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구절초차(茶)

즐겨마시는 차 중에 구절초차가 있습니다. 구절초는 들국화의 일종인데 음력 9월 9일이면 아홉 개의 마디가 생기고 이 시기에 채취해야 가장 효과적이라고 해서 구절초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구절초 차의 색은 요란스럽지 않고, 은은합니다. 약하게 타면 얼핏 보아서는 그냥 맹물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향은 다릅니다. 입에 머금으면 입 안 가득 향이 차며 여운이 오래 남습니다. 차를 마시면서 구절초 차처럼 진하지 않아도 오래도록 향이 남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향은 겉모습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속에서 나옵니다. 구절초 차도 말린 꽃잎만 보면 소박하다 못해 추레해 보이기도 합니다. 사람도 마음에서, 그 사람의 삶에서 향이 나옵니다. 그래서 향이 있는 사람은 비록 우리 곁에 없어도 오래도록 남아 그 향을 전합니다. 반면에 향이 없는 사람은 감동도 울림도 없습니다. 조직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멀리서 보기에는 일을 잘하는 것 같고, 근사해보이지만 막상 가까이에서 보면 향도 색도 없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경기광역자활센터는 빈곤계층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관입니다. 2004년에 설립되었으니 이제 10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일하면서 우리에게는 어떤 향이 날까 궁금해 질 때가 있습니다만 이건 온전히 우리를 지켜보는 이들의 몫입니다. 우리로서는 가난한 이들도 우리 사회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면 우리에게도 구절초 차와 같은 향이 나는 날이 오겠지요. 가끔씩은 나에게는 어떤 향기가 날까하다가 아직 향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 다다르면서 우울해 질 때가 있습니다. 그나마 살다보면 언젠가 향이 날것이라는 희망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2012년의 막바지 12월이 되었습니다. 송년모임이다 뭐다 해서 몸이 고생하는 시기입니다. 그렇지만 바쁘더라도 한해를 잘 마무리해야 하겠지요. 한해를 마무리하며 내년에는 구절초 차처럼 은은하지만 향은 오래 남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병 학 경기광역자활센터장

[천자춘추] 친숙한 휴식의 공간-극장(Theater)

지난 토요일 광주시 청소년 극단 학생들과 함께 뮤지컬 관람을 위해 극장을 찾았다. 2011년 9월에 개관한 광주시문화스포츠센터는 1천200석 규모의 대공연장과 250석 규모의 소공연장, 그리고 전시시설과 편의시설 스포츠 공간으로 이루어진 복합 문화공간이다. 학생들에게 관람비가 적은 액수는 아니었지만 할인혜택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뮤지컬을 즐길 수 있었는데 극장 로비에서 학생들이 보인 태도가 예술의 전당이나 대학로에서의 그것과 달라서 흥미로웠다. 일년에 서너번 학생들과 함께 서울의 큰 공연장에 가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환경에 대한 열등감 때문인지 약간 주눅들어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번에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웃고 떠들면서 동네 어른들께 인사하고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서 공연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학생들 뿐 아니라 어른들의 얼굴에도 지인들과 함께 즐기게 될 공연에 대한 기대와 행복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서울 못지 않은 훌륭한 지역 공연장에서 좋은 공연을 감상한다는 자부심과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1999년 여름 필자는 ASSITEJ(국제 아동청소년 연극협회) 세계총회 참석차 노르웨이 북단에 있는 트롬소라는 도시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10일간의 일정이 진행되는 동안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곳곳에 있는 지역 극장들이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유치원생부터 초중고생, 그리고 은퇴한 노년층에 이르기 까지 아무런 부담없이 극장로비에서 그림을 그리고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그들의 모습에서 극장은 낯설고 엄숙한 공간이 아닌 매우 친숙한 휴식공간으로 보였다. 나중에 들어보니 북유럽의 예술교육은 유아시절부터 주기적으로 극장을 방문해 체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극장 역시 아이들이 친숙함을 느낄 수 있도록 극장의 구조와 운영방법, 사물배치 등의 여러 곳에서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었다. 공연관람이나 전시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아이들은 극장을 둘러보며 예술에 대한 호기심을 느끼게 되고 타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풍부한 인성의 소유자로 성장하게 된다. 이런 풍토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자신의 삶의 일부처럼 극장을 찾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로 보였다. 지역의 공연장은 지역 아동청소년들의 인성 교육공간이 돼야 한다. 모든 예술은 인간 삶의 세련된 표현행위이다. 인간 삶의 모습이 다양하듯이 예술행위 역시 다양하다. 다양한 예술에 접하는 것이야말로 다양한 타인의 삶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최고의 인성교육이다. 이 기 복 광주시연극협회장 청석 에듀씨어터 대표

[천자춘추] 뱀이 살 수 있는 하천

일본 가고시마현에 인구 5만명 정도의 평범한 농촌마을 이즈미시는 세계 최대 두루미 월동지로 유명해서 연간 70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가는 곳이다. 이즈미에는 원래부터 두루미가 많았던 곳이 아니다. 60년 전에는 그저 200~300마리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 지역 주민들이 보호한 결과 지금은 1만2천~1만3천 마리나 찾아온다고 한다. 예전에는 우리나라 철원과 연천에 두루미가 꽤 많이 찾아왔었지만 지금은 민통선 안에서만 겨우 볼 수 있을 정도로 개체수가 줄었다. 전문가들은 두루미들이 월동지를 이즈미로 바꿨다고 생각한다. 김포시에 홍도평이라는 곳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재두루미가 수십 마리씩 찾아오던 도래지다. 그런데 그 중앙으로 서울, 강화 간 자동차전용 도로가 건설되고 난 후부터는 겨우 열댓 마리 정도만 찾아온다. 이즈미시는 두루미를 위해서 전선주도 세우지 않는다고 하는데 말이다. 일본 키타큐슈에 구로가와(黑川)라는 도심 하천이 하나 흐르는데, 반딧불이 살아 한국인들이 많이 찾아오니깐 시청은 아예 한글로 된 에코투어 가이드 북까지 만들어 홍보에 열을 올린다. 요즘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경쟁적으로 반딧불이가 사는 고장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그 유충이 먹고사는 다슬기는 청정하천에서 살고 있어서 반딧불이가 있다는 것은 곧 청정지역이라고 인정을 받을 수 있고 관광수입도 기대하기 때문이다. 산림생태계가 넉넉한 광교산에서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육수생태계가 형성된 넓은 저수지를 이어져 흐르는 수원천은 키타큐슈보다 생태적으로 더 양호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하천 자갈에 붙어 있는 흡착미생물을 곤충의 애벌레가 먹고 그 애벌레는 물고기가 먹든가 성충이 되어 육상 곤충이 되면 양서류의 먹이나 새들의 먹이로 이어가는 먹이사슬이 형성되어 하천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된다. 그렇게 되면 다양한 철새는 물론 텃새도 날아오고, 그것이 청정도시로 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작년에 수원천 매향교 아래서 뱀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하천 고수부지에 있는 산책로를 걷다가 뱀을 만나면 놀라기는 하겠지만 반가워할까? 아니면 관리 공무원에게 잡아 없애라고 야단을 칠까? 어떤 시민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물오리가 많이 있다는 것은 먹이가 많다는 말이고 여름에는 가끔 뱀도 보이는데 이것은 생태계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 된다. 생태고리 중간층에 있다고 할 수 있는 뱀이 서식한다면 인간이 살아가기에도 어느 정도 괜찮다는 지표로 볼 수 있다. 하천의 뱀도 인간과 함께 살아가야 할 생태계의 동반자다. 박 남 수 굴포천시민모임 집행위원장

[천자춘추] 앞서가는 문화재단이 남긴 발자취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지도 어느덧 17년째다. 1995년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방자치제도는 우여곡절 속에서도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 17년 동안 저마다 경쟁력을 높이려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자치제 발전 과정의 주된 동력은 시민의 삶의 질에 대한 자치단체의 고민이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여가와 문화생활에 대한 시민의 기대는 크게 높아졌다. 자치단체는 자치단체대로 이를 충족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문화콘텐츠를 계발하고, 지역만의 문화적 정체성에도 주목해야 했다. 지방정부가 앞다퉈 세운 문화재단 또한 그러한 고민에서 비롯됐다. 1997년 설립된 경기문화재단 이후 강원, 제주, 서울 등 무려 45개가 넘는 문화재단이 출범한 것을 보면 그렇다. 지난 10여 년 간 크게 늘어난 문화재단들은 대부분 지역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사업과 예술 활동 지원을 설립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독립적 기구인 미국의 문화예술 관련 기관들이 지원에, 일본의 지방자치단체 문화재단들이 기금운용 사업과 함께 지역 문화시설을 위탁 받아 운영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안양문화예술재단의 경우 지역 밀착형 문화정책 및 문화보급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사례와 유사하며, 안양아트센터와 평촌아트홀, 알바로시자홀 등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일본과 비슷할 것이다. 이러한 두 축을 기본으로 지난 3년여 기간 동안 다양한 문화사업과 함께 문화시설을 운영해 왔다. 이러한 과정은 곧 지역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최근 들어서도 지방정부의 문화재단 설립 추이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저마다 지역 특성에 맞는 태(態)를 갖추기 위한 노력도 치열하다. 재단 설립에는 정책과 예산지원의 최고 결정권자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반드시 지역 주민의 참여와 함께 중장기적 비전과 정책, 그리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를 위해서는 설립부터 서두를 게 아니라, 설립에 앞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역의 문화적 환경 분석과 재단의 미션 설정 등이 그렇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돌아보면 앞서 설립된 문화재단들이 남긴 교훈이 적지 않다. 화려한 성과가 도시 브랜드를 창출시키는 반면 뼈아픈 좌절에 허덕이며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이 남긴 발자취 하나하나는 이후 새롭게 태어날 후발 주자들이 재단의 바람직한 상을 창조하도록 돕는 좋은 이정표가 될 것이다. 노 재 천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이사

[천자춘추] 해안도서지역 지하수 관리

최근 10여 년 동안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변화로 기온해수면수온 등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이상기후 및 지구 온난화 현상이 오랜 지질학적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반복되었던 지구환경변화 주기의 일부로 나타나는 현상인지,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급격한 변화인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지구 환경변화에 매우 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이 틀림없다. 우리나라는 이수와 치수의 큰 부분을 다목적 댐에 의존하고 있는데, 만약 기상예보가 집중호우나 장기간의 가뭄을 예측하지 못한다면 다목적 댐에 의한 수자원을 확보하고 홍수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최근 기후변화를 보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현상은 상대적으로 우리의 시야에서 벗어난 해안ㆍ도서지역의 경우 훨씬 심각한 실정이다. 해안ㆍ도서지역은 상하수도, 환경기초시설 등 사회기반시설이 미비하여 지하수 의존도가 매우 높으며, 수질오염에 취약한 환경으로 해안지역의 상수도보급률은 약 40%에 불과(전국의 상수도 보급률 87%)하다. 경기도 서부 해안지역과 인천시 옹진군 등의 작은 도서지역이야말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 중인 관광계획과 맞물려 청정용수 공급을 위해 많은 다목적 용수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한국농어촌공사에서는 2012년 3월에 옹진군 소재 대연평도 등 7개 도서 지역에 대한 지하수 부존량 및 함양량 조사용역을 완료한 바 있다. 조사 후 지형ㆍ지질학적으로 지하수 개발이 힘든 지역의 경우 기 개발된 관정의 효율성을 진단하고 유지관리 대책을 제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일부 도서의 경우에는 지하댐, 인공함양 등 대체용수 개발방안도 수립하여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공사에서는 도서지역 여건에 부합하는 맞춤형 지하수 시설물 진단, 조사기법 및 개발방안 수립이 가능한 지하수 관리기반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전국 최초의 맞춤형 조사기법을 인정받아 내년에는 인천시 서구 세어도 등 일부 도서지역 조사추진을 위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아무쪼록 불리한 지형적, 지리적 여건으로 용수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각 해안ㆍ도서지역에 대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하수 시설물 진단과 조사가 조속히 이루어져 앞으로 깨끗하고 안정적인 용수가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 정 섭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 소통의 정치

올해는 유난히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는 나라가 많다. 강대국인 미국도 그렇고 중국도 그러하다. 혁신과 개혁도 이야기하지만 요즘은 소통에 대한 의식과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기 때문도 있겠지만 소통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보다 불신한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다 도둑놈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더러 있는것 같다. 왜 그런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소통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혼자의 생각은 참으로 짧다. 많은 경험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수용한다는것 또한 매우 힘들다. 하지만 혼자의 생각을 넘어 다양한 계층, 각양각색의 의견을 조합하고 합리화시켜 목표를 정하고 이룬다면 그것만큼 값진 결과물도 없을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이 정치를 하려면 뜨거운 가슴과 따듯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공약과 약속은 큰것도 있어야 하겠지만 작은것, 따뜻한 말한마디가 중요하다. 아프고 가려운 곳을 보듬어 주고 긁어주어야 한다.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누리며, 소외되고 어려움을 겪고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올바른 정치일 것이다. 수준을 맞추어주는 것이 올바른 정치라고 본다. 지난 4ㆍ11 총선에 모당이 청년들을 비대위 위원으로 임명하고, 비례 지역공천을 한다하는 말을 듣고 당중앙 지도부에 고졸 출신을 비례지역 공천할 것을 요청했더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어서인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만약 의견이 받아들여졌다면 총선에서 더 좋은 결과가 나왔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서민과 입장을 맞추려면 서민 출신의 입장을 대변할 사람이 필요하다. 태생이 엘리트인데 어떻게 서민의 마음을 알 수 있겠는가?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는 갔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부도 되물림 되는 세상이 된것이다. 일제시대부터 지금까지 갑부집 아들들이 정치를 해왔다. 서민출신이라고 말하지만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사람들이 많은것 같다. 그러니 말로는 서민을 위한 정치와 소통을 이야기하지만 어떻게 서민의 마음을 알겠는가? 서민의 마음을 알아줄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는 고도의 기술보다는 사람과 사람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여 교통하게 하고 정책을 만들고 반영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엘리트 의식보다는 서민의 마음과 같은 사람이 해야 한다. 점점 날이 추워진다. 겨울이 다가왔다. 대선 투표를 하는 날 날씨가 따뜻했으면 좋겠다. 박 동 우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장

[천자춘추] 포인터견(犬)

사냥하면 늘 떠오르는 개가 하나 있다. 바로 포인터라는 개인데 얼룩무늬에 아주 영리한 개로 많은 엽사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요즘은 우리네 인생의 반려자로서 훌륭한 애완견들이 많아서 포인터만을 따로 이야기 하기에는 화제가 다소 빈약하다. 그러나 필자가 과거 어느 대학에 근무할 때 학교 주변이 전원적이고 조용한 환경이어서 애완견 한 마리를 기증받아 기를 기회가 있었다. 바로 포인터종견이였다. 매일 묶여 사는 것이 안타까워 한 번은 목줄을 풀어 자유롭게 뛰놀도록 환경을 조성해줬다. 그랬더니 학교 주변을 이리저리 뛰어 다니면서 활기차게 뛰어다녔다. 필자는 나름대로 참 잘했다고 생각을 했었다. 나중에 일어난 일이지만 목줄을 풀어주어 자유롭게 해준 것이 후에 큰 사건으로 비화될 줄이야 필자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포인터가 자신의 노는 영역을 넓혀 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뛰어놀았던 것이였다. 차와 충돌하는 대형사고로 왼쪽 넓적다리뼈가 완전히 부러졌다. 죽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였지만 다리가 부러져 걷지 못하고 끙끙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차라리 죽었다면 사태처리가 간단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아픈 개를 어떻게 해야 하나 몹시 고심했다. 필자가 목줄을 풀어준 죄가 있으니 전혀 무관심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냉정하게 포기할 수도 없기 때문이었다. 결국 동물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수술비가 100만원 정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주변에서는 수술을 포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있어 필자의 고민은 더욱 가중되었지만, 고민 끝에 수술을 하기로 결심하고 비용은 필자가 개인부담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동물병원에서 수술을 무사히 끝마치고 학교로 돌아왔으나 사후관리 또한 만만치 않았다. 병원에선 수술한 부위를 보호하기 위해 목주위에 원통형의 보호판을 부착해줬는데 개가 답답한지 끙끙거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필자 역시 매우 안타까웠다. 괜히 포인터견을 학교에 데려다 기른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수술 등 고된 과정을 거친 뒤 포인터견은 마침내 원래 상태로 회복돼 교정을 다시 뛰어 다닐 수 있게 되었다. 필자는 목줄을 사용하여 행동을 제한시켰다. 또 간헐적으로 한 사람이 목줄을 길게 잡고 같이 동행하므로서 교통사고의 위험을 방지하며 예전같지는 않지만 부분적인 자유를 줬다. 돌아보니 사고 당시 경제적 부담이 컸었지만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씩 그 포인터견이 생각난다. 한번 만나보고 싶다. 김 광 철 한국폴리텍Ⅱ대학장

[천자춘추] 열어야 이긴다

역사적으로 가장 큰 제국을 일군 민족은 우리와 같은 반점을 가진 몽골이다. 이들이 전쟁을 통해 열국을 굴복시킬 때 그 힘은 빠른 속도와 요충지 점거 전략, 이동형 군량, 그리고 모아뛰지 않고 네발을 차례로 뛰는 말에 있다고들 한다. 말을 달릴 때 두발 모아뛰기는 전후 요동이 심해 활의 명중률이 떨어지는 반면, 네발 차례뛰기는 평탄한 자세가 나오므로 당연히 명중률이 높아 근거리 전투에서 화력상 압도적 우위를 보인다. 이들 역사가의 견해가 옳겠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복속시킨 국가에 자율권을 부여하고 이들을 핍박하지 않고 마음을 열어 동반자로 받아들인 열린 정책이 주효했다고 본다. 만약 동반자로 점령지를 넓혀가지 않았다면 적은 인구로 넓은 대륙을 호령하기는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열린 경제가 우위에 있음은 이미 경험한 바다. 세계 강대국은 5천만 이상의 인구에 1인당 국민소득 3만불을 조건으로 볼 때 몇 나라 되지 않는다. 이들 강대국들은 모두 열린 경제를 추구하고 있음은 불문가지다. WTO나 FTA 모두 열린 경제의 핵심 전략이고 수출입 등 교역 규모가 우리나라 국민소득에 기여하는 정도를 보면 우리도 마땅히 열린 경제를 지향해야 한다. 기록이 있는 인류의 역사에서 전 세계적으로 전쟁이 없던 해는 약 40년에 불과하고 지금도 지구상에 내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리아를 비롯해서 내전이 있는 나라들은 그 정치체제가 한결같이 닫혀 있음을 알 수 있다. 북아프리카 국가에서 국민의 힘으로 닫힌 정치체제를 무너뜨리는 과정에서도 그 힘은 열린 소통이었으며 최근의 한결같은 추세는 개방에 있다. 성별, 인종별, 종교별, 신분별로 닫힌 사회, 즉 차별이 있는 사회는 행복하기 어렵다. 여성이 자의든 타의든 직업마저 제대로 가질 수 없거나, 직업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위직으로 진출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진 사회보다는 능력에 따라 경쟁할 수 있는 사회가 낫다. 단일민족 국가에서 획일성을 띈 사회보다는 다문화 가정을 아우르고 함께 사는 사회가 낫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핍박하거나 타 종교를 모욕주는 사회보다는 인간의 가치를 인정하고 선택과 행복을 각자 추구할 수 있도록 존중하는 사회가 낫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재벌과 시장상인이, 사용자와 근로자가 동반 상생하는 사회가 아무래도 낫다. 이와 같이 역사나 정치ㆍ경제ㆍ사회 모든 분야를 두루 살펴보더라도 닫힌 것보다는 열린 것이 낫다. 이 때 열린 것은 다른 것에 의해 강제로 열려진 것을 일컬을 수도 있으므로 스스로 여는 것이 옳다. 열어야 이기는 것이고 여는 것이 힘이다. 최 유 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원지원장

[천자춘추] 이상적인 문화, 문화도시

이상적인 문화는 연령, 성별 차이가 없는 개성의 영역이다. 지역의 문화를 우열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는 문화다. 그러나 역사는 테베는 이집트이고, 로마는 세계이며, 바그다드는 이슬람이고, 파리는 프랑스 스펭글러로 기억한다. 이는 현대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정치, 경제, 문화 집중도가 높은 파리는 곧 프랑스요, 서울은 곧 한국이다. 정치, 경제보다 더 심한 대도시 집중 현상을 보이는 것이 문화다. 예를 들면 프랑스의 30개 국립박물관 유료관람객 1천280만명 중에 루브르와 오르세 미술관의 관람객이 630만명으로 49%를 차지한다. 한국은 36개 국공립미술관 관람객 784만3천명 중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한가람미술관 관람객이 358만6천명으로 46%다. 서울과 서울 이외 지역과의 문화적 불균형은 불평등에 가깝고 이의 시정은 이상적인 지방자치제의 문화적 실현이다. 그럼에도 왜 이 문화적 이상은 실현되지 않을까? 프랑스의 초대 문화부장관 앙드레 말로는 문화의 파리 집중도를 완화하고 지역문화발전을 위해 문화의집을 운영하고, 고급 예술을 모든 국민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문화의 민주화 정책을 폈으나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영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전후 복구와 국민 사기 앙양을 위하여 아트센터를 모든 중소 도시에 건립하는 계획을 시행하였으나 이 역시 성공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예산과 문화 인프라, 인력이 파리와 런던에 집중된 것이 중요한 이유이겠지만 관료와 운영 전문가와의 관계에 따라서 문화기관 운영 성과가 달리 나타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뿌리 깊은 행정 관료제의 경직성과 우월적 인식, 비전문성, 번문욕례로 인하여 전문가가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한 지역은 실패했고, 행정 관료가 문화를 이해하고 전문가의 활동을 지원하고 제도를 마련한 도시는 성공하였다. 현대는 주민의 행정 참여와 전문가의 지식 활용이 지역 발전의 관건이다. 특히 예술분야는 전문가의 예술적 식견과 비전이 그 지역문화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다. 이상적인 문화도시는 아무리 잠재 자본이 풍부하더라도 예술기관 운영의 전문성이 행정지원과 더불어 제도적으로 뒷받침될 때에만 가능하다. 이 철 순 양평군립미술관장

[천자춘추] 젓가락질 잘하는 초등생 10%도 안 된다고?

자가 2000년도 천일초등학교 초임 교장 때 식탁매너교육의 하나로 젓가락질 바르게 하기를 교육하였다. 한글과 구구단, 젓가락질을 초등학교 때 깨우치지 못하면 평생가기 때문이다. 그 당시 3학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젓가락질을 바르게 하는 아동이 30% 정도였다. 그런데 요즘은 10%도 안 된다고 한다. 이제 한식이 세계에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데 정작 한국의 초등학생들의 젓가락질은 12년 전보다 더 향상되지 못하게 퇴보된 것은 가정, 학교 교육의 부족이라고 본다. 젓가락질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가 골프, 양궁, 핸드볼 등을 잘하는 이유는 손가락 기술의 덕이라고도 한다. 젓가락질 한번 할 때마다 관절 30개와 근육 60개를 움직여 집중력이 높아지고 기억력과 정서 담당 뇌의 30~50%를 더 활발하게 만들어 준다. 요즘 학교현장에서 창의 감자 캐기, 과일 따기, 역사 체험 등을 많이 하고 있지만 젓가락질 체험 학습은 보기 어렵다. 이제라도 지능 개발에도 영향을 주고 식탁 매너교육도 되는 젓가락 지도를 해보자. 일주일에 1단계씩만 재량 시간을 활용해 지도하고, 가정 학습 과제로 내주면 2개월이면 80% 이상 통과가 가능하다. 올 한 해 동안 모든 학생들에게 가르친 다음에 내년부터는 매년 유치원과 초등 1학년 신입생 예비 소집 날에 이것을 숙제로 내주면 쉽게 해결된다. 전입생은 전입시 진단 평가하여 부족한 점을 지도하여 주면 된다. 필자가 수원 천일초와 신성초에서 이미 실행해 큰 성과를 거둔 일이다. 젓가락질은 어릴 때 교육해야 한다. 학교 교육으로 1~2개월이면 전교생 80% 이상 통과시킬 수 있다. 교육하면 된다. 다만 단계적이어야 한다. 처음엔 네모진 나무젓가락으로 부터 시작하여 홈이 있는 둥근 젓가락, 그리고 나서 쇠 젓가락을 사용토록 해야 한다. 지도 방법으로는 1단계, 젓가락 바르게 쥐기 연습과, 한 손으로 잡기를 반복 지도 한다. 2단계로는 젓가락 쥐고 손가락 근육 운동을 한다. 3단계는 나무젓가락으로 지우개만한 스티로폼 집기, 4 단계로는 둥근 나무젓가락으로 건빵 집어 먹기를 반복 한다. 5단계로 나무젓가락으로 사탕 집기, 6단계로는 나무젓가락으로 정해진 시간에 콩 집기를 한 후에 7단계로 쇠 젓가락으로 음식 먹기를 지도하면 된다. 젓가락질 하나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 초등생 90% 정도가 젓가락질을 못 한다고 하니 학교와 가정이 생각해볼 문제이다. 글로벌인재의 소양교육인 이것을 혁신과제로 삼고 추진하면 어떨까. 전 근 배 前 광주하남교육장

[천자춘추] 가장 높은 지도자

다 큰 사람이 그런 걸 좋아한다고 핀잔받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한 어린 마법사와 그 친구들이 대담함과 지혜로 사악한 마법사와 싸워 마법세계를 지키는 내용이 7편의 시리즈로 만들어진 소설입니다. 해리포터에는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중에서도 해리포터가 다니는 마법학교의 교장으로 마법세계의 정신적 지주인 덤블도어를 특히 좋아했습니다. 그는 어떤 위기가 닥쳐도 동요하지 않고 해결해 나갑니다. 권력에도 초연해서 여러 차례 마법세계의 수장인 마법부 장관에 출마할 것을 제안받지만 단호하게 사양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덤블도어를 좋아한 이유는 이런 영웅적인 면모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교장으로 있는 마법학교에 심각한 위기가 닥쳐도 눈에 띄지 않으며, 심지어 매우 한가하고 여유롭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간혹 존재감이 없어 보일 때도 있습니다. 결국 칭찬은 사건을 영웅적으로 해결한 해리포터와 그 친구들에게 쏟아지곤 합니다. 이때 덤블도어는 이들을 아낌없이 격려할 따름입니다. 그렇지만 사건이 발생할 것을 미리 예견하고, 남들이 신경 쓰지 않을 때도 동분서주하는 것은 늘 덤블도어입니다. 해리포터 또한 그가 보이지 않게 쳐놓은 보호막 덕분에 죽을 고비를 숱하게 넘깁니다. 덤블도어를 보면서 중국의 고전인 노자에 나오는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노자는 가장 높은 지도자는 아래 사람이 있는 것만 겨우 알고, 그다음 가는 지도자는 가까이 여겨 받들고, 그 다음가는 지도자는 두려워하고, 그 다음가는 지도자는 경멸한다고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덤블도어는 해리포터의 원작자인 조앤 롤링이 노자를 참고해서 구상한 인물이 아닌가 싶을 만큼 가장 높은 지도자에 가까운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대통령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얼마 전 한 연구소에서 발표한 대통령 후보들의 리더십을 분석한 글을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글에 따르면 박근혜 후보는 강력한 참모그룹을 보유하고 있어 탱크로 중무장한 나바론 요새의 여 사령관이라고 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전투력과 팔로어십을 보유한 참모형 리더십으로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조용한 공수부대장이라고 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소리없이 조용하게 정확한 타이밍에 기성정치권의 약점을 꼬집어 온 레이저 총으로 경무장한 투명인간이라고 했습니다. 후보들의 정치적 배경을 중심으로 한 평가인데 수긍이 가면서도 이것만으로는 후보들의 리더십을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글을 읽는 내내 노자가 세 후보를 봤다면 어떻게 말했을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이 병 학 경기광역자활센터장

[천자춘추] 청소년 연극과 스토리텔링 교육

21세기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의 시대이다. 우리 주변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살펴보면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거나 스토리를 발견하고 창조할 줄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1천만 관객을 훌쩍 넘어버린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도 스토리텔링의 성공 사례 중 하나이고, 요즘 유행하는 TV 토크쇼 역시 스토리텔링에 기초한 프로그램이다. 인간은 누구나 스토리를 가지고 있으며 인간사회 어디에나 스토리가 넘쳐난다. 연극, 영화, 소설, 게임, 드라마, 광고 등은 넘쳐나는 스토리(Story)를 효과적으로 텔링(Telling)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매체들이다. 청소년 연극과 스토리텔링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경기도는 우리나라 청소년 연극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지역이다. 해마다 전국청소년연극제에 출품하는 전국의 200여 고등학교 중에서 경기도가 50~60개를 차지한다. 질적으로도 역대 전국청소년연극제 대상 수상학교 16개 가운데 4개 학교가 경기도에 소재한 학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연극반을 지도하려는 교사들이 줄어들고 있다. 연극반 지도교사들은 본인의 교과수업, 담임 업무, 부서업무, 야간자율학습 감독 등과 같은 일반교사의 업무와 별도로 연극반을 지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습공간의 확보문제, 행정실과의 마찰, 예산확보, 연습과 공연을 위한 공문작성, 학생지도부장, 학년부장, 담임교사들에게 허락을 받아 야간자율학습시간에 학생들을 연습시키는 문제 등 수많은 어려움이 연극반 지도교사의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그뿐 아니라 마치 학교의 면학분위기를 해치는 문제 교사로 바라보는 관리자들이 있는가 하면, 학생들의 장래를 망치는 사람처럼 취급하는 동료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전통적인 이유만으로 연극반 지도교사의 감소현상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그런 이유는 과거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연극반을 운영하는 것이 학생들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기존의 대본을 정하고 짧은 시간에 무리하게 연습을 진행하다 보면 교사도 학생들도 모두 지치기 마련이다. 지도교사는 탁월한 기존의 연출을 모방하려 할 것이고, 학생들은 대본의 이야기를 왜 해야 하는지 타당한 이유를 찾지 못해 소극적으로 변한다. 자신들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기 복 광주시연극협회장 청석 에듀씨어터 대표

[천자춘추] 서민을 살리는 정치

날이 점점 추워지는 겨울의 문턱에 시장을 나가 상인들을 만나보면 한결같이 경기가 어렵다고들 한다. IMF 때보다 더 어렵다고 말한다. 삶으로 느껴지는 체감 경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개인들과 회사는 허리띠를 졸라맨다.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어 어쩔 수 없다. 먹는 것을 줄이고 입는 것을 줄인다. 돈의 흐름이 막히니 여기저기 탄식이 흘러나온다. 이럴 때는 정부와 공공 기관이 돈을 풀어야 하는데 돈이 없다고 예산을 줄이는데 급급해하는 모습이다. 그러면 경제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제 공황 때 뉴딜정책을 보면 어려울수록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SOC 사업의 투자를 확대해 시행하거나 조기에 실행하여 경제가 회복될 수 있도록 하고, 경제가 좋아지면 부채를 갚는 등의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투자를 줄이고 있다. 지금은 과감한 결단과 실행을 해야 하는 때이다.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경제는 더 어려워지고 서민들의 신음은 더욱 깊어간다. 과거 화성오산교육청이 공사나 물품구입 입찰을 하면 오산시, 화성시, 용인시, 수원시에 있는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였다. 반면 다른 지역은 관내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교육청은 지침을 바꾸어 화성오산교육청은 화성지역과 오산지역의 업체로만 한정하여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내부 지침을 바꾸었다. 그 결과 15%였던 관내 업체와의 계약 이용률은 45%로 확대됐다. 또 약 300억 정도의 경제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다. 큰 공사 입찰도 문제가 많다. 대형건설업체는 입찰 브로커일 뿐이다. 부정부패를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편한 길만 가는 것 같다. 지역의 건실한 기업은 하도급공사에 목을 맨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건실한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만약 30억짜리 200억짜리 공사를 할 수 있는 기업을 육성하고, 키운다면 지역의 경제 발전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지역의 공사를 지역의 건설업체가 수주한다고 하면 경제 효과가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의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부정부패를 막기 위한 입찰제도를 과감하게 손보아야 한다. 공정별 입찰제도를 시행하여 실질적으로 시공하는 업체가 선정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생각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예산 없다는 말보다 제도를 바꾸고 생각을 바꾸고, 사람을 바꾸면 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이게 바로 서민을 살리는 정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박 동 우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장

[천자춘추] 치수 효과 높은 저수지 둑높이기사업

금년에는 기록적인 104년만의 가뭄으로 인한 농업용수 부족으로 농작물이 타들어가고 제때 모내기를 못해 농업인들의 애를 태우고 큰 고통을 안겨준 바 있다. 이러한 극심한 가뭄 속에서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 직원들은 농업인의 아픔을 함께 하면서 24시간 철야 비상근무와 농업용수 제한급수, 하천굴착, 5단양수 및 팔당상수원 비상용수를 확보하여 공급하는 등 가뭄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농업용수는 크게 저수지와 하천에 양수장을 설치하여 공급하는데 시설 설치기준은 10년 빈도의 가뭄을 견디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각종보고서에서는 동아시아가 앞으로 가뭄, 폭염을 비롯한 기록적인 강우가 자주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저수지에서 농업용수를 공급받는 농경지는 가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정책사업의 일환으로 한국농어촌공사에서는 110개의 저수지둑높이기를 시행하고 있으며 그중 경인지역에서 5개 저수지의 둑 높이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0년 4월에 착수한 여주 금사 및 양평 대평저수지는 공사완료 되었고, 안성 마둔, 양주 봉원, 강화 고려저수지는 2011년 11월 착수해 2015년까지 준공을 목표로 추진중에 있다. 사업이 완료되면 총 454만㎥의 수자원이 추가로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5개 지구중 대평저수지는 2011년에 조기 공사를 완료하고 수자원 50만㎥를 추가로 확보함으로써, 이번 가뭄에 대부분의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냈음에도 40% 수준의 저수율을 유지해 안정적으로 농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었다. 또한 저수지 둑 높이기로 늘어난 저수공간을 활용해 홍수 발생시 빗물을 지금보다 많이 가두어, 지난 장마기간인 7~8월 중에 발생된 기록적인 국지성 강우에도 사업이 완료된 여주 금사저수지와 양평 대평저수지 지역의 하류 하천에는 폭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둑높이기사업으로 인한 치수효과를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저수지 둑높이기사업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수자원 확보가 가능하며, 추가로 확보된 수자원은 가뭄시에는 농업용수로, 갈수기는 하천 환경용수로 활용되므로 주민 호응도가 굉장히 높은 국책사업이다. 농업분야 4대강사업으로 시행중인 저수지 둑높이기사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후변화로 반복되는 가뭄과 홍수에 대한 대비가 가능하도록, 4대강 주변뿐 아니라 지류ㆍ지천이 포함되는 주요 저수지의 둑높이기사업이 확대 시행되기를 기대해본다. 김 정 섭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

[지지대] 삼성 골키퍼 연봉 10억원

월드스타 홍명보가 소속팀 포철과 연봉 계약을 했다. 전년도 연봉 5천280만원보다 무려 89.4% 늘어난 액수다. 프로 종목을 통틀어 최고 몸값인 선동열(1억3천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홍명보의 몸값은 고정운(일화)에 의해 깨질 가능성도 있다. 고정운은 홍명보보다 단돈 1원이라도 더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 축구의 대표적인 창(고정운)과 방패(홍명보)의 몸값 싸움이 프로축구 개막을 앞두고 흥미를 모으고 있다. 1995년 3월 12일자 모 일간지에 실린 기사다. 제목이 눈에 띈다. 프로축구 몸값도 억대시대로. ▶2010년 인터넷 경제전문지 포버스가 선정한 최고 몸값 운동선수 10을 소개했다. 1위는 데이비드 베컴이다. LA 갤럭시 소속인 베컴은 2009년 한해 400억원을 벌었다. 2위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380억원을 벌었다. 3위 메시(바르셀로나ㆍ320억원), 4위 카카(레알 마드리드ㆍ250억원), 5위 호나우지뉴(플라멩고ㆍ240억원)다. 연봉에 광고수입 등이 모두 포함된 액수다. 그렇더라도 세계 축구 시장에서 오가는 선수들의 몸값이 상상을 초월한다. 역대 한국 선수 최고 몸값으로 기록된 기성룡의 이적료는 107억원이다. ▶K-리그 선수들의 몸값도 만만치 않다. 17년 전 신문 지면을 장식했던 연봉 1억은 이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얘기다. 물론 이보다도 낮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적어도 스타 플레이어라고 분류된 선수들의 몸값은 그 시절 연봉보다 10배 이상 올랐다고 전해진다. 연봉과 이적료를 공개하지 않는 K리그의 특성상 정확한 실태를 알 순 없다. 다만 최고 연봉 선수가 정성룡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2011년 초 정성룡이 시장에 나왔다. 소속 팀 성남 일화가 치솟는 그의 몸값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 이 값 비싼 상품을 구매할 구단은 애초부터 정해져 있었다. 수원 삼성이다. 삼성만이 정성룡의 몸값을 소화할 수 있었다. 결국 정성룡은 수원 삼성의 일원이 됐다. 연봉 8억원. 출전수당 등을 합치면 10억원이다. 골키퍼 한 명에게 매년 10억원씩을 주고 있는 구단, 그게 삼성 블루윙스다. 김종구 논설실장

[천자춘추] 한 많은 굴포천의 굴욕

한강 하류 남단쯤에 유로연장 50리 정도 되는 하천 하나가 있다. 인천시 부평구에서 발원하여 도심 중앙을 지나 부천부평 경계를 흐르다가 짧게 서울 강서구를 거쳐서 김포시 신곡동에서 한강과 합류되는 굴포천이다. 십여년 전에는 환경부가 측정한 수질에서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200ppm을 넘을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오염이 심했던 하천이기도 하다. 1940년부터 일본 조병창으로 시작해서 지금도 외국 군사기지로 남아 있으며 최근 맹독성 페기물이 검출되었다는 부평 미군 에스컴 부대 옆으로도 굴포천이 지나간다. 굴포천은 원래 판개울이었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옛날에 이미 인공적으로 수로 사업을 했던 하천이다. 고려 고종 때 무신 최이가 굴포천을 파려고 했다는 얘기도 있고, 실제 조선 중종 때 김안로는 인천 주안 갯골과 부평벌 중앙으로 흐르는 하천을 연결하는 물길, 요즘 말로 하면 운하를 건설하다가 중간에 암석고개를 뚫지 못해 실패했다. 그런데 그 두 사람 모두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온갖 모사를 꾸몄던 점으로 보아 굴포천 사업을 추진한 의도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결국 김안로의 말년은 역적으로 몰려 사약을 마시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일제 강점기에도 굴포천 방수로 공사를 하려고 수로부지를 확정했으나 얼마되지 않아 일본이 패망하면서 실패한 계획됐다. 지금 경인아라뱃길은 노태우 전대통령의 지시로 굴포천 유역 상습침수피해 방지를 위한 방수로 공사로 설계된 것이 시초였는데 그 또한 반란 수괴의 혐의로 법정에 섰고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러고 보니 굴포천은 예전부터 권력을 탐욕하던 사람들이 농단한 하천으로 너무 많은 한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그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모두 굴욕을 당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굴포천의 농단은 계속되고 있으며, 논쟁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03년부터 경인운하를 건설하면 경제성(B/C)이 충분하다고 보고서를 냈다. 이에 따라 사업비 수조원을 들여 건설한 담수형 수로가 지금은 평일에 빈 유람선만 오락가락 하고 있다. 세금을 내고 있는 시민의 입장에서는 국가기관의 보고내용이 허위가 아니었냐고 해명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순서이다. 비단 굴포천만 이런 굴욕을 당하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이 열정적으로 지켜낸 몇 곳을 제외하고는 한국의 모든 하천이 비슷한 처지이다. 제발 하천을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천을 본 모습 그대로 보전하거나 자연에게 돌려주려는 노력이 정부차원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박 남 수 굴포천시민모임 집행위원장

[천자춘추] 일상은 냉정하게, 공연 땐 뜨겁게

지난 10월 중순 땅거미 질 무렵. 안양시 만안구에 위치한 삼덕공원 무대에서 구석구석 마중 콘서트가 열렸다. 쌀쌀한 초가을 날씨에도 불구하고 공원은 몰려든 시민으로 가득 찼다. 자그마치 5천여명은 족히 넘어 보였다. 공연끝 무렵 공원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시민들의 환호 또한 하늘을 찌를듯 했다. 급기야는 곧 폭발할 것 같은 열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공연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시민들은 곧바로 질서를 유지해 공연을 무사히 마무리 할 수가 있었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안양의 대표적 문화사각 지대인 병목안 시민공원. 이날 열린 광복절 기념음악회 또한 열광의 도가니였다. 병목안 시민공원은 일제 강점기 전쟁물자인 철도 부설용 자갈을 채취하던 대표적인 일제 수탈현장. 이날의 공연은 수탈 현장에서 고통 받아온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오후부터 내리던 비는 공연 직전 굵은 빗줄기로 바뀌어 관계자들을 긴장케 했다. 놀라운 것은, 공연시간이 되자 수많은 시민들이 우산을 받쳐 들고 모여들었고, 공연 내내 퍼붓는 빗줄기 속에서도 대부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공연 끝 무렵에는 억수같은 비를 맞으며 모든 시민이 하나 돼 음악회의 대미를 장식했다. 위 두 개 풍경은 올해 연 구석구석 마중콘서트의 일부다. 마중콘서트는 그간 찾아가는 공연이란 이름으로 이미 수 년 동안 열렸지만, 올해부터는 그 명칭을 달리 했다. 이러한 찾아가는 공연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보편적 이름이 됐다. 정부도 2009년부터 방방곡곡이란 이름의 비슷한 사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안양시도 이미 지난 9년 동안 찾아가는 공연을 해왔다. 올해는 지역의 후미진 곳을 더 많이 구석구석 찾아다니기 위해 추가예산까지 배정해가며 8차례로 확대 실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앞서 든 것처럼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종종 접하게 된다. 그 때마다 불편한 공연환경과 악천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토록 뜨겁게 반응하는 이유는 뭘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물론 안양시민의 내면 깊이 숨겨진 속내를 간파할 순 없겠지만, 그만큼 문화향유의 기회가 적었기 때문 아닐까 싶다. 아울러 오랜 세월 전통을 고수해오면서도 변화를 갈망하는 욕구가 내면 깊숙이 잠자고 있다 공연 때면 깨어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처럼 잠재된 욕구와 독특한 끼는 결국 문화예술의 소중한 자양분일 것이다. 때문에 이를 밑거름 삼는다면 안양시가 이루고자 하는 스마트 창조도시 또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노 재 천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이사

[천자춘추] 기록관리

우리가 개인적으로나 공적으로 살아가면서 기록관리의 중요성에 대해서 새삼 느끼는 적이 많다. 그러나 실제로 기록관리를 철저히 이행하고 실천한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음을 조직생활을 하면서 자주 느끼게 된다. 기록관리는 개인생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겠지만 공적인 경우에는 더욱더 그 중요성은 커지게 된다. 여기에서 얘기하는 기록관리의 중요성이란 그 기록이 의미하는 역사성은 물론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의 입장에서 살펴보더라도 질문 없이 100% 이해가 가능하도록 자세한 설명이 뒷받침된 기록을 의미한다. 대부분 기록을 할 때 주관적인 생각에서 기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제3자의 입장에서 의문이 생길 경우 기록을 담당하신 분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고서는 해답을 얻지 못하거나 자신의 나름대로의 추측이나 해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결국엔 오류가 발생하여 업무의 과정상의 흐름이 정상적이지 못하고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된다. 필자가 과거에 어느 기업을 방문하여 경영진과 업무협의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에 업무협의 내용에 대해서 기록관리를 담당하는 간부 한명이 배석했다. 나중에 업무협의를 다 끝마치고 나서 협의된 내용들을 기록한 협의문 내용을 최종 확인하는 과정에서 크게 감명을 받았다. 당사자들의 미세한 행동과 움직임, 표정, 쉬는 시간 등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혀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이 읽어 보더라도 생동감있는 현장의 내용을 생생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가 있는 기록물이었다. 만약 과거 고대의 역사기록물들이나 현대의 서류들이 모두 이렇게 기록이 되고 표현이 되어 있다면 물론 부작용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해하는데 아주 편안하고 흥미진진할 것이다. 필자가 경험한 과거 학창시절의 또 다른 동기생이 하나 생각난다. 강의의 본내용만을 요약하여 정리해 놓는 것이 아니라, 교수님께서 예를 들어 설명하신 내용과 부연설명도 기록해 놓는다. 필자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정해진 강의시간에 이렇게 자세하게 기록해 놓은 강의노트를 여태까지 본적이 없다. 물론 그 친구는 성적이 남들보다 뛰어났다. 결국 기록관리의 가치란 상기의 두 가지 사례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결국 자기중심적인 주관성보다는 객관성에 기초한 상세한 기록의 유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것이 좀처럼 쉽지가 않지만 그래도 한번 노력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 광 철 한국폴리텍Ⅱ대학장

[천자춘추] 민심이 천명이다

11월이니까 머잖아 대통령을 뽑는다.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58개국에서 선거를 하는 전 지구적인 정치시즌이다. 우리 앞에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대선후보들이 선을 보이고 있고 매일 매일 자기의 특장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번 선거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앞두고 나라의 5년간 명운을 가를 중차대한 고비다. 대통령이 되려면 스스로를 갈고 닦고(工夫), 부모의 덕을 입고(陰德), 삶의 터전에서 서로 도와 상생 이익을 얻고(地利), 기회를 읽어 이를 잡으며(運), 하늘의 뜻(天命)을 받아야 한다. 이 중 천명을 받는 것이 곧 민심이다. 대선후보가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지역, 이념, 세대 등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영남이니 호남이니 하는 동서로 나뉜 지역색이 선거에 악용되거나 남도와 북도 간의 이익이 충돌하는 모순공약을 표방된다면 지역간 특색을 띤 경제의 힘을 빼앗아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는 것이기에 이를 뛰어 넘어야 한다. 남북분단도 애달픈데 분단 67년이 지났건만 이데올로기에 묻혀 살 수는 없다. 마르크스는 죽었고 공산주의는 비교우위를 잃어버려 세계가 모두 시장경제를 지향하고 있으므로 왼쪽, 오른쪽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나라가 발전하겠지만 극단적인 편 가르기는 마땅히 경계해야 한다. 이념적 선전 선동 정치는 선명할지는 모르지만 민심이 깨어있는만큼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 625사변 후에 60여년이 지나 사변 후 60이 넘어 노년층에 접어들었으나 어려운 경제상황에 따라 캥거루족을 위해 일터로 내몰리고 있다. 반면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88세대나 백수세대로 대변되는 현실의 어려움을 안고 있다. 사정이 다급한 만큼 일자리 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장년층의 일자리를 빼앗아 청년층에 강제할당하거나, 청년층의 일자리 창출에 정책적 수단을 하나도 제시하지 아니하여서는 안 된다. 이외에도 계층, 종교, 성별 나아가 다문화 가족까지 껴안을 수 있는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가진 후보가 좋다. 이제 우리 국민들도 솜사탕이나 헛구호에 진절머리 치는 것이 마땅하고, 스스로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고 대통령다운 일을 할 사람을 지지해야 한다. 당선된 사람의 됨됨이가 곧 유권자의 수준을 대변하는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각각 미래상을 제시하는 후보들 중 누가 대통령이 될지 자못 기대되지만,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뽑는 것이 국민의 몫이고 민심이 천명임을 보여주는 것이 국민의 구실이다. 후보의 현재 모습도 중요하지만 근심되는 일은 세상 사람보다 먼저 앞서 조심하고, 즐거운 일은 세상 사람들이 즐거워 한 뒤 즐거워 할 후보가 좋겠다. 최 유 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원지원장

[천자춘추] 구구단 외우듯이 매일 외치게 하면 어떨까?

50대 중반이 훌쩍 넘은 제자들을 만나면 하면 된다. 안되면 다시 하자를 외치고 인사하곤 한다. 그 많은 지식을 가르쳤는데도 그것들은 모두 잊어버리고 하루에도 12번씩 외친 나의 삶의 철학을 외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4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잊지 않는 것은 구구단 외우듯 뇌에 강렬하게 인식 시킨 결과일 것이다. 이 구호가 삶의 신념이 되어 성공했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성공한 사람 대다수가 자기만의 신념이 있다. 그러나 불량 청소년과 범법자에겐 철학과 신념이 결여되어 있다. 10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고도 불과 몇 달 만에 성폭행을 하여 감옥에 가는 이유는 하의실종의 여성을 보거나 야동으로 성욕이 왕성해져 그 욕정을 억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가치관과 신념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생활 신념은 유전이 아니라 교육환경에 의거 생겨나는 것이라고 본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을 어릴 때 배워 신념이 되었더라면 범죄 속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한다. 초등학교 실력이 평생 간다고 한다. 유아의 140억개의 빈 뇌세포는 8세까지 80%가 채워진다고 한다. 그래서 IQ검사를 8세 때 실시한다. 지능과 성격은 성인일 때 보다 어릴 때 보고 배운 것이 더 큰 영향을 준다고 한다. 필자의 삶의 철학과 신념인 하면 된다. 안되면 다시하자라는 말도 13살 중학교 때 교장 선생님의 가르침이다. 가난 속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말을 평생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필자 역시 이것을 42년 6개월 동안 제자들에게 귀가 닳도록 가르쳤다. 지금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성폭력, 학교폭력, 자살 사건들도 대다수가 꿈도 없고 생활 신념이 없는 자로 인생철학의 빈곤에서 오는 것이다. 그래서 청소년에게 꿈을 갖게 해야하고, 삶의 철학과 생활 신념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 옛날에 있었던 교장 선생님의 교훈과 담임의 급훈도 되살아나야 한다. 옳고 그름도 알려주어야 한다. 꼭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도 가르쳐야 한다. 생활 신념이 되도록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구단 외우듯이 해야 평생 잊지 않는다. 폭력 예방교육하는데 참고가 될 것 같아 퇴직 후 성폭력과 학교폭력 강의를 하면서 깨닫고 들려준 것이 있어 적어본다. 학교폭력 1~2번의 연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속적인 교육으로 가해자가 되면 피해 보상치료비 부담, 심하면 경찰조사, 법정 구속되고, 피해자가 되면 우울증, 대인기피증, 심하면 생명을 잃게 됨을 가르치자. 또한, 매일 구구단 외우듯이 우리들이 약속을 다짐만 해도 학교폭력이 감소되리라고 본다. 전근배 前광주하남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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