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세련된 예술가 정책을 말하는 문화 대통령을 바란다

2011년 1월. 문 밖에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남는 밥과 김치가 있으면 문 좀 두드려 달라’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 영화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인 고(故)최고은 씨는 사체로 발견됐다. ‘생활고로 죽음을 맞았다’는 이 예술가의 이야기는 매일 뉴스에 대서특필 될 정도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한 부류는 ‘이렇게 슬픈 죽음이 있냐’고 애도하고 다른 한 부류는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돈을 벌지’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모든 예술가가 매일 전시가 있고, 공연이 있진 않아서 그것만으로 온전히 생계를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작품 발표를 하기까지는 순수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가, 발표를 한다. 그런데 이 작품 발표라는 것이 꼭 돈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다. 운이 좋아서 공공기관의 후원으로 장소 협찬이나 작품 제작비를 받을 수는 있지만, 예술가의 사적비용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필요한 경비만 지원이 된다.

그렇다면 이 예술가는 작가로서의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정규직 일자리를 알아보거나,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기도 한다. 아르바이트도 정해진 시간에 맞추고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채용이 되는데,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업 때문에 수시로 다양한 약속과 사건이 발생해 이마저도 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보니 예술가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활용한 소위 ‘일거리’를 받아 생계를 유지한다. 이 일거리는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언제 나에게 일을 줄지 모르는 희망 고문 수준에 가깝다.

이런 연유로, 한 예술가의 죽음 이후에 정부 차원에서 예술가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그 해 말 고(故)최고은 법(예술인복지법)이 제정되고, 예술인 복지 재단이 설립됐다. 올해까지 11년 동안 시행돼 왔지만 현재까지도 예술인복지법에 대한 의문이 많다. 첫 번째 난관은 ‘누구를 지원할 것인가?’였다. 이 법은 예술가들의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본 입장인데, 예술가들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로 규정해야 하는지 논의가 일었다.

국가기관에서는 가장 손쉬운 ‘신청-증명’이란 방법을 택했다. 예술가가 예술 활동 인정 신청을 하면, 예술인 복지 재단이 그것을 검증하고, 증명서를 발급해주는 시스템이다. 공공기관에서 하는 사업에 응모하거나, 실행하려면 이제 ‘예술인증명’이 필수가 됐다. 현재 예술가들에게 자신의 작업을 이어 나가는 것보다, 이 예술인 증명을 받는 것이 더 큰 과제가 되어버렸다. 물론 긍정적인 부분도 존재한다. 이 예술인 증명을 통해서 고용보험도 늘려가고, 사회안전망 구축을 이루어 나가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행정 시스템 안에서만 진행 중이다. 획기적인 변화 방법 이외에 어떻게 굶어 죽는 이들을 살릴 수 있을까?

3월9일은 앞으로의 5년을 결정하는 중요한 날이다. 누구를 뽑아야 할지, 난감한 부분이 많았다. 우리 삶에서 왜 예술이 중요한지, 대한민국에서 지역 불균형 없이 문화예술을 즐길 방법을 말하는 대통령 후보가 없을지…. 이번 후보들의 공약집을 살펴보면 예술가와 예술 분야에 관한 정책도 별로 없을뿐더러, 예술가를 덮어놓고 불쌍한 사람으로 상정하고 단순한 복지, ‘묻지 마 퍼주기 정책’으로 일관하기도 한다. 예술 분야만 그렇겠냐만은 좀 더 세부적인 대상에게 어떤 연유로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통해서 삶의 질을 상승시킬 수 있을지, 정치로 해결하는 대통령이 나와 주길 바란다.

이생강 협업공간 두치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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