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지역에서 문화공간을 운영할 때, 가장 어려운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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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강 협업공간 한치각 공동 대표·두치각 대표

필자는 평택시 신장동에서 지역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신장동은 ‘송탄’이라는 옛 지명으로 더 유명하다. 이곳은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K-55)가 주둔해 있는 전형적인 기지촌이다. 미군을 찾아 전 세계에서 찾아온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곳이다.

이국적이고 색다른 풍경과 문화를 지역주민, 예술가들과 소통하고 싶어서 덜컥 문화예술공간을 열었다. 2020년부터 운영하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지역에서 문화공간을 운영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다. 코로나19 발생 후 관객을 대면으로 만나기 어려운 점부터 공간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비용 마련, 행정 서류처리까지 하나하나가 모두 어려운 점이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점은 지역에서 같이 일할 ‘동료’를 만나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 있더라도 사람 몇 명이서 할 수가 없다. 같이 일할 기획자, 작가, 코디네이터, 활동가, 디자이너, 예술가, 프로그래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동료를 지역에서는 만나기가 어렵다. 특히 신장동지역은 평택 본도심과 많이 떨어져 있고, 미군부대가 있다 보니 주변에 살고 있는 청년, 전문가 수가 현저히 적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모두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모셔와야 하는데, 시간 대비 비용이 문제다. 가장 좋은 것은 지금 지역에서 만나, 장기적으로 일하는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은다.

하지만 왜 우리 지역에는 문화예술 전문가를 만나기 어려울까? 평택에는 순수예술과가 있는 대학이 없다. 당연히 예술에 종사하고자 하는 이도 적고, 능력을 펼칠 무대도 적다. 인력난을 겪어 보니, 청소년·청년과 함께 ‘문화를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성장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으나, 관심도가 현저하게 적었다. 그렇다면 왜 우리 지역의 청년들은 문화예술에 관심이 없을까? 평택은 매우 큰 도시지만 미술관·박물관은 없고, 문화 경험을 할 공간도 매우 적다.

평범한 사람도 1년에 한 번 마음 먹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방문하기 어렵다. 학교에서는 예술이 단순한 그림이나 음악으로 치환되고, 부모 또한 예술을 접촉해 본 경험이 별로 없다. 경험해 본 적이 없으니 문화예술이 무엇인지, 어떤 것을 경험해야 하는지도 가늠할 수가 없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문화를 가깝게 접할 수 있는 서울과 지방의 차이가 정해진다.

아마 이런 문제는 비단 평택시만이 겪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지역이 계속 문화소외지역으로 분류되거나, 문화예술 경험의 기회가 적은 채로 있어도 되는 것일까? 필자는 자기 집 앞에서도 다양한 문화예술의 경험이 삶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믿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문화예술 경험이 늘어날 수 있도록 여러 분야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요자인 주민의 역할이다.

수요자가 많아지고 요구가 많아져야 지방 정부가 움직일 수 있고, 공급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주민의 입장에서는 문화예술기회가 적은 것을 인지해야한다. 그리고 공공의 문화적 혜택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수요가 많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지역문화 공급자로서는 단순한 체험 프로그램이 아닌 양질의 문화예술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대로 실현해야 한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이 지방정부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다. 곧 지방선거가 시작된다. 벌써부터 선거 열기가 느껴진다. 현재 각 지역의 예비 후보자들이 등록을 하고 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부디 지역의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는 후보자들이 입후보하길 바라본다. 특정 정치인 한 사람의 관심으로 갑자기 지역의 문화예술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여러 사람들의 힘이 모여 그 지역의 문화예술이 독특한 힘을 발휘하는 날이 오기를. 그날이 오기를. 마음깊이 기다려 본다.

이생강 협업공간 한치각 공동 대표·두치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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