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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카페] 예능보다 재미있는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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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카페] 예능보다 재미있는 다큐

재미의 커트라인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예전엔 그럭저럭 웃고 즐겼던 영상과 농담에 지금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시간이 흐르며 과거의 웃음 포인트가 부적절하고 구태의연해진 탓도 있지만 꼭 그 때문만은 아니다. 뭐가 됐든 예전보다 훨씬 강하고 빠르고 확실한 걸 원한다. 어설픈 재미보단 차라리 ‘노잼’이 낫다. 그러면 노잼이라고 비웃으며 재미있게 놀 수 있으니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인 <치어: 승리를 위하여>는 이런 트렌드에 정확히 부합하는 콘텐츠다. 다큐의 방법론을 취하고 있지만 그 어떤 예능보다 재미있다. 담긴 모든 이야기가 실화지만 소설보다 더 소설 같다. 대중이 현대 엔터테인먼트에 기대하는 요소를 두루 담아낸 수작. 에미상 3개 부문 수상에 걸맞은 완성도.

소재 선정부터 영리하다. 미국 대중문화의 꽃이라고 불리는 치어리더. 언뜻 생각하기에 이들은 주연보다 조연에 가까운 존재다. 경기장의 선수를 응원하는 게 목적이니까. 실제로 치어리더라는 표현은 ‘경기장 밖에서 응원이나 하는 이’ 같은 격하 의미로 사용될 때도 종종 있다. 그러나 이 다큐를 보고 나면 그런 말은 쏙 들어간다. 자신의 모든 걸 걸고 도전하는 대학생 청춘들을 보면 어느덧 그들의 삶을 응원하게 된다.

의아해하는 이를 위해 말해두자면 여기 담긴 치어리딩은 우리가 야구장, 농구장 등지에서 보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춤추고 흥을 돋우는 걸 넘어서 곡예 수준으로 하늘을 날아다니고 땅을 가로지른다. 남녀가 어우러져 펼치는 종합 체조로서 화려하고 아찔한 연기의 반복. 영상으로 보면 박진감과 스릴이 가득한데 이 역시 재미 요소 중 하나다. 소재 선정의 승리.

대단한 육체적 능력과 매력을 가졌지만 그들 모두는 덜 여문 채 미래를 불안해하는 보통의 20대. 도전과 좌절을 반복하며 경쟁하고 화합하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인간의 한계와 의지를 묻게 된다. 아울러 다양한 배경, 개성, 가치관의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이끄는 리더십의 중요성과 덕목도 되새기게 된다.

다큐 본연의 목적을 너끈히 수행하는 가운데 예능 이상의 재미까지 담아냈다. 치어리딩 경기와 훈련은 역동적이고 화끈하게, 각자의 삶과 일상은 사려 깊게 접근한 덕분에 재미와 감동이 쉴 새 없이 교차한다. 자극적으로 편집된 짧은 영상 외엔 도통 재미를 못 느끼는 사람, 뭘 봐도 작품성과 진정성을 피곤할 정도로 따지는 사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마지막으로 짚어야 할 것. 여기 담긴 게 그들 삶의 전부일 리는 없다. 시즌1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어 전국구 스타 반열에 오른 선수 한 명이 이후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구속돼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시청자는 물론 제작자, 동료, 감독까지 죄다 충격에 휩싸인 스캔들. 그동안 자신의 또 다른 자아를 완벽하게 숨기고 산 것이다. 시즌2에선 이 내용까지 다룬다. 결과적으로 이 또한 작품의 메시지 중 하나가 되고야 말았다. 다들 어느 정도는 연기하며 산다는 것. 물론 그게 추악한 범죄여선 곤란하지만.

홍형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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