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안과 밖이 같은

사원 김아영은 상냥하지만, 딸 김아영은/꽃집주인 이효진은 친절하지만, 엄마 이효진은/친구 김범진은 쾌활하지만, 아들 김범진은/부장 김기준은 자상하지만, 남편 김기준은 한동안 TV에서 방영되었던 안과 밖이 다른 가족이라는 공익광고의 대사입니다. 볼 때마다 가슴이 뜨끔하기도 하고, 실소가 나오기도 합니다. 직장에서 저는 화를 내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마땅치 않은 일이 있어도 대개의 경우 사람 좋게(?) 넘겨버립니다. 직장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하고도 대부분 웃으며 만납니다. 이런 저를 두고 과거에 저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이중적이라고 합니다. 사람의 성격을 진단하는 에니어그램에서 평화주의자 유형으로 나오는 저에게 절대로 그럴 리 없다고 완강하게 손사래를 칩니다.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별것 아닌 것(그렇지만 어떻게 별것이 아니라는 건지)을 가지고 툭하면 소리를 질러 대고, 오랜만에 만나서도 어제 본 듯이 잔소리를 해댔던 저의 모습을 떠올리며 하는 말입니다. 비슷한 얘기를 아내도 합니다. 며칠 전에도 밤이 늦어 자야 한다는 아내를 붙잡아 놓고, 차분히 얘기해도 넘칠 얘기를 성질을 부려가며 얘기했습니다.(아니나 다를까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와 지금껏 아내를 볼 때마다 목이 움츠러듭니다.) 그나마 아이들에게는 비폭력 대화의 원칙에 충실한 아빠였는데, 얼마 전에 20여년간 쌓아두었던 공든탑이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한동안 게으름 피우느라 창고에 툭툭 던져두기만 하고 방치했던 재활용쓰레기를 1시간 가까이 분리수거하느라 짜증이 난 참이었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쓰레기봉투를 툭 던져놓고 가는 딸에게 화를 참지 못한 것입니다. 나중에 아내에게 들으니 아빠가 엄마한테 화내는 것을 보며 나한테는 그러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 우리한테도 그런다면서 한숨을 푹 쉬더랍니다. 화를 내는 것은 그나마 낫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에게 섭섭하고 화난 감정을 바로 얘기하지 못하고 쌓아 두고 있다가 아예 마음속에서 지워버리기도 했습니다. 2013년 새해를 맞이하며, 새해에는 안과 밖이 같기를, 좀 더 품이 넓어지기를 기도해 봅니다. 이 병 학 경기광역자활센터장

[천자춘추] 청소년-따뜻한 관심을 먹고 사는 존재

광주시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이 모여 뮤지컬을 공연하고 있다. 해마다 연말이면 하고 있는 정기공연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특별하다.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공연팀에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이 출연하기 때문. 그 학생은 청소년 힐링캠프에서 만난 적이 있는 소위 부적응 학생이다. 3박4일 간의 캠프 일정 동안 내내 표정이 불안하고 어두운 아이였다. 광주시청소년극단이 출연한 뮤지컬 갈라쇼를 보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선뜻 출연을 허락할 수는 없었다. 연습과정에 성실하게 임한다는 보장도 없었고, 공연의 앙상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서울에서 경기도 광주까지 어린 여학생 혼자 오가는 것도 마음이 걸렸다. 단호한 거절에도 불구하고 한번만 믿어달라며 계속 전화가 왔다. 결국 금연과 성실한 연습 참여를 다짐 받고 출연을 허락했다. 어제 그 아이의 공연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필자 뿐 아니라 상당수의 관객들이 눈물을 흘렸다. 상처받은 한 소녀의 역할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의 완벽하게 극 속으로 녹아들어가 한 인물을 표현하고 있는 그 아이의 얼굴에서 더 이상 어둡고 불안한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무엇이 저 아이를 저렇게 변화시켰을까? 그것은 관심과 믿음이었다. 나는 아이의 아픈 과거에 자세하게 묻지도 않았다. 철저하게 그 아이가 맡은 배역만을 가지고 대화했다. 제대로 표현했을 때는 칭찬했고, 해석이 잘못된 연기를 할 때는 설득했다. 무대 위에서의 동작 하나하나를 지적하면서 따로 불러 설명해 주었다. 담배를 피우면 안되는 이유도 상투적인 사회 통념을 들이대기 보다는 좋은 연기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라고 얘기했다. 그 아이는 항상 내 곁에 머물며 지적을 기다렸다. 그 지적이 자신을 성장시킨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청소년은 자신을 인정해 주는 따뜻한 관심 속에서 변화한다. 따뜻한 관심이란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믿어주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그들을 품안에 끌어 안으려고만 하지만 그들은 대화가 통하는 친구에게 끌린다. 자신을 발견해 가는 과정 중에 발생하는 불안감과 자아의식의 발달로 야기되는 해방과 독립에 대한 욕구로 인해 자신과 처지가 비슷하거나 자신을 이해한다고 믿는 소위 이해자를 찾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일탈에 흥분하고 분노하기 보다는 청소년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비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이유있는 고민과 반항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이해자로서의 어른들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 기 복 광주시연극협회장 청석 에듀씨어터 대표

[천자춘추] 동물들의 안전거리 확보

원령공주라는 일본 만화영화는 숲을 지키려는 동물들이 자연을 파괴하려는 인간에게 처절한 저항을 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통해서 유명해진 것은 실제 배경 모델로 삼았다는 일본의 야쿠섬이다. 인천광역시 면적의 반 정도 되는 섬에는 어느 삼나무가 수령 3천년을 살고 있다는 것도 신비하지만, 사람은 2만명, 사슴도 2만마리, 원숭이도 2만마리가 어울려 산다는 홍보 내용도 흥미롭다. 사슴이나 원숭이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서해에 있는 굴업도에도 야생하는 사슴과 산양들이 꽤 많이 살고 있다. 원래는 사육하던 놈들이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이제는 완전히 야생이 되었는데, 아직도 사람들과 마주치면 상당한 거리를 두고도 경계의 눈길을 돌리지 않는다. 오감을 가진 동물들은 주위에 위협을 느끼게 되는 경계거리가 있고 나름대로 경험을 통해 체득한 안전거리를 늘 확보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 거리가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인간의 접촉이 강제적으로 통제된 38선 비무장지대에서 자연생태계가 안정된 것은 그들에게 안전거리가 넉넉하게 확보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양시 일산지역의 남쪽 한강변 장항습지에는 이전에 민간통제구역이어서 재두루미 등 많은 철새와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군사전략적 차원에서 자유로 경계선에 철책이 설치돼 있어 수도권임에도 매우 귀중한 자연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철책을 걷어내고 있다. 그러면 인간들의 발길에 짓밟혀지면서 순식간에 그 생태계는 파괴될 것이다. 군사적 철책은 철거한다고 하더라도 자연생태보호구역으로 보전할 방법은 없을까? 야쿠섬을 비롯하여 산새들이 사람의 어깨까지 날아와서 놀고 간다는 호주나 캐나다의 산림공원 풍경, 야생 참새들이 식당 식탁에까지 날아와서 어울리는 뉴질랜드와 같이 신비롭고 동화 같은 환경으로 만들어 가는 여유 있는 사람들이 참 부럽다. 철원 지장산에는 야생 산새들과 친구처럼 지낸다는 어느 스님의 소문이 자자하다. 산새들에게 돌려줘야 할 것들을 알고 이것을 양보하는 이런 분들이 우리에게는 많지 않아서 다른 나라 사례를 부러워하는 것이다. 도심에도 물고기와 곤충, 그리고 새들이 사람과 함께 살 수 있는 생태하천을 만들자고 해놓고 하천 고수부지에 꼭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설치한다면, 그래서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물고기와 새들이 놀라서 도망갈 수밖에 없다면 원령공주에 나오는 얘기처럼 자연과 인간은 치열하게 부딪치고 싸워야 한다. 이럴 경우 필연적으로 인간이 패배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바로 그것이다. 박 남 수 굴포천시민모임 집행위원장

[천자춘추] 소외된 이웃에 따뜻한 온정을

매서운 강추위에 연말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세밑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추운 겨울이 되면 더욱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때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더운 여름보다는 추운 겨울이,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붙기 때문인 듯 하다. 지난 9일 익명의 후원자가 서울 명동의 구세군 자선냄비에 어려운 노인분들에게 써달라는 짧은 글만 남기고 1억570만원이 넘는 수표를 넣고 말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구세군측은 지난해에도 명동의 자선냄비에 1억1천만원권 수표를 넣은 사람과의 연령대와 편지 글씨체가 비슷해 동일인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최근 몰아친 세밑 한파 속에서도 어려운 이웃을 돕는 얼굴 없는 천사들의 기부 소식을 들을 때, 나 스스로 미소 지으면서 온정이 남아 있는 사회라는 생각을 들었다. 얼마 전 신문에서 2012년을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온 세상이 모두 탁하다는 뜻의 擧世皆濁(거세개탁)을 대학교수들이 뽑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혼탁했으면 그것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았을까 생각하면서 한편으로 마음이 씁쓸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선행을 하는 분들이 있어 언젠가는 맑은 사회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연말연시에 모든 사람들이 가족, 연인들과 함께 축제 분위기에 젖어 있을 때 생활형편이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은 매서운 추위가 마음을 한층 더 얼어붙게 만든다. 요즘처럼 서민 경제가 어려울수록 우리 주변에는 독거노인, 어린 나이에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게 된 소년소녀 가장과 기초수급대상자등과 같이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들이 더욱 많아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추운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우리 주위의 소외된 이웃들을 생각나게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선행은 기명이든 익명이든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선행은 자신의 형편이 어려울 때 더 빛이 나고, 남을 돕는 온기는 높아질수록 더 좋다. 나눔이라는 건 생각보다 거창한 게 아니고, 바로 이웃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인 것 같다. 아무쪼록 우리 모두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정을 담은 기부를 확산시켜 소외된 이웃들이 추운 세밑을 따듯하게 보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았으면 한다. 김 정 섭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 창의력, 혁신을 이끄는 힘

혁신이 우리 사회 최대 화두다.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혁신을 외치는 소기가 높고 크다. 혁신 없인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의식도 폭넓게 깔려 있다. 혁신의 사전적 의미는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한다는 것이다. 바꾸되 완전히 바꿔야 하니, 화두는 중요하건만 이행이 그리 쉽지 않다. 사회 각 부문의 추진 상황을 살펴봐도 그렇다. 정부는 직무 분야별로 혁신의 비전과 목표, 전략을 세우고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368개의 지방공기업에도 경영성과 평가제를 적용하고 경영내용 공시제도를 도입하는 경영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변화에 민감한 기업 분야는 이미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최대 이윤을 내기 위해 강도 높은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이나 출연금을 지원받는 공연장도 변화의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N공연장이나 S공연장은 오래 전 경영혁신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출연한 S공연장도 조직역량평가와 목표관리(MBO) 및 평가 제도를 도입하는 등 혁신 대열 앞자리를 달리고 있다. 일련의 혁신을 향한 움직임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등 부분적인 성과를 거두고는 있다. 하지만 정작 마무리 단계에서는 지지부진하거나 소강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공공서비스 혁신 분야의 석학 제럴드 카이든(Gerald E. Caiden) 미국 남 캘리포니아대 교수의 말마따나 더디더라도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 신설이든 기존 공연장이든 누구도 이런 변화의 흐름을 거스르기는 어렵다. 조직의 특성에 맞는 중장기적 혁신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를 기반으로 인사 회계 사업 등 모든 분야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공연장으로서 특히 중요한 것은 사람에 관한 것이다. 케이든 교수의 말마따나 혁신은 새로운 사고로 접근하고 수정하는 노력을 바탕으로 모든 일을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변화를 이끄는 가장 크고 강한 동력은 구성원들의 창의성(Creativity)이다. 조직 전반에 걸쳐 창의성이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조직만이 혁신이라는 시대적 과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두 말 할 필요 없는 상식이다. 따라서 혁신을 향한 장도에 나서기 전, 무엇보다 조직의 창의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부터 청산해야 할 것이다. 유아독존형 리더십이나 하루살이 형 복사기 형 리더십 등이 그것이다. 노 재 천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이사

[천자춘추] 말(언어)

우리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것은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자신의 생각을 언어라는 도구를 통하여 타인에게 원활하게 전달할 수 있는 표현수단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일컫는 것 같다. 필자는 과거에 말 못하는 짐승들을 바라볼 때마다 아주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극히 제한적인 감정의 표현만이 가능한 짐승들은 말을 전혀 하지 못해서 얼마나 답답한 삶을 살아갈까. 반면에 우리 인간들은 태어난 후 어려서부터 옹알이를 하고 백일, 돌을 지나면서 점차 말을 하기 시작하게 되면, 주위에서 매우 기뻐한다. 필자도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필자가 세상을 살다 보니 생각이 점차 바뀌기 시작하였다. 전혀 말을 못하는 짐승들이 인간보다 오히려 훨씬 더 행복한 것이 아닌가 하는 궤변적인 생각을 들어서다.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살아가고 있을까. 대화는 서로 어려울 때 격려하고 용기를 주며 활기차고 행복한 삶을 서로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반면, 말로 인하여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서로 주고받기도 한다. 도대체 이러한 불편한 상황이 나타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상대방에 대해서 꼭 해야 하는 말과 해서는 안 되는 말을 분명하게 가리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다고 보여진다. 말이란 돌고 돌아서 나중에는 해당되는 당사자 자신에게 반드시 되돌아오게 된다. 참으로 묘한 일이다. 자신은 전혀 모르고 있다가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나중에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칭찬의 말이 아니라 자신을 험담하거나 약점을 얘기한 것이라면 갈등을 겪게 되고 그러한 말을 한 사람과의 관계가 당연히 소원해지게 된다. 그래서 필자는 요즘 말하는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다. 첫째로 상대방의 장점만을 얘기하는 훈련이다. 인간은 누구나 단점을 모두 다 갖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주위에 부각시키는 것은 인간의 삶의 질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아주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둘째로 누구로부터 상대방의 단점이나 험담을 본의 아니게 듣게 되더라도 그것을 본인이나 주위의 타인들에게 전혀 전달하지 않는 훈련이다. 즉 필자의 선에서 말썽의 근원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다. 셋째로는 타인으로부터 누구를 칭찬하는 말을 들었을 경우 그 소식을 당사자나 주위에 계신 분들에게 아주 활기차고 신명나게 전달해 주는 훈련이다. 이 세 가지 훈련을 부단하게 노력하여 실행함으로써 필자나 주위의 분들께서 모두 다 행복해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김 광 철 한국폴리텍Ⅱ대학장

[천자춘추] 진정한 정치인을 꿈꾸며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였다. 한해의 마무리를 하는 이맘때쯤이면 사람들은 한해를 돌아보게 된다. 요즘 문득 생각하는 것은 정치인으로 살아야 하나하는 회의를 느낀다. 늘 초심으로 최선을 다해 서민의 입장에서 모든 일을 하리라 마음을 다잡으며 살아온 시간이었다. 서민들을 위한 공약을 만들고, 어렵고 힘든 곳을 찾아다니며 돕는 일들이 정치인들이 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일에는 신경 쓰지 않고 각종 행사만 따라다니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부끄럽다. 마치 행사 도우미 같다. 작은 행사에도 모두 참석하여 꼭 인사말을 해야 하는 분들이 어렵고 힘들어하는 분들이 와서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곳에는 없다. 정치 풍토가 잘못되어 있다. 자신이 한 일도 아니면서 생색내야 하는 일에는 모두 자신이 한 일처럼 자랑을 한다. 정작 잠을 못 자가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일을 추진하고 성사시킨 사람은 이름 한번 불러주지 않는다. 꼭 이름을 불러주고 알아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마치 다음 자기 자리라도 차지할 것 같이 견제를 한다. 정치도 즐겁고 재미있게 보람있게 해야 하는 것인데 요즘은 정말 재미없다. 시민과의 약속도 중요하지만 정치를 하는 사람끼리의 약속도 중요하다. 선거 때가 되면 신경전도 있지만 선거가 끝나면 서로 협력하고 도우며, 각자가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협력하여 뽑아주신 시민들을 위해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곤란하고 어려운 일에는 몸을 빼고, 선심을 쓰는 자리나 환영받는 자리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깊어진다. 대선을 치르고 이제 2013년 새로운 도약의 한해가 시작된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나라 살림도 어려워지고, 민생고는 더 깊어갈 것이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이 겪는 어려움이나 행정상 조금만 방법을 달리하면 재산을 잃고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이 없게 되는 일에는 눈을 감고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사실 이런 일에 정치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뛰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불 끄는 게 임무인 소방대원은 불났을 때 119에 신고하면 소방차가 5분 내에 달려가는데, 정치인들은 거리에서 데모를 하고 죽겠다고 소리를 높여도 움직이지 않으니 큰일이다. 올겨울은 날이 추워서 연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연탄 나르기 잠깐하고 사진만 남기지 말고, 진정 서민을 위한 따뜻한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 박 동 우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장

[천자춘추] 나누는 것이 DNA

태어나면 죽는다. 이는 절대적 참이다. 징글벨 소리가 울려 퍼지는 성탄전야든 연등이 길을 잇는 초파일이든 태어나는 아이가 있고 죽는 이가 역시 존재한다. 이런 참(眞) 앞에서 왜라는 물음은 무수히 제기되나 답은 명쾌하게 와닿지 아니한다. 심지어 그 물음조차 잊고 살고 피하기 일쑤지만 삶 그 자체에 대해서는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든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삶에 있어서 옛날엔 등 따습고 배부르면 부러울게 없이 행복을 누렸으되 요즘은 의식주가 해결되어도 부족함을 느낀다. 국민소득이 국민행복과 상관관계는 높지만 절대적 정의 관계는 되지 아니한다. 기초생활도 되지 아니하는 사람이 느끼는 부족함이나 수십억 아파트 거주자가 더 채우려 발버둥치는 공허함이나 그 수준과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별반 다를 게 없다. 개인과 가족, 나아가 사회라는 거리 동심원을 맘속에 그려 놓고 살펴보면 부족함을 알 수 있다. 가족과 사회와 철저히 유리된 자기는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있거나 망망대해 천애고도에 홀로 있는 것이어서 행복할 리 없다. 가족 구성원 간에 한 명이라도 뭔가 모자람이 있다고 그 스스로 느끼거나 식구가 겪는다면 다툼이나 정적이 있기 마련이고 화목할 리 없다. 사회 구성원 간에도 있는 자와 없는 자간에 투쟁하거나 누구는 너무 많고 나머지는 너무 적으면 갈등과 반목이 없을 수 없고 나아가 해체의 위기까지 갈 수도 있다. 이와 같이 개인의 불행, 가족의 불화, 사회의 위기는 무엇에서 비롯되었을까라는 물음에 수많은 똑똑한 분들이 답을 내놓았다. 개인도 가족도 사회도 그 답을 안다. 비우고 나누고 베푸는 것임을. 그런데 알면 뭐하나, 행하지 아니함은 앎보다 못한 것을, 행함을 강제하면 있는 행도 사라짐을. 그래도 다행임은 사람은 역시 인간답다는 것이다. 선함이라는 DNA를 본디 갖고 있다. 성악설보다 성선설이 더 와 닿고 익명의 독지가뿐만 아니라 수많은 선남선녀의 쌈짓돈이 구세군 냄비를 채우는 것이 이를 실증한다. 남을 위해 기도하고 선수를 응원하며 어려운 상황을 불쌍히 여기는 것이 마음적 나누기로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기도 행복하게 한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성금이든 재능이든 자기 것을 나눠주는 것이 사회를 윤택하게 한다. 곧 나누는 것이 삶의 길이다. 꼭 덧붙이고 싶은 건 있는 사람이 나눔을 더 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게 노블리제 오블리쥬로서 마땅한 도리다. 최 유 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원지원장

[천자춘추] 청소년이 뛰노는 활기찬 공원 만들기

광주시와 중국의 자매도시인 산동성 즈보(淄博)시 청소년들이 매년 여름에 양 도시를 오가며 교류활동을 하고 있는데 5박 6일간의 교류활동 중 마지막 프로그램은 광주시에 있는 청석공원에서 진행된다. 청석공원은 과거 뚝방길이라 불리던 곳으로 우범지대 비슷한 공간으로 인식되던 청소년 접근 금지구역이었다. 그곳이 공원으로 개발되어 청소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자전거길은 물론 족구장, 농구장, 인라인 스케이트장, 지압로, 그리고 각종 운동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봄, 여름, 가을 광주시민들로 넘쳐난다. 특히 청소년들이 많이 모이는 농구장 근처에 가면 그들이 웃고 떠들며 운동하는 모습에서 삶의 활기가 느껴져 종종 학생들과 함께 농구를 하곤 한다. 정기적으로 색소폰 동호회의 공연이 낭만적으로 펼쳐지고, 가을이면 국화 전시회도 열려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행복한 부모들의 모습도 보게 된다. 한여름에 진행되는 광주시-즈보시 청소년 교류 기간 중 더위에 지쳐 짜증을 내던 아이들도 청석공원에 들어서면 표정이 밝아지고 활기에 넘친다. 언어의 장벽에도 함께 자전거를 타고 배드민턴을 즐기면서 행복해 하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청소년들을 보면서 주변의 공원들이 청소년 인성교육의 장소로 활용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렇게 좋은 청석공원에 요즈음 사람들이 없다. 물론 청소년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어른들이야 추운 겨울에 무리하게 움직이면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지만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이 날씨가 춥다고 집에만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겨울방학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청석공원의 넓은 부지 한 켠에 스케이트장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즐겁게 겨울을 이겨내는 건강한 청소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을 것이고 겨울이면 한적해 지는 청석공원의 활용도를 높이는데도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겨울철 썰매 타고 스케이트를 즐기던 청소년 시기를 대부분의 어른들은 기억하고 있다. 시린 손발을 녹여가며 친구의 어묵 국물을 나눠 마시던 그곳, 추울수록 즐거워지던 스케이트장의 건강한 추억을 우리 청소년들에게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춥다고 움츠리는 아이들의 모습보다 마음껏 뛰어놀며 추위를 이겨내는 튼튼한 모습을 보고 싶다. 그래서 우리 청소년들이 겨울이면 더욱 행복해지는 공원이었으면 좋겠다. 청소년 인성교육은 밝고 활기찬 친구들과의 어울림에서 시작된다.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어울릴 수 있는 겨울공간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 기 복 광주시연극협회장 청석 에듀씨어터 대표

[천자춘추] 양평군립미술관 1년

2011년 12월 16일 문을 연 양평군립미술관이 개관 1주년을 맞았다. 관람객 9만1천명, 교육 참가자 9천명, 공연 등 특별 프로그램에 3천명 등 연인원 10만여명이 미술관을 다녀갔다. 8번의 기획전시에 초대된 작가만도 양평거주 작가를 비롯해 전국에서 300여명에 이른다. 관람객 설문 조사결과 49%가 주변의 권고에 의해 방문하였고 42%가 재방문 이상이었으며 5회 이상 관람자도 9.5%였다. 그리고 97%가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의사가 있다고 하였고 95%가 전시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프로그램은 59%가 2회 이상 참가하였다. 30년 가까이 예술기관에서 일한 경험에 의하면 기획이 예술기관의 성격을 규정한다. 더욱이 신생미술관은 기존 미술관과의 차별성을 통해 위상을 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운영 원칙을 PICS로 설정하였다. 봄, 여름, 가을, 겨울별 4계절 기획전시를 배치하였고, 가정의 달 특집과 같은 특별기획전을 중간 중간 배치하여 연중 기획 전시로 운영(Planning)하였다. 관람객, 작가, 미술관이 상호작용(interactive)하며, 전시 연출부터 각종 인쇄물, 작가 초대 기준을 창의(creative)로 설정하여 질이 담보되는 전문 미술관(special)이 되고자 하는 것이었다. 양평군립미술관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전시 주제와 내용을 접근하기 쉬운 주제로 설정하여 미술관 문턱을 낮추고, 군립미술관이라는 인식의 한계, 선입견을 극복한 것을 들 수 있다. 관람객 대부분은 군립미술관의 전시가 그저 그럴 것이라고 예상하고 왔다가 작가 수준과 작품의 질에 놀라고 인식을 새롭게 한다. 둘째 현대미술(contemporary)을 소개하면서도 현장 실기와 관람 소감 수기 등 관람객과 상호 소통하여 친근하고 참여하는 미술관이 되었다는 점이다. 아울러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을 체험위주로 시행함으로써 어린이들이 스스로 창의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였고 어린이 뮤지컬, K-classic 등 특별 프로그램을 개최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할 수 있다. 그 결과 미술 애호가층 뿐 아니라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층이 찾아 관람객 외연이 확대되었고 만족도가 높았다. 가족미술관이란 별칭이 이제는 양평군립미술관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양평군립미술관이 이루어 낸 지난 1년간의 성과라면 성과일 것이다. 이 철 순 양평군립미술관장

[천자춘추] 왜, 안되나요?

우리가 어릴 때, 해서는 안 되는 것을 가정과 학교에서 분명하게 배웠다. 위반하면 엄한 벌을 받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어른들도 모른 척하지 않고 보는 대로 야단을 쳤다. 강력한 처벌도 받았다. 요즈음은 다르다. 등굣길에 학생들이 책가방을 메고 부둥켜 안고 신호를 기다린다. 지하철 안에서도 껴안고 키스를 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그들은 말한다. 포옹하면 왜, 안 되나요? 골목길에서 남, 여학생들이 담배를 피운다. 나무라면 어른들도 피우는데 우리는 왜, 안 되나요? 되묻는다. 늦은 밤 공원에서 남녀 학생들이 모여 앉아 소주를 마시며 떠들어 댄다. 소주 마시고 즐기면 왜, 안 되나요? 뿐만 아니라 얼마 전 수능 시험 본 후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성매매 한 학생이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몸 팔아 등록금 마련하면 왜, 안 되나요? 초등 교사와 6학년 학생이 성관계를 맺었다. 서로 사랑해서 라고 말한다. 어떤 말로 지도를 해야 할지 암담하다. 윤리 도덕 문제라고, 학생이기 때문이라고, 건강 때문이라고 말해야 할지 암담하기만 하다. 요즈음 이보다 더 황당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 묻지마 살인 사건으로 한 의료기 매장에서 고객인 60대 A 씨가 직원의 가족 20대 B 씨가 휘두른 흉기에 가슴 등이 찔려 숨졌다. 학생들 간의 살인 사건도 있었다. 빼빼로데이에 이별을 통보했다는 이유로 사귀던 여자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숨긴 20대 남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오빠가 자신의 집에서 이복 여동생 31살 A 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사건, 아버지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뒤 자신의 펜션 건물 아래에 시신을 파묻고 태연하게 생활해온 사건, 아버지에게 꾸중 듣다 홧김에 아버지를 살해한 10대 사건, 자기 친자식인 3남매를 굶기고 때려 숨지게 한 사건, 6억 주기로 하고 후배와 함께 부모를 살해하기로 공모한 10대 사건도 있었다. 요즈음 먼 나라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들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성이 사라지고 있다. 수년 동안 학교 교육을 받아온 인간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 짓을 하고 있다. 가정과 학교에서 해서는 안 되는 교육 부족의 결과이다. 기본이 무너지고 있다. 바른 삶의 가치관 교육의 부실에서 오는 결과이다. 인간사회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하지 말고 해서 안 되는 것은 엄하게 가르쳐야 한다. 학교 교칙 위반자도 엄하게 교육해야 한다. 학생 인권과 함께 준법정신을 강화해야 한다. 교원과 부모도 반성하며 학생들에게 왜, 안 되는지를 분명하게 교육하자. 전 근 배 前광주하남교육장 경기교육삼락회장

[천자춘추] 가난을 넘어서는 힘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반고흐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2007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회가 열린 이래 두 번째 전시회인데 반고흐가 2년 동안 살았던 파리시절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림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제가 반고흐라는 화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평생의 후견인인 동생에게 보낸 편지를 묶은 반 고흐, 영혼의 편지라는 책 덕분입니다. 돌아가신 법정스님께서 이 시대에 꼭 읽어야 할 책 50권 중의 한 권으로 꼽은 책이기도 합니다. 반고흐는 37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다가 권총자살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879점의 작품을 그렸지만 판매된 작품(유화)은 그가 죽던 해에 판매된 1점에 불과했습니다. 당연히 평생 가난과 씨름하며 살았습니다. 그는 돈이 없어 끼니를 거르면서도, 시대에 영합하는 잘 팔리는 그림을 그리기를 거부하고, 자연과 인간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는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림이란 게 뭐냐? 어떻게 해야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까? 그건 우리가 느끼는 것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사이에 서 있는, 보이지 않는 철벽을 뚫는 것과 같다. 아무리 두드려도 부서지지 않는 그 벽을 어떻게 통과할 수 있을까? 내 생각에는 인내심을 갖고 삽질을 해서 그 벽 밑을 파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런 정신이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그를 위대한 예술가로서 이끌어 준 것이지요. 책을 읽는 내내 제 삶이 돌아다 보였고 부끄러웠습니다. 어렸을 적 가난이 너무 싫었습니다. 중ㆍ고등학교 시절에는 교복이 헤져서 엉덩이 부분을 여러 번 기워 입고 학교에 가야 하는 것이 너무 창피했습니다. 일 년 내내 용돈 한 푼 없어 친구들이 빵이나 라면을 사먹는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이 싫었습니다. 이것은 고스란히 열등감으로 이어져 부자 아이들 앞에 서면 주눅이 들곤 했습니다. 이런 열등감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20대 중반쯤 친한 선배로부터 그 가난이 오늘의 너를 만들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였습니다. 능력이 뛰어나지는 않아도 가난한 사람이건 부자이건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저를 격려하는 얘기였습니다. 선배의 얘기를 들으면서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명료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고난 속에서도 인내하며, 온 힘을 다해 자기의 길을 걸어간 고흐를 마음 깊은 곳에 담아둡니다. 이 병 학 경기광역자활센터장

[천자춘추]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둔다

잘못된 국가 정책은 국책연구원 같은 전문가 집단이 올바른 방향을 근원적으로 제시하여야 하는 게 연구기관의 존재이유가 아닙니까? 2008년 어느 국책연구원의 한 분이 소심한 성격이지만 용기를 냈다고 하면서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당시 정부는 대통령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계획을 4대강 정비 계획으로 바꿨지만 역시 반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을 때였다. 국토해양부는 국책연구원에게 반대논리에 대한 정답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는데, 장관으로부터 유공자 표창까지 받은 이 전문가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국토의 대재앙은 상식적으로 명확하게 예측되는 상황을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반대논리를 뒤집을 대안이 없어 답변을 주지 못하니깐 능력이 부족하다는 질책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3개월 정직을 당했고 차별대우를 받아야 했다. 그 이후에 정부의 누구 하나 4대강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한 사람은 없었다. 조선왕조의 연산군이 신하들의 목에 걸고 다니게 했다는 신언패(愼言牌)가 글로벌 시대의 국격 높은 대한민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된 지금에도 찬반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환경부에서 발간한 4대강 홍보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하천은 해마다 갈수기에 물이 부족하여 수질이 약화되어 강물과 호수는 녹조로 인해 썩어들어 가고, 수생태계는 본류 73개 지점 하천의 40%에서 물고기들이 병들어 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그래서 4대강 살리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4대강에 보(洑)를 막아 물을 가둬 놓아도 수온의 변화, 광합성을 위한 빛 총인 등 오염물질 증가 등의 적정조건이 갖춰질 경우에만 발생하는 조류(藻類)는 적절히 통제하면 예방할 수 있고 현재의 기술로도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 주장했다. 그런데 같은 환경부가 발간한 천생인생이라는 다른 자료에는 한강과 같이 수심을 유지하기 위해서 수중보를 설치할 경우에는 유속이 느린 정체수역이 조성되어 물 오염을 촉진시키게 된다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으로 수억톤의 물이 저장되었다고 하더라도 환경부가 사례를 한 태백에는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 조류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고 장담했는데 지난 여름에 발생한 녹조라떼라고 이름이 붙여진 조류와 낙동강의 물고기 떼죽음의 원인을 정부는 아직 밝히지 못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있는 환경을 지킬 때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둔다는 생각이다라고 배우는 어린이에게 물려 줄 환경을 지켜 줄 대통령은 없을까? 박 남 수 굴포천시민모임 집행위원장

[천자춘추] 공연장의 꽃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국내에 상륙하는 해외 공연물은 많지 않았다. 인지도가 높은 세계적 공연장에서 작품성이 검증되고 흥행에 성공한 공연물들이 선택적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작품은 주로 서울의 대형 공연장 무대에 올랐고, 환상적인 무대예술에 대한 기대와 함께 라이선스공연을 즐기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써가며 서울 나들이를 감행하는 이들도 적잖았다. 물론 공연의 감동은 이런 이들의 입을 통해 지역에도 널리 번져나갔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오늘날,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무엇보다 해외의 대형 작품을 올릴 수 있는 첨단 장비와 시설을 보유한 지방 공연장이 늘었다. 이는 95년 도입된 지방자치제도의 산물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한편 시민의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 이들이 날로 많아지는데다 경제력의 향상에 따른 문화자본의 축적과 이에 기반 한 시민의 욕구 증대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 추이에 발맞춰 여러 공연장이 첨단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쉬운 게 많다. 이따금 지방 공연장을 찾아가보면 특히 무대기술 각 분야의 전문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좀 오래된 이야기지만, 어떤 공연장은 아예 상주하는 무대예술 스텝조차 확보하지 못해 공연장 근처의 전파사 또는 목공소 사람들과 함께 공연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경우를 목격하기도 했다. 공연장의 숨은 일꾼들이라고 일컫는 무대예술 스텝은 복잡한 무대시설의 운영과 안전사고를 책임져야 하는 매우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무대감독, 조명, 음향 등 어느 한 분야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모든 분야의 스텝들은 관객이 객석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시간 내내 초긴장 상태에 시달린다. 사소한 실수 하나로 공연이 중단 되는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연이 끝났다 해서 이들 임무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되레 더 바빠지기도 한다. 다음 공연 일정이 촉박하면 밤을 새워서라도 무대장치, 조명기기, 음향기기 등을 철거해야 한다. 무대예술 스텝과 디자이너들의 땀은 고스란히 완성도 높은 공연작품으로 승화된다. 각종 조명과 특수효과 장치로 무대를 신비스럽게 만들고, 미디어와 특수영상 기법으로 관객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 간다. 공연에서 무대 스텝이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더욱 크고 무거워지고 있다. 하나의 공연이 완성되는 것은 좋은 기획이나 자본뿐 아니라, 공연 현장에서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무대예술 스텝에도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비중은 날로 커져 이제는 공연장의 꽃이라 불리기도 한다. 노 재 천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이사

[천자춘추] ‘깨끗한 물’을 후손에게

우리 인체의 약 70%는 물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은 체내의 수분을 12%만 잃어도 괴로움을 느끼며, 음식은 먹지 않고서도 46주 정도 생존이 가능하지만 물을 마시지 않으면 일주일도 채 못가 사망하게 된다. 우리에게 물을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프리카에서는 물 한 모금 구하기 어려워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거나, 오염된 물을 마시고 질병의 고통 속에서 사망하는 5세 이하 아동들이 연간 18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한편, 전세계 인구 중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는 인구수가 11억명에 이르고, 20초에 1명꼴로 수인성 질병으로 아동이 사망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주위에서 물을 너무 흔하게 볼 수 있고, 이용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어서 물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오늘날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한 환경오염으로 많은 물고기와 수생식물이 살던 깨끗하고 맑은 물을 볼 수 있는 곳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래도 최근에 각종 공공기관, 사회단체, 주민과 학생들이 자연보호를 위한 각종 계몽활동과 강과 하천 정화활동 등을 통해 환경보전과 수질보호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농어촌공사에서도 1999년부터 매월 하천과 저수지 등에서 실시하는 내고향물살리기 운동을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물 보호의 필요성을 계몽하고 직원들이 주민들과 함께 주변 쓰레기를 수거함으로써 농어촌지역의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국민의 자발적인 수질환경보전운동 정착을 위해 내고향물살리기운동과 함께 주부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상생활에서 경험한 깨끗한 물을 보전하기 위한 우수체험사례를 담은 내고향 물살리기 실천수기를 매년 공모하고 있다. 공사에서는 올해 실천수기 우수사례 78편을 모은 내고향물살리기운동 실천수기 수상작 모음집을 발간해 학교와 마을도서관 등에 배포했다. 우리가 가정에서 수질보호 노력을 실천하기가 어려울 것 같지만 관심을 가지고 주위를 돌아보면 쉽게 많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친구나 혹은 가족끼리 강, 하천 정화 봉사활동하기, 가정에서 세제, 샴푸 사용 줄이기 등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가까이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많다. 깨끗한 물의 확보는 가정과 일상생활 속의 작은 노력으로 비롯된다. 깨끗한 물이 후손들에게 영원히 물려줄 수 있도록 실천수기 수상작 모음집의 생활 속 작은 실천이야기들이 사회에 널리 알려져 우리 하천과 강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데 작은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김 정 섭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 유산

우리들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단이 다를 뿐 누구나 경제활동을 하면서 생을 영위해 나간다.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루게 되면 우리는 더욱더 가정경제가 아주 중요한 요인으로 대두되게 된다. 그런데 사업이나 장사를 하든 조직생활을 하든 경제활동이 그렇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필자가 잘 아는 선배부부를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이 분들은 일생을 아주 열심히 살아오시면서 경제적인 부도 꽤나 많이 이루셨고 건강도 아주 좋으셔서 크게 부러움을 사는 분들이다. 그러나 그 분들을 뵙고 나서 상황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매우 놀랐다. 두분께서는 이미 부를 축적하셨고 자녀도 출가시켜 편안하게 생활하는 줄만 알았는데 가정 내 문제로 몇 년간을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고 했다. 이유인즉슨 자녀의 유산에 대한 문제가 정리되지 않아서 가정에 불화가 생긴 것이다. 정리가 안됐다기보다는 후손들의 이해관계가 서로 합의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우리나라는 명절이 되면 자녀가 부모님을 뵈러 선친들이 계신 댁으로 인사를 가는 것이 전통이다. 그런데 이분들의 경우에는 불만을 가진 일부 후손들이 수년간 전혀 오지 않았다고 한다. 과연 그분들의 심정이 어떠했겠느냐 하는 것은 독자 여러분께서도 충분히 이해가 되시리라 믿는다. 필자가 만약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필자 역시 그분들처럼 별도리가 없을 것 같다. 우리가 돈이나 재물 앞에서 초연할 수 없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돈이나 재물이 삶의 근간을 보장해 주는 것이 되어서 그러는 것일까 아니면 물욕이 먼저 앞서서일까. 필자도 주머니에 돈이 없거나 신용카드를 결제하는데 자신이 없으면 아무리 친한 사람을 만나도 마음이 편치 않다. 반면 그렇지 않을 때는 자신감이 생긴다. 그렇다면 돈이 전부란 말인가? 이 세상이 어떠한 일이 발생되거나 발생을 시키려고 하면 돈이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생활의 결제수단인 돈을 벌기 위해서 경제활동을 부단히 하면서 노력한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일생을 사는 데에 얼마나 돈이 필요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사람들마다 각기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생명보험회사 등에서 제공해주는 생애설계비용이나 은퇴 후의 생활설계비용 등이 공적인 가이드라인이라면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왜 우리는 공적인 가이드라인보다도 훨씬 더 큰 재산인 유산 상속문제로 혈연간에 서로에게 심한 상처를 안기면서 극심한 불화나 갈등을 유발시키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인가 의문이 남는다. 김 광 철 한국폴리텍Ⅱ대학장

[천자춘추] 지자체 축제 보완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장을 주민들이 직접 뽑기 시작한 것이 1995년 6월이었다. 17년이나 되었다. 그동안 지방자치로 긍정적인 측면도 많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중에도 전국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축제 문제점은 성년의 나이가 되는 시점에서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전국에서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엄청나게 큰 효과를 내는 대표적인 축제가 있다. 화천에 산천어 축제, 함평의 나비 축제다. 경기도의회 의원이 되면서 경기도 자치단체의 축제들을 많이 다니게 되었다. 자치단체들이 축제를 만들고자 하는 이유는 다 알다시피 축제가 지역문화를 강화하고 특성화를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자치단체의 축제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함께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축제의 본래 취지와는 달리 단체장들의 얼굴 알리기나 초청가수 공연 행사로 여겨질 때는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듣게 된다. 축제들의 주제나 프로그램이 차별성과 독창성이 미흡하고, 지역 경제와의 연계성이 부족하다. 프로그램 차별성과 독창성을 찾는 노력이 부족하다보니 축제 개최의 목적과 내용이 불분명하고 인근 자치단체가 하니 우리도 한다는 식의 따라하는 축제가 흔하다. 지방자치단체는 축제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전문 인력이 절실하다. 축제나 지역 경제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단기간에 성과를 보려 하기보다는 지역의 특성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 것이 절실하다. 지자체 대부분이 민간업체인 이벤트회사에서 축제를 전담하는 경우가 많다. 예산을 편성하고 이벤트 기획사를 찾고, 계약을 한다. 그리고 축제가 다가오면 행정조직을 이용하여 동장, 주민자치위원, 새마을 등등 주민만 모아 몇 명이 모였는지 몇 명이 왔다갔는지 참가한 인원 숫자를 파악하고 부풀려 축제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한다. 그러다보니 축제의 관광 상품 마인드가 부족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거나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미흡한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자치단체 지방재정 형편이 열악한데도 매년 다수의 축제, 행사를 반복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축제는 예산규모의 적정 기준이 모호하다. 축제의 개최 목적을 달성하고 행사비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그 필요성과 타당성 등을 사전에 심사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처음부터 크게 생각하지 말고 멀리 보고 기획하여 지역축제로 경제가 활성화되어 주민의 생활이 윤택하게 해야 한다. 요즘 국민들의 삶이 너무 힘들다고 한다. 이러한 때 지방자치단체장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박 동 우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장

[천자춘추] 공짜는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의 최고 통치자든 기업의 CEO든 리더에게는 그에 걸맞은 지식과 덕목을 갖추기를 기대했다. 지식과 덕목을 갖추는 수단으로서 독서가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는데 옛날 중국의 왕에게 신하가 한 수레의 서책을 추천하자 왕이 요약해라는 명을 하여 몇 권으로 신하들이 요약하여 상신하자 왕이 한마디로 요약하면 무슨 뜻이냐고 묻자 신하가 답하였다. 공짜는 없다라고. 이것이 일언이폐지하여 세상의 진리이자 삶의 요체임에도 흔히들 간과된다. 삶에 있어서 의식주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의료와 교육이다. 공짜 옷은 대개 제복으로서 규율에 복속되는 신분을 나타내는데 조종사 제복은 선망의 대상이지만 이를 입어보기 위해서는 많은 땀과 열정을 치러야 한다. 반면에 죄수복은 사기나 치고 도둑질이나 하면 입을 수 있지만 자유를 희생해야 한다. 먹는 데 있어서 무상급식(공짜점심)의 회오리에서 경험했듯이, 자원의 분배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주거에는 영구임대주택의 규모와 공급을 둘러싸고 역시 자원의 분배 논쟁이 같이한다. 무상교육은 권리이자 의무로서 국가나 학부모에게 서로 얽매이니 양자 간에는 형평성이 있다고 본다고 하더라도 그 교육기간을 몇 년으로 할지에 대해서는 분배논쟁이 지속된다. 의무교육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대학 등록금은 치열한 논쟁이 더할 수밖에 없다. 무상의료는 재원 규모가 의식주나 교육의 경우 수조원 정도이지만 무상의료의 재원은 수십조원으로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논쟁이 더 치열함이 당연하다. 의료개혁과 관련해서는 선진국의 역사에서도 정권의 명운이나 그 나라의 역사 흐름을 바꿀만한 핫이슈였다. 공짜를 둘러싼 논쟁은 잘 살든 못 살든 똑같이 혜택받느냐와 있는 사람은 조금만 받고 없는 사람은 많이 혜택을 받느냐는 논쟁이고 이는 곧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의 이데올로기 다툼이다. 더 나은 혜택은 재원이 더 필요하고 그 재원은 결국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덜 내고 덜 받든가, 더 내고 더 받든가 하는 것은 국민이 판단할 몫이고 똑같이 혜택받을 것인지 생활 정도에 따라 혜택의 차이를 둘 것인지 하는 것 또한 국민이 판단할 몫이다. 이제 며칠 남지 않은 9일이면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이들의 공약을 찬찬히 살펴보고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선택의 잘못은 뽑은 국민 스스로 그 대가를 치러야 하고 올바른 선택은 뽑은 국민 자신이 혜택을 받는 것이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최 유 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원지원장

[천자춘추] 교장선생님들께 당부 드리는 글

한해가 저문다. 겨울방학도 시작된다. 학교마다 한해 교육 활동을 학생, 학부모 만족도를 통해 평가 분석하기도 한다. 그와 함께 제기된 문제점은 무엇인지도 직원협의를 통해 논의 되는 시기이다. 학교폭력의 발생 건수, 진학률, 전년도와 금년도 학력비교 등 할 일이 수없이 많다. 그래서 남들은 방학 때 선생님들이 노는 줄 아는데 이 모든 일을 하는 시기가 방학이다. 이러한 일들을 평가 분석하다 보면 부족하였던 점을 알게 된다. 좀 더 다듬고 색칠하고 수정하여 학년별 완제품으로 명품을 만들고 싶은 것이 학교장의 마음일 것이다. 그러기에 학교장은 방학을 며칠간 줄여서라도 늘어난 수업 일수를 통해 부진아의 보충지도, 학교폭력에 대한 토론 학습, 국경교육도 하고 싶을 것이다. 어디 이뿐이랴 웃어른 공경교육, 진로교육, 나라사랑교육도 보충하여 좀 더 성숙하고 기본이 바로 선 제자들을 만들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직원들은 다른 주장을 할지도 모른다. 내 시간이 부족하다. 바쁘다. 학생 학부모가 원하지 않는다. 방학 동안 학생들의 일정도 있다. 법정 수업 일수만 해도 된다. 틀린 주장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만 가지고는 다듬고 채워줘야 할 부족한 제자들을 바르게 이끌어 가기에는 어렵다고 본다. 신문, 방송에는 하루가 멀다고 학교폭력 사건과 학생 성폭력 사건 스승폭력 사건이 나오고 있다. 학교는 사건, 터진 이후에 사후 처리에 바쁘다. 사건 사전 예방교육엔 소흘함이 늘 지적되고 있다. 그래서 학교교육의 불신의 소리도 나오기도 한다. 교육 행정 기관에서는 글로벌인재 육성 교육이라면서 글로벌 소양교육엔 소흘한 점이 많다. 그 많은 시간을 영어공부에 투자하면서 외국인을 만나 자연스럽게 대화 한마디 할 수 있거나, 가족 이름과 자기 집 주소를 영어나, 한자로 쓸 수 있는 학생이 얼마나 되는가? 지금은 많은 가족이 해외관광을 간다. 기내 속에서 출입국 신고서 하나 쓰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다. 학교나 가정에서 교육 받은 적도 드물다. 자기 학교의 역사, 담임과 학교장 이름도 모르는 학생이 많다. 정규 교육과정만으로 교육하기 시간이 없다면 방학일수를 줄인 이 시간에 교육함도 바람직스럽다고 본다. 이 모든 사항에 대하여 필자는 학교장으로 근무시 1주일 정도 방학 일수를 줄이고 그 시간에 못 다한 교과지도와 글로벌인재 소양교육으로 학생 행복지수와 학부모 만족도를 높였다. 한번쯤 해 볼만 한 과제이기에 교장 선생님들께 권해 본다. 학교 교육이 신뢰 받는 길이기도 하다. 전 근 배 前 광주하남교육장

[천자춘추] 마을가꾸기

브르통은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에 열어놓는 것이라 했다. 열린 세계로 나아가는 것은 마음이다. 그 세계 중에 마을이 있다. 사막이나 빙산의 계곡과 달리 마을은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있어 보여지는 것이다. 그래서 가고 싶은 마을이 있고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는 마을이 있다. 역사가 오래된 마을은 그만큼 사람과 마을이 낳은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아무런 기억도 남기지 않는 마을도 있다. 한국의 마을은 이런 점에서 가고 싶거나 기억에 남는 마을을 잃어가고 있다. 개발이란 명목 아래 자연과 이야기가 소멸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 재개발과 신도시 개발은 이러한 모습의 전형이다. 마을가꾸기 사업이 대도시 재개발과 함께 새롭게 지방 도시 개발의 모형으로 부각되고 있다. 마을가꾸기 사업이 제2의 새마을 운동이 아닌 것은 틀림없다. 빈곤 도시를 근대형 도시로 개발하기 위해 역사적 흔적, 다시 말해 사람과 마을 이야기를 지워 버린 것을 기억한다. 그런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런데 아직도 간판을 획일적으로 바꾸고, 도로 포장을 새롭게 하는 것으로 마을 가꾸기 사업을 이해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 새로운 간판이 들어서는 순간 옛 간판이 말하는 이야기는 사라지고, 포장으로 길을 덮는 순간 자연의 촉감은 느낄 수 없다. 스러져 가는 담에 벽화를 그리고, 새로운 조형물을 설치한다고 해서 마을이 가꾸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색 바랜 벽화는 칙칙하고 어설픈 조형물은 흉물이 된다. 걸어서 자신을 세계에 열어 놓는 다는 것은 역으로 그 마을이 말을 걸어오는 것인데 마을이 들려 줄 이야기가 없다면 걷는 의미가 있겠는가? 문제는 거창한 고담준론이 아니라 사근사근 속삭이는 때 묻은 정감 같은 것이 마을의 이야기일 수 있다는 점이다. 개성은 획일성과 다르고 이야기는 사소한 것조차 의미가 있다. 일반성을 넘어설 때에는 각별하다. 개성이 있고 사소하지만 남다른 이야기가 있을 때에 걷고 싶은 마을이 된다. 이러한 마을은 관광과 경제적 목적을 위해 개발된 마을 보다는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삶의 만족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 마을이다. 주민이 마을의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 마을을 아끼어 이야기가 쌓여가는 마을이다. 그런 마을이 될 때에 걷는 자가 마음을 열어 놓을 것이다. 이 철 순 양평군립미술관장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