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임인년, 호랑이 기운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2년,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해가 밝았다. 임(壬)이 ‘검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서 특별히 ‘흑호’의 해가 됐다. 나라의 동물을 따로 정하고 있지 않지만,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이 ‘호랑이’를 영험하게 여기면서도 ‘애정’했다. 한국의 지도가 호랑이의 기상을 닮았다고 하는가 하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로 시작하는 옛 구전 동화 속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전래동화 <해와 달>에서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며 무서운 호랑이가 되기도 하고, <은혜 갚은 호랑이>에서는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에게 은혜 갚으려고 무던히 노력하기도 한다. 옛사람들은 호랑이가 힘세고 무서운 점을 소설 속에서 권위 있는 자들로 비유했다. 그래서 유독 호랑이가 전래동화 안에서 우둔한 자기 꾀에 넘어가거나, 힘이 없는 토끼나 작은 사물에 혼이 나는 경우들을 볼 수 있다. 자신들이 어떻게 바꿀 수 없는 사회를 해학적으로 비틀어 버리는 조상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미술 속에서는 어땠을까? <맹호도(猛虎圖)>라고 하여, 백성들은 액운을 물리친다는 믿음으로 호랑이를 민화로 그리기도 했고, 궁궐에서는 신비하고 상서로운 기운을 받고자 그려지기도 했다. 많은 맹호도가 남아 있는데, 아직까지 미스테리로 남아 있는 작품이 단원 김홍도의 <송하맹호도(松下猛虎圖)>다. 작품명에서도 알 수 있듯, 소나무 아래 호랑이라는 뜻이다. 그림 속 호랑이가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기세가 등등하다. 우리의 수묵화는 윤곽선이 뚜렷해야 하는데, 이 <송하맹호도>는 호랑이의 윤곽선 없이, 한 올 한 올 그 털을 재현해 냈다. 거기다가 형형한 눈의 모습이 한국의 호랑이의 그것이었다. 그 호랑이 기백과 잘 어울리는 소나무가 한그루 서 있다. 과하지도 덜 하지도 않은 소나무다. 매우 놀라운 수작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어떤 미스테리가 있을까? 이 그림에는 낙관이 두 개가 찍혀있다. 하나는 단원의 것인데, 다른 하나는 ‘표암(豹菴)’이라 돼있다. 이 ‘표암’은 김홍도의 스승 강세황의 호인데, 이 낙관의 필체가 강세황의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는 김홍도의 친구 이인문이 그렸으리라 추측한다.

<송하맹호도>에서 소나무는 누가 그렸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고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김홍도가 모두 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섬세한 호랑이와 거칠면서도 사계절 푸르른 소나무의 기상을 볼 수 있는 작품이 탄생했다. 그 전의 김홍도 작품과는 다른 작품이 탄생했다. 모든 일이 그렇지 않을까? 김홍도 같은 천재도 누군가의 도움으로 혹은 협업으로 자신의 전형성에서 탈피해 새로운 작업 스타일을 창조했다.

오미크론이 새해 벽두부터 기승이다. 2022년도 다같이 모이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이와의 만남까지 모두 차단하자는 마음가짐은 어쩐지 쓸쓸해진다. ‘흑호’는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 상서롭게 여겨지기도 한다. 올해 ‘검은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 독자님들이 나쁜 액운은 물리치고 좋은 인연들과 만남으로 새로운 창조의 길을 여시기를 <송하맹호도>로 바라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생강 협업공간 한치각 공동 대표·두치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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