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우리 영토와 국경을 가르쳐야 한다

한중일간 영토문제로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눈앞에 있는 북한은 사거리 3천에서 4천㎞ 신형 중거리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였고, 사거리 6천㎞ 대포동 미사일도 개발 중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1만1천㎞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보유하고, 일본은 언제든지 사거리 1만㎞ 탄두 중량 2천㎏으로 전환할 수 있는 3단 고체 로켓 기술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 현재 탄도 미사일 300㎞ 보유로 빈약하기 짝이 없다. 미사일 강국에 둘러싸인 우리들의 영토 보존 의식과 안보 의식 교육이 절실하다. 안보란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국가란 영토 보존이고 국민이란 주권 보존이기에 선조들이 만들어 놓은 빼앗긴 영토와 국경을 알아야 한다. 그러기에 한반도의 10배가 넘는 고조선, 고구려, 발해의 우리 영토가 지금은 작은 한반도로 그나마 반쪽으로 갈라진 원인과 과정도 알게 해야 한다. 동북공정과 백두산정계비의 바른 의미와 우리 땅 간도와 연해주를 누가 팔아먹었는지도 교육해야 한다. 통일 후 되찾아야 할 영토이다. 36년간 일제의 침략의 실상과 김일성의 625 도발로 휴전선이란 한 맺힌 선으로 남북한의 국경이 되어버린 것도 바르게 가르쳐야 한다. 바다의 국경은 어디인가? 동쪽은 독도가 기점이다. 30년을 사용할 수 있는 천연가스 6억t이 매장되어 있는 곳이다. 역사적으로 국제법상 우리 영토인데 일본은 100년이 넘도록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965년 한일어업협정시 박정희 대통령은 독도를 우리 해협 안으로 하였고,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은 신 한일 어업협정으로 독도를 중간 수역으로 하였다. 남쪽의 EEZ는 천연가스 72억t, 원유 1천억t의 매장으로 경제적 가치가 큰 이어도이다. 거리상으로 보아도 우리 것이다. 일본은 독도 영유권을 가지고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자고 하면서 독도를 공동 관리 목표로 독도 영유권 교육 국민에게 하고 있다. 우리의 우방 미국은 중립적이다. 10월은 잃어버린 영토와 국경을 이해하는 안보의식과 애국 교육을 할 때이다. 국경일 태극기 게양률이 5% 정도이고 일부는 이민 가고 싶어하고, 625는 북침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독도 영유권과 이어도 영해권 인식과, 빼앗긴 북방영토가 어디인지 알려주어야 한다. 백두산의 60%가 왜 중국이 관할하고 있는지, 북한과 중국 국경이 압록강과 백두산 두만강으로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도 교육해야 한다. 비록 군사력은 빈약하지만 국민정신 교육은 강화해야 한다. 학교장과 담임의 국가관이 투철해야 학생의 안보 정신이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 애국조회, 교훈, 급훈, 학급조회로 애국교육과 역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전근배 前 광주하남교육장

[천자춘추] 동네문화

동네문화는 내가 속한 지역과 나의 정체성이 일치하는 문화다. 그리고 문화의 생활화를 특징으로 한다. 파편화된 개인들의 집합인 거대 도시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문화가 동네문화다. 서울이 예술의전당을 비롯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기관들이 많아 문화가 풍성해 보이지만 동네문화는 오히려 농경사회의 흔적이 남아 있는 수도권 주변 도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양평군 서종면은 인구 7천400명이다. 초등학교 2개교, 분교 1개교, 중학교 1개교에 학생이 544명인 전형적인 전원도시다. 이 면에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우리동네음악회가 면사무소 강당에서 열린다. 2000년 4월, 서종초등학교 강당에서 시작된 우리동네음악회는 오는 13일에 열리는 합창공연으로 126회를 맞는다. 문화모임 서종사람들에 의해 연평균 10회 정도 열린다. 어른 1천원, 어린이 5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등에 업힌 갓난아기부터 노인에 이르는 동네 사람들과 소문을 듣고 멀리서도 찾아오는 우리동네음악회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중학교 자원봉사 학생들이 장내정리와 안내를 한다. 13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동네음악회는 양평군을 대표하는 동네문화가 되었다. 지난 8월에 트리니타스 챔버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송영규는 어린 아이들이 이렇게 조용히 집중해서 듣는 것은 처음 본다. 감동적인 장면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우리동네음악회의 고정 관람객인 어린이들은 이제 어떤 클래식 음악도 차분히 들을 줄 알 만큼 경험을 쌓았다. 예술이 경험재라는 것을 우리 동네음악회의 어린이 관람객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동네문화는 참여하는 문화이고, 문화가 생활의 일부인 문화다. 거창한 연례행사보다는 매월, 매주 접할 수 있는 문화 환경이 문화의 생활화를 앞당길 수 있다. 문화는 소비재이기보다는 삶의 질을 높이는 가치재이다. 어려서부터의 문화적 경험은 어른이 되어서도 문화가 교양이 되는 체득화된 자산이다. 그런 점에서 서종 어린이들은 전국의 그 어느 지역 어린이보다 일찍부터 자산을 축적하고 있는 셈이다. 문화가 가까운 주변에서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펼쳐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철순 양평군립미술관장

[천자춘추] 연극을 활용한 청소년 힐링캠프

교직에서 퇴임하고 청소년 연극교육과 관련된 일을 구상하고 있던 필자에게 연극을 활용한 청소년 힐링캠프에 참가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로 부각된 학교폭력 관련 캠프였는데, 그 대상이 피해학생이 아니라 가해학생이라는 것이다. 전국의 학교폭력 가해학생들과 그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이 캠프의 운영방식은 학교폭력은 비 도덕적 범죄행위이므로 반성하고 다시는 그런 행위를 하지 마라는 식의 훈육(訓育)이 아니고,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예술행위를 통해 몸과 마음을 열고 마음껏 놀게하면서(play) 문제의 핵심에 다가가도록 하는 열린 방식이었다. 독특한 것은 무대 위에서 친구들과 함께 만든 연극(뮤지컬)으로 자신들의 문제들을 치유(힐링)한다는 점이다. 마음이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행해지는 일방적인 훈육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생활의 경험에서 알고 있다. 캠프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3박4일 간의 기초캠프에서 몸과 마음을 열게 되고, 자신들의 처지와 하고싶은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노래로, 글로 표현한다. 처음부터 그들의 마음이 열리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그들의 표현 속에는 반성보다 분노가, 믿음 보다 불신이, 자발적인 의욕보다 수동적인 무감각들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서서히 무대화가 이루어지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분노에 당사자가 있다는 점을 깨닫는다. 무대는 행위를 하는 자(배우)의 공간이지만 지켜보는 자(관객)를 전제하고 있다. 관객은 배우와 교류하면서 환호를 지르기도 하지만, 납득할 수 없는 행위에 대해서는 냉정한 반응을 보인다. 상호소통의 무대 메카니즘을 경험하면서 학생들은 자신들의 일방적인 주장과 표현들을 다듬기 시작한다. 피해학생과 부모에 입장에 서서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하고, 학교로 불려와 사과하는 자신의 부모가 되기도 하면서 더러 눈물을 글썽인다. 자신들이 만든 어설픈 대본이지만 기초캠프의 성과로는 충분하다. 그들은 토요휴업일을 이용한 세번의 추수관리와 심화캠프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기초캠프에서 자신들이 펼쳤던 이야기들을 충분히 되새김질하고 모인 아이들은 보다 성숙한 자세로 자신들의 작품을 다듬기 시작할 것이다. 교사들은 철저하게 그들의 작업을 인정해주고 적절한 조언으로 의욕을 고취시키면 된다. 무대가 주는 즐거움을 맛 본 학생들은 이미 치유의 과정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3박4일간의 제1기 캠프가 끝나고 제2기 학생들을 맞을 준비를 하면서, 연극이 청소년 인성교육에 얼마나 좋은 도구인지, 무대가 인간을 얼마나 아름답게 만드는지 새삼 확인하고 있다. 이기복 광주시연극협회장 청석 에듀씨어터 대표

[천자춘추] 후다닥 하천

1990년대 중반쯤에 한국유네스코에서 주관한 환경지도자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수원으로 견학을 갔었다. 그때 나는 지금의 염태영 수원시장의 사무실에서 하수도나 다름없는 수원천의 희망을 보았다. 그런 희망은 수원시민의 희망으로, 다시 관민의 공동열망으로 변해가더니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자연형 하천 복원사업으로 확대시킨 우리나라 최초의 하천 살리기 모범사례가 됐다. 1996년에 시작된 복원사업은 지난 4월 매교에서 지동교 사이 780m를 걷어내면서 18년 만에 완성됐다. 그러면서 수원시민들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라고 말한다. 지금의 정부만큼이나 하천에 관심이 많은 경우도 드물 것 같다. 서울시장 시절에 청계천 복개를 뜯어내고 공원하천을 만들었던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를 한다고 하다가 안 되겠다며 4대강 살리기로 바꿔 임기 내내 하천 공사에 몰두했다. 수원시 사례에 비춰보면 정부는 매우 성급하게 하천사업을 추진한다. 한마디로 후다닥이다. 나는 수원천 복원사업 초기부터 부러웠고, 그런데 반해 우리 동네(부평)를 가로지르는 굴포천은 공단 폐수와 생활오수로 악취가 너무 심해 지나칠 때마다 짜증스러웠다. 그러다가 2000년 생각을 바꾸고 뜻을 같이하는 시민들과 운동을 시작했다. 결국 인천광역시는 시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생태하천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2006년에 시작해서 1년 만에 굴포천 일부 6.6㎞ 구간을 청계천처럼 한강물을 끌어다 용수로 쓰는 방식으로 공사를 완성했지만, 이것도 후다닥이다. 수원천, 전주천 등 몇 선진사례를 제외하고는 대개 그 도시의 자치단체장의 임기 내에 하천공사는 후다닥 해치운다. 하지만 독일 엠셔강은 다르다. 100여년 간 독일의 석탄과 철강산업의 중심지였던 루우루 공업지역의 탄광과 공장에서 나오는 오폐수가 흐르던 엠셔강을 1990년쯤부터 30년간 계획으로 하천 살리기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엠셔강에 흘러야 할 물을 자연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 건물이나 주차장 등에 빗물지하 침투시설을 설치하고, 이 빗물이 지하수가 되고 다시 하천으로 흘러들어 와 유지용수가 되는 물순환 방식을 적용한 하천 살리기를 약 20년간 추진하여 겨우 2㎞의 소하천 하나를 완성했다고 한다. 계속해서 30년 계획으로 본류 20㎞ 구간도 자연의 순리에 따라 물순환이 되는 엠셔강을 되살리겠다고 한다. 이렇게 더딘 변화가 철강산업의 사양화로 폐허가 되어가던 루우루 지역이 이제는 세계적인 환경도시로 변해가며 생태관광의 명소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하천은 하천다워야 한다, 엠셔강 살리기는 철저하게 자연으로 되돌리는 방식이다. 박남수 굴포천시민모임 집행위원장

[천자춘추] ‘한국의 뉴햄프셔’와 문화

안양의 문화정책을 맡게 된 지도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이른 봄에 부임했는데 벌써 가을이 깊다. 그사이 수많은 안양시민을 만나고 그만큼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크고 작은 행사에 함께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했다. 이런 과정에서 받은 안양에 대한 이미지는 독특하고 강렬했다. 완고한듯 하면서도 부드럽고, 변화에 대한 욕구가 크면서도 지역사회의 안정감은 묵직했다. 안양(安養)이라는 도시 명칭 그대로 안정적이며 풍요로운 것은 다양한 구성원들 간의 조화로움에서 비롯됐다는 느낌도 받았다. 이런 느낌을 뒷받침하는 듯, 선거 때마다 대부분 언론은 안양을 일컬어 한국의 뉴햄프셔라 한다. 대통령선거는 물론 각종 선거 때마다 안양시의 투표 결과는 곧 전국의 투표 결과와 일치하거나 매우 근접했기 때문이다. 미국 북동부의 뉴햄프셔 주 투표 결과가 미국 전체 선거 결과와 매우 근접한 것처럼 안양시가 꼭 그렇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언론사들은 전국 규모의 선거에 앞서 안양시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를 따로 실시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표의 향방을 미리 가늠하는 데 안양시가 최적 조건이기 때문일 것이다. 안양시가 한국의 뉴햄프셔라는 별칭을 얻게 된 데는 시민사회의 구성이 전국 표준에 근접하기 때문일 것이다. 전국에서 모여든 주민들로 구성된 수도권 도시답게 시민의 출신 지역 분포가 평균적인 것은 물론, 주민의 소득 수준, 학력, 연령 등도 전국 평균에 가깝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면 안양시는 한국사회의 축소판인 셈이다. 주민들의 정치적 성향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한 시민의식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볼 때 안양시의 문화예술 정책을 맡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 보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안양이 한국사회의 축소판이라면 안양은 각종 문화예술 사업의 가늠자 또는 리트머스지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과장하면, 안양에서 되는 사업은 전국적으로 될 수 있을 것이며, 안양에서 안 되는 사업은 같은 영역에서 안 되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이는 전국 평균이라는 제한적 테두리 안에서 볼 때 그렇다는 이야기지만 필자로서는 꽤 무겁게 와 닿는 이야기다. 안양이라는 도시 자체가 한국사회의 축소판 그대로라는 건 결코 가벼이 여길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안양은 볼수록 매력적인 도시다. 마치 안양천처럼 늘 조용히 흐르면서도 그 내면은 매우 역동적이니 말이다. 그런 안양시가 필자에게 던지고 있는 질문과 과제에 어찌 답해야 할지, 한시도 마음 놓을 겨를이 없다. 노재천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이사

[천자춘추] 안락한 노후 설계와 효도선물

국민연금연구원이 발간한 국제비교를 통해 본 한국 노인의 소득분배와 빈곤한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전체 가구의 66.7%(1천619만원)에 불과해 OECD 30개국 중 29위를 기록했다. 국내 노인 빈곤율은 45.1%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아 소득도 낮고 공적 노후소득 보장제도도 미흡한 노년층의 빈곤 위험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고령농가의 평균 경영규모가 0.84ha로 영세하고, 77.5%가 1천만원 미만의 수입으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고령농은 농지 외에 소득원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자식이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우리나라의 전통적 윤리관 약화와 하우스푸어, 워킹푸어 등의 신조어로 대변되는 경제위축은 노후생활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에서는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고령농업인들의 노후생활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작년부터 농지연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농지를 담보로 시행하는 역모기지 제도로, 가입조건은 부부 모두 65세 이상이며, 영농경력 5년 이상, 소유농지 3만㎡ 이하면 가능하다. 2011년 처음 도입 이후 현재까지 2천70명이 가입하여 월평균 97만원의 연금을 매달 지급받아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받고 있다. 농지연금은 고령농업인이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받을 경우 자녀에게 의지하지 않고 노후생활자금을 확보, 안정적 생활이 가능해져 농촌 노인들의 복지문제를 해결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가입자는 연금을 수령하면서 해당 농지를 직접 경작 또는 임대함으로써 추가 소득도 올릴 수 있어서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약정종료 시 농지은행에서 연계 매입할 경우, 전업농 혹은 신규 창업농 등 2030세대 젊은 농업인들에게 임대 또는 매도하게 됨으로써 젊은 농촌인력 정착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노후를 위한 생각보다도 먼저 자식 걱정부터 하는 것이 우리 부모님들의 마음이라 선뜻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자녀들이 부모님의 노후 걱정을 덜어 줄 농지연금을 효도선물로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농촌의 어르신들이 자녀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노후생활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농지연금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김정섭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 길 안내

누구나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곳을 방문해야 하는 일들을 자주 겪게 된다. 필자도 그러한 상황에서 예외는 아니다. 요즘은 자동차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은 내비게이션이 설치돼 있어 주소와 기관명을 입력하기만 하면 위치를 잘 알려줘 쉽게 찾을 수 있다. 과거 내비게이션이 보편화 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잘 모르는 장소를 특히 대중교통을 통해서 찾아갈 때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곤 했다. 옛날에 간혹 잘 모르는 곳을 처음 방문하게 될 때에는 불가피하게 지나가는 분들에게 질문하게 되는데, 자세히 설명을 해주시는 분들을 만나게 되면 매우 기뻤던 기억이 있다. 필자는 20여 년 전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급한 일로 처음 가보는 곳을 방문하게 됐는데 약속한 시간이 다 돼서 현장 부근에 도착했다. 하지만 도저히 찾고자 하는 장소를 정확하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는데 다행히 어떤 한 분께서 잘 가르쳐주셔서 목적지를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그분이 필자가 찾고자 하는 위치에 대해 아주 수학적이고 도식적으로 머릿속에 쏙쏙 잘 들어오게 설명해 주셨기 때문이다. 그분의 표현을 굳이 글자로 옮긴다면 여기서 150m를 곧바로 직진해서 가시면 오른쪽에 3층짜리 빨간 벽돌로 지은 건물이 나옵니다. 거기서 그 건물을 끼고 곧바로 오른쪽으로 꺾어서 400m를 다시 직진해 더 올라가시면 왼쪽에 약국이 있습니다. 그 약국에서 왼쪽으로 꺾어서 다시 300m를 더 올라가시면 오른쪽에 제과점이 하나 있는데, 그 제과점과 같이 붙어 있는 바로 옆 건물이 선생님께서 찾고자 하시는 건물입니다라고 설명을 해준 것이다. 만약 그분이 아니었더라면 고생을 많이 했을 뻔한 일이었다. 지금까지도 그분의 성함이 무엇이며, 어디에 사시는 분인지도 전혀 모르고 지내고 있지만 아직도 그분이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리고 그 고마운 마음을 아직까지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면서 살고 있다. 그 후로부터 필자는 다른 사람들에게 위치나 장소를 설명할 기회가 생기면 그때마다 수학적이고 도식적으로 설명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 물론 필자의 가족들에게도 그렇게 표현하면 좋겠다고 함께 실행해줄 것을 당부했다. 필자는 그분으로부터 감명깊게 느낀 것을 배워서 지금까지도 실천에 옮기고 있다. 길 안내에 대해 모든 사람들의 생각은 다를 것이다. 수학적으로나 도식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은 다소 낭만적이지 못하고 여유가 없는듯하며 까다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방법으로 길을 정확하게 안내하는 것도 한 번쯤은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김광철 한국폴리텍대학 인천캠퍼스 학장

[천자춘추] 짚신 신고 수원화성 걷기

짚신이 생겨난 시기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기록을 보면 마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송나라 학자 마단림은 문헌통고에서 마한의 풍속을 소개하기를 신발은 초리(짚신)를 신는다. 하고 있으니, 그 이전부터 조선시대까지 2천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근대의 신발이 발명되기 전까지 사서(士庶)를 막론하고 우리나라 전역에서 누구나 신었던 평상화이다. 쉽게 닳는 성질 때문에 수명이 짧아 먼 길 떠나는 이들은 몇 켤레 더 챙겨 길을 나서야 하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버릴 것 없이 쓸모가 많았다. 낡은 짚신을 물에 축여 디딜방아의 지렛목에 끼워 방아 디딜 때 나는 삐걱거리는 소리를 막았고, 헌 짚신의 바닥만 떼어 손잡이를 달아 소에 달라붙은 파리를 잡는 파리채로도 쓰였으며, 거름으로도 좋은 재료가 되었다. 이렇듯 짚신은 서민들의 발이자 조상들의 생활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활용됐고, 그것이 가진 주술적 능력이 또한 병을 막고 낫게 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짚신은 언제나 바닥과 맞닿아 있는 위치 때문일까 우리의 옛말 속에서 짚신도 짝이 있다, 짚신에 국화 그리기와 같이 지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설움에도 불구하고 짚신과 관련된 옛말이 유독 많은 이유는 그만큼 백성들에게 중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짚신을 민속촌이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전시품정도로 생각하는 요즘, 우리 선조들의 삶과 지혜가 담긴 짚신을 신고 수원화성을 걷는 행사가 열려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걷기 좋은 계절 가을, 수원의 대표 축제인 수원화성문화제 기간에 진행되는 짚신 신고 수원화성 걷기는 우수한 우리의 짚신을 신고 가족과, 친구와 함께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따라 걸으며 전통문화유산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10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 동안 수원시 전체가 축제의 무대가 되는 수원화성문화제 기간의 마지막 날인 7일 일요일에 열리는 짚신 신고 수원화성 걷기를 통해 짚신도 신어보고, 직접 만들어 보는 시간을 통해 그 동안 잊고 있던 소중한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길 바라본다. 염 상 덕 수원문화원장

[천자춘추] 아버지란 이름으로

아빠,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세요. 비록 몇 달이지만 오늘 딸아이가 미국으로 갔다. 미네소타병원 메이요 클리닉센터에서 연수를 받을 예정이지만 어쩌면 그곳이 그녀의 평생 직장이 될지도 모른다. 딸이 떠나는 날 아내도 나도 하루 종일 아무 말 없이 마당에 나가 꽃만 다듬었다. 공항에 나갈 걸 그랬나요?,몇 달 있다 다시 올 텐데 뭘. 사위도 있고. 하지만 딸아이가 섭섭했을지도 모를 일에 마음이 편치 않다. 마음 한구석이 구멍 난 듯 허전하고 우울하다. 녀석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닐 때 경희대학교에서 세미나가 있어 간 적이 있다. 모처럼 서울에 온 김에 딸에게 용돈이나 주고 가려고 전화를 했더니 마을버스를 타고 몇 분 후면 올 수 있단다. 그때 딸아이가 왔다. 허름한 스웨터에 청바지를 입고 덜렁대고 오는 녀석, 매달 많지는 않아도 성의껏 돈을 보내주지만, 방세에, 차비에, 먹고사느라 빠듯한 녀석의 형편을 알 만하다. 강사료로 받은 돈을 봉투째 주고 좋아하는 딸아이를 두고 내려오는 길 괜히 부아가 나고 마음이 심란했던 적도 있다. 아빠가 변변한 뒷바라지 한번 해주지 못했는데 녀석은 출가하고 이제 더 큰 길로 떠나려 한다. 섭섭한 내색 한번 안 하고 녀석은 늘 우리를 위로하며 살더니 오늘 출발 전 문자를 날렸다. 아빠, 엄마 잘 둔덕에 딸래미 미국 갑니다. 몇 달 후딱 갔다 와서 다시 들어가 김 서방이랑 자리 잡히면 잘 모실 터이니 아프지 마시고 재미나게 사세요.- 예쁜 딸 잠시 후 전화벨이 울리더니 집 위치를 묻는다. 꽃배달 서비스라는데 딸과 사위이름으로 큼직한 꽃바구니 하나와 카네이션 두 송이가 왔다. 마침 놀러와 있던 이웃이 부러운 눈초리로 교수님 내외분은 복도 많으셔~ 하신다. 맞아요~ 대답은 하지만 아내의 얼굴에 그늘이 보인다. 딸에게 나는 과연 어떤 아버지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훌륭한 아버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그저 평범하고 어쩌면 우유부단한 못난 아비일지 모른다. 착한 아버지? 그것도 아니다. 적어도 착한 아버지는 아이의 가는 길을 미리 걱정하고 바르고 훌륭한 길로 잘 가도록 인도하여야겠지만 나는 그저 녀석의 자라는 과정을 묵묵히 보기만 하여 왔다. 그래. 나는 그저 그렇고 그런 세상의 아버지이다. 그런데 딸아, 그거 아니? 아버지는 그 사실이 하나도 부끄럽지 않은 것을. 세상의 아버지는 모두가 훌륭하고 착하고 또 아름다운 아버지라는 사실을. 지금처럼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고 세상을 아름다운 눈으로 보는 너를 아빠는 영원히 지켜볼 거야. 딸아~ 아빠도 너를 많이 사랑한다! 김남윤 한국폴리텍대학 남인천캠퍼스 교양학부 교수

[천자춘추] 융합의 시대, 인문학 세계로의 초대

토요일 오전 10시 도시인문학을 시작으로 율목도서관 강당은 이틀 동안 인문학 열기로 넘쳐난다. 오후에는 클래식 인문학으로 청소년과 성인에게 클래식과 인문이 결합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일요일에는 좀 차원을 달리한 재즈를 소재로 한 인문학 공연이 열린다. 어렵고 딱딱함의 대명사로 여겼던 인문학이 이제는 맞춤형으로 좀 더 쉽고 재미있게 해석해서 주민에게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흔히 지금 세대를 융합의 세대로 표현하기도 한다. 어느 하나가 아닌 두 개가 뭉쳐서 새롭고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어낸다는 것이 그 요지이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이자 아이템인 스티브잡스와 애플의 스마트폰도 인문학이 바탕이 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는 융합의 산물이다. 무미건조한 IT기기에 인문학적인 요소를 가미함으로 지능적이고 감성이 결합된 스마트기기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초기 IT기기들이 개발될 당시 인문학은 이들과의 관계에서 철저히 외면 되어왔다. 하지만 기기가 정밀화되고 인공지능이 개발되며 지능화된 로봇, 스마트기기로 발전이 거듭되면서 보다 인간에 근접함을 추구하다보니 그 기본에 인문학이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제는 인문학적 접근을 하는 기업에 기존 세계 최강의 IT기기업체들이 쫓아오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현상을 머리로는 인식을 하고 있는데 아직 가슴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부족한 것 같다. 오랫동안 학습자로 지내오고 인문학마저 교과목으로 단순 이해하는 몰이해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최근 전국 도서관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있다. 가히 인문학 열풍이 도서관에서 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이것을 도서관과 더불어 학교에서도 방과 후나 토요휴업일의 특강 개념으로라도 재미있게 학생들에게 되돌려주기를 기대해본다. 인문학이 더 이상 부담스런 존재가 아니라 알면 알수록 재미있고 삶에 있어 크나큰 자양분이 되는 것임을 깨닫게 해줬으면 한다. 스티브잡스는 소크라테스와 식사할 기회를 준다면 애플의 모든 기술과도 바꿀 수 있다, 나에게 리즈대학의 고전 100권 읽기 프로그램은 굉장한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페이스북의 주커버그는 자신의 취미를 그리스 라틴 고전을 원전으로 읽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바야흐로 IT기술자가 아닌 인문학적 이해자가 세상을 이끄는 시대에 살고 있다. 융합 시대의 핵심 아이콘인 인문학을 여러분에게 추천한다. 도서관에서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십시오. 학점 뛰어난 기계형 인간이기보다 감성 뛰어나고 창의력이 풍부한 미래형 인재로 자라날 수 있도록 인문학을 가까이 하면 좋겠습니다 배창섭 인천 율목도서관장

[천자춘추] 미래의 기부자를 위한 ‘나눔교육’

연이은 태풍으로 농어가의 피해가 막심하다. 당사자들의 아픔이 어떠한지는 제주에 있을 때 나리 태풍에 크게 당해본 처지라 몇 마디 말로 표현하기가 그러하다. 필자의 부모도 농사를 지으면서 큰바람이 지날 때마다 피해를 입어 망연자실하곤 했었다. 경황이 없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발 벗고 나선 봉사자들과 이웃들의 훈훈한 마음이 큰 위로가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복구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당사자들과 발 벗고 나선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위로의 마음을 보태는 기부자들에게 마음으로나마 응원을 드리고 싶다. 나눔문화의 수준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기부경험이 있는 사람은 10명 중 4명에 불과하다. 봉사나 기부도 시작이 어렵지 한번 해 본 사람은 다시 하게 된다고들 한다. 첫 시작이 어려운 이유는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탓일 것이다. 강요나 권유보다 개개인의 일상생활 속에 스며들기 위해서는 올바른 나눔 교육이 필요한 때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원아를 대상으로 나누는 행복을 몸소 느껴보도록 체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는 나눔문화 활성화 방안으로 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하여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자원봉사시간을 채우도록 하여 나눔을 경험하게 하고 있다. 또한 나눔문화를 총괄할 수 있도록 나눔국민운동본부도 나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얼마만 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 속담에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고, 히브리인들의 격언에는 어린 아이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어떠한 것일까? 그것은 백지에 사물을 쓰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가르치는 것은 어떠한 것일까? 이미 많은 것을 써 놓은 종이에 여백을 찾아서 써 넣으려는 것과 같은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어렸을 때의 가정교육이나 경험이 중요함을 일컫는 말이다. 아이들은 흔히 내 꺼야 라는 말을 한다. 내 것이지만 남의 것일 수도 있다는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무도 어릴 때 바로 잡아줘야 곧게 자라지 않는가. 나이가 찰수록 힘들어지는 것이 인성교육이다. 모든 교육의 근간은 가정에서 이루어지듯 나눔교육 또한 그러하다는 생각이다. 후덕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부모의 후덕함을 배우게 된다. 부모의 행동을 보면서 얻는 산교육은 평생 몸에 밸 것이다. 추석이 눈앞에 다가왔다. 주위에 힘들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뜻한 온정의 손길을 내미는 산교육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강학봉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천자춘추] 넉넉한 한가위를 바라며

일 년 중 가장 풍성하고 넉넉하다는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예나 지금이나 누구에게나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풍성한 음식에 친지들이 주는 용돈으로 주머니까지 여유로웠던 옛 추석은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이자 이웃과 함께하는 따뜻하고 풍성한 나눔의 시간이었다. 그래서 필자에게도 추석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은 해가 지나도 여전한 것 같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추석명절을 보내는 우리의 모습은 많이 변했다. 바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요즘의 추석은 일종의 휴가의 개념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연휴기간을 이용해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좀 더 자신 있는 외모를 위해 성형외과마다 예약이 꽉 찼다는 소식도 들린다. 친지들과 이웃을 만날 생각에 추석을 기다리던 설렘, 그리고 함께했던 즐거움으로 한동안 마음이 넉넉했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개인적인 휴가의 개념을 넘어, 연휴의 후유증으로 명절증후군 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추석의 의미가 달라져 새삼 아쉬운 마음이 든다. 수많은 비교경쟁과 개개인의 바쁜 삶으로 이웃을 되돌아볼 만한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 것이다. 이번 추석에는 이웃과 함께 풍성함을 나누던 우리네 명절정신을 다시 한번 기억해보고, 그 첫 걸음으로 작은 나눔을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 멀지 않은 곳에 우리가 돌아보아야 할 이웃들이 있다. 팔달구만 해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가구가 약 3천100세대로 수원시 전체의 35%이며, 65세 이상 어르신이 전체인구의 약 10%나 될 정도로 우리 주변에는 어렵고 보살펴야 하는 이웃이 많이 있다. 이에 우리 구에서는 저소득 이웃들이 명절기간 장을 볼 수 있도록 소량의 온누리 상품권을 지원하기도 하고, 법적인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에게 팔달행복더하기 성금도 전달하고 있다. 또한 관내 저소득 홀몸 어르신과 공직자가 결연을 맺어 댁을 방문하여 안부도 여쭙고 어려운 점도 상담해 드리는 등 사랑과 인정이 넘치는 중추절을 만들고자 작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변의 많은 분도 동참하여 쌀이나 현금을 기증해주시고 송편, 반찬을 만들어 독거노인에게 전달해 드리는 등 나눔의 삶을 몸소 실천하고 계시다. 이러한 작은 움직임들에 많은 손길이 더해져서 받는 이와 주는 이 모두 행복하고 따뜻함을 느끼는 한가위가 되었으면 한다. 이번 추석이 지나고 나면 예년처럼 연휴의 후유증으로 명절증후군에 시달리기보다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옛말처럼, 이웃과 함께 나누었던 정으로 한동안 넉넉하고 따뜻한 마음이 지속되기를 기대해본다. 윤 건 모 수원 팔달구청장

[천자춘추] 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 5천년을 이어온 지긋지긋한 가난을 떨쳐내자는 새마을 노래의 맨 앞에 나오는 가사이자 새마을 운동 구호다. 이 구호만큼 극적이고 우리 민족의 가슴에 불을 지른 문장이 있었을까? 자식에게만은 결코 가난을 대물림해 줄 수 없다는 간절한 희망을 담은 잘 살아보세야 말로 우리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한 국가목표 그 자체였다. 돌이켜 보면 우리 민족은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국가목표가 설정됐을 때, 엄청난 추진력을 보여 왔다. 그 단결력과 추진력이 어느 정도인가 굳이 따질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모두가 세계신기록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20세기 후반 후진국에서 선진국에 진입한 유일한 나라이며 전 세계 개발도상국들이 닮고자 하는 롤모델은 단연 한국이다. IMF 외환위기 때는 금모으기 운동으로 세계인의 혀를 내 둘리게 하면서 최단기간 내 IMF를 졸업했으며 국제사회에서 외환위기를 가장 슬기롭게 극복한 나라가 됐다. 최근 국가신용등급에서 한국이 일본, 중국, 러시아를 앞서는 것은 다시는 국가부도위기를 겪지 않겠다는 국가목표와 무관치 않다. 정치분야에서는 어떤가? 지난 2010년 160년 전통의 영국의 유력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을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군으로 분류해 발표했다.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군에는 전 세계에서 30개국이 선정됐는데 아시아권에서는 한국과 일본만이 포함됐으며 특히 한국의 민주주의가 일본보다 앞서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지난 60년대 한국에 민주주의가 꽃피기를 희망하기보다는 쓰레기통에 장미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비아냥댔던 영국언론 스스로 그들의 생각이 틀렸음을 시인한 셈이다. 특히 우리의 선거문화는 전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지난 20세기 서방 선진국들은 민주주의를 할 줄 아는 미국과 유럽만이 선진국이며 오직 일본을 예외로 생각했다. 선(先)민주주의 후(後)경제의 성장 로드맵은 선진국에서 줄기차게 주장해온 논리다. 그러나 파죽지세로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이룬 한국으로 인해 서방국이 주장하던 오랜 동서양구분론과 선진국 조건론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원동력. 그것은 바로 우리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한 국가목표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2001년 IMF 체제 졸업 이후 우리는 분명한 국가목표 없이 방황해왔다. 분배냐 성장이냐, 선택적 복지냐 무상복지냐를 놓고 논쟁만 이어왔다. 이념과 정파를 아우르며 통합된 국가목표를 제시할 정치리더십을 갖춘 지도자가 필요하다. 다가오는 12월 대선에서 그런 후보가 선택되기를 기대한다. 함진규 국회의원

[천자춘추] 자녀의 문제행동과 문제행동 수정

문제행동이란 한 사회문화의 기준에서 보았을 때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뜻한다. 이같은 행동은 아이가 사회 부적응에서 적응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일 뿐인다. 하지만 사회는 이를 문제행동이라고 말로 단정짓고 지극히 성인 중심적으로 판단한다. 그렇다면 자녀들이 무엇 때문에 문제 행동을 하게 되는가? 대개 그 이유가 개인적이며 복잡하게 얽혀 부모들의 이해나 통제를 넘어선다. 그러나 문제행동은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상식적이며 일반적인 원인에 의해 야기되므로 사전에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하여 문제행동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자녀의 문제행동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된다. 특히 자녀의 문제행동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가정의 물질적인 것보다 인적인 환경이 더 크다. 인적인 환경 중에서도 부모의 양육태도는 자녀에게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부모는 자녀의 문제행동을 다룰 때 자신들의 양육태도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점검해 보는 기회를 갖고, 자녀의 행동 변화를 위한 지도와 함께 부모 자신도 양육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 요인 외에도 자녀의 기질적인 요인이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기질은 크게 순한 기질과 까다로운 기질, 더딘 기질로 나누어지는데 자녀의 기질만이 문제행동의 원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까다로운 행동방식에 부모가 적대감, 조바심, 당혹감을 표현함으로써 자녀의 부정적인 표현을 더욱 강화시키고 적응을 어렵게 만든다. 그것이 누적됨으로써 행동발달에 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자녀의 기질 이외에도 출생순위나 성별이 문제행동의 원인이 된다. 또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보다 주변의 골칫거리가 되는 것을 원하는 경우에 부모의 부정적인 관심은 오히려 무관심보다 교육적으로 훨씬 해롭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에게 관심과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되도록 많이 제공하고, 긍정적인 관심과 함께 자녀 개개인의 능력을 인정해주어야 한다.자녀의 문제행동 지도를 위해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절대적 방법이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자녀의 행동을 상세히 관찰하고 기록한 후 문제행동을 분석하여 개별 자녀의 수준에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모가 자녀에게 가치관을 가르치는 확실한 방법은 부모가 그 가치관에 따라 사는 것이다. 자녀에게 가치관을 가르치려면 그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지, 어떤 원칙에 따라 살라고 강요하기만 해서는 아무 효과가 없다. 자녀에게 바람직한 신념과 가치관을 가르치고 싶다면 자녀의 저항이나 반대 의사에도 예민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좋은 부모는 자기 생각을 들려줄 뿐이지 그것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거부할지의 책임은 자녀에게 남겨둔다. 장문규 한국부모아동연구소장

[천자춘추] 농업의 미래를 꿈꾼다

며칠 전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중국에서 사형수의 장기를 적출해 밀매를 일삼을 뿐 아니라 수감된 종교계와 반체제 인사들의 장기도 적출해 밀매를 위해 비축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는 뉴스를 읽었다. 장기 기증 부족으로 초래되는 심각한 사회현상의 단면을 보는 듯 해 마음이 편치 않았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장기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대기자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 반면 장기기증자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등록된 장기이식대기자수 중 약 10% 정도만이 장기를 이식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계적으로 이러한 장기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이종장기, 인공장기, 줄기세포, 생체조직공학을 이용한 조직 재생법 등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중 이종장기 이식은 부족한 장기를 무한정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현재 가장 활발하게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종장기이식은 1960년대에 인간이 아닌 영장류의 신장 및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을 시도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영장류의 경우 번식이 어렵고,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어 이종장기 공급원으로 사용되지 못했다. 이후 장기의 크기가 사람과 비슷하고 형질전환 및 번식 및 사육이 가능한 돼지를 이종장기의 공급원으로 사용하려는 시도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들어와 돼지를 이종장기 공급원으로 이용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한 결과, 2009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초급성면역거부반응 유전자가 제어된 돼지 지노가 태어난데 이어 2010년에는 초급성 및 급성 면역거부반응 유전자 2개를 동시에 제어한 믿음이, 2011년 급성 혈관성 면역거부반응을 제어할 수 있는 인간유전자가 도입된 소망이가 잇따라 태어났다. 올해는 지노의 후손에서 심장과 신장을 떼 원숭이에게 각각 이식해 본 결과, 원숭이가 25일 가량 생존해 초급성면역거부 반응은 제대로 제어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이종장기를 이식하면 초기 급성 단계에 이어 급성, 세포성, 만성의 순서로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는데 그 중 초기 급성 단계만 일부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이종장기이식용 돼지를 생산하고 그 장기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단순 생산에 한정되었던 전통 양돈업이 1차 산업에서 벗어나 가공(2차 산업)과 의료서비스(3차 산업)가 합쳐진 고부가가치 복합산업체제 6차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장 원 경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천자춘추] 행복한 연수구 담다

인천 연수구는 대표적인 명산 청량산을 중심으로 문학산, 봉재산과 서해 앞바다가 인접해 있고, 도시 안에는 54개의 다양한 공원과 작은 쉼터가 조성되어 있다. 이 같은 자연환경은 구민들이 쉽게 산, 바다, 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연수구는 도심생활 속에서 활력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쾌적한 행복한 도시이다. 또한 21세기는 자원봉사의 시대란 말에 걸맞게 5만여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가 각 영역에서 활발히 나눔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자원봉사자와 자원봉사 활동 업무를 관리하고 있는 연수구 자원봉사센터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봉사단 운영, 홀몸 어르신 안전지킴이 봉사단, 이동목욕봉사단, 가족봉사단, 전문자원봉사단, VOICE BOOK 봉사단 등을 육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최근 자원봉사 방향 중 지역사회 관계성을 중심으로 하는 마을 만들기 사업에 공감을 하게 되면서 지역공동체 자원봉사사업 즉, 지역(동)의 문제를 청소년 봉사자와 기업의 후원과 임직원이 함께하는 WITH 청지기사업을 추진하려 한다. 마을 만들기란 주민 자신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을 생활의 장으로 인식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여러가지 제도적 장치와 실천전략을 짜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먼저 지역자원의 자원봉사실태를 파악하여 보니 기업은 사회공헌사업 및 주 40시간 근무제 확대로 직원들의 자원봉사 활동이 활발하나 지속적이기보다 일회성 프로그램으로 특별한 시기에 주로 사회복지시설 등 사회복지 관련기관에 집중되어 있다. 지역 자원봉사는 홀몸 어르신들 대상으로 여성관련 단체 등 자생단체가 참여하여 청소년들의 참여는 미미한 편이다. 이러한 지역자원(청소년, 지역, 기업)을 네트워크화 하여 각 자원의 봉사활동이 사회복지기관, 시설 이외의 지역(洞)단위 전체에 고르게 봉사활동이 이루어져 가꾸어 나가는 사업이다. 올해는 연수구의 12개 동을 4개 권역으로 나누어 1개 동씩 월 1회 지속적으로 추진하고자 동별로 사업과 수요처를 발굴하였고, 봉사자인 청소년도 모집만 하면 된다. 문제는 후원 기업 참여다. 구 관내 100인 이상 기업 20개 업체에 일일이 전화와 방문으로 사업설명을 하였으나 참여 의지를 나타내는 기업은 2개 기업 정도다. 어려운 경제 속에서도 기업의 성숙한 사회공헌정신을 지역사회에 발현하여 행복한 연수구를 가꾸는 데에 참여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규옥 인천 연수구 자원봉사센터장

고금(古今)의 성범죄 그리고 대책

작금의 성폭력범죄 보도가 언론을 통해 매일 일상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가족들 모두가 서로를 바라보며 씁쓸해져 이제는 불길한 예감마저도 든다. 고려사 정국검전(鄭國儉傳)에 이런 대목이 있다. 그의 집이 개성 수정봉 아래에 있어 음침하고 험한 산길을 올라가야만 했다. 그 길목에서 어느 양가의 부인들이 대여섯 명의 악소배들에 의해 겁탈당하는 것을 종종 목격했다. 언젠가는 검은 옷으로 성장한 부인이 겁탈당하는 것을 보고 정국검이 참을 수 없어 그와 동행했던 종들을 시켜 그중 세 놈을 잡고 보니 놀랍게도 권신 무신들의 집안 자제였다 한다. 재상 벼슬인 신여계(申汝桂)의 처 김씨도 악소배 10여 명에 의해 겁탈당했고, 이 사실을 김씨의 조카인 숙비에게 일러 그 중 한 명을 잡고 보니 당시 충숙왕의 총애를 받고 있던 이씨의 가문 아이라 잡아오지 못했다. 그래서 사회학자들의 말씀이 곧 성범죄와 정치의 혼란은 밀접한 상관관계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성을 둔 폭력화와 범죄화를 다룬 패카드의 성의황야를 보면 그 요인으로 4가지를 지적한다. 첫째, 미숙한 자제력으로 이겨내기에는 너무 벅찬 성적자극물이 주변에 널려 있다. 둘째, 육체적으로 가속화 된 성숙을 조화시킬만한 정신적 영향을 주는데 가정이나 학교, 사회교육이 무력하다. 셋째, 가정에 아버지와 아들 스승과 제자 사이의 종적 역할이 증달하고 친구와 친구라는 횡적 역할이 비대해졌다. 넷째, 악을 제대할만한 정치권력이 횡류되고 있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손 쓸 수 있는 것은 정치적인 안정이다. 정치적 불안과 갈등으로 횡류되던 권력을 되찾아 그 악의 소재가 스며들지 못하게 막는 일이다. 범죄의 원인과 그 대책을 연구하는 범죄학이나 형사정책은 주로 법률가에서 다뤄지고 있지만 범죄의 원인과 그 대책을 법률가에게만 맡기기에는 너무나 문제가 커진 것 같다. 그러므로 사회학, 경제학 등 모든 전문 분야가 함께 이 문제의 해결에 참여하고, 정부에서도 각 부처가 성범죄 문제에 대해 고민했으면 한다. 범죄는 범인을 체포하는 것보다 그 발생을 줄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모든 분야에서 돈보다 정과 의리가 소중하게 여겨지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죄를 범하면 일단 경찰부터 떠올릴 것이다. 요즘 분출할 곳이 없으니 괜히 경찰과 정치인 탓만 할 수 있다. 그래서 경찰에 대한 신임은 정부에 대한 신임을 의미하고, 경찰에 대한 불신은 곧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 모두 그들에게 왜 이 사회가 이 지경이 됐는지 가슴을 열어 서로 손을 맞잡고 이해하며 도와주자.

[천자춘추] 수원장치기

문화원이 수행하는 각종 사업 중 하나는 지역의 전통문화를 발굴하고 보존하는 일이다. 수원문화원에서는 장치기 보존 사업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장치기는 오늘날의 필드하키와 유사한 경기로 삼국시대부터 행해진 격구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적당한 길이의 끝이 굽은 장(막대)을 사용한다 해서 장채놀이라고도 하며, 짚 덩이를 뭉치거나 소나무의 옹이를 깎아 만든 공을 갖고 놀이를 한다는 점에서 얼레공치기라고도 부른다. 고려사절요, 경국대전,무예도보통지 등과 같은 사료에 보면 장치기는 흔히 격구라 표현돼 있으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는데, 고려 때는 여자들이 이 놀이를 할 때 치장이 너무 호화스러워 나라에서 중지를 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요즈음 인기리에 방영되는 사극 무신에서 보듯 장치기는 초기에 군사들을 훈련시키기 위한 경기로 행해졌다. 그러던 것이 점차 시간이 흐르며 단순한 대중적 전통 놀이로 변하게 되었다. 일제 하인 1931년 2월 5일 수원군 서탄면 황구지천에는 전국에서 찾아온 수천의 인파들로 북적거렸다. 전 조선 얼레공대회에 참가한 선수단과 이들을 응원하거나 경기를 즐기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으로 장치기가 대중적 놀이 혹은 경기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수원장치기는 타지방에서 보기 힘든 특색이 하나 있다. 경기에서 지게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경기장 양편에 지게 2개를 세워 골문을 만들고 지게 작대기(장)를 이용해, 짚을 단단히 묶은 뒤 헝겊으로 싼 얼개공을 상대편의 골문에 넣는다. 경기는 주로 마을대항으로 이루어진다. 장치기에서 이길 경우 풍년이 들고 질 경우 흉년이 든다는 인식 때문에 경기가 벌어지게 되면 각각의 마을은 농악으로 구성된 두레패를 동원하여 흥을 돋우고 사람들은 목이 터지도록 응원의 함성을 질러댄다. 경기 후에는 승패에 따라 선수들끼리 동물의 흉내를 내게 하거나 비단 옷을 입은 여자로 분장시키는 등의 익살스런 벌주기와 무동을 태워 길놀이를 하는 상주기 놀이가 이어졌다. 겨울에 부족한 운동량을 보충하기 위해 놀이로서 행해졌던, 선조들의 삶의 지혜가 녹아있는 장치기! 마을의 화합과 친목, 대동단결의 방편으로도 사용되었던 그 장치기 놀이가 오늘날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러던 차에 필자가 원장으로 있는 수원문화원에서는 제56회 수원시 체육대회 기간을 이용하여 수원장치기를 시민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장치기가 건전한 여가 놀이문화로 정착되길 기대해본다.

[천자춘추]이웃집처럼 친근한 도서관

책을 읽는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책을 떼놓고는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더라도 본인이 지닌 경험은 너무나 한정적이다. 이 한정적인 것을 조금씩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이 필수일 것이다. 언제부터 책이 가까이하기 어려운 대상이 된 것인지 안타깝다. 특히 한국에서 책에 대한 접근이 더 어려운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몇 해 전 일본을 여행하면서 본 모습으로 지하철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제각각 책 한권씩을 들고 열심히 읽어가는 모습이 그렇게 좋아 보일 수가 없었다. 그런다고 그분들이 교과서를 읽는 것은 아닌데 한국에는 책을 교과서적인 의미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의문시된다. 책이 진정 친근한 벗이 될 수 없을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도서관을 한번 둘러본다면 책에 대한 고정적 인식은 쉽게 허물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수많은 책 중에는 교과서도 참고서도 아닌 재미도 있고 인생의 멘토가 될 만한 책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그러면 간식이 옆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손이 가듯이 주변에 쉽게 걸어서 갈 수 있는 도서관을 많이 만들면 자연스럽게 책에 손이 가는 것이 쉽지 않을까? 다른 나라의 도서관 이야기를 살펴보면, 지난 2006년 미국도서관협회의 홈페이지에 미국 도서관에 대한 10가지 놀라운 사실이라는 게시물이 있었다. 이에 따르면 미국에는 맥도날드보다 공공도서관이 더 많고, 미국 공공도서관 회원 수는 아마존 회원의 5배이며, 미국인들이 도서관을 출입하는 횟수는 영화관에 가는 횟수의 2배가 넘는다고 한다. 또한 미국인들은 스낵바에서 보내는 시간의 3배 이상을 도서관에서 보내며, 한 해에 판매되는 스포츠 게임 티켓이 2억400만장인데 비해 도서관은 매년 11억명 이상의 이용자가 찾는다는 내용도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학부모들은 집에서 비디오 게임을 하는 시간의 7배를 그들의 자녀를 위해 학교 도서관 자료를 이용하는데 보낸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초강대국 미국의 진정한 힘의 원천이 아닐까 싶다. 일찍이 이런 훌륭한 도서관의 기능을 알기에 철강왕 카네기는 사재를 털어 2천500여개의 도서관을 전 세계에 세우기도 했고 금세기 최고의 부자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시자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동네의 공공도서관이었다라고 도서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책은 늘 가까이에 있으면서 재미있는 존재이고 책이 가득 찬 도서관이 어디서나 걸어서 갈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집에서나 대중교통 어디에서나 도서관 장서인이 찍힌 책을 든 아름다운 손을 많이 발견하고 싶다. 배창섭 인천율목도서관장

[천자춘추] 문명의 그늘

지난 휴일 저녁 무얼 잘못 먹었는지 밤새 배가 아파 쩔쩔매다 늦잠을 잤다. 월요일이면 통상 이른 3시에는 일어나 3시 반~4시에는 춘천을 출발해 인천에 오면 6시쯤 되는데 그날은 4시에 눈을 떴다. 조금만 늦으면 경인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되기 때문에 서둘러 옷을 입고 짐을 챙겨 나왔다. 시동을 걸고 네비게이션을 입력한다. 네비게이션은 길도 안내하지만 선잠을 자고 떠나는 나그네의 졸음을 깨우는데도 일조를 하니 참 편한 세상이다. 네비게이션 덕분에 4년 넘게 해마다 20여개 사단을 돌며 전역예정군인들에 대한 사회적응교육을 무사히 마쳤고, 또 모르는 길에 대한 두려움도 떨칠 수 있었으니 고맙기 짝이 없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강촌을 지나니 인천까지는 120㎞ 남짓하다. 문득 짐을 잘 챙겨왔나 점검해본다. 지갑? 안주머니에 있다. 아파트 열쇠? 차 키에 함께 달려 있다. 그때 문득 떠오르는 휴대폰? 없다. 어제 배터리를 충전한다고 아들 방에 놓아두고 그냥 온 것이다. 돌아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순간적으로 따져본다. 집까지 24㎞이니 왕복 한시간이면 가능하겠지만 그러다가 교통체증에 묶일 것이 십상이다. 견뎌보기로 마음을 정하고도 가는 내내 휴대폰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한다. 사실 휴대폰 없이도 내 인생의 80% 이상을 살았다. 휴대폰은 고사하고 가난한 시골에서 자란 나는 중학생이 되어서도 전화사용법 조차 잘 몰랐다. 그러니 일주일 없다고 무엇이 대수랴. 그런데 그것이 아니다. 하루에 보통 문자까지 10~20통 가까운 통화를 하고 더군다나 거기에 32G짜리 USB까지 달려 있어 온갖 강의자료(동영상포함)며 공인인증서까지 들어 있는데. 심란하다. 마치 신체의 일부라도 놓고 온 것처럼 허전하고 불안하다. 우리나라는 휴대폰 사용자가 국민의 숫자보다 많은 5천만대가 넘는다는데 과연 전철이나 심지어는 어느 곳을 가든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을 통해 게임을 하고 대화를 나누고 열중인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세상은 빠르고 많은 정보나 지식을 요구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과연 그러한 문명의 이기들의 발달로 우리가 편하기만 하고 행복한 걸까? 공중전화 부스도 사라진지 오래됐고 이제는 가족 모두가 휴대폰을 사용하는 시대라 가정집의 전화기도 무용지물인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엽서를 쓰고 또 형님께 용돈을 좀 보내달라고 몇 번을 망설이다 쓰던 편지, 춘천에서 살면서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아내를 만나 연애를 하며 쉬는 시간에 동료들 몰래 걸던 전화, 그립다. 그리고 되돌아 보면 그때가 더 행복했던 시절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김 남 윤 한국폴리텍대학 남인천캠퍼스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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