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나눔-중추절 의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나이를 더하면서 새롭게 다가온다. 변변치 않던 입성과 끼니로 허기를 느끼던 어린 시절엔 새 옷이 생기고 특별한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손을 꼽으며 그날을 기다렸다. 어른이 되어 맞는 추석은 기대보다 의무감에 해야할 성묘, 친척 어르신 찾아뵙기 등의 일을 꼽게 된다. 그러면서도 바쁜 일정에 허둥대다 마음만 먹고 도리를 다 하지 못한 채 중추절은 끝나고 만다. 우리네 어머니들은 명절음식을 하면 거기에 양말 한 켤레라도 곁들여, 홀로 명절을 지내야 하는 동네 어른들을 챙겨드리곤 했다. 허나 그러한 미풍양속은 요즘 희미해졌다. 번거롭다는 이유일 수도 있고 하찮게 여겨 반기지 않는 시대 탓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마음마저 식어가는 현실은 안타깝다. 이제 이웃은 담을 공유하거나 가까이 살던 이들을 넘어 외국까지 아우르고 있다. 우리 가까이에도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어려운 일을 마다하지 않는 외국인 근로자들과 다문화 가정을 이룬 이웃도 120만을 넘기고 있다. 그들 중 일부는 고국으로 돌아가서 다시 갈 곳이 못 되는 곳으로 대한민국을 꼽는다고 한다. 다문화가정 또한 같은 국민이면서도 다르다는 이유로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다. 언제부터 우리는 온고지정(溫故之情)을 잃고 차가운 민족이 되어가고 있을까. 이들에게 한국 명절의 따뜻한 느낌만이라도 온전히 전해줘야 하지 않을까. 공동모금회는 365일 모금을 하는 유일한 기관이다. 특히 추석, 연말연시, 특별재해 시에는 집중적으로 언론이나 자치단체 등과 연합모금을 진행하고, 성금을 모아준 분들의 마음을 대신하여 전해주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이 시기에 마음이 더 쓰이게 된다. 크고 작음을 떠나 베풀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과 도움을 받아야하는 이들의 간절함을 대신해야한다는 것도 쉽지가 않다. 물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엔 일을 하는 마음이 덩달아 가난해지기도 한다. 모두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경제활동을 나타내는 지수들을 보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학자들도 있다. 사회적 분위기는 대선에 몰려있고, 뉴스는 흉흉한 성폭행, 하우스 푸어, 음주폭행 등으로 점철되다시피 한다. 그럴수록 힘든 이웃은 많아지고 사람들은 자신을 챙기기에 급급해진다. 그러나 배를 곯던 때에도 나눌 것을 찾았던 선조들의 후손이 아닌가. 생면부지의 이웃일지언정 단 한 사람에게라도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한가위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이 명절에 자신이 꼭 해야 할 도덕적 의무를 정한 다음 스스로 실천해보는 것도 좋겠다. 강학봉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천자춘추] 카알 마르크스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역사를 뒤흔든 인물이라면 단연 카알 마르크스를 꼽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그가 남긴 사상과 철학은 현대사에 크고 깊은 흔적을 남겨 놓았다. 런던의 더러운 골방에서 꾸던 그의 꿈을 이루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전쟁과 폭력과 살육이 벌어졌고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야 했는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특히 625 한국전쟁당시 99만명의 민간인과 25만명의 군인 그리고 18만명의 경찰과 15만명의 UN군이 희생되고도 아직까지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우리 민족은 마르크스의 망령이 거주하는 유일한 나라일 것이다. 얼마 전 막을 내린 런던올림픽 개막 축하쇼 도중, 배경이 어둡고 음산하게 바뀌면서 굴뚝이 올라가고 그 아래 신음하는 노동자의 삶이 연출되었다. 바로 산업혁명 직후의 모습이었고 그 시기에 마르크스는 그곳에 살았다. 수입이라고는 가끔 신문에 쓰는 기사 원고료가 고작이었고 옷을 전당포에 잡혀 외출을 못하는 일이 흔했다. 더 괴로운 것은 종이가 없어 저술 작업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의 병든 아이들 세 명은 약값이 없어 차례로 죽어갔는데 막내딸 프란체스카가 죽었을 때에는 2파운드가 없어 관도 못 사고 울어야만 했다. 그토록 처절한 빈곤 속에서 그가 얼마나 가진 자와 사회의 불평등을 저주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공산주의 혁명의 이론적 기반이 된 총 3권 17편, 97장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그의 저서 자본론은 바로 이런 상황 속에 쓰여 졌다. 그러나 그가 예언한 노동자의 천국, 모두가 평등한 공산주의는 끝내 구현되지 못했고 70년에 걸친 공산주의의 실험은 완전한 실패로 끝났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노동자의 임금과 생활환경은 더욱 열악해져 이 모순으로 인해 자본주의는 멸망하고 세계는 새로운 체계로 발전한다고 했지만 오늘날 자본주의가 발달한 선진국의 경우 노동자들의 임금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영국의 철학자 카알 포퍼(K.Popper)는 젊어서 마르크스주의자가 되어보지 않은 자는 바보요 나이 들어서도 마르크스주의자로 남아있는 자는 더 바보다라고 말했다. 지상낙원을 만들겠다는 그의 저서가 거꾸로 수많은 사람을 학살하는 명분이 되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유일한 공산국가로 남아 있는 북한이 3대 세습이라는 왕조(王朝)공산주의 체제를 이어가고 열릴 줄 모르는 동토(凍土)의 땅은 마르크스의 화석(化石)이 되어가고 있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마르크스주의를 고집하고 있으나 매년 적지 않은 사람이 굶어 죽는 오늘날 북한의 모습을 마르크스가 본다면 무엇이라고 할지 궁금하다. 함진규 국회의원

[천자춘추] 쓰레기 무단투기와 선진 시민의식

얼마 전 화홍문 근처를 지나게 됐다. 그 일대는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이 주위의 자연경관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풍경이 매우 아름다워 시민들도,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그날도 역시 많은 외국인들이 단체관광을 와서 안내자의 해설을 들으며 화홍문과 방화수류정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뿌듯한 자부심을 가지고 지나가던 중 한 외국인이 관광을 하는 동안 먹고 남은 듯한 간식을 검은 봉지에 싸서 버리는 것을 보았다. 버리시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이미 쌓여있는 검은 봉지더미들을 보니 필자는 차마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 1982년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은 건물의 깨진 유리창을 새 것으로 갈아 끼우지 않고 방치해두면 지나가는 행인들은 그 건물의 관리를 포기한 건물로 판단하고 쓰레기를 버리거나 돌을 던져 나머지 유리창까지 모조리 깨뜨리고, 나아가 그 건물에서는 절도나 강도 같은 강력범죄가 일어날 확률도 높아진다는 범죄 심리학 이론인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발표했다. 즉 버려야 할 쓰레기가 있을 때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한 거리에서는 버릴지 말지를 심리적으로 갈등을 겪게 되지만, 이미 쓰레기가 쌓여있는 곳에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쓰레기를 투기하거나, 낙서 등 무질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그 외국인도 먼저 버려놓은 쓰레기더미에 안심하고 쓰레기를 버렸을 터이다. 쓰레기 무단투기는 어느 지자체나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다. 우리 팔달구에서도 상습적인 무단투기를 예방하기 위해 CCTV 설치, 단속을 알리는 경고문이나 양심에 호소하는 현수막 부착, 무단투기 신고포상금 지급, 그리고 상습 무단투기지역에 꽃박스, 양심텃밭을 설치하거나 아름다운 벽화를 그려 투기지역이라는 인식에 변화를 줌으로써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환경을 개선하도록 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무단으로 쓰레기를 버리고 있으며, 이러한 무단투기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아직도 많은 예산과 인력이 소요되고 있는 형편이다. 깨끗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살고 싶은 것은 모두의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의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무단투기 방지대책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선진화된 시민들의 의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내가 버린 쓰레기가 팔달구의 깨진 유리창이 되어 누구나 쉽게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도록, 더 나아가 수원을 찾은 관광객에게 깨끗한 수원의 이미지를 남길 수 있도록 성숙한 시민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하겠다. 윤건모 수원시 팔달구청장

[천자춘추] 동 자원봉사센터와 명예공무원

인천광역시의 자원봉사 업무를 관리하는 자원봉사센터는 시 센터-군구 센터-동 센터가 있다. 시와 군구 자원봉사센터는 시와 군구에서 자원봉사활동지원조례에 의하여 조직을 설치하여 운영된다. 하지만 동 자원봉사센터는 군구 자원봉사센터의 운영인력이 부족하여 자원봉사자 배치 등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가 과중하다. 동 자원봉사센터는 다양하고 세부적인 활동분야에 대한 대응능력이 미흡한 점을 강화하고, 자원봉사활동 인구가 양적으로 증가했지만 각 군구 자원봉사센터 1개소의 지리적 접근성과 기능상의 한계를 해소하여 자원봉사자들이 생활권 내에서 손쉽게 봉사할 수 있도록 인천광역시에서 운영하게 된 것이다. 2007년 44개소를 시작으로 현재 142개소로 확대되어, 지역사회 자원봉사활동을 연계, 협력, 조정하여 자원봉사활성화를 극대화시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건전한 자원봉사 시민운동으로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 동 자원봉사센터는 동 주민센터내의 일부공간에 설치하여 운영하는데 활동인력은 명예공무원이라는 호칭을 주어 자원봉사자 1천319명이 근무하고 있다. 명예의 사전적 의미는 세상에서 훌륭하다고 인정되는 존엄과 품위를 나타내는 말로서 중요한 도덕적 품위로 여겨 왔으며, 공공의 복지증진이나 발전에 탁월한 업적이 있는 사람에게 존경의 의미로 수여한다. 자원봉사자에게 명예공무원이라는 호칭은 지역에서 모범자원봉사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야만 하는 어찌보면 공무원과 같이 지역의 서비스 공급자로서의 역할과 책임감을 부여한 것이라고 보인다. 동 자원봉사센터의 명예공무원은 소정의 이론교육 및 실습을 통하여 위촉되어 지역내 문제를 자발적으로 협력하여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활동의 질적인 향상을 꾀하는 근거리 자원봉사활동의 초석, 신속한 자원봉사자 모집, 대상범주의 확대 등 역량강화를 통하여 지역사회 자원봉사활성화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초기에는 명예공무원들이 업무능력과 책임감 부족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해를 거듭하면서 동센터 별로 차이는 있지만 자체 프로그램도 개발하는 등 발전하고 있다. 주민센터와의 관계도 공존관계 형성이 어려웠으나, 이제는 주민센터를 찾는 주민들을 위하여 자원봉사 이외에 업무에 대하여도 친절히 대응하여 협력하는 민관의 관계로 정립되어가고 있다. 명예공무원활동은 더욱 성숙된 명예공무원으로서 거듭날 수 있도록 심화교육 및 선진 사례들을 벤치마킹하여 자원봉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부단한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황규옥 인천 연수구자원봉사센터장

[천자춘추] 사료작물 재배 선택이 아닌 필수

지구촌의 기상악화로 국제 곡물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쌀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곡물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국제 곡물가 상승이 장기화되면 서민가계는 물론 수입 사료에 의존도가 높은 축산농가에도 부담이 된다. 다행히 최근 우리나라에서 사료작물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소가 좋아하는 겨울철 사료작물인 이탈리안 라이그라스의 경우 2005년 재배면적은 약 1만3천㏊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2011년에는 약 6만㏊를 넘어섰으며 2014년에는 7만㏊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탈리안 라이그라스의 경우 사료가치가 우수하고 한우나 젖소에 급여하면 매우 잘 먹는다. 잘 먹으니 성장도 그 만큼 좋다. 한우의 경우 육질이 좋아지고 젖소의 경우 우유 생산량이 늘어난다. 과거에는 이탈리안 라이그라스가 추위에 약해 대전 이남의 따뜻한 남부지역에서만 주로 재배됐다. 하지만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 1995년부터 추위에 강한 품종 개발에 착수해 지금은 중부 이북지방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 또한 재배농가가 재배형태에 알맞은 품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수확시기가 다양한 품종들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특히 벼 이앙시기가 빠른 중부지방을 위해서는 4월 하순부터 수확이 가능한 품종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근 벼 재배면적은 약 85만4천㏊이다. 그 중 70% 정도인 60만㏊는 동계사료작물 재배가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가 현재 동계사료작물 재배에 이용하는 면적은 17만5천㏊로 이용가능한 면적의 30% 정도만 재배를 하고 있다. 나머지 42만5천㏊ 정도에 동계사료작물을 재배한다면 약 340만톤의 조사료가 생산되는 것이다. 이는 약 250만톤의 배합사료를 대체할 수 있는 양이다. 우리나라에서 한해 1600만톤에서 1700만톤 정도의 배합사료를 수입하고 있으며 그 중 한우나 젖소, 육우 등 소 사료에 이용하는 배합사료는 550만톤 정도임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양이 아닌 것이다. 서천에서 한우를 키우는 한 축산농가는 겨울철 노는 땅을 보면 마음이 아프단다. 저 땅에 사료작물을 심으면 다 돈인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란다. 곡물가격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 고공행진을 이어갈 거란 전망이다. 축산농가의 생산비 대부분이 사료비임을 감안하면 축산농가의 부담도 장기화 될 수 있다. 다행히 아직 우리가 동계사료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땅들이 있다. 이것이 바로 축산농가에서 동계사료작물을 꼭 재배해야만 하는 이유다. 전국에 푸른 물결이 넘실거릴 그 날을 기대해본다. 장원경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장

[천자춘추] 논리적인 양육

사랑은 자녀의 요구를 무조건 허락하고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인격을 존중하고 그 감정을 수용하고 인정하는 따뜻한 마음이다. 자녀를 유능한 사회구성원으로 양육하기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에 앞서 기본생활습관을 익히도록 교육하며, 규칙을 지킬 수 있도록 사회적 제한을 설정해야 한다. 또한 문제 행동이 발생되었을 때에는 또다시 그 문제행동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행동수정을 해야 한다. 이와 같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며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태도를 기르는 것을 논리적인 양육라 한다. 그것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아래에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본생활습관과 생활지도이다. 자녀의 건전한 성장과 발달을 촉진하기 위하여 생활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실적 문제를 개인의 특성에 알맞게 지도하는 일로써,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수용될 수 있는 방법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언어로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화내기(나쁜 감정 표현하기)이다. 부모도 화를 내야하며, 화를 내는 방법은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경험을 표현하는 것이다. 자녀에게 절대로 화를 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아니라 문제는 화 그 자체가 아니라 화를 내서 자녀를 통제하고, 억누르고, 주도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 셋째, 행동계약이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어떤 타협을 한 후 거기에 근거하여 두 사람이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바람직한 행동과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 사이에 어떤 보상이나 벌을 받을 것인지 두 사람이 사전에 합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사회적 행동과 사회적 학습이다. 자녀들은 또래의 아이들이나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회적 접촉 방법을 배우게 된다. 유아기에 나타나는 사회적 행동은 영아기의 사회적 행동에 기초를 둔다. 그러나 이들의 사회적 행동 중에는 때로 비사회적이거나 반사회적인 행동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래서 무엇이 바람직한 행동이고 어떻게 해야 친절하고 협동적인 태도인가를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자녀가 바람직한 행동과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모범적인 모델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때 어른과의 관계는 아이들의 사회적 행동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와 같이 부모는 자녀를 양육할 때 아낌없이 사랑하는 존중과 더불어 사회생활에서 다른 사람과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바람직한 행동과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논리적인 양육이라 할 수 있다. 장문규 한국부모아동연구소장

[천자춘추] 간통죄

필자는 친구들과 모임자리에서 성폭력, 무차별 살인 사건을 이야기하다가 결국 간통죄까지 이야기를 화두로 열을 올리며 격론을 치른바 있다. 그래서 이번엔 간통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아내를 간통당한 사나이를 영어로 뻐꾸기라고 한다. 작가 쵸서의 새들의 회의에 보면 미모의 여신 헤라는 뻐꾸기를 수호신으로 삼고 사는데 헤라의 미모에 홀린 제우스신이 뻐꾸기 탈을 쓰고 접근 간통을 한데서 이런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우리나라 고대국가인 부여에서도 간통하는 자를 잡아 죽였다고 위지(魏志)에 적혀있다. 고려 충렬왕은 사랑했던 후궁 무비가 간통한 사실을 알고 많은 신하 앞에서 죽였다. 후고구려 궁예는 그의 아내 강씨가 간통했다하여 벌겋게 달아오른 쇠방망이를 국소에 꽂아 죽이고 그의 소생인 두 아들마저 죽였다. 조선조에 들어 상민들끼리의 간통이면 곤장 백대를 때려 3년간 유배를 시켰지만 양반의 부녀자로서 간음하여 풍교를 문란히 한 경우에는 간부와 더불어 교형에 처했다고 대전속록에 적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조혼과 과부재가의 전통 때문에 간통소지가 많아 가문에서 사형으로 교살침살시켜도 공법에서 합법화 해 주곤했다. 개인의 자유의사를 존중하는 근대법 정신에 따라 자유의사에 의해 결합하는 간통은 형법으로 다스리지 않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다. 미국, 영국, 러시아, 캐나다 등 대부분의 나라들은 간통은 분노의 대상은 되고 있을망정 법적 제재의 대상이 되질 않고 있다. 특이한 나라로 프랑스에서는 간통이 부부의 집에서 자행되었거나 그 관계가 지속되었을때에 한하여 처벌받고 일본에서는 혼인권을 침해한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게끔하고 형법에서는 제외시키고 있다. 간통죄가 처벌되는 나라는 유럽의 소수 가톨릭 국가와 한국, 중국 등 유교문화권에 국한돼있다. 우리나라는 형법 제 241조에서 간통죄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되있긴 하지만 요즈음엔 불구속을 원칙으로 하고있다. 간통죄의 기수시기는 남녀의 생식기가 결합한 때이며 간통행위의 정교때마다 각각 하나의 독립죄를 구성한다. 특히 간통죄는 종용이나 유서한 때에는 처벌할 수 없고 현행 형법은 남녀평등을 규정한 헌법 제 11조의 정신에 따라 남녀 쌍방을 처벌하는 쌍벌죄를 채용하고 있다. 지난 2008년 10월30일에도 헌법재판소에서는 재판관 1명의 의견차이로 겨우 합헌 결정은 내렸다. 하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형사처벌에서는 제외되겠지만 간통을 둔 전통과 의식구조 등 여건을 감안, 그 시기가 언제여야 하는가는 신중해야 할 문제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방용규 경기중앙지방법무사 회장

[천자춘추] 칠보산의 보물

전국에는 칠보라는 이름을 담은 산이 여럿 있다. 충북 괴산에는 일곱 개의 봉우리가 보석처럼 아름답게 빛난다하여 이름 지어진 칠보산이 있고, 경북 영덕에는 구리와 철, 황기와 더덕 등 일곱 가지 귀한 물건으로 유명한 칠보산이 있다. 북한에도 함경도 명천에 칠보산이 있는데 그 어느 산보다 수려함이 뛰어나 중국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칠보산 중의 으뜸은 경기 수원의 서쪽에 자리한 칠보산이 아닌가 싶다. 비교적 평평한 능선이 남북으로 이어져 있고, 숲이 우거져 삼림욕 및 산책길로 적합하다. 또한 도심 속의 작은 산중에 습원이 전개되고 있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맑은 날에는 정상에서 서해바다가 보이며 저녁 노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원래 수원 칠보산은 처음에는 산삼, 맷돌, 잣나무, 황금수탉, 호랑이, 절, (힘이 센)장사, 금 등의 보물 8개가 있어서 팔보산으로 불리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보물을 찾기 위해 몰려들었고 급기야는 마을을 이루게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보물을 쉽게 찾을 수 없게 되자 사람들은 점차 도둑떼로 변하여 행패를 일삼았는데 비들치 고개는 그 소굴이 되어 상인들은 이 고개를 넘는 일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이 때 장씨라는 장사꾼이 위험을 무릎쓰고 혼자 산을 넘어 가다 조그마한 샘에서 허우적거리는 닭을 구해주었는데 이 닭이 바로 팔보산 여덟 가지 보물 중 하나인 황금수탉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장씨에게 이 닭은 행운이 아닌 불행이었다. 곧바로 도적떼에게 잡혀 목숨을 잃게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도적떼들도 황금닭을 손에 넣으려 하자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 번개가 내리치는 바람에 혼비백산하여 달아났으며, 황금닭은 그 순간 목청을 높여 크게 한 번 울고는 보통 닭으로 변한 채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하늘의 분노를 일으켜 황금닭이 사라진 것이다. 이때부터 팔보산은 칠보산으로 바뀌어 불리게 되었다 한다. 필자가 원장으로 있는 수원문화원 부설 민속예술단에서는 이같은 칠보산의 옛 이야기를 기초로 삼아 보물찾기라는 제하의 종합민속예술공연을 내달초 선보인다. 이 공연의 중심은 당연 사람이다. 사람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산삼이 사용되고 노약자를 위해 장사의 힘이 쓰여진다. 헐벗고 굶주린 자들에겐 부자의 금이 재빠르게 달려간다. 결국 이 공연은 사람이 보물임을 여실히 보여줄 것이다. 단언컨대 칠보산의 진정한 보물은 이 곳을 벗하며 살아가는 수원시민이리라. 염상덕 수원문화원장

[천자춘추] 좋은 생각

도서관 정기간행물 서가의 한 모퉁이에 유달리 사이즈도 작고 페이지 수도 적은 책자가 한눈에 들어온다. 몇 년째 늘 챙겨보고 있는 것으로 아픈 이들의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고 있는 바로 좋은 생각이라는 잡지이다. 정말 가지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것이 진정한 아픔인지를 여기서는 너무도 쉽게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지지 못했으면서도 아프면서도 어디서 그런 긍정의 힘이 생겨나서 지독히도 견디기 힘든 많은 고통들을 이겨냈는지 글을 읽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진다. 유명인이나 명문장이 아니면서도 감동을 주는 것은 좋은 생각을 가진 이들의 진솔한 삶의 기록 때문이 아닐까 싶다. 유명한 영국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찰스 리드는 생각은 곧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되며, 행동은 습관으로 굳어지고, 습관은 성격이 되어 결국 운명이 된다 라는 의미있는 말을 남겼다. 운명의 근간은 생각에서 나오고 있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여기에 좋은이라는 접두어만 붙인다면 좋은 생각은 좋은 행동으로 좋은 습관으로 좋은 성격으로 끝내는 좋은 운명을 만나게 되어 좋은 생각이야말로 좋은 운명을 가늠하는 출발점임을 예시하고 있다. 자승만승(自勝萬勝)이라는 말도 있다. 자신 속의 어리석음, 즉 부정, 게으름, 안일, 거짓, 사욕 등을 이기면 이 세상 모든 일은 손쉽게 이길 수 있다는 의미이다. 좋은 생각으로 스스로를 먼저 이겨내면 그 다음은 자연스럽게 좋은 결과로 나올 수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스스로 주변을 한번 둘러보면 불만족의 근원은 실제 부족하다기 보다는 욕심에서 생겨나고 불평의 근원은 스스로의 노력이 부족해서 생겨나는 것이 대부분인데 늘 내가 아닌 다른 것에 원인을 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좋은 생각에서 출발하지 않으니 좋은 운명이 되지 않는 너무나 간단한 이치를 깨닫지 못한 결과가 아닌지 모르겠다. 좋은 생각의 잡지에 단골로 투고하는 이들이 있다. 교도소에 수감된 이들인데 그들의 글을 읽다보면 이들이 좀 더 일찍이 투고할 때만큼의 생각을 가졌더라면, 예전에 좀 더 좋은 생각을 가졌더라면 지금처럼 스스로의 불행을 자초하거나 타인에게 불행을 주는 일은 없었을텐데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다. 현재의 상황은 현실이다. 하지만 그걸 어떤 생각으로 받아들이면서 나아가는가에 따라 운명은 분명 그 생각에 맞춰서 손을 들어줄 것이다. 부디 좋은 운명이 나 아닌 다른 곳으로 돌아서기 전에 어떤 상황에서나 좋은 생각으로 멋지게 출발해 보기를 기대해본다. 배창섭 인천 율목도서관장

[천자춘추] 길을 묻는 그대에게

1학기 기말고사를 끝내고 500명 넘는 학생들의 정성어린 답안지를 채점하면서 그 어느 해 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사실 폴리텍대학 학생들의 성향이 점차 고령화, 고학력화 하면서 직업과 사회라는 교과목을 주당 10여시간 넘게 17개반을 강의한다는 자체가 힘들었다. 하지만 강의실을 가득 메워주는 학생들의 열의와 가끔씩 음료수를 건네는 학생들의 정성에 한학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를 만큼 바쁘게 마쳤다. 실무적응 실습을 앞둔 학생들에게 논술에 가까운 시험문제를 냈다. 학생들이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과 의지, 꿈 그리고 변화된 모습을 그려냈다. 나는 마치 감명깊은 대하소설을 읽듯 답안지를 밤을 세우며 보고 또 봤다. 한학기 동안 내 과목을 통하여 이루어 낸 것은 자신감이었다. 뚜렷한 목표없이 경쟁사회에서 방황하고 있을 때 우연히 알게된 폴리텍대학. 그들에게 한줄기 빛이었고 터닝 포인트이었으며, 새로운 세상을 향한 비상구였다. 스튜어디스 꿈을 접고 입학한 LED응용과 재은이는 폴리텍입학을 도전이었고 지금은 도약이라고 하였다. 검찰공무원 고시를 중단하고 입학한 서른 살 상신이는 내인생의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했으며, 특수용접과 재묵이는 폴리텍에서 5개월동안 20kg 가까이 살을 뺏다고 자랑했다. 신소재응용과 학생들은 과대표 남식이를 따라 주기적으로 헌혈, 봉사를 실시하고 있다. 한결같이 태어나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시작한 자원봉사가 큰 성취감으로 남았다고 했다. 그렇다. 세상에는 어찌 황금보화를 많이 소유한 자만이 부자이겠는가? 좋은 친구를 갖고 있는 사람도,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고 확실한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실천해 가는 사람도, 그리고 넉넉치 않은 형편에서도 자신보다 못한 이웃을 위해 기부와 봉사를 실천해 가는 남식이와 같은 학생도 모두 진정한 부자이려니 부디 멀리 보자. 부모나 스승을 슬프게 만드는 일은 자식이나 제자가 희망을 잃고 좌절할 때이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그대들은 이미 진정한 직업사회의 영웅이 아니겠는가? 중국의 문학가 루쉰은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곧 길이 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제 남식이, 상신이, 재은이, 규목이 그대들이 가는 곳이 길이 되리니 지금처럼 열심히 가기 바란다. 외롭지 않도록, 힘들지 않도록, 더 멀리 도약할 수 있도록 폴리텍대 교수들이 디딤돌이 되리니 2학기도 최선을 다하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옛말이 있다. 열심히 살다 보면 더덕을 캐러 가서도 산삼을 만나는 것이 인생이니, 그대들 가는 길에 영광의 빛이 있을 것이다. 김남윤 한국폴리텍대학 남인천캠퍼스 교양학부 교수

[천자춘추] 작은 온기를 나누는 일

기부도 기존에 기부했던 사람들이 하는 경우가 많다. 한 번도 아니고 매번 자신의 것을 내놓는다는 것은 분명히 쉽지 않은 일이다. 형편상, 아니면 도움이 되기엔 너무 하찮은 것이어서 그만두고 마는 경우도 있지만, 힘들여 모은 것에 아까운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삶의 한 축을 나눔에 두고 사는 이들이 있어 마음이 따뜻해진다. 예나 지금이나 어렵고 힘든 이들을 위해 자신의 곳간을 열었던 이들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후손들까지 그들에 대해 존경심을 표하게 된다. 많은 양의 재산을 쾌척하다 보면 당연지사로 혜택을 받는 이들도 많게 마련이고, 그만큼 주변의 이목을 끌고 그를 우러르게 되는 것도 사실이고 당연한 일이다. 나무가 크면 그늘도 크게 마련이다. 허나 세상은 큰 나무의 그늘만으로 살아지는가. 작은 풀꽃도 그들만의 따스함을 내어 주듯 누구나 작은 온기는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그 작은 온기를 매달 말없이 나누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직장인 나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이다. 적은 월급일지언정 매달 그 중 일부를 떼어 기부를 한다. 일부 직장에선 직원이 기부한 만큼 회사가 기부를 보태어 주는 매칭 그랜트 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 매년 증가세를 보이니 그만큼 사회는 따뜻해지지 않겠는가. 가끔 직장 내에서도 부서나 동호회별로 회식비를 절약하여 기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누군가 기부를 했던 한 직원이 안을 내놓았을 터이고, 그에 동참하는 따뜻한 마음들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작으면 어떻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들 어떤가. 마음에 온기를 품고 사는 일도 행복한 일이 아니겠는가. 천 원 미만의 우수리 기부도 같은 직장의 직원들이 합심한다면 작은 온기를 모아 나누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현 정부 초기에 일자리 나누기운동의 일환으로 국가 및 지방공무원들의 잡쉐어링(Job Sharing) 기부 프로그램이 있었다. 기억으로는 몇 백억이 기부되어 새로운 기부문화의 꽃을 피우겠구나 하고 기대했었는데 일회성으로 끝나고 말아 안타까웠다. 큰불이 작은 불씨를 남기기도 하지만, 작은 불씨로 큰불이 일기도 한다, 사람들 가슴에 작은 불씨를 심어 주는 일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학봉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천자춘추]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수원천

지난 4월 수원의 새로운 명소, 수원천 복원이 완료됐다. 이로써 수원시민은 광교에서 발원한 자연수가 도심 한복판을 흐르는 생태하천을 생활 속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팔달구의 중심부를 지나는 수원천을 통해 시민들은 도심 속 휴식공간에서 피곤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 시대에 잠시 여유를 갖고 가족과 함께 산책, 운동을 통해 화합과 교류의 장을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원천 복원이 마무리 되어가는 지난 3월, 팔달구에서는 20여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될 수원천을 기대하며 하천문화교통 관련팀 직원들이 모여 수원천 TF팀을 구성하였다. TF팀은 현장답사와 토론을 통해 보행환경 개선, 문화의 거리 조성을 위한 상설공연 개최, 수원천변 인근 상가 간판정비 사업을 시범사업으로 설정했다. 먼저 보행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동교~수원교 보도를 확장한 후 넓어진 보도에는 가로수와 가로등을 설치하여 걷고 싶은 수원천을 조성하기로 했다. 또 팔달문 주변 9개 시장상인회와 함께 9월부터 매주 토요일 전통시장을 찾는 이들을 위해 상시적으로 작은 공연과 시민참여 이벤트를 개최하기로 했다. 수원천 주변경관 개선을 위해서는 매향교에서 남수교까지 구간의 간판을 수원화성과 어울리는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로 조성하여 관광도시로의 이미지를 높이기로 했다. 현재 상인들과 간판 디자인을 협의 중이다. 많은 예산을 들여 수원천을 자연하천으로 복원해놓은 것은 역사적으로 참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수원천의 복원은 단순히 하천 복원의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복개되었던 수원천을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다수인의 의견을 이끌어 내어 20여년만에 되찾은 것처럼, 복원된 수원천 또한 시민들의 의견과 목소리가 묻어나는 시민참여형 공간으로 거듭나 다양한 문화가 소통하고 재생산되는 장이 되어야 한다. 수원천 인근 행궁동, 매교동 주민들이 남다른 자부심으로 문화재 지킴이, 청소년 수원천 지킴이 등 수원천 정화활동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또 매향교 다리 밑, 수원천 난간 등에 시민들이 손수 그린 그림을 전시하는 공공예술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은 시민참여의 본보기로 매우 반가운 일들이다. 수원천이 이렇게 주민과 함께 조금씩 재창조되어, 다른 지자체의 도심형 하천과는 차별화되는 수원의 문화적생태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그리고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과 화성행궁, 공방거리, 전통시장을 연계하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친환경적 여가공간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윤건모 수원 팔달구청장

[천자춘추] 일송정 푸른 솔은

1920년 10월21일 김좌진 총사령관이 이끄는 북로군정서(北路軍政署) 독립군은 청산리 백운평(白雲坪) 골짜기에서 독립군 토벌작전을 벌이던 일본군 동지대(東支隊) 부대원 2천여명을 사살하는 항일전투사에 가장 큰 승리를 거둔다. 당시 일본군 토벌연대 본대는 자기 편의 시체를 쌓아 은폐물을 만든 뒤 필사적으로 반격했으나 1천200~1천300명의 전사자만 더 내고 패주했으니 초기일본제국이 겪은 가장 참담한 패배였다. 얼마 전 백야 김좌진(金佐鎭)장군 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항일역사탐방을 다녀왔다. 총 6일간 버스와 열차로 3천㎞를 달리며 한 세기 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이 길을 따라 숨져간 고결한 임들의 숨결을 곳곳에서 만났다. 또한 도도히 흐르는 압록강 너머 분단의 땅 북한은 일제 36년의 상흔이 현재 진행형임을 말해주었다. 김좌진 장군은 충남 홍성의 부유한 명문가 출신으로 16세 때 대대로 내려오던 노비를 해방하고 토지를 소작인에게 전부 나눠준 후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그러나 그의 아들 김두한은 청계천 수표교 밑에서 걸식을 하며 자랐고, 그가 아버지 김좌진을 만난 것은 평생에 단 한번 뿐이었다. 광복 이후 67년이 흘렀지만 항일애국지사의 후손들의 빼앗긴 들에 봄은 요원하기만 하다. 모 포털사이트가 얼마 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 대학생 10명 중 9명은 해방 이후 우리나라가 친일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우리나라 친일 청산 수준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1.1%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답했고 35.7%는 친일 청산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몇 해 전 국민들을 격앙케 했던 이완용과 송병준의 후손이 몇 조원에 이르는 땅 찾기 소송에서 일부 승소하여 수십억원을 벌어들인 사건은 이 땅에 친일청산의 수준을 말해준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과 일왕에 대한 사과요구로 인해 한일관계가 들끓고 있다. 독도와 역사 문제에서 양국의 갈등이 새삼스런 일은 아니지만, 경제문화민간교류 등으로까지 번져가는 최근 양상은 이례적이다. 정권교체기를 앞두고 있는 양국 사정상 관계 회복은 다음 정권에서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백년전 우리 선조는 항일(抗日)을 위해 싸웠다. 하지만 이제는 극일(克日)을 위해 국력을 키우고 국론을 모아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야 할 때다. 함진규 국회의원

[천자춘추] 동물복지의 시작

신석기 이후부터 인류는 다양한 동물을 가축화해 고기, 가죽 등 축산물을 얻었으며 운송수단으로 이용했다. 그러다 보니 최소의 투자로 최대 두수의 사육을 통해 최대 이윤을 창출하는 공장식 축산이 성행하게 됐다. 하지만 사회와 문화가 발달하면서 동물학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동물의 보호와 복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특히 1964년 러스 해리슨의 Animal Machines 라는 책이 영국에서 동물복지에 대해 대중적 반응을 일으켰다. 이후 1993년 영국의 농장동물복지위원회에서는 동물에게 5대 자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배고픔, 영양불량과 갈증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통증, 부상,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두려움과 고통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 할 수 있는 자유 등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91년 최초의 동물보호법을 제정했으며 이후 두 번의 개정을 통해 반려동물, 실험동물, 농장동물의 보호복지 및 관리에 관한 구체적인 법적 기틀을 마련했다. 올 3월부터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를 시행했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란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농장을 국가가 공인해주는 제도로 인증농장에서 생산한 축산물에는 인증마크가 표시된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는 2013년 돼지, 2014년 육계, 2015년 한육우와 젖소 등 전 축종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동물 복지형 축산물에 대해 기혼여성 50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62%가 농장동물 사육방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또한 이들 중 78%는 동물 복지형 축산물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고품질 안전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증가하며 동물복지형 축산물에 대한 요구도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몇몇 언론매체들의 동물복지에 대한 잘못된 보도로 인해 일부에선 채식을 해야 한다, 혹은 방목사육만이 동물복지형 축산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환경을 탓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물복지는 실험동물, 전시동물 및 농장동물들의 사육을 금지하거나 채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사육목적에 따라 동물을 야생동물, 농장동물, 실험동물, 반려동물, 전시동물 등 5가지로 구분하고 각 동물의 사육목적을 인정하되 불필요한 고통을 최소화시켜 주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여건 상 동물복지를 고려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현재 여건을 탓하기 보단 우선 내가 키우고 있는 가축들의 입장에서 가축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보자. 그것이 바로 동물복지의 시작이다. 장원경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장

[천자춘추] 가족자원봉사단

가족이 함께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은 어른들끼리만 하는 봉사보다 몇 배가 되고, 어르신들도 봉사를 받는다기 보다 함께 한다며 행복해 하신다. 이는 사할린복지관에서 활동하는 가족봉사단들이 자원봉사를 마치고 나누는 대화 내용이다. 가족자원봉사에 있어 가장 흥미롭고 감동적인 부분은 자원봉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 후에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느낌을 나누며 다음 활동시간을 계획하는데 있다. 이러한 과정은 자녀들에게는 부모의 산교육으로, 자원봉사 활동의 가치를 이해하게 되고, 자원봉사를 생활화 할 수 있다는 데에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오늘날 많은 가정들이 부모의 맞벌이로 바쁜 생활에서 오는 대화시간 부족 등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가족 간의 소통의 부재는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없어 이기적으로 되기 쉽다. 따라서 부모와 자녀들이 자원봉사활동을 함께 하며 시간과 추억을 공유하고 가족간의 단절을 해소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가족 봉사단 활동을 통하여 자부심을 갖게 되고 더불어 지역사회의 문제를해결해가는 사회적 책임감을 자녀들과 같이 할 수 있어 지역사회 기능을 강화하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가족자원봉사의 외국의 실태를 보면, 미국은 1990년대 초부터 가족과 관련된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민간기구인 촛불재단을 중심으로 가족봉사단 프로그램 운동을 확산시켰다. 캐나다도 가족의 변화현상을 감지하고 가족봉사활동 관련조사와 통계활동 지원, 자연보호활동 등 공익적 활동에 참여토록 가족자원봉사단체의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교육과 프로그램 개발에 적극 노력하고 있으며, 인천광역시 군구 자원봉사센터에서도 가족봉사활동 활성화에 노력하여 426가족, 1천702명의 가족자원봉사단이 활동하고 있다. 연수구자원봉사센터에서는 2005년부터 매년 가족봉사단을 모집하여 총 102가정, 434명이 연도(期)별로 활동하고 있으며, 기별로 평균 13가정 40여명이 또 하나의 가족을 형성하여 장애인, 어르신, 도시 농부 활동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가족자원봉사가 지리적으로 광범위하게 모집하다보니 수요처 개발의 어려움이 있다는 점과 참여 가족자원봉사 중 학생의 상급학교 진학으로 인한 활동중단 등 가족자원봉사 활동의 연계와 지속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어 각 센터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천해 나가고 있다. 나, 너, 우리의 가족이 함께하는 자원봉사활동을 생활화 할 수 있는 가정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 규 옥 인천시 연수구 자원봉사센터장

[천자춘추] 사랑의 양육

자녀를 잘 양육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자녀를 양육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사랑과 논리 즉, 애정과 훈육이다. 로스 캄벨은 한 연구조사에서 10대 청소년들의 7% 정도만이 부모가 자기를 사랑한다고 답했다. 93%는 부모가 자기들을 사랑하거나 관심을 쏟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부모들이 자녀들을 깊이 사랑하고 있지만 극히 소수의 자녀들만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다. 자녀를 사랑하는 방법, 자녀가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첫째, 존중(공감, 수용, 인정, 관심)이다. 부모가 자녀의 생각, 느낌, 경험에 대하여 자신의 주관적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입장, 자녀의 세계에서 듣고 반응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며, 자녀에게 감정을 이입한다는 뜻이다. 부모는 자녀를 대할 때 긍정적 감정과 파괴적 행동이나 태도를 포함해 있는 그대로를 이해하고 다루어 나감으로써 안도감을 느끼면서 자신의 문제와 자기 자신을 저항이나 방어 없이 표면화하게 되어 문제 해결에 커다란 도움을 주게 된다. 따라서 자녀에 대해 평가하지 않으며 자녀가 현재 그대로 느끼도록 행동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한다. 둘째, 격려이다. 좋은 점이나 착하고 훌륭한 일을 높이 평가해주는 칭찬과는 달리 격려는 상대방이 실수하고, 지치고 힘들어 할 때 해주는 말이다. 자녀의 실수를 인정하고 그것으로부터 스스로 배우도록 도와주는 양분으로 결과보다는 그 과정을 인정하는 기술이다. 셋째, 긍정적 강화이다. 자녀가 바람직한 행동을 한 후에 행동을 말로 표현해 주어 바람직한 행동의 발생률은 높이는 기법이다. 부모는 부정적인 행동에만 관심을 보여 오히려 그 행동을 재발하게 하는데 이제는 바람직한 행동에 더 많은 말을 말해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아존중감은 외부(특히 부모)로부터 온다. 자존감은 어린 시절의 부모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부모는 자식을 대하는 행동을 통해 자신의 자아존중감을 그대로 자녀에게 물려주게 된다. 부모가 긍정적으로 행복한 모습으로 사는 것이 곧 자녀의 삶인 것이다. 부모는 자녀를 너무나도 사랑한다. 부모는 자녀들보다 훨씬 경험적으로나 인지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우수하기 때문에 자녀를 좀 더 나은 삶을 살게 해 주기 위해 부모가 자녀를 조정하기 시작하였다. 수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사랑 양육의 첫걸음은 조정이 아니라 부모의 자녀를 향한 무조건적인 존중 즉, 무조건적인 사랑이라 할 수 있겠다. 장문규 한국부모아동연구소장

[천자춘추] 법조사륜(法曹四輪)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사법분야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법조4륜(法曹四輪)이라고 한다. 사법분야를 담당하는 사람의 집단을 법조라고 일컫고, 4륜이라는 말은 이 법조라는 마차가 4개의 수레바퀴로 작동되어 굴러간다는 뜻이다. 법조4륜이라 하면 판사, 검사, 변호사, 법무사로 법원, 검찰(법무부), 대한변호사협회, 대한법무사협회가 법조4륜이 속하는 집단이 된다. 법원이란 헌법에 의하여 사법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이다.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하며 일체의 법률상의 쟁송을 심판하고 등기, 호적, 공탁 등에 관한 사무를 관장 또는 감독한다.(헌법 제101조, 법원조직법 제2조) 법원의 종류는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하급법원인 고등법원, 지방법원, 가정법원, 행정법원, 특허법원의 6종류가 있다. 심급에 따라 제1심, 제2심, 제3심 법원으로 구별된다. 대법원은 최고법원으로 제3심인 최종심법원으로 상고 사건을 처리한다. 고등법원의 심판권은 판사3인으로 구성된 합의부에서 항소사건을 담당하며, 지방법원에는 민사부 및 형사부를 두고 사건은 제1심으로 행하나 지방법원 본원합의부는 지방법원 단독판사의 판결에 대한 항소사건과 지방법원 단독판사의 결정명령에 대한 항고사건은 제2심으로 심판한다. 검찰은 법죄의수사, 증거의수집, 공소의제기 등에 수반되는 검찰의 직무를 총칭하여 검찰사무라 한다. 이를 담당 집행하는 공무원은 검사이고, 위 사무를 총괄하는 기관을 검찰청이다. 법무부에 속한 검찰청은 대검찰청, 고등검찰청, 지방검찰청으로 나눠진다. 범죄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 유책 행위이므로 구성요건의 해당성, 위법성 및 책임성의 세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성립한다. 그래서 어떤 행위가 범죄로 처벌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도의적책임, 규범적책임, 사회적책임 측면에서 주관적인 가능성의 면에서 판단되어야 한다. 변호사는 1903년 5월에 편찬 공포된 형법대전에 따라 완화되어 소송을 교도하거나 소장을 작성하는 직업으로 생겨났다. 1905년 변호사법과 변호사시험 규칙이 공포되어 비로소 변호사라는 명칭이 소개되고, 1949년 변호사법이 제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법무사 또한 1906년 칙령 제65호의 토지 가옥증명 규칙이 공포되어, 1990년 현재의 법무사법에 의한 법무사가 탄생했다. 4개의 기관이 잘 조화를 이루며 보폭을 조절하고, 특정 기관의 독선없이 원만히 이루어지는 사회, 즉 법조4륜이 잘 굴러가는 사회가 곧 복지와 행복이 가득한 민주사회가 아닌가 싶다. 방용규 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장

[천자춘추] 수원 기생

흔히 기생하면 화류계, 매춘 등 천한 여성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황진이하면 글과 그림, 춤과 음악에 능한 종합예술인으로서의 이미지가 떠오르고, 논개하면 자신의 몸을 던져 절개를 지켰던 의로운 기생으로 떠오른다. 그렇다면 서도홍과 김향화는 어떨까? 추측하건데 대다수 사람들은 이들이 누구인지 전혀 모를 것이다. 따라서 떠오르는 이미지도 없을 것이다. 물론 이들 역시 기생이다. 1910년대 수원예기조합 기생들의 출신과 약력, 뛰어난 기예 등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책 조선미인보감에 보면 이들은 수원을 대표하는 기생으로 묘사돼 있다. 15세에 기생이 된 서도홍은 그 미모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은 가히 꽃과 같고 달과 같다고 한다. 또한 섬섬옥수 붓을 잡아 익숙하게 그린 난초는 그녀가 서화에도 능한 재주와 운치가 있는 기생임을 보여주고 있다. 경성에서 나고 자라 수원에서 기생이 된 김향화는 수원예기조합의 꽃으로 갸름한 얼굴에 주근깨가 있으나 목청은 탁 트여서 애절하면서도 구슬프게 노래를 잘하며, 성정이 순하고 모습이 귀여운 기생으로 그려져 있다. 검무와 승무를 들 수 있는데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한다. 이 두 명의 기생과 더불어 당시 수원예기조합에는 33명의 기생들이 있었는데 하나같이 춤과 노래에 능했으며 시서화에 대한 교양과 품격을 갖추고 있었다. 이들은 평상시 기생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했지만 시간만 나면 각종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당시 민족적 학교의 전신인 수원상업강습소가 자금난에 봉착하자 자선공연을 펼쳐 수익금을 교실 증축기금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또한 이들은 고아원, 유치원 등 교육비 보조를 위한 공연이나 빈민구제를 위한 자선공연활동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하였다. 한편 1919년 31 독립운동이 일어나자 수원기생들 역시 만세운동에 주도적으로 가담하였다. 3월29일에 자혜의원 앞에서 30여명이 만세운동을 이끌었으며 야간에는 상인, 노동자 등과 합세하여 일본인 상점에 투석하여 유리창을 파괴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향화는 기생들의 만세운동을 이끈 주모자로 체포되어 감옥살이를 해야하는 고통을 겪었다. 이렇게 봤을 때 서도홍과 김향화로 대표되는 수원기생은 황진이의 후예요, 논개의 계승자라 칭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듯 싶다. 때마침 수원예기보존회에서 수원화성의 전통문화예술에 대한 역사기록 중에 여성과 기생을 화두에 두고 기생-화젯거리라는 제하의 공연을 펼친다. 이번 공연을 통해 기생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염상덕 수원문화원장

[천자춘추] 리빙 라이브러리

어릴 적 동네 어르신께서 하신 말씀 중 하루라도 먼저 세상 태어난 사람에게는 배울 것이 꼭 하나 있다. 절대 무시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뚜렷이 기억이 난다. 뭔가를 먼저 경험한 사람은 그러지 못한 사람보다 분명 그 만큼의 앞서가는 무엇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다가 내가 꼭 가고 싶은 아니 알고 싶은 곳에서 미리 자리를 잡은 사람에게서 얻고자 하는 경험의 편린은 더 절실한 것인지 모른다. 2000년 덴마크에서는 책이 아닌 사람 책을 빌려주는 리빙 라이브러리가 태동을 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대화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서로 잘 알지 못해 가질 수밖에 없었던 타인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고정관념을 줄이자는 의도로 기획된 것이다. 사실 보통 초기에는 흔히들 말하는 인생의 멘토가 될 만한 분들이 사람 책이 되어 소통에 참여하지만 활성화된 곳에서는 동성애자나 미혼모, 노숙자 등도 사람 책이 된다고 한다. 서울숲 리빙 라이브러리는 올해 3회째를 진행하면서 청소년들이 고민하는 미래와 진로, 아울러 멋진 어른으로 자라기 위한 방법을 환경운동가, 사서, 중환자실 간호사, 대기업 부장님, 소설가, 사회적 기업 대표들과 대화를 나누며 활동을 하였다. 서울 자치구에서도 경쟁적으로 리빙 라이브러리를 도입하여 성황리에 진행중이다. 국내 어느 도서관에서 실시한 리빙 라이브러리의 사람책 제목을 살펴보면 흥미로움이 더해질 것이다. 죽음을 준비한다, 웰 다잉(well-dying), 나는 지식 유목민이다, 가난해도 나는 아빠다: 영재를 만든 책 배달부, 당신을 초대합니다, 따뜻한 나눔의 세계로: 굿네이버스 자원활동가, 사이(間)에서 숨쉬다, 항공우주 과학자의 NASA 이야기, 음악, 이 뭐꼬?: 음악과 건강, 미칠려면 미쳐라, 미치면 미치리라, 독일에서의 20년, 꿈은 준비된 사람만이, 대한민국 삼수생: 삼수생 탈출기, 과학담당기자의 엉뚱한 이야기, 나와 우주의 비현실적 만남, 인생은 도전과 희생이다, 길치 모자의 천방지축 유럽여행 등이 그것이다. 청소년기에 한번쯤 사람 책으로 만났으면 하는 주제가 상당히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순수하게 책으로만 접근하면 다소 딱딱할 수 있는 도서관의 모습이 이렇게 책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새로운 시도로 책은 이제 자주 접해야 하는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책 읽는 도시 인천에서도 조만간 리빙 라이브러리 즉, 사람 책으로 인천이 좀 더 행복해질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된다. 배창섭 인천 율목도서관장

[천자춘추] 찢어진 우산에게도 박수를

런던올림픽의 낭보가 적도의 열기보다 더 뜨거웠다는 삼복 무더위를 잊게 했다. 역경을 딛고 부상을 극복하고 최선을 다해 금메달을 따낸 선수들의 투혼장면은 정말 감동으로 다가왔다. 누구 하나 훌륭하지 않은 선수가 없고 대견하지 않은 대한 건아가 없다. 이번 런던올림픽에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255명의 선수가 출전을 했다. 금메달을 딴 선수도 있고 예선 1차전에 아쉬운 탈락을 한 선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그 모든 선수들이 하나같이 치열한 선발전을 거쳐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런던올림픽의 영광을 위해, 조국과 개인의 명예를 위해 유도에서 금메달을 딴 김재범 선수의 표현처럼 죽기를 작정하고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스포츠는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올림픽 정신이고 페어플레이라고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자 배드민턴에서 져주기 게임으로 퇴출된 선수와 감독들은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잊혀져 가고 있다. 나는 우연히 그 선수들이 져주기 게임 전의 예선경기를 본 적이 있다. 메달을 향해 순항하던 여자 배드민턴 선수들은 다음 경기에서 좀 더 쉬운 상대를 만나기 위해 자의인지 타의인지 모르지만 져주기 게임으로 볼성사나운 장면을 보여줬다. 그들을 보며 나는 과연 저 어린 선수들이 자신들의 의지로 일부러 져주는 게임을 하였을까?, 내가 과연 그들의 감독이라면 어떤 작전을 지시했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릴 적 불렀던 윤석중 선생님의 동요가 생각난다.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 좁다란 골목길을 우산 세 개가 이마를 마주하며 걸어갑니다. 참 좋은 곡이다. 어릴 때는 의미를 몰랐는데 잘사는 아이도, 가난한 어린이도 그리고 생각이 다른 어린이도 모두가 이마를 마주하고 함께 걸어가는 세상, 진정한 민주국가, 복지국가이고 아름다운 세상이다. 이제 올림픽이 끝났고 메달을 딴 선수들은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영접을 받을 것이다. 각종 TV프로그램과 CF 등에서도 얼굴을 자주 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의 최선을 다하고도 비인기종목이라서, 메달을 따지 못해서, 부상 등 다른 요인으로 입상을 못한 찢어진 우산들은 잊혀 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된다. 모두가 우리의 자랑스러운 대표선수요, 과거보다 장래가 더 기대되는 젊은이들인데. 부디 상처받은 등을 두드려 주며 다음에는 그러지 말라고, 좀 더 잘 하라고 그들에게도 박수와 격려를 보내는 성숙한 세상이었으면 한다. 김남윤 한국폴리텍대 남인천캠퍼스 교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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