현 글로연 편집장

[문화카페] 여름의 초입에서

전통 농경사회에서 6월 초는 24절기 중 아홉 번째 절기인 망종[(芒種)에 해당한다. 양력으로는 6월 6일 무렵으로 태양의 황경이 75도에 달하는데, 망종이란 벼 같이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종자를 뿌려야 할 적당한 시기라는 뜻으로 이 시기는 모내기와 보리 베기에 알맞은 때이다. 모내기가 한창인 망종을 전후로 지난가을 수확한 곡식들이 떨어져 채 익지 않은 보리 순이나 나락으로 허기를 채웠으니 보릿고개라는 말도 여기에서 유래했다. 극심한 춘궁기(春窮期)에는 보리 순은 고사하고 소나무껍질, 칡뿌리, 솔잎으로 배고픔을 이겨냈으니 고단한 삶을 살던 농민들의 애환을 엿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각 분야에서 많은 애로사항이 발생하고 있으며 사회적, 경제적으로 힘든 시절을 이겨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감염 추이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 관광 및 여행업, 소규모 자영업자, 공연예술업계 종사자 등이 현대판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관계부처 및 지방자지단체에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기업과 현장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정도라 아쉽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부분별로 다양한 위기 극복방안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니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처럼 사회 각 분야에서 더 발전적이며 진취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리라 생각한다. 특히 관광분야에는 그동안 가성비 중심의 저가 관광, 단체관광에서 벗어나 가심비와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형태로 여행의 트렌드가 바뀔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니 경기도의 문화관광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문화재청에서는 지난주 지역의 문화유산과 관광을 접목하고자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참 만남, 참 문화유산(Feel the REAL KOREAN HERITAGE)을 구호로 하는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은 문화유산과 사람 간 거리를 좁히고 문화유산을 국민을 위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이를 통해 지역관광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화유산 방문을 통해 우리 유산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휴식과 관광, 치유의 공간으로서 문화유산의 매력을 알리고자 문화재청은 문화유산 방문 코스를 선보였는데. 세계유산과 인류 무형유산을 중심으로 주제의 유사성, 지역 근접성을 고려해 1박 2일 또는 2박 3일 일정으로 돌아볼 수 있는 한국 문화유산의 길 7개 코스를 마련하였으니 경기도는 서울, 인천과 함께 왕가의 길이라는 코스에 김포 장릉, 광주시 남한산성, 수원 화성, 화성 융릉과 건릉 4개 세계유산이 포함되었다. 이번 캠페인은 문화유산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지역발전과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가 크기에 경기도와 김포시, 광주시, 수원시, 화성시는 적극적인 자세로 문화유산 방문과 지역 관광 활성화를 연계하는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서울 중심의 관광이 아닌 새로운 지역에 기반을 둔 관광상품 개발을 통해 장기적으로 해외 관광객을 유치할 기회로 만들려면 기존의 문화유산과 수원화성문화제, 정조 효 문화축제 등 지역 축제와의 연계, 참신한 체험 행사의 개발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기회 삼아 차별화된 관광정책과 전략을 세운다면 지역의 발전과 도시 이미지 제고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검토와 전향적인 정책수립을 기대한다. 한덕택 서울남산국악당 상임예술위원

[문화카페] Momento Mori - 죽음을 기억하라

사람이 죽었을 때 연주하는 서양음악 중에 레퀴엠(진혼곡)이 있다. 15세기부터 그레고리안 성가를 중심으로 작곡됐다. 작곡가들은 레퀴엠이라는 음악 형식을 통해 죽음에 대한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원래 종교적 의미에서의 레퀴엠은 죽은 자를 추모하는 음악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산자를 위로하는 음악이라고 보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음악애호가들이 선정한 최고의 레퀴엠 두 개를 비교해 보며 죽음에 대한 인식을 살펴본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가 작곡한 레퀴엠은 돈 많은 귀족에게 위촉을 받아 작곡을 시작했지만, 작품을 만들어 갈수록 본인의 죽음이 다가옴을 알게 되었고 결국 자신의 죽음을 위한 곡을 쓰는 것이 되어버렸다. 끝내, 미완성으로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지만, 이 작품은 오늘날 음악애호가들이 사랑하는 걸작품 중의 하나가 됐다. 모차르트는 이미 오페라 작곡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었으며 그의 천재적이고 절묘한 가사처리는 상상을 초월한다. 모차르트는 종교적 가사를 격정의 드라마로 승화시키는 장중한 레퀴엠을 작곡하였다. 곡의 시작 부분에 나오는 영원한 빛을 비춰 주소서라는 부분에서 모차르트는 영원한 천국의 표현에 미약하고 부정적인 표현을 도입한다. 35세 청년 모차르트가 예감하는 죽음은 회의와 우려가 가득한 분노와 저주의 날이다. 죽임을 당한 날 즉, 분노의 날 악장에서는 모차르트의 활화산 같은 에너지가 악장 전체에 실려 있다. 모차르트가 보는 죽음은 극도의 불안정과 터질 듯한 슬픔의 폭발을 나타낸다. 레퀴엠 전체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Lacrymosa 애절한 슬픔 악장은 모차르트가 시작 부분을 작곡하다 죽음을 맞은 것으로 유명하다. 눈물이 떨어지는 장면을 절절하게 음표로 옮겨 놓았다. 이 음악을 듣고 감동하지 않을 수 없음은 모차르트의 애절한 눈물이 우리의 가슴을 적시기 때문이다. 가브리엘 포레(1845~1924)는 모차르트보다 200년 후에 활동한 프랑스 작곡가이다. 부친의 죽음 이후 작곡을 시작한 포레의 레퀴엠은 죽음의 자장가로 불렸다. 포레는 죽음에 대한 내 느낌은 서글픈 쓰러짐이 아니라 복된 구원이며 영원한 행복에의 도달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레퀴엠을 가곡처럼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변화시켰다. 절제와 간결한 표정으로 순수함과 투명함이 돋보이게 하였다. 어두운 먹구름보다는 맑은 시냇물의 청초함과 청량함이 구석구석 가득하다. 그의 레퀴엠에서는 다른 작곡가들이 표현하는 극적인 하이라이트, 처절한 고통, 그리고 비통한 눈물을 찾을 수 없다. 포레는 죽음을 위로와 평안, 그리고 감사함으로 표현하였다. 마지막 악장 In Paradisum 천국에서 죽음이 오히려 평안하다. 그의 음악은 마네, 모네, 르누아르 등 당시 포레와 함께 활동했던 프랑스 후기 인상파 화가들의 햇살 가득한 그림들을 보는 따뜻한 느낌이다. 우리의 마지막 날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 멀게 느껴지던 그 마지막 날이 예고 없이 찾아온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우리는 어떤 그림과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죽음으로 인한 고통과 슬픔을 피할 수 없지만, 영원한 안식과 평안이 있다는 아름다운 확신도 존재함을 이번 코로나19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과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온 힘을 바친 그분들께 전한다. 함신익 심포니 송 예술감독

[문화카페] 이카루스의 추락, 한 예술가의 소통방식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의 삶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비대면 소통이 일상화되면서 타인과 이웃에 대한 관심이 자칫 피상화되는 것은 아닐까. 타인들의 삶이나 외부 환경에 대해 서서히 둔감해지는 것은 아닐까? SNS를 통해 펼쳐지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그 정보만으로 외부와 소통하게 되지는 않을지. 하지만, 대면적 소통과 실제의 가치는 더욱더 중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술가들의 소통방식은 어떨까? 그들은 자신의 작품세계에만 몰두하느라 세태에 무감한 듯하지만 현실을 꿰뚫는 직관과 예민한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존재들이다. 직설적으로 사회문제에 개입하고 반응하는 작가들도 있지만, 대부분 세태에 무심한 듯 거리를 두면서도 그들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들은 상징으로 우화로 또는 추상적인 어법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16세기 네덜란드 대표작가 중 농민화가로 불리는 브뤼겔은 성서를 소재로 한 작품과 다양한 농촌의 세시 풍속 그리고 속담들을 소박하고 생생하게 그림으로 남겼다. 대표작 중 하나인 이카루스의 추락(1560)은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후여서인지 일반적인 풍속화와는 다르게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작품의 특이성은 엄청난 사건이 벌어진 상황임에도 화면 속의 인물들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너무도 무심히 자신의 일상에 몰두하고 있는 점이다. 많은 화가의 소재가 된 이카루스는 다이달로스라는 전설적인 장인의 아들이다. 다이달로스는 미노스 왕의 명을 받아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가두는 미궁을 건설하게 되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아들과 함께 그 미궁에 갇히게 된다. 미궁 탈출을 궁리하던 중 그는 밀랍으로 깃털을 이어붙인 새의 날개를 만들어 공중으로 날아올라 아들과 함께 탈출한다. 하지만 이카루스는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하고 너무 높이 날아오르다가 태양열에 밀랍이 녹는 바람에 날개를 잃고 추락하여 죽고 만다. 이 신화는 인간의 헛된 욕망을 경계하는 교훈과 불가능에 도전하는 용기라는 이중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브뤼겔은 수평선 위로 기우는 석양을 작품의 배경으로 설정하였다. 농부와 목동, 어부, 선원들 모두가 바다로 추락하는 이카루스의 극적인 사건에 대해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무심하며 너무도 평온하게 일상에 충실하고 있다. 범선 앞 공중에 흩날리는 깃털들과 수면 위에 허우적거리는 두 개의 다리를 조그맣게 그려놓은 것이 이카루스에 관한 정보의 전부이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는 주인공의 비극적 장면을 처리해 놓았다. 한가운데 그려진 소몰이 농부는 마치 사람이 죽었다고 쟁기질을 멈추진 않는다는 네덜란드의 속담을 상기시키듯 쟁기질을 하고 있다. 이카루스와 가장 근접한 낚시꾼조차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낚시에만 몰두하고 있다. 목동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지만, 바다를 등지고 있다. 작품은 장구한 역사 속에 인생의 유한함을 깨닫고 헛된 욕망을 버리며 묵묵히 자신의 소명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 인생임을 웅변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 작품 내면에는 스페인의 지배를 받고 있던 당시의 정치, 사회, 종교적 정황들이 우의적으로 담겨 있다. 종종 태양 또는 태양의 제국으로 비유되던 스페인을 기우는 석양으로 상징화하면서 네덜란드 캘빈 교를 탄압하던 스페인의 가톨릭 교회에 대한 저항, 그리고 이카루스의 비과학적 태도의 허망함을 말한다. 기울어가는 스페인의 지배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국가적 염원을 우의적으로 그려냄으로써 국민에게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작가들의 소통방식은 대체로 비밀스럽고 중의적이다. 김찬동수원시립미술관장

[문화카페] K-컬쳐와 어린이문학

K방역으로 우리나라의 위상이 드높아진 요즘 한국의 프로야구, 프로축구에까지 세계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경기를 실시간으로 보기 위해 밤을 지새우는 일이 우리가 아닌 서구인의 몫이 되는 날이 온 것이다. 한국의 프로스포츠가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물론 그 실력이나 위상보다는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크지만 어찌 됐던 결론적으로는 K스포츠의 흥행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BTS, 기생충 그리고 이제는 야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삼성 휴대폰과 현대 자동차로 떠올려지던 한국의 이미지가 음악과 영화, 스포츠 등의 대중문화로 미국을 강타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K컬쳐를 소개하는 이 기사가 놓친 중요한 부분이 하나 있다. 지난 4월에 한국이 세계적으로 빛나던 순간이 있었는데, 바로 어린이문학의 노벨상이라고 할 수 있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기념상 (ALMA: Astrid Lindgren Memorial Award)을 우리나라의 백희나 작가가 받은 것이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은 씩씩하고 유쾌하면서도 독립적인 자아를 가진 삐삐의 이야기를 담은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이다. 이 외에도 『사자왕 형제의 모험』 등 100여 권의 작품을 집필했으며, 이 책들은 9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오늘날까지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ALMA는 어린이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며 어린이와 청소년의 권리를 옹호했던 린드그렌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린드그렌 사후에 스웨덴 정부가 제정한 국제적인 상으로, 어린이청소년문학의 글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스토리텔러, 독서운동가 등을 대상으로 한다. 상금 500만 크로나(약 6억 원)를 포함한 연간 비용 1천만 크로나가 모두 세금으로 조달되어 공식적으로는 스웨덴 국민이 세상에 주는 상으로도 불린다. 2020년까지 ALMA를 수상한 작가는 단 20명에 불과하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모리스 센닥, 『도착』의 숀 탠,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의 볼프 에를브루흐 등으로, 어린이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세계적인 작가들이 수상자 리스트에 올려져 있는데, 백희나 작가가 그 대열에 오른 것이다. 볼로냐어린이도서전의 라가치상이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역시 어린이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비교되곤 하지만 단 한 명에게 주어지는 상이라는 점과 상금 액수가 노벨상의 800만 크로나와 맞먹는다는 점이 단연 ALMA를 돋보이게 한다. 백희나 작가의 작품은 ALMA 수상을 통해 더 많은 나라에 알려지고 더 많은 어린이에게 읽힐 기회가 공식적으로 주어진 것이라 할 수도 있다. 음악, 영화, 드라마, 스포츠, 문학, 뷰티, 음식 등 세계인의 생활 전반에서 촘촘하게 K컬쳐가 그 자리를 확고하게 잡아나가는 현상을 보면서, 우리는 어쩌면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선진국이 되었고 문화 흐름의 상류를 향해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러 K컬쳐 중에서도 어린이문학이 가지는 가치는 특별하다. 어린이는 미래의 주인이자, 그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의 어린이문학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과 그에 대한 국내외적인 관심이 더해지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어린이문학계의 세계적인 상을 우리나라에서 시상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그것이야말로 지금 K컬쳐의 세계적인 확산을 기뻐하며 우리가 가질 만한 포부가 아닐까 한다. 오승현 글로연 편집장

[문화카페] 오월의 기도

오월은 노동절에 이어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그리고 유권자의 날, 5ㆍ18 민주화 기념일, 발명의 날, 세계인의 날, 방재의 날, 바다의 날이 있고 입하와 소만과 윤사월(23일)이 시작되는 날이 든 달이다. 그래서 오월은 버겁다. 버거워서 그런지 오월에는 희망과 기도의 시가 많이 쓰였고 읽게 된다. 피천득 시인은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한 살 나이였던 오월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고 노래했다. 오월 앞에서 스물한 살의 나를 떠올리고 금방 찬물로 세수한 청신한 얼굴을 어떻게 연상했는지 읽고 또 읽는다. 하얀 손가락과 비취가락지 앵두와 어린 딸기 그리고 어머니의 젖무덤같이 풍성하고 따뜻한 모란과 무엇보다도 전나무의 바늘잎도 보드랍다는 대목은 더 이상 어쩌지 못할 오월이다. 또 노천명의 시 푸른 오월은 청자 빛 하늘이 곱고 연못 창포 잎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왠일인지 외롭다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모양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고 했고, 곽재구는 강생원의 뱃삯이라는 시에서 뱃사공 강생원이 뱃삯 대신 진달래꽃 살구꽃 수선화 꽃 조팝꽃을 다발다발 받아 싣고 어 참 꽃 좋다 어 참 세상 이쁘다고 봄을 노래했다. 청자 빛 고운 하늘과 창포 잎을 보고 감미로운 첫여름을 연결시키고 정오의 라일락 숲에서 내 젊은 꿈을 되살리는 푸른 오월이 되레 서럽고 외롭기에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자 했던 노천명의 푸른 오월 그리고 곽재구의 뱃삯 대신 진달래 살구 수선화 조팝의 이쁜 꽃을 통하여 세상이 이쁘다고 오월을 노래했다. 사실 시에서 나오는 봄꽃들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신비하고 예쁜지 정말 놀랄만하다. 나뭇가지마다 꽃이 피고 찬란한 햇살이 꽃 떨기에 머물 때 발걸음은 옮겨지지 않는다. 그래서 괴테는 오월을 오 대지여, 오 태양이여! 오 행복이여, 오 환희여! 뜨거운 피로 내가 너를 사랑하듯이 내게 청춘을 주고 기쁨과 용기를 새 노래와 새 춤을 출 수 있는 그대여 영원히 행복하라. 고 노래했다. 나는 올 들어 참기 어려운 몇 차례의 일을 준비 없이 겪었다. 거칠고 공격적인 말투, 이해나 배려는 고사하고 견제의 빛이 역력한 전투태세로 공격해 온 여간 불편한 사건이 서너 차례 연거푸 일어났다. 왜 이리 공격적일까. 왜 이리 부정적일까를 수없이 되뇌었지만, 답 없이 코로나가 왔고 코로나는 재택근무로 나에게 많은 시간을 자연스럽게 베풀었다. 코로나 덕분에 시도 읽고 고전도 뒤적이는 사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재설정 하게 되고 아리고 쓰린 그리운 이름도, 도저히 용서가 아니 되는 이름도 서서히 묽어졌다. 오월은 이틀에 한 번꼴이 기념일인 까닭에 년 중 가장 많은 행사로 분분한 달이다. 그러므로 생각하건대 분분한 오월의 날들은 새 노래와 새로운 춤으로 장식해야 한다. 손에 비누를 쥐고 많은 거품을 내어 오랫동안 씻고 또 씻어내는 동안 오월의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그리고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질 것이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아, 살 것 같다. 이것이 오월의 기도문이다. 강성금 안산시행복예절관 관장

[문화카페]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자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인해 지구촌이 잠시 멈추었다고 할 정도로 여러 분야에서 정상적인 활동이 지장을 받아 위축되며 전 분야의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전 지구적 위기의 상황은 경제 활동은 물론이고 관광을 비롯해 쇼핑, 공연예술, 교육 등 우리의 삶과 밀접한 분야에서 기존의 관행을 뛰어넘는 다양한 해결책을 찿으며 코로나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새로운 선택과 고민의 갈림길에 서게 하였다. 기업은 재택근무와 원격 화상회의 등 비대면 업무를 위한 다양한 대안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고 언택트(Untact)라는 새로운 비대면 비즈니스 유형이 보편화되며 장기적으로는 직업군의 변화까지도 예측되고 있어 경제활동의 패러다임까지도 변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 피해가 가장 극심한 관광, 여행 산업에서도 기존의 가성비 위주의 단체관광에서 가심비 중심의 소규모 그룹여행으로 여행상품의 트렌드가 바뀔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오토캠핑, 차박(차량에서 숙박하는 여행) 등 개인 중심의 새로운 여행을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공연예술계에서는 랜선 음악회나 온라인 공연을 통해 오프라인 대면공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고민과 함께 첨단 ICT 기술과의 연계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수익 창출 등의 난제를 해결한다면 온라인 공연은 예술 향유의 기회를 더 많은 사람에게 차별 없이 제공하며, 공연예술에 대한 시공간적 접근성을 보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영화 및 드라마 등 엔터테이너 산업에서도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이 주도하던 시대에서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 시장의 점유율이 급증하는 등 전통적인 매체들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 학교 교육과 관련해서도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확대됨에 따라 그동안 미흡했던 온라인 교육 인프라 확충과 교육 콘텐츠 개발의 기회가 될 것으로 예측하며 특히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앞으로 교육에서 평생교육의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베이버부머 세대 등 노령인구에 대한 평생교육 인프라와 온라인 교육콘텐츠에 대한 지원과 개발이 요구된다. 정보화시대를 넘어서 4차산업 혁명의 시대에 가장 적합한 온라인 인프라와 기술력을 갖춘 대한민국의 저력이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위기상황을 극복하는데 많은 이바지를 하고 있으니, 다양한 정보가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시민들에게 전달되어 막연한 불안감이나 위기의식을 갖지 않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 준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 생각한다. 또한, 몇 년 전 있었던 메르스 감염이나 세월호를 통해 재난과 위기관리에 대응하는 국가적 시스템과 사회적인 학습과 공감능력이 있었기에 우리는 세계가 인정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방역 선진국, 위기관리 선진국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위기에 강하며 서로 배려하는 우리의 장점으로 오늘의 이 위기를 극복하고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준비하기 위한 각 분야의 성찰과 연구가 시작된다면 대한민국은 더욱 굳건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끝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연휴가 시작되어 많은 인파가 야외 활동을 하고 여행을 떠날 것으로 예측된다. 몇 달간 답답하게 지낸 보상과 화창한 날씨에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것은 인지상정으로 이해하지만, 아직은 좀 더 인내하는 자세가 필요하니 손 씻기와 마스크 쓰기 그리고 거리두기를 지속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산에 유의해야겠다. 불편을 감수하는 방역수칙 지키기와 이웃과 주변을 배려하는 자세가 코로나 극복에 가장 필요한 시민의식이라 생각한다. 한덕택 서울남산국악당 상임예술위원

[문화카페] 말러에 열광하다

그의 음악이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음악을 듣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다는 많은 사람의 고백이다. 1980년대 초, 미국 유학 시 처음으로 경험한 말러의 음악은 필자를 충격과 혼돈으로 몰아넣었다. 그 이후, 그의 음악적 노예가 되어버렸다. 인류가 코로나19로 인해 황폐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기서 비롯된 정신세계와 19세기(낭만주의)와 20세기(현대주의) 사이의 거친 파도를 극적으로 연결해 준 말러의 정신세계를 보며 그의 음악이 우리에게 남긴 위대함을 살펴본다. 말러는 유대인이었다. 10개의 대규모 교향곡을 만든 작곡가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전업 지휘자였다. 그의 명성은 빈 국립오페라,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그리고 뉴욕 필하모닉의 음악감독 등을 거치면서 절정에 이른다. 그러나 반유대주의를 공표한 19세기 사회적 공세로 빈 국립오페라 음악 감독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의 인생 여정은 거칠고 험하며 눈물로 가득 차 있었다. 말러는 죽음을 근접한 거리에서 겪으며 자라왔다. 딸 마리아 안나는 어린 나이에 죽었으며 같은 때에 자신의 질병이 심장병임을 판명받는다. 그는 죽을 때까지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며 살았다. 사랑했던 19살 연하의 부인 알마의 외도는 말러를 두려움과 분노로 몰아넣었다. 정신분석학의 시조 프로이트는 말러와의 상담을 통해 말러가 지닌 우울증은 어린 시절 형제들의 죽음(13명 중 8명이 성인 이전에 사망)과 아버지의 학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하였다. 꽤 오랫동안 말러의 음악을 가깝게 접하고 공부해온 지금 시점에야 그와 익숙해진 것 같다. 그러나 일반 청중들이 그의 음악을 즐기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말러 작품의 독특한 매력은 인간들이 꺼리는 죽음에 관한 표현에 주저함이 없다는 것이다. 그의 교향곡은 죽음에 대한 방대한 위로 그리고 처절하게 가슴을 저미는 길고 깊은 슬픔으로 시작한다. 외로운 음표 뒤에 숨어 있는 거룩한 체념마저도 아름다운 노래로 흐른다. 말러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의 음악은 우주를 보는 관점에서 시작한다. 그는 태초 이전의 소리부터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소리까지 악보에 채웠다. 하늘을 향하는 부활의 갈구가 오선지에 진하게 깔렸다. 말러는 환상을 추구하는 작곡가였다. 환상은 새로움을 추구하며 고통과 싸워 극복하려는 의지를 갖춘 사람에게만 부여하는 값진 선물이다.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와 오페라극장에서 초일류 지휘자로 활동하며 유럽과 미국을 드나들었던 말러의 평소 일정은 연주와 맹렬한 연습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가 작곡에 몰두할 수 있었던 시간은 작은 시골별장에서의 여름 휴가철이었다. 말러는 지휘자에게 닥치는 시련과 도전, 그리고 전쟁터에서 홀로 서 있는 수장의 외로움 속에서 살았다. 말러는 우리와 같은 시선에서 생성된 감정의 언어와 말러만의 극한 감정들을 악보에 깨알처럼 표시해 놓았다. 그의 작품에는 눈물과 기쁨, 불길보다 뜨거운 열정의 사랑과 가슴에 저미는 이별의 슬픔, 소름 끼치는 고요함과 소음에 가까운 엄청난 소리의 극적인 표현이 조화롭게 전개된다. 마치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리는 것 같다. 상상할 수 없는 비극의 주인공은 어느덧 우주를 아우르는 작곡가로 변신해 있는 것이다. 그의 곡을 연주하며 눈물 흘림은 그의 슬픔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극복한 한 인간의 위대함 때문이다. 말러의 음악은 인류에게 주는 최상의 헌정이다. 아! 가슴이 뛴다! 진실로, 말러의 곡을 연주할 수 있음은 우리 세대만이 받을 수 있는 최대의 축복 중 하나이다. 함신익 심포니 송 예술감독

[문화카페] 어느 지식인 혁명가의 초상

포스트모던의 기점으로 평가되고 있는 유럽의 68혁명은 계몽주의로부터 비롯된 서구의 근현대의 가치와 제도의 전복을 꿈꾸었다. 이것은 1968년 프랑스의 낭테르 대학에서 남학생의 여학생 기숙사 출입을 금지하는 규정 등 시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대학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계기가 되어 촉발되었다. 누적되어온 불만과 혁명의 에너지는 노동자와 시민들이 합세하면서 파리를 마비시켰고,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전 세계로 번져나갔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인 신좌파 세력들의 결집이 그 원동력이 되었다. 베트남전에 대한 반전운동, 문화대혁명을 일으킨 마오이즘에 대한 경이, 체 게바라나 카스트로 등 남미 혁명세력과의 연합, 그리고 후기 구조주의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이론가들이 연대하였다. 변혁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상상력이 세계를 뒤흔든 것이다. 이들 중 레지스 드브레( Rgis Debray)라는 인물은 좀 독특하다. 알튀세의 전사로서 볼리비아 정글로 들어가 체 게바라와 함께 게릴라전을 펼쳤던 그는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 매우 색다른 행보를 보였다. 그는 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나 엘리트 학교인 파리 고등사범학교에 입학했고 그곳에서 공산주의 서클의 열성 멤버로 활동하였다. 1963년 스물다섯의 나이에 사르트르가 주관하던 현대지에 카스트로주의에 대한 글을 기고하기도 하였다. 그는 1968년 봄 볼리비아에서 무장투쟁 중 체포되어 30년 형을 구형받고 독방에 수감되었다. 하지만 교황 바오로 6세, 사르트르 등 명사들의 탄원으로 3년형을 마치고 파리로 돌아왔다. 후일 미테랑 대통령의 외교자문역을 지내는 등 정치 일선에서도 활동했지만 끝내는 이념과 사람과 역사와 정치에 대한 환멸에 떠밀려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와 50대 중반 소로본느 대학에서 미디어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는 예술이 정치와 같이 사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것으로 인식했고, 이미지가 상품으로서 자본주의 시장에서 가지는 매혹적인 힘에 관심을 두고 미디어에 대해 깊이 탐구하였다. 이외에도 그는 『지식인의 종말』, 『우리 주님들께 찬양을』 등 20여 권이 넘는 저서를 출간한 바 있다. 『지식인의 종말』에서 그는 오늘날 지식인들이 앓는 5가지 중병을 지적했다. 대중과 단절된 집단 자폐증, 변화하는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는 현실감 상실증, 자신들이 사회의 도덕을 선도한다고 자만하는 도덕적 자아도취증, 만성적 예측불능증, 그리고 설익은 견해를 유창한 언변으로 포장하는 순간적 임기응변증이 그것인데, 오늘 우리 지식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주님들께 찬양을』은 800여 쪽에 달하는 그의 자전적 에세이이다. 나는 공적인 삶과 정치가들을 혐오한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실패한 혁명가의 기록이고 변절한 혁명가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이 프랑스인이라는 사실을 그토록 부끄러워했던 제3세계주의자가 경멸의 대상이었던 드골적인 프랑스주의자로 서서히 변모하는 과정의 기록이기도 하다. 호메이니나 가다피, 사담 후세인 등과 같은 히틀러의 후예들이 진보의 대의를 독점하는 것을 보면서 정치적 비관주의를 드러낸다. 그의 삶은 세기의 광기에 오래도록 매혹되어 있었으나 결국 환멸밖에는 챙기지 못한 수많은 불행한 영혼의 한 극적인 예로 볼 수 있다. 정치나 예술적 혁명을 통해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 소산은 오래가지 못하거나 전혀 예기치 못한 과오일 수도 있다. 특히나 그것이 지독한 이데올로기를 구현하기 위한 도구일 경우 큰 폐해를 남길 수밖에 없다. 그가 꿈꾸던 진정한 혁명은 무엇일까. 김찬동 수원시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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