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더는 대중매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드라마의 영역에서는 새로운 매체에 그 위치를 내주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쳐 있다. 문학에 종속돼 있던 연극은 드라마가 없는 새로운 방식의 연극으로서 발전하는데, 역사적 아방
가르드부터 시작된 연극의 재연극화가 고민되기 시작했다.
다른 어떤 매체로서는 도저히 대체 불가능한 연극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표현방식을 고안하기 시작했고 이런 경향은 최근 더욱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연극을 ‘재발견’하고 연극에서만 고유하게 존재하는 독창적인 표현의 잠재력을 ‘재발견’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극만이 가능하고 다른 매체로는 대체 불가능한 고유한 특질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됐다.
텍스트는 무대에서 생성된 여러 이미지의 기호처럼 기호화돼 표현되기 시작했다. 후설의 ‘현상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진 ‘지각’의 방식은 무대에서 ‘몸’의 관심을 끌어냈다. ‘몸’은 수행성을 이끌고 ‘몸’을 통한 수행성이 새로운 연극에선 중요한 사항이 됐다. 즉흥적인 에너지의 생성은 새로운 지각방식의 퍼포먼스를 창조하게 했다. 퍼포먼스는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정교한 구조로서 한정된 시공간의 연극환경에 새로운 소통의 확장을 이루어 왔다.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배우는 더는 어떤 인물을 재현하거나 창조하는 연기를 하지 않는다. 다만 무대 위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현존을 제공하는 인간이다. 수행성의 의미에서 연극은 관객의 새로운 지각방식을 연구하고 나아가 공연의 물질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공연은 결과물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닌 하나의 창작행위의 과정으로서 존재한다.
이제 연극은 재현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무대 위에 놓여 있는 모든 대상의 현상적 물질성을 부각시키고 가시적인 무의미성을 강조한다. 이제 몸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지각의 대상인 것이다.
미디어의 결합은 공연예술에서 다양한 실험으로 이루어졌는데 매체와 매체를 결합해서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충돌과 균열을 만들어 냈다.
미디어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연극성에 대한 실험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현대연극에서 텍스트는 그 힘을 상실하기 시작했고 드라마가 절대적인 연극성이라고 여겨왔던 믿음은 새로운 형태의 체험이 연극성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관객을 감상적인 범주의 객체로 위치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 주체로서 지적으로 사유하게 하는 예술이 오늘날 연극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관객은 자신의 감성을 자극하는 연극에 취해 있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고 권리와 책임을 주장할 수 있는 시민이 중심이 되는 시민 중심 사회를 만들어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연극은 관객이 어떤 문제에 대해서 사유하거나 혹은 근본적인 문제에 성찰하는 기회를 공연이 제공해야 한다. ‘어떻게 우리의 관객을 사유하게 할 것인가?’ 그러면서 ‘어떻게 감동하게 할 것인가?’ 나아가 ‘감성의 부분과 이성의 부분을 어떻게 연결시켜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답을 사유해 본다.
구태환 수원시립공연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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