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성폭력범죄 보도가 언론을 통해 매일 일상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가족들 모두가 서로를 바라보며 씁쓸해져 이제는 불길한 예감마저도 든다. 고려사 정국검전(鄭國儉傳)에 이런 대목이 있다. 그의 집이 개성 수정봉 아래에 있어 음침하고 험한 산길을 올라가야만 했다. 그 길목에서 어느 양가의 부인들이 대여섯 명의 악소배들에 의해 겁탈당하는 것을 종종 목격했다. 언젠가는 검은 옷으로 성장한 부인이 겁탈당하는 것을 보고 정국검이 참을 수 없어 그와 동행했던 종들을 시켜 그중 세 놈을 잡고 보니 놀랍게도 권신 무신들의 집안 자제였다 한다. 재상 벼슬인 신여계(申汝桂)의 처 김씨도 악소배 10여 명에 의해 겁탈당했고, 이 사실을 김씨의 조카인 숙비에게 일러 그 중 한 명을 잡고 보니 당시 충숙왕의 총애를 받고 있던 이씨의 가문 아이라 잡아오지 못했다. 그래서 사회학자들의 말씀이 곧 성범죄와 정치의 혼란은 밀접한 상관관계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성을 둔 폭력화와 범죄화를 다룬 패카드의 성의황야를 보면 그 요인으로 4가지를 지적한다. 첫째, 미숙한 자제력으로 이겨내기에는 너무 벅찬 성적자극물이 주변에 널려 있다. 둘째, 육체적으로 가속화 된 성숙을 조화시킬만한 정신적 영향을 주는데 가정이나 학교, 사회교육이 무력하다. 셋째, 가정에 아버지와 아들 스승과 제자 사이의 종적 역할이 증달하고 친구와 친구라는 횡적 역할이 비대해졌다. 넷째, 악을 제대할만한 정치권력이 횡류되고 있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손 쓸 수 있는 것은 정치적인 안정이다. 정치적 불안과 갈등으로 횡류되던 권력을 되찾아 그 악의 소재가 스며들지 못하게 막는 일이다. 범죄의 원인과 그 대책을 연구하는 범죄학이나 형사정책은 주로 법률가에서 다뤄지고 있지만 범죄의 원인과 그 대책을 법률가에게만 맡기기에는 너무나 문제가 커진 것 같다. 그러므로 사회학, 경제학 등 모든 전문 분야가 함께 이 문제의 해결에 참여하고, 정부에서도 각 부처가 성범죄 문제에 대해 고민했으면 한다. 범죄는 범인을 체포하는 것보다 그 발생을 줄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모든 분야에서 돈보다 정과 의리가 소중하게 여겨지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죄를 범하면 일단 경찰부터 떠올릴 것이다. 요즘 분출할 곳이 없으니 괜히 경찰과 정치인 탓만 할 수 있다. 그래서 경찰에 대한 신임은 정부에 대한 신임을 의미하고, 경찰에 대한 불신은 곧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 모두 그들에게 왜 이 사회가 이 지경이 됐는지 가슴을 열어 서로 손을 맞잡고 이해하며 도와주자.
오피니언
방용규 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장
2012-09-16 1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