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아트부산’ 미술작품 페어가 열렸다. 페어는 단순히 전시를 넘어,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미술시장을 말한다. 아트부산은 최근 호황인 미술시장 분위기를 적극 반영해, 관객을 만나는 다양한 준비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올해로 11회를 맞으며, 자타공인 국내 3대 아트페어로 입지를 다지게 됐다.
준비 단계에서는 국내 유수의 갤러리 뿐 아니라 뉴욕, 베를린, 런던, 일본, 싱가폴 등 미주, 유럽과 아시아의 해외 갤러리가 참가했다. 참여 작가로는 국내 미술계 슈퍼스타인 박서보, 이건용, 정상화, 유영국을 시작으로 해외 초청작가인 데이비드 호크니, 알렉스 카츠, 안토니오 곰리, 아니쉬 카푸어 등 세계시장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의 작품까지 선보였다. 이뿐 아니라 MZ 세대의 수요를 고려한 영향인지 1990년대 생의 신진작가 작품도 고루 전시했다.
간혹 갤러리 부스마다 반복되는 작품도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다양한 작가를 발굴하고 소개하려는 노력이 돋보인 페어였다. 이런 준비는 흥행이라는 성과를 낳았다. 아트부산 주최 측은 방문객 10만2천여 명, 760억원 매출 성과를 발표했다. 이는 작년 350억원 매출규모의 두 배나 성장한 모습이다.
실제로 필자가 아트부산을 찾았을 당시, 해운대 입구에서부터 아트부산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벡스코 진입이 어려울 뿐 아니라 입장 대기 또한 한 시간 정도 걸릴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부산시민들의 관심도 있었지만 전국에서 아트부산을 향해 달려왔다. 이유가 무엇일까? 단순히 미술시장에 관한 관심 때문일까?
필자는 대한민국 제 2도시라는 부산, 그리고 해운대라는 특수성을 이야기 해보고 싶다. 타 도시도 그렇지만 특히 수도권에서 부산을 방문할 때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는 쉽지 않다. 이럴 경우 보통 1박을 계획하기도 하는데, 부산은 더 특별하다. 주변의 볼거리로 2박 이상을 머무르며 관광과 예술을 즐기는 휴양의 도시로 거듭나는 중이다. 이런 이유로 기관들도 미술애호가들의 마음을 붙들기 위한 노력을 쏟는다. 아트 부산 주변 미술관과 기관에서는 다채로운 예술 기획을 선보였다. 대표적으로 벡스코 옆 부산시립미술관은 탄탄한 기획으로 페어와는 다른 전시를 보여주었다. 롯데백화점·롯데갤러리는 올해 처음 시그니엘 부산 호텔에서 ‘롯데아트페어부산’을 개최했다.
오후7시 기관들이 문을 내리면, 해운대는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맛집 앞의 긴 줄, 해변 곳곳의 작은 파티들, 모래사장에서의 맥주타임 등 해운대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다양한 관광자원을 갈고 닦은 지역에서 잘 준비된 예술행사를 개최함으로써 도시의 활력이 살아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였다. 부산의 상쾌한 바닷바람을 뒤로 한 채, 돌아 나오며 생각에 잠겼다. 경기도에서 이런 아트페어 행사가 가능할까? 우선 이런 대규모 규모의 행사를 열 수 있는 행사장이 있을까? 있다고 해도 예술행사를 진행하면서 도시의 매력을 느낄만한 관광자원이 있을까? 전국에서 몰려드는 인파를 감당할만한 숙박업소는 있을까? 이 모든 것이 충족됐다면, 서울에서 열리는 예술행사들과는 어떤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을까? 수많은 질문을 가슴속에 품으며, 나의 자리에서 작은 일이지만 다음 전시기획을 시작한다.
이생강 협업공간 두치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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