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문화도시 양평

전원도시로 각광을 받고 있는 양평에는 공장 굴뚝이 없다. 1960년대 시작된 경제 개발에서 배제된 결과다. 양평군은 지금도 수도권 정비계획법, 상수원 관리규칙 등 각종 규제를 받는 지역이다. 이런 양평이 새롭게 전원도시로 각광을 받고 있다. 2009년에 전철이 용문까지 개통되고, 2011년 폐 철도를 이용한 자전거도로가 개설되어 세미원, 용문산 등 양평은 평일에도 관광객이 줄을 잇는다. 올레길이 내년에 열리고, 쉬자 파크 조성, 전통시장 전선 지중화 공사를 하고 있어 선진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이미 패러글라이딩, 수상스키 등 레포츠가 활발하고, DJ 페스티벌, 산사음악회, 우리동네음악회, 와글와글 음악회, 친환경농업축제, 개군면 한우축제, 그리고 2011년 개관된 군립미술관의 연중 기획전시 등 문화예술이 풍성한 말 그대로 문화예술, 관광의 도시다. 매년 3천여명씩 늘어나는 인구 10만3천명의 양평은 자발적 이주가 대부분이고 전문 인력의 비율이 높다. 전국에서 유일한 친환경농업특구이고 거기에다 예술가가 1천여명이 거주하여 인구 대비 예술가가 가장 많이 사는 예술도시다. 전국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이고, 인구 증가율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도시다. 자본의 4단계 중에서 물적 자본은 없지만 인적자본, 자연자본, 문화자본을 갖춘 셈이다. 다시 말해 산업사회에서는 배제된 도시지만 지식, 자연,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미래 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도시다. 이러한 조건이 구비되었다 하더라도 책임을 다하는 규범이 있고 사회적 기여가 존중되는 사회가 될 때에 비로소 지식사회이며,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가치를 보전하는 사회가 에코사회다. 문화 사회학자 브르디외가 제시한 문화자본은 지역 주민이 문화적 가치를 삶의 질적 기준으로 삼고 생활화 할 때에 비로소 문화사회 자본이 된다. 산업사회는 양적 개발의 사회이며, 개인의 편익을 추구하는 사회다. 반면에 지식사회, 에코사회, 문화사회는 공공편익을 우선으로 삼는 질적인 사회다. 미래도시 양평은 이러한 풍부한 잠재적 자본을 얼마나 사회적이고 질 높은 가치로 이끌어 낼 수 있는 가에 달렸다 할 것이다. 이철순 양평군립미술관장

[천자춘추] 실천적인 고민이 필요할 때

협동조합운동의 세계적인 석학인 이탈리아의 자마니 교수 부부가 강연을 위해 한국을 찾았습니다. 저를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한번 만난 적이 있는 터라 반가운 마음으로 행사에 참가했습니다만 살짝 걱정되는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지난 여름 프랑스와 이탈리아로 협동조합 연수를 떠날 당시 예상치 못했던 얘기들이 들려왔습니다. 협동조합으로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 볼로냐나 스페인의 몬드라곤에서 더이상 방문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의 목적이 배움인지 관광인지 불분명한 경우도 많고, 자체적으로 경험을 교류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방문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도 했습니다. 실제로 우리도 연수 코스 중 일부가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야박함에 서운하기도 했지만,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했으면 저럴까하는 마음에 찔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한국을 찾는 협동조합운동의 저명한 인사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자마니 교수 이외에도 스페인의 몬드라곤, 캐나다의 퀘벡 등을 대표하는 사람들도 한국을 찾고 있습니다. 가까운 일본의 노동자협동조합연구소 이사장은 올해만 벌써 여섯 차례 왔다고 했습니다. 협동조합이 발달한 외국 사람들을 초대해서 우리나라에 협동조합을 알리는 일이니 좋은 일입니다만 조만간 이제 좀 그만 부르고 당신들끼리 잘해보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지레 걱정을 해본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협동조합기본법이 없어 정부에서 특별법으로 허용한 분야를 제외하고는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올해가 UN이 정한 협동조합의 해로, 자연스레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여기에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얘기한대로 협동조합이 빈곤을 낮추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독특하고 가치 있는 기업모델이라는 점이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이지요. 이것이 작년 12월 한미FTA의 강행처리와 야당의 국회 등원거부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협동조합기본법을 제정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습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협동조합의 첫 번째 가치는 자조, 즉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공제협동조합도 노숙인, 쪽방촌 주민, 수급자 등 우리 사회의 가난한 이들이 모여, 출자를 하고, 이렇게 모인 돈으로 긴급한 생활자금을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외국의 경험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은 어떤 필요를 해결할 수 있는지, 그를 통해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보다 실천적인 고민이 중요한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병학 경기광역자활센터장

[천자춘추] 청소년과 무한리필 고기 뷔페

지난 10월 27일 안산에 있는 경기도 미술관에서 공연을 하고 왔다. 필자가 대표로 있는 극단과 광주시 청소년극단 고등학생 49명이 함께 경기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뮤지엄에서 만나는 예술공연에서 뮤지컬 갈라쇼와 인간조각 퍼포먼스를 하던 날 가을비가 제법 세차게 내렸다. 음향과 무대를 설치하고 점심식사 할 식당을 알아보는데 많은 인원을 수용할 마땅한 곳이 없었다. 할 수 없이 버스를 타고 주변 상가를 배회하다 우연히 무한 리필 고기 뷔페가 눈에 들어왔다. 공간도 적당하고 가격도 저렴하여 학생들의 의견을 물었다. 모두 좋다고 난리들이다. 대부분의 고기가 수입산이었지만 잡채, 초밥, 과일 등 제법 먹을만한 메뉴들이 마음에 들어 식사를 하기로 했다. 한가하던 식당은 우리 아이들로 만원을 이뤘다. 우리로 인해 다른 손님들이 불편해 할까봐 걱정됐지만 즐거워하는 학생들과 접시를 들고 음식을 고르기 시작했다. 서로 선생님 옆에 앉겠다며 고기를 담아와서 굽기 시작한다. 일부 음식은 금새 동이 났고 종업원들은 우리 학생들의 엄청난 먹성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분주하게 움직였다. 두 번, 세 번 아이들의 음식나르기가 계속될수록 나는 종업원의 눈치를 살폈다. 이러다가 이 식당 망하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아이들의 식탐은 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나서야 아이들의 고기 뷔페 습격사건은 끝났다. 계산을 하면서 미안한 마음을 전하자 식당 주인은 오히려 맛있게 먹어주는 아이들 때문에 좋았다며 환하게 웃는다. 요즘 청소년들이 이기적이고 편식과 음식 투정이 심하다고 하지만 모두가 모여 식사를 해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필자는 가끔 아이들과 휴일에 연습하면서 각자가 집에서 가져온 밥과 반찬들을 큰 그릇에 넣고 고추장과 참기름으로 비벼먹는데 정말 행복한 표정으로 맛있게들 먹는다. 서로가 서로의 밥을 퍼주고 비비느라 고생한 친구들의 실력에 감탄하며 맛있게 먹는다. 아이들의 음식투정이나 편식은 함께 어울리며 음식을 나누는 대가족 제도가 TV를 앞에 두고 대화없이 혼자 밥을 먹는 핵가족 제도로 변한데에 상당부분 기인한다. 함께 밥을 먹으면 강한 동질감과 유대감이 형성된다. 개인주의적 모습은 사라지고 남을 배려하며 음식을 서로 권하는 공동체의 모습이 형성된다. 그렇게 먹는 밥은 맛도 좋다. 자신들이 만든 비빔밥을 선생님이 맛있게 먹어 주는 모습 만으로도 아이들은 행복해 한다. 우리 아이들의 고기 뷔페 습격사건도 고기 자체의 맛 때문이라기 보다 비오는 날, 선생님과 함께 고기를 구어 먹으면서 느꼈던 그런 감정 때문일 것이다. 이 기 복 광주시연극협회장청석시어터 대표

[천자춘추] GCF는 경제가 아니라 환경이다

지금 인천에는 GCF 송도 유치 확정이라는 홍보현수막이 거리를 도배하고 있다. 우리 동네 부녀회 이름으로도 걸려 있다. 중년의 이웃집 아저씨가 GCF가 뭐냐고 묻는다. 영어 단어를 그대로 해석하면 녹색 기후 기금이라는 유엔 산하기구 명칭의 약자라고 대답했더니 기후에도 무슨 색깔이 있느냐고 질문이 이어졌다. 영어에서 그린(green)은 녹색이란 뜻 외에도 자연의 색깔로 해석하기도 하고, 하다못해 골프장 잔디도 그린이라 부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를 환경과 평화로 해석하고, 우리나라 환경단체인 녹색연합, 대개의 선진국에서 정당 중 녹색당 등에 나오는 녹색은 자연환경보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지구는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으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하고 있는 산업구조로 굳어져 있어 지구 온난화를 촉진하고 있다. 그로 인해 기후가 악화되어 가뭄과 홍수,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지구 양극의 빙하나 히말라야 만년설이 녹아내리고 바닷물이 온도상승으로 팽창되어 해수면이 상승해서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 남태평양의 투발루, 키리바시섬이 가라앉고 있다고 한다. 기후환경의 변화로 인한 재난을 해결하기 위해서 자금이 없어서 온실가스 감축을 하지 못하는 개발도상국에 선진국이 기금을 모아 지원하는 것이 녹색기후기금이다. 이를 관장하는 사무국을 인천 송도에 두기로 했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GCF 사무국 설치로 인해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을 앞장서서 추진해야 할 입장이고, 세계적인 자연환경보호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할 의무를 지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순위 세계 7위인데 개발도상국으로 분리되어 감축의무가 없었는데 이제는 피해갈 명분이 없어진 셈이다. 이에 따른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한 패러다임을 정리하기보다는 GCF 유치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연 몇천억원이라고 방향이 엇갈린 홍보를 첫머리에 내걸고 있다. 기후변화를 대처할 사무국이 있는 나라에서 기후를 악화시키는 정책제도를 방치한다면 정부에서 자랑하는 국격 상승이 아니라 가난한 나라에 지원할 제도를 이용해 단물만 빼먹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4대강 토목공사를 녹색성장이라고 우겨봐야 자연 그대로를 보호하자는 인류 보편적 시각에서는 인정받기 어렵다. 몇 년 전 중국의 윈난(雲南)성 푸민(富民)현 라오서우산(老首山) 채석장 암벽 전체에 녹색 페인트를 칠해 놓고 녹화사업이라고 해서 세계를 웃겼던 적이 있다. 이제는 한국이 제대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녹색국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박남수 굴포천시민모임 집행위원장

[천자춘추] 故최고은이 떠난 도시와 예술인복지법

2011년은 혹독한 추위로 시작됐다. 그 해 정월 29일 안양시 석수동 단칸방에서 32세의 한 시나리오 작가가 사망했다. 고(故) 최고은 작가다. 유망한 젊은 예술가의 죽음은 비슷한 처지의 예술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사회적 관심은 일명 최고은 법이라 불리는 예술인복지 법 제정에 불을 지폈다. 산고(産苦) 끝에 예술인복지 법은 이달 18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2009년부터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던 예술인복지 법은 사회안전망으로부터 배제된 예술인들이 창작에 집중하도록 국가가 안전망을 만들어주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발의 당시에는 이런 취지가 반영되는 듯했다. 예술인복지재단을 만들어 이른바 4대 보험을 예술가들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논란 끝에 확정된 법령에는 복지재단 운영재원 확보 방안이 빠져 있다. 게다가 잔뜩 기대했던 4대 보험 혜택도 물거품이 되었다. 고작 산재보험만 적용하되 그나마 100% 본인부담으로 되어 있다. 이 때문에 법의 제정 취지와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시행을 며칠 앞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필자가 안양시에서 둥지를 튼 올해 3월은 故최고은 작가 1주기 후였다. 최 작가가 유명을 달리 한 곳에서 문화재단의 중책을 맡게 된 심경은 무거웠다. 고인의 죽음을 교훈 삼아 안양지역 예술인을 위한 창작활동의 좋은 토양을 조성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예술인복지법의 향방과 관계없이 말이다. 이웃도시 성남은 아마추어 예술동호인 네트워크인 사랑방문화클럽의 천국이라 불린다. 그렇다면 안양시는 프로 예술인의 낙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자의 성남에서 첫 성과는 안양시의 젊고 패기 넘치는 예술가와 원로 예술가들이 뿜어내는 예술 향기가 창조도시로 가는 초석을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여, 그 첫 단계로 지난 7월 문화정책실을 신설하고 참신한 인재를 발탁한 뒤 안양시에 거주하는 예술인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마무리했다. 예술인복지 법 제4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명시하고 있지만, 실상 기초 자치단체 문화재단이 예술인 복지를 위해서 직접 할 수 있는 일들은 거의 없다. 다만 문화재단은 지역 예술인이 다양한 창작활동을 하도록 판을 깔아주고, 예술혼을 불태울 대상을 찾아 주며, 그들이 자긍심을 갖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고독한 창작자이자 존경받아야 할 지역 예술가를 지역사회가 품지 못하고 끝내 별리(別離)의 아픔을 되풀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노재천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이사

[천자춘추] 도시-농어촌 상생 밑거름 ‘농어촌 재능기부’

최근 재능기부가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트랜드로 떠오르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중고생들을 위한 대학생의 학업지도, 변호사의 무료변론, 오지에서 펼쳐지는 의료봉사 등 우리 주위에서 다양한 재능기부 활동을 각종 매스컴을 통해 접하게 된다. 재능기부는 말 그대로 개인, 기업 또는 단체가 가진 지식, 경험, 기술을 사회에 기부하는 봉사활동을 의미한다. 재능기부가 봉사활동과 다른 점은 개인의 차이를 존중한다는 데 있다. 각자가 가진 재능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점에서 조금은 다르며 기부를 받아야 할 대상이 다양한 만큼 기부할 수 있는 재능도 다양하다. 또한, 금전 기부는 일회성인 데 비해 재능기부는 각자의 전문성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기부형태라는 점에서 한 단계 진화한 기부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요즘 농어촌은 FTA로 인한 농산물 시장개방, 지속적인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인하여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는 재능기부를 통해 도시와 농어촌이 상생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도시 이농으로 과소화, 고령화된 농어촌 내부에서 이런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켜 줄 인적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스마일 재능뱅크에 등록한 재능기부자가 2만5천여명을 돌파하는 등 농어촌 재능기부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에서도 지난 10월 15일 (사)곰두리봉사회 등 3개 단체와 농어촌 재능기부 활성화를 위한 MOU를 체결하고 사회공헌활동이 농어촌지역으로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농어촌공사에서는 농어촌의 숨은 가능성을 발굴해 미래의 공간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재능기부활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흔히 봉사활동이라는 단어를 생각했을 때 여유 있는 사람들이 시간을 내어 하는 것 혹은 내가 하기 힘든 것이라는 느낌을 받은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재능기부란 누구나 할 수 있고 자신이 가진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취미가 될 수 있고 각자가 가진 재능은 어떤 것이든지 될 수가 있다. 나누고 싶어하는 마음 그것만으로도 재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아무쪼록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가 운영하는 재능뱅크(www.smilebank.kr)에 많은 재능기부자가 등록해 농어촌재능기부 활동이 범국민 운동으로 발전하여 대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농어촌에 희망과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정섭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 소문

조직관리를 하다 보면 조직구성원들에 대한 많은 소문을 자주 접하게 된다. 좋은 소문은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은 데, 나쁜 소문에 대해서는 여간 긴장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 소문의 정확성 또는 진실성 여부나 뜬소문 여부에 관계없이 솔깃하여 그대로 받아들이는 실수를 무의식중에 저지르지나 않을까 하는, 자신의 과오나 오류발생의 위험에 대해서 신경이 몹시 쓰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뚜렷한 근거 없이 여러 사람들의 입을 거쳐서 퍼져 나오는 소문들에 대해서는 객관성여부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소문에 의해 무조건적으로 영향을 받게 될지도 모르는 선입견의 형성을 완전히 차단한다. 정보를 취사 선택하려고 하는 마음의 훈련을 강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솔깃한 소문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수용은 조직구성원들의 업무수행, 인사 과정에서 진실과 거리가 먼 혼란을 야기시키키도 한다. 즉 개인적인 명예는 물론이고 조직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큰 결과를 초래한다. 필자는 정확성과 진실성을 담보하고 있지 않은 풍문에 의해서 사람을 평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객관적인 근거없이 상대방을 모함하는 소문들은 매우 자극적이며, 귀가 아주 솔깃한 내용들이 많다. 쉽게 말해서 매우 흥미롭다. 반면에 그 뒷면에는 진실성이 전혀 없는 허구의 모함적 성격이 짙어 소문에 의해서 사람을 평가할 경우 개인이나 조직에 미치는 폐혜가 크므로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말은 쉬운데 이것이 노력만 가지고서는 좀처럼 잘 이행되지 않는다. 더욱이 우리는 정보의 홍수 시대 속에 둘러 싸여 살아가고 있다보니 여러 가지 정보나 소문들 가운데에서 올바른 정보들을 정확히 가려낸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필자도 솔직히 고백하면 누구에 대한 어떤 소문을 접하였을 때 자신도 모르게 깊은 흥미를 느꼈다. 하지만 아무런 여과 과정이나 검증절차 없이 고착화된 선입견이 마음 속에 먼저 형성되고 있는 것을 느끼고 크게 놀라기도 했다. 정보에 대한 진실성여부의 판단과 올바른 정보를 취사선택하려는 노력이나 훈련이 아주 부족한 결과라고 생각하고 크게 반성하고 있다. 소문에 대한 정확성과 진실성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여러 경로를 통해 올바른 정보를 정확히 가려낼 수 있는 종합적인 능력 배양과 소문의 앞, 뒤 정확을 살펴보는 원칙이 필요하다. 번거롭고 힘들 수도 있지만 이같은 과정을 통해 소문을 신중하게 판단하고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광철 한국폴리텍Ⅱ대학장

[천자춘추] 필봉산을 오르며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들 한다. 산도 가을산이 멋있는 것 같다. 가을 새벽 오산 필봉산을 오르다 보니 많은 시민을 만나게 되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편하게 오를 수 있는 완만한 경사에 등산로가 잘 닦여져 있다. 1996년도 그 당시 금오산, 은계뒷산으로 불리던 필봉산의 이름을 찾아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조선 정조왕이 사도세자 묘역에 왔다가 붓의 끝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필봉산이라 이름지었던 이 곳의 잊혀진 이름을 찾고 복원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지금의 필봉산의 모습을 예상하는 사람도 없었다. 필봉산악회를 만들고 회원들과 함께 등산로를 만들었다. 시민들의 발걸음이 늘어나자 예산을 들여 산책로를 정비하고 운동시설을 만들고 가꾸니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오산에 이사 와서 사는 젊은 부부들 대부분이 오산은 갈 곳이 없다고 말한다. 주말에 아이들과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며 시간을 보내거나 인근 지역으로 나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오산은 진짜 갈 곳이 없는 걸까? 베드타운(bed town)으로 변하는 오산의 모습은 시민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필봉산도 처음에는 작고 낮은 볼품없는 동네 뒷산이었다. 주말 7천명에서 8천명이 이용하는 시민의 쉼터가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일반 시민들이 가장 쉽게 정보를 검색하는 곳이 어디일까? 한 포털사이트에서 오산에서 가볼 만한 곳을 검색해 보면 블로거들이 올린 물향기수목원 정도의 글이 대부분이다. 타지에서 이사 온 신혼부부들이 오산에 대해 무엇을 알겠는가? 시민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접근하는 곳에서부터 쉽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깊어져 가는 가을 오산에서 가볼 만한 곳으로 독산성을 추천하고 싶다. 독산성은 백제시대 축성되어 임진왜란 때까지 이용된 성으로 권율 장군이 왜병을 물리친 곳으로 유명하다. 물이 부족한 것을 왜병이 알고 물을 한지게 올려 보내 조롱하자 백마를 산 상에 세우고 말에 쌀을 끼얹어 말을 물로 씻는 시늉을 해 왜군이 성내에 물이 풍부한 것으로 속아 퇴각하였다는 세마대의 전설이 전해오기도 한다. 독산성 축성 후 전승을 기리기 위해 창건된 보적사도 성내에 자리하고 있다. 독산성은 옛 역사가 말해주는 의미도 크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일품이라 하겠다. 가을 낙엽을 밟으며 산성에서 추억을 만들어 봄도 좋을 듯하다. 마등산 일원의 등산로도 정비하고 개발하여 더 많은 시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오산 곳곳에 흩어져 있는 문화유산을 가꾸고 홍보한다면 시민들이 갈 곳이 없어 마트에서 보내는 주말의 시간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박동우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장

[천자춘추] 자유로운

제 기억 속의 초등학교 운동장은 무척 넓었습니다. 축구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잠시도 쉬지 않고 뛰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고 부러웠습니다. 그렇지만 20대 들어 다시 가 본 운동장은 어렸을 때 왜 크게 느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고 답답했습니다. 제 몸이 커지지도 했고, 그 사이에 더 크고 넓은 운동장을 자주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중국의 고전인 장자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옵니다. 구만리 창공에 오른 붕새는 큰 바람을 타야 푸른 하늘을 등에 지고 거침이 없이 남쪽으로 날아갑니다. 매미와 새끼 비둘기가 그것을 보고 비웃으면서 말합니다. 우리는 한껏 날아 보아야 겨우 느릅나무나 다목 나무에 이를 뿐이고, 어떤 때는 거기에도 못 미쳐 땅에 내려앉고 마는데, 구만리를 날아 남쪽으로 간다니. 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님을, 더 큰 세상이 존재하는데 그것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에 대한 우화적인 일깨움입니다. 문득 생각이 지금의 나에 머뭅니다. 지난 12년 동안 자활이라는 곳에서 센터장도 하고, 실무자들 그리고 자활을 통해 자립하고자 하는 가난한 이들과 나름대로 부대끼며 살아왔습니다만 요즘 들어 이것이 전부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그렇다면 이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장자는 이것을 4단계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첫째 단계는 아는 것이 벼슬자리 하나 채울 만한 사람, 행위가 마을 하나를 돌볼 만한 사람, 덕이 임금 하나를 섬길만한 사람, 재능이 한 나라를 맡을 만한 사람, 이런 사람들을 일러 그 기량(器量)이 메추라기만 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수준이기도 합니다. 둘째 단계는 주위의 칭찬이나 비난에 개의치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칭찬과 비난을 칭찬과 비난으로 의식한다는 점에서 완전치 못합니다. 세 번째 단계는 열자(列子)와 같은 사람입니다. 열자(列子)는 바람을 타고 자유롭게 비행하다가 15일이면 돌아왔는데 그것은 보름마다 불어오는 바람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자유롭기는 하지만 아직도 바람이라는 외적 조건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최고의 단계는 아닙니다. 넷째 단계에 이르러서야 우주의 원리에 따라 자연과 하나가 되는 절대 자유의 경지에 다다르게 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보다는 우리 자신 스스로를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세속적인 가치판단이나 기준을 넘어서는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이겠지요. 이병학 경기광역자활센터장

[천자춘추] 질병에 대한 방책들

아프지 않고 오래 사는 것이 사람들의 으뜸 소망이다. 어느 문인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은 아프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듯 아픈 것에 대한 염려가 크다보니 그에 대한 가치관이 인류 역사에 따라 변화하고, 그 해결책 또한 다르기 마련이다. 백만년 전 인류는 혼자서 또는 가족 단위로 살면서 아프고 배고프다는 두 가지 사실에 직면했을 때 우선은 먹어야 사는데 수렵채취를 못하다보니 저축에 대한 필요성을 먼저 깨닫는다. 그 결과 수렵채취의 산물들을 모아두고 필요할 때 사용하는 방책을 선택했는데, 오늘날 싱가폴의 적립기금제도나 미국의 민영의료보험이 대표적이다. 전자는 가입이 강제되고 후자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 기본적 가치관은 질병에 대한 자기 책임이다.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한 부족사회에서는 족장은 부족의 중요사를 결정함에 있어서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것은 신이나 혼령 등 비가시적불가촉 영역으로 보고 매개자(엑소시스트)의 역할을 하게 된다. 부족원이 아플 경우 신의 분노나 악령이 끼었다고 볼 때는 부족에서 황야로 쫓아내고 경우에 따라 죽이기까지 하였다. 오늘날 문명사회에서는 제거라는 방책은 사용되지 아니하고, 전염병 예방과 환자보호를 위해 수용이란 방책을 사용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전염병환자 격리 수용제도이다. 사회단위가 커져 왕의 시대(절대 권력 시대)에서 아픈 것은 불결나태의 탓이거나 체제에 대한 위협요소 내지 불쌍한 것으로 간주돼 제거나 방기하는 징벌적 수단을 썼다. 신과의 매개자나 불쌍한 것으로 보게 될 때 수도원에서의 보호 치료 즉, 자선치료라는 방책이 널리 적용되었고 오늘날 종교계에서 운영하는 자선병원의 뿌리다. 당시 아픈 사람을 보호, 구휼, 치유하는 은급을 베풀었던 것이 오늘날 국가보호제도로 발전하여 영국 전국민 무상의료제도나 우리나라 무료 의료급여제도가 대표적 방책이다. 시민사회로 발전하고 과학의 영향으로 질병에 대한 시각은 전염, 사회적 책임, 사회생산성 저하라는 측면으로 정립되었다. 전염병이라는 측면에서는 국가보건제도가 사회적 방책으로 적용되고, 사회책임 측면에서는 사회연대 방책으로서 사회보험제도가 출현하였는데 독일, 프랑스, 한국 등 선진 OECD 여러 나라에서 채택한 건강보험제도가 그것이다. 이렇듯 질병에 대한 가치관이나 방책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르고, 그 나름의 이유가 있으므로 유일한 절대선이 달리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OECD에서 세계 일류로 평가받고 미국도 벤치마킹하는 자랑스러운 제도인 만큼 근간을 흔들지 말고 개선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최유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원지원장

[천자춘추] 고·미·안·실 운동을 전개하자

필자가 교사일 때 전국적으로 고미안실 교육을 하였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안녕하세요, 실례합니다 이다. 이는 민주시민, 글로벌인재로서 갖춰야 할 배려와 친절의 소양교육이다. 1700년대 지도에 경상도에 속해있던 대마도 관광을 하였다. 가는 곳마다 휴지 한 장 쓰레기 하나 없고 흐트러진 것이 없이 정리 정돈된 모습이다. 두 버스가 비켜가기 어려운 산골길 커브길을 지날 때 앞쪽에서 오던 버스가 우리 차를 보고 정지하였다. 상대 차가 정지했으니 우리 차는 가도 되는데 우리 차도 정지하고 서로 먼저 오라고 신호를 보낸다. 먼저 정지한 차가 오기시작하고 스쳐 지날 때에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손 흔들어 표시하고 밝은 표정으로 답례한다. 깜짝 놀랐다. 우리 같으면 어떨까? 우선 후진해서 다시 올지라도 먼저 가려고 끝까지 가서 상대 차가 비켜주기를 바랄 것이다. 그리고 안 비켰다고 불쾌한 표정으로 인상 쓰면서 지날 갈지도 모른다. 정말 감동적이었다. 우리도 70년대만 해도 그랬다. 버스 운전사들도 경찰이 있으면 서로 신호를 해주어 단속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을 시켰다. 자가용 운전자도 차가 마주치면 손들어 거수경례로 미안함과 감사함을 표시했었다. 지금은 어떤가? 틈만 있으면 끼어든다. 어디서든 양보를 해주면 당연한 것처럼 그냥 가버린다. 고미안실 교육이 사라진 지 오래이다. 이제부터라도 달라지도록 가정, 학교에서 교육하자. 자리 양보한 사람의 가방도 들어주자. 상대의 배려에 손 흔들어 감사함을 표하자. 엘리베이터에서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라는 말 한마디도 내가 먼저 하자. 짐도 들어주자. 열심히 일하는 청소 아줌마에게 고생하다는 말 한마디, 불편한 할아버지를 모시고 가는 학생에게 착하다라는 말 한마디도 해보자. 그래야 살기 좋은 사회로 우리들의 얼굴이 밝아질 것이다. 무상복지, 높은 국민 소득만이 행복의 조건은 아니다. 삶은 시간의 연속이고, 수없는 만남의 연속이며 그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감사와 배려, 양보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면 행복은 저절로 올 것이다. 이것이 행복의 조건이다. 우리 모두가 사랑과 배려 양보하는 모습을 고미안실로 표현 하자. 무상 복지보다도 더 큰 행복을 줄 것이다. 사라진 이 모습을 살리기 위하여서는 학교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 학교에서 습관토록 하자. 그러기 위하여서는 학부모와 선생님들이 먼저 앞장서야 한다. 학교가 변해야 학생들이 변하고 학생들이 변해야 사회가 변한다고 한다. 모든 학교가 고미안실의 인사하기 운동을 전개해 보자. 전근배 前 광주하남교육장

[천자춘추] 지역미술관의 관람객

일반적으로 문화예술 관람객은 고소득, 고학력이다. 미국의 경우 흑인이나 아시아계, 스페닉보다 백인종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문화예술 관람을 가로막는 요인은 개인적 경향과 취미가 기본 조건이지만 경제력, 관람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 여유 여부가 크게 작용한다. 충성도 높은 관람객은 관람을 가로막는 외부조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인구가 1천만 이상을 상회하는 거대 도시는 충성도 높은 열성 관람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전시가 성공할 가능성이 크지만, 인구 10만의 소도시에서 전문 애호가를 대상으로 하는 전시는 일정 수 이상의 관람객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다. 정부의 공식 통계에 의하면 국민의 90.3%가 1년에 미술관, 박물관을 한 번도 찾지 않는다. 시간 없음과 볼만 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이 미술관, 박물관을 찾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한국의 문화예술관람 애호가는 1천만 도시인 서울조차 10만~20만으로 정도로 추정된다. 도시 인구의 1% 수준이다. 인구 10만의 도시는 예술 애호가가 1천명을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군 문화예술기관이 클래식이나 미술전시를 개최하여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지역의 문화예술기관들이 참여 가능성이 큰 뮤지컬이나 대중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예술은 수요탄력성이 높아 외부 여건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예술 관람의 대체가 날씨 때문이고, 레저라는 조사는 흥미롭다. 날씨가 좋으면 공연이나 전시를 보기보다는 야외로, 레저를 즐기는 쪽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날씨가 좋은 날들은 오히려 전시장 관람객이 줄 수도 있다. 그런데 서울의 미술관과 달리 지역 미술관은 레저가 대체적 성격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오히려 보완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양평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이 구리, 덕소, 여주 등 양평 주변 지역은 물론이고 서울, 인천, 강원, 대전, 부산 등 전국적 분포를 보이는 것이 이를 말한다 할 수 있다. 양평군립미술관은 전문가보다는 가족을 주 관람객으로 삼는다. 가족문화가 필요하고 문화의 생활화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위와 같은 전문 관람객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도도 있다. 기획전시가 신나는 미술관, 미술관 동물원, 가족, 마법의 나라 양평, 맛의 나라였던 배경이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16일 개관한 양평군립미술관 관람객이 지난 9월말로 7만명을 넘어설 수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관람층을 전문 애호가로 삼던 가족으로 삼든 간에 전시의 질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철 순 양평군립미술관장

[천자춘추] 섬 학생들의 뮤지컬 도전기

충청남도 대천항에서 20분 정도 배를 타고 들어가는 원산도에는 서해안 유일의 낙도 중학교인 원의중학교가 있다. 13명의 교직원과 전교생 18명이 재학 중인 이 학교에서 영어뮤지컬 동아리를 만들고자 하니 도와달라는 연락이 왔다. 섬 학교의 특성상 문화적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어서 주기적으로 섬에 들어와 뮤지컬을 만들어 줄 전문 극단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원들과 회의를 하고 간단한 공연을 만들어 원산도를 방문하기로 했다. 그곳 학생들의 호기심 어린 표정과 태도는 육지 학생들의 그것과 확실히 달랐다. 즉각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고 쉽게 지루해하며 반응 속도가 빠른 육지 학생들과 달리 원의중학교 학생들은 정이 많고 끈기가 있지만 자신의 감정표현에 소극적이었다. 이 학생들과 한 달에 한번 만나 뮤지컬을, 더구나 영어 뮤지컬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작업이 될 것인지 단원들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반대하는 단원은 없었다. 대본, 안무, 노래, 대사 등으로 역할을 나누고 교육을 시작했다. 공연이라는 결과물에 집착하지 않고 과정 중심의 즐기는 뮤지컬 체험을 목표로 삼았다. 여름방학 중에는 광주시청소년극단 학생들과 함께 2박3일 뮤지컬 캠프도 같이 했다.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 가을, 원의중학교 학생들이 학교 축제에서 뮤지컬을 공연한다. 짧은 연습기간 탓에 완성도 높은 멋진 공연이 될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배우와 관객이 하나가 되는 훌륭한 연극적 체험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왜냐하면 우호적인 관객(학부모)들로 객석이 채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공연에 초대된 학부모들의 반응은 다양하지만 공통된 특징이 있다. 혹여 실수할까 봐 가슴 졸이는 분, 별로 웃기지 않는 장면에서 크게 웃는 분, 지나치게 감탄하는 분 등 다양한 반응 속에는 자식에 대한 대견함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무대 위에 선 자식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부모는 특별한 느낌을 갖게 된다. 자신이 낳고 길러온 현존재(現存在)로서의 자식의 모습과 자식이 창조해 낸 허구적 인물(배역)이 중첩되면서 느끼게 되는 감정이다. 자식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만을 보아온 부모가 연극을 통해 창조된 자식들의 색다른 모습을 보게 되면서 자식을 훨씬 깊게 이해하게 된다. 연극은 특정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예술이 아니다. 연극은 누구나 할 수 있으며 그 자체가 인류의 가장 오래된 교육 수단 중 하나이다. 섬 중학생들의 뮤지컬 공연이 다가오면서 원산도 주민들과 함께할 작은 무대가 무척 기다려진다. 이기복 광주시연극협회장 청석 에듀씨어터 대표

[천자춘추] 빗물의 ‘강남 스타일’

지난 8월에 쏟아진 폭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사는 도시라는 강남을 또 침수 시켰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초고층 빌딩에서 내뿜는 에어컨열기가 몰려 있는 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거기다가 산이 많아 빗물을 품어주는 녹지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 강북지역에 비해 녹지가 적고, 그래서 불투수 면적이 많은 강남의 제반조건들이 상습 침수지역을 만들어 간다고 전문가들이 진단한다. 강남에서만 발생하니깐 요즘 유행하는 강남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녹지 면적을 늘리고 빗물을 저류할 수 있는 대심도 터널을 건설해야 한다지만 드는 비용이 적지 않아 쉽게 선택할 수도 없는 내용이다. 그 와중에 서울시가 빗물세를 도입할 것이라고 언론이 보도하자, 먹고 살기도 힘든데 또 세금 더 걷을 셈이냐고 비판이 쏟아졌다. 서둘러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금명목을 새로 신설해서 추가로 내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하면서 잠잠해지는 것 같더니, 이미 정부에서 오래 전부터 빗물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은 재점화됐다. 시민이 세금 내는 것은 의무이긴 하지만 예산을 집행하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불신 때문에 무슨 꼼수가 있을 것 같다는 선입감이 앞서면서 사리를 따져 보기 전에 반대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빗물로부터의 재난 방지에 쓸 비용을 불투수 토지의 소유자에게 원인자부담 원칙을 적용하여 확보하자는 것이 빗물세 또는 우수세의 내용으로 독일의 경우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목적세로 징수하고 있는 제도라고 한다. 주머니돈이나 쌈짓돈이나 세금인 처리비용만 잡아먹는 미운 빗물이 아니라 더 나아가 무궁한 자원으로 우리와 미래 세대의 곁에 모아두고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제도로 정착되고, 그래서 고마운 빗물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 금년에는 늦장마로 피해가 많았지만 봄부터 시작된 104년 만에 처음이라는 가뭄으로 농부들은 견디기 힘든 시기를 보냈다. 물 부족의 대표적인 현상이 가뭄이다. 가뭄에 필요한 용수를 확보한다는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4대강 사업을 추진했지만 농업용수로 공급되지 못해 농작물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고, 앞서 강남 스타일과 같은 도시 상습 침수피해지역에서는 그 효과가 미치지 못했다. 예전에 빗물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임금은 조선의 정조로서 화성을 창건하면서 저수지와 하천을 도시 설계에 적정하게 배치시켜 지금까지 그 효과가 지속되고 있다. 이제는 빗물을 애물로 만들지 말고 보물 같은 자원으로 바꾸어야 한다. 정부의 책임이다. 박남수 굴포천시민모임 집행위원장

[천자춘추] 성과주의와 아웃리치 프로그램

문화예술계를 향한 가장 오랜 경구(警句)는 성과주의다. 토양을 다지기보다 무리한 열매에 급급할 때 오는 폐해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문화재단 설립이 크게 늘면서 이런 경고음이 빈번하게 들린다. 도시의 규모나 시민의 문화적 욕구 등은 고려하지 않고 일회성 사업을 경쟁적으로 벌여나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2005년 성남문화재단 창립 직원으로 근무할 당시 전국의 문화재단은 10여 개 뿐이었다. 그런데 채 10년이 지나지 않은 오늘 무려 45개로 늘었다. 설립 배경이야 어떻던, 갖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문화재단이 양적으로 확대 되고 있는 것은 한국의 문화예술 발전에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문화재단은 이미 다가온 문화의 시대에 시민의 문화 향유 욕구는 물론, 다양한 예술적 행위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려는 의식의 변화를 담아내고 실현할 수 있는 유력한 공적(公的) 기제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지역 문화재단은 민법 제32조에 의거 설립된 비영리 재단법인이다. 비영리 법인이라지만 공공재원으로 운영하기에 수익성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렇다고 경영의 효율적 측면만을 강조하면 순수예술에 대한 지원이 약화되고 시민의 재정 부담도 커져 문화예술 향유 기회가 적어진다. 결국 두 측면의 조화가 관건일텐데, 그런 측면에서 지난 수년간 안양시의회는 문화예술분야의 의정활동을 하면서 수익이라는 낱말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갓 태어난 문화재단이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따끔한 질책과 명쾌한 대안을 제시하였다. 그것은 안양시의회의 수준 높은 예술적 안목이며, 안양시민의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무릇 문화재단의 모든 정책은 시민의 입장에서 기획해야 한다. 더 높은 공공적 가치 실현을 위해 시민의 마음을 읽고, 시행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영국 문화부가 강제적으로 시행한 아웃리치(outreach) 프로그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프로그램은 문화 소외계층 및 지역 문화 향수권 확대와 아동청소년을 위한 교육이라는 뚜렷한 두 가지 목표에 집중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사회 통합 역할을 해냈다. 게다가 청소년들의 예술적 감수성을 드높임으로써 참가자들이 미래의 잠재적 관객으로 자연스럽게 유입되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물론 이는 단시간 내 이룰 수 없는 일이며, 기다림과 일관성 있는 사업추진이라는 덕목을 대가로 요구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기다릴 수 있으며,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일관성 있는 사업을 추진하는 여건이 마련될지 기대가 된다. 노재천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이사

[천자춘추] 신재생 에너지로 밥상을 차리자

주말에 대형마트에 가면 사람들이 넘쳐난다. 마트에서 일정하고 예쁘게 포장돼 서로 경쟁하고 있는 농산물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농산물도 공산품과 많이 닮았음을 느끼게 된다. 공산품이 기계화와 자동화를 통해 대량생산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수출로 더 많은 부를 창출하는 것처럼 농업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안으로 파프리카, 토마토를 비롯한 많은 종류의 시설원예 산업이 부각되고 있다. 시설원예 산업은 태풍, 가뭄, 이상기온 등 이상 기후에 취약한 일반 농업분야와 달리 제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고품질, 안전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FTA로 해외수출 기회도 확대됨에 따라 시설원예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20년까지 현재 5조원 수준인 생산액을 9조원, 수출규모도 현재 2억 달러에서 10억 달러까지 끌어올리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제 우리 밥상에서 만나는 채소들은 온실 출신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가 이상기후의 원인이 되고, 시설원예가 이상기후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설원예의 환경제어, 즉 냉난방을 위해서는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게 된다. 이러한 에너지를 위해 화석연료가 마구 사용된다면 시장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환경은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다행히도 농업 분야에 신재생 에너지 적용을 위한 활발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에너지 이용 효율화 사업으로 2017년까지 에너지 절감시설 1만50㏊, 신재생에너지 2천375㏊ 설치지원을 목표로 1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한국농어촌공사도 양배수장, 취입보, 방조제 등 농업시설물의 주변 부지와 저수지 수면을 활용해 태양광 발전시설과 관개용수의 수차를 이용하는 소수력 발전소를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로써 연간 4만1천t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 감축과 일반 가정 1만2천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1만5천206㎾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밥상에 얼마나 많은 석유가 소비되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재배, 수확, 가공, 유통 등. 어쩌면 우리 밥상은 석유로 차려진 것인지 모르겠다. 언제 고갈될지도 모르고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는 석유를 농촌이 앞서 줄이고자 발걸음을 재촉 중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전 부처 최초로 온실가스 35% 감축 목표를 세우고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된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신재생 에너지로 모든 밥상을 차릴 수 있지 않을까? 김정섭 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 결혼문화

5월이나 10월에 결혼을 많이 한다고들 하지만 요즘에는 계절과 관계없이 결혼예식이 이뤄지고 있다. 오랜 전통으로 내려오는 상부상조의 개념으로 많은 하객이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서 결혼식장에 참석한다. 옛날에는 결혼답례품으로 카스테라 케이크를 하객들에게 증정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요즘에는 하객들을 위해 음식을 결혼식장이나 별도의 식당에서 대접하는 형태로 완전히 변화했다. 특히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신랑은 살 집을 마련하고 신부는 혼수를 마련해야 하는 문화가 존재하고 있는데, 이것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필자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나라의 결혼문화에 대해서 두 가지 견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 하나가 현재의 결혼문화는 상부상조의 개념으로 아주 좋은 바람직한 미풍양속이어서 계속 존속유지돼야 한다는 생각과 또 다른 견해로 경제적 부담을 없애기 위해서 결혼예식을 아주 간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어느 견해가 옳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이것은 어떤 규정이나 규칙으로 정할 수가 없는 사회문화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어느 분께서 색다른 결혼식을 올렸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주례도 없고 혼수나 결혼 예물도 없이 간단한 반지 교환만으로 결혼식을 간소하게 치렀다는 얘기다. 어느 호텔의 조그마한 회의실을 결혼식장으로 사용해 양가에서 초청된 50명의 아주 가까운 친인척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음식을 드시면서 즐거운 대화형식으로 결혼식을 진행했다고 한다. 물론 주위 분들에게 전혀 알리지도 않고, 청첩장이나 축하화환이나 축의금 접수대도 없었으며 이바지 음식이나 폐백도 생략하고 회의실 중앙에 축하화분 하나만 장식용으로 마련해 놓았다고 한다. 결혼식 비용으로 양가에서 각각 500만원씩만 부담했다고 하니 매우 간소한 결혼식이었음에는 틀림 없다. 나중에 알게 된 주위의 분들이 혼주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고 한다. 그동안 지인 결혼식에 참석했을 텐데 지금까지 들어가신 축의금은 어떻게 하십니까? 그분은 그렇게 생각하면 이런 결혼식은 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평소에 생각했던 것을 실천에 옮겼을 뿐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이러한 아주 간소한 결혼식은 매우 희소해 현재 우리나라 결혼문화의 주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장례문화의 주류를 이뤘던 매장문화가 화장문화로 점점 바뀌어 가는 현상과 비교해 볼 때 미래의 결혼문화도 혹시 변화가 있을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다. 독자들은 결혼문화를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필자의 글을 통해 독자들이 결혼문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길 바란다. 김 광 철 한국폴리텍Ⅱ대학장

[천자춘추] 이긴다는 것

학창시절 시험을 볼 때마다 어떻게든 남들보다 좋은 성적을 받으려고 기를 썼습니다. 대학입학시험을 앞두고는 아버지께서 재수는 안 된다고 빠져나갈 길을 꽉 막아버리는 바람에 기필코 합격해야만 했습니다. 군 훈련소에 있을 때 교관이 선착순 달리기를 시켰습니다. 저만큼 보이는 언덕 꼭대기까지 뛰어갔다 오는 것이었는데 10등 안에 못 들면 한 번 더 갔다 와야 했기에 필사적으로 달렸습니다. 마침 달리기에는 자신이 있어서 한바탕 넘어져 팔에 피가 줄줄 흐르면서도 순위 안에 들었습니다. 30여 년 전의 일을 새삼 끄집어내는 이유는 요즘 읽은 책 때문입니다. 물리학자이자 생명사상가인 장회익 선생은 서울대학교 입학시험을 앞두고 하느님께 기도드리면서 꼭 합격하게 해달라고 하지 않고, 자신이 적합한 사람이라면 시험에서 실수만은 하지 않게 해달라고 했답니다. 대학은 스스로에게 최선의 학습수단을 마련하는 것이었을 뿐, 남에게 피해를 끼치면서까지 가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었다는 것입니다. 공군사관학교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장거리 경주를 하면서는 본인이 1등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앞에 있던 사람을 떠밀듯이 함께 뛰면서 끝내 선두를 빼앗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남을 제치고 앞서나가는 것을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잘난 것도 별로 없지만,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 것으로 비교적 제 안에서 평화를 잃지 않고 살아왔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창피해서 혼자 있으면서도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살면서 경쟁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상대방을 누르고 이기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하는 일이 더 중요하겠지요. 대통령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며칠 전에는 세 후보가 마라톤대회에 참석해서 어깨동무를 하고 찍은 사진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들이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 보다 상대방이 되면 왜 안 되는지를 입증하는 일에 더 열중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쟁자의 존재를 의식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하는 후보들의 모습과 그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지원하는 우리 모두의 성숙함을 기대해 봅니다. 이병학 경기광역자활센터장

[천자춘추] 가슴 뛰는 일이 일어나길 바라며

각박한 사회를 반영이라도 하듯 요즘 힐링이라는 말이 참 많이 들려온다. 요즘 청년들의 고민은 단순한 성적, 취업이 아니라 깊은 마음의 상처가 많다. 소통의 문제로 인해 상처를 가지고 있는 청년들이 참 많고, 목표를 설정하는 데 있어 기본적인 개념정리조차 되지 않다. 흔히 책에서 말하는 적성에 맞는 일의 개념이 아니라 진정 본인이 원하고 바라고 소원하는 일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다.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교육환경은 너무도 일괄 보편적인 것이었고, 그 틀에서 문제에 답만 외워 달다 보니 정작 중요한 자신에 대한 문제의 답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경기도의회 교육위원으로 2년 동안 학교를 돌아보며 많은 교장선생님과 일선 선생님들 그리고 교육청 관계자를 만나 면담을 해보면 학생들과의 수업을 준비하기보다는 행정서류, 보고서 챙기기에 바쁜 모습들을 보게 된다. 88만원 세대 청년들에게 막연할지 모르지만 꿈을 가져라 말해주고 싶다. 나의 청년기 시절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배울 기회도 변변치 못했고, 배고픈 시절이었다. 그래도 꿈을 잃지 않고 살았던 것 같다. 어쩌면 너무 많이 들어 아주 식상한 말일 수 있지만 목표를 가진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위에 등대와 같다고 할까. 아무리 어려워도 목표가 있다면 그것이 어려움을 이길 힘을 주기 때문이다. 마음은 불과 같아서 강한 마음은 다른 모든 생각을 태워버릴 수 있다. 나의 목표와 불 같은 마음이 만나면 강한 힘을 발휘하여 목표한 것을 이룬다. 가령 새해가 밝아 1월 1일 신년 계획으로 영어 공부를 해야지 마음을 먹었다고 해보자. 처음 3일은 마음의 불이 그 크기가 용광로 같아서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 영화보고 싶은 마음을 다 태워 버린다. 그러다 3일이 지나면 마음의 불은 촛불같이 작아진다. 그래서 다른 마음들을 태우지 못하고 꺼져 버린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이 용광로 같은 마음의 불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저의 경험을 비추어 보면 뚜렷한 목표였다. 늘 생각하고, 열망하는 것이었다. 하나의 목표를 두고 10년을 준비한 일도 있었다. 지금도 못다 이룬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목표라고 하는 것은 너무도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목표는 소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소명을 알고 그 소명을 이루기 위해 비젼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다면 오지탐험가이며 세계 구호 팀장으로 일하는 한비아씨가 말하는 가슴 뛰는 일이 당신에게도 일어날 것이라 믿는다. 박동우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장

[천자춘추] 이름에 걸맞기

사물엔 이름이 있다. 지방에 따라 방언이 있다 보면 두세가지 이름이 있을 수 있고 복수의 표준말로 인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하나의 이름이 있는데, 이를 일물일어설로 일컫는다. 사람의 경우도 이름이 있는데 성과 이름으로 구분되어 성은 내림이고 이름은 개인마다 짓는다. 성이 내림이다 보니 바뀌지 아니 한다. 물론 부득이한 경우에 바뀔 수도 있는데 고려왕조가 망했을 때 왕족이 목숨을 지키기 위해 왕(王)씨에 획하나 보태 옥(玉)씨, 획 두 개를 보태 전(全)씨로 바꾼 경우가 있고, 일제강점기에 일제의 민족 말살정책에 따라 대체로 외자 성씨를 일본식 두글자 성씨로 바꾼 경우도 있다. 이름은 개인마다 짓되 스스로가 아니고 부모나 조부모가 소망을 담아 짓기 마련이다, 착하게(善), 이쁘게(美), 빼어나게(秀), 베풀며(德), 부유하게(裕), 길하게(吉), 조신하게(淑), 현명하게(哲) 등 인간의 갖가지 소망 중 한 두가지를 대표적으로 골라 짓는다. 화를 멀리하고 복을 부를 수 있도록 음양오행의 조화를 갖추고 부르는 사람이 제대로 부를 수 있도록 발음까지 염두에 두되, 대개 두자 간혹 한자로 짓다보면 오랜기간 생각하며 짓는다. 이렇게 지어진 이름은 그 개인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고 대체로 부모의 선택이지만 본인의 삶의 궤적은 그 이름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좋은 이름이 좋다는 뜻인데, 그 이유는 부모의 소망이 이름에 담겨 있듯이, 자녀를 키울 때 훈육과 대화에서 지속적으로 부모 소망이 학습된다. 그렇다보니 집안의 문화나 부모의 소망이 자녀 개인에게 후천적묵시적으로 내재화되고 본인 또한 그리 노력하다 보니 이름에 상응한 가치관을 형성하게 되고 개인의 노력이 집중되어 그 길을 따르게 되 이름에 걸 맞는 삶을 지향하게 된다. 반면 상호나 기관의 명칭은 본인의 뜻 보다는 고객의 눈을 고려하여 짓는다. 필자가 근무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건강보험 분야에서의 급여비용을 심사평가라는 준정부기관(院)이다. 건강보험뿐만 아니라 의료급여나 보훈진료비나 응급의료비까지 업무범위에 포함되고 있는데, 이름으로 정해진 분야를 훨씬 뛰어 넘지만 그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이름이 아직 와 닿지 않다 보니 본디 이름보다 훨씬 많은 분야를 다루고 있다. 준정부기관 중 공사는 공적인 회사로서 영리를 업으로 하는 곳이고, 공단은 공적인 단체로서 비영리로 업을 하는 곳이다. 이렇듯 사람이나 단체나 모두가 각기 이름이 있고 그 이름은 소망과 사용됨을 담고 있으니 만큼 자기 이름에 걸 맞는 삶을 살고 제구실을 해야 한다. 곧 모두가 제대로 이름값을 해야 한다. 최유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원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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