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극장은 커뮤니티의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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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환 수원시립공연단 예술감독

우리나라는 대도시가 아닌 인구 20만명 안팎의 중소 규모 도시에도 1천석 이상의 대규모 극장이 건립됐다. 지역의 문화 향유권을 위해 건립된 많은 수의 극장이 제 역할을 한다면 그리 걱정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앞서 1993년 서울 예술의전당이 완공됐는데, 정권 임기 말에 무리하게 극장 완공을 진행하면서 예기치 않은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의 공사를 진행하던 중 암반층 때문에 설계대로 시공했다가는 당초 계획한 완공 시점을 도저히 맞출 수가 없었고, 결국 토월극장의 경우 한쪽 무대를 포기하고 설계를 변경해 급히 완공했다.

예술의전당은 지역 극장의 롤 모델이 돼서 양재동 예술의전당 도면을 그대로 차용해 지역마다 극장이 지어졌다. 그런데 토월극장의 어쩔 수 없었던 상황으로 시공됐던 사라진 무대 한쪽이 지역의 극장에서도 고민 없이 똑같이 시공됐다. 충분히 옆 무대의 공간을 살려 극장의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을 수 있었음에도 큰 고민 없이 한쪽 무대가 사라진 극장을 마구 지어버렸다.

공연 전문가들은 지역의 이런 공연장을 보면서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당시 국내에서는 극장 건축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도 적었고 서양의 극장 도면을 빌려서 건축하는 수준이었기에 이런 해프닝이 벌어졌다. 지역의 극장이 각 지역의 예술과 특수성을 고려해 시공되지 못하고 지역마다 거의 같은 도면으로 같은 형식의 극장만이 계속 지어진 것도 이런 이유다.

특히 각 자자체는 극장의 규모에만 신경을 써서 인근 도시보다 더 큰 규모의 객석 수를 자랑하는 극장을 경쟁적으로 건립했다. 결국, 지어진 극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했고 극장은 만성 적자 운영으로 애물단지가 돼버렸다. 지금도 지역의 극장을 탐방하면 대부분 공연이 없는 날이 많고 공연시간 이전에는 굳게 문을 걸어둔 경우가 많다. 지역 시민들에게는 이런 거대한 극장은 매우 낯선 공간이고 지역의 특색과 전혀 어울리지 않은 거대한 건축물에 불과한 경우가 허다하다.

성공적인 극장의 운영을 위해 극장은 지역 커뮤니티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 극장은 시민이 쉽게 만나고 문화를 체험하는 커뮤니티의 중심이 돼야 한다. 극장은 단순히 공연을 보러 가는 곳이 아니고 시민의 자기 발전을 위한 체험의 장이 되어야 하고, 지역의 커뮤니티 중심이 되어야 극장의 온전한 기능을 하리라 본다.

그리고 극장은 지역 고유의 문화와 특성을 살려 운영돼야 한다. 식당에 가더라도 여러 가지를 다 파는 식당이 아니라 한 두 가지의 전문 메뉴를 운영하는 식당이 더 대중에게 믿음을 주듯 극장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느 지역의 어느 극장에 가면 어떤 콘텐츠를 꼭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을 시민에게 줘야 한다. 그래야 지역을 찾아오는 관객도 생기고 지역을 대표하는 컨텐츠도 창작될 것이다. 규모만을 자랑하는 건축물로서의 극장이 아닌, 진정으로 시민이 주인이 돼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는 극장이 이젠 필요하다.

구태환 수원시립공연단 예술감독·국립인천대 공연예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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