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감정노동

유명 연예인들이 수술할 때 마취제로 사용하는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한편으로는 그 처지가 딱하기도 합니다. 연기는 감정노동입니다. 그리고 배우는 감정노동자입니다. 감정노동이라는 말은 미국의 사회학자인 앨리 러셀 혹실드가 처음 사용했는데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억누르고, 자신의 직무에 맞는 행위를 요구받는 것을 말합니다. 감정노동은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자신의 감정을 고무시키거나 억제해야만 하기 때문에 크든 작든 정신적 스트레스를 수반하게 됩니다. 간호사, 은행원, 식당 종업원, 전화상담원 등 우리 주위에는 배우 말고도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미국의 경우 여성의 반 이상이 감정노동을 수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직업을 떠나 우리 모두가 감정노동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전에 일하던 곳에서 새로 직원을 채용한 적이 있습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미소를 띤 첫인상이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같이 일하면서 지켜보니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울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궁금해서 이유를 물어보니 전에 백화점 엘리베이터에서 근무했는데 그때부터 웃도록 훈련된 것이 그만 둔 이후에도 굳어져서 노력해도 고쳐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자신보다는 일과 사회에 대한 관심이 우선하는 저를 안타까워하던 어떤 분의 권유로 한동안 심리치료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주변 관계로부터 해방되어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한다는 것이 새로운 경험이고, 해방감 비슷한 것도 느껴져서 2~3년간 집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심리치료 선생님이 저에게 대뜸 너는 갈보야!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심지어는 웃지 말아야 할 때도 웃는 모습이 그렇게 보인다는 얘기였습니다. 평소에 잘 웃긴 하지만, 주로는 웃음소리가 참 좋다는 얘기를 들어온 터였는데 갈보라니!, 어이가 없어 따졌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그러나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 얘기가 다시 생각나면서 이번에는 눈에서 절로 눈물이 줄줄 흘렀습니다. 그동안 스스로의 느낌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맞춰온 제 모습이 거울처럼 들여다보였습니다. 어떤 사람이 중국 여행길에 들른 카페에서 젊은 직원들이 서빙을 하는 틈틈이 수다를 떨고 깔깔 웃는 모습을 보며, 손님들의 분위기로부터 자유로운 직원들의 모습이 부러웠다고 한 얘기가 기억납니다. 감정노동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치유를 위해 함께 고민하는 우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 병 학 경기광역자활센터장

[천자춘추] 터널(Tunnel)프로그램과 삶의 목표

청소년 힐링캠프에서 터널(Tunnel)이라는 인상적인 프로그램을 경험하였다. 청소년에게 자신을 진지하게 돌아보고 자신감을 고취시키기 위한 이 프로그램은 우선 무대 위에 학생들이 다치지 않도록 12m 정도의 푹신한 스티로폼 재질의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길이 11m, 폭 1m 정도의 검정 천으로 만든 터널을 놓는 것으로 시작된다. 학생들은 모두 터널의 가장자리를 깔고 마주 앉아 탄생의 비밀이라는 영상 자료를 보게 된다. 이어서 한 명씩 터널의 끝에 서면 강사는 본인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질문한다. 학생들이 추상적인 삶의 목표를 이야기하면 강사는 집요하게 왜 행복하고 싶은지, 나의 행복을 가로막고 장애물을 극복하고자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등의 질문을 통해 학생 삶의 목표가 확실해질 수 있도록 돕는다. 때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기를 꺼리는 학생에게는 터널 통과를 포기하게 한다. 계속되는 질문을 통해 목표가 분명해지면 터널 통과를 지시한다. 터널을 통과하려면 몸을 완전히 바닥에 밀착시키고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천 속으로 기어들어가야 한다. 비좁은 터널 속을 기어서 반대편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옆에 앉은 친구들은 친구를 격려하거나 몸을 토닥일 수 있다. 때때로 강사는 학생의 진행방향을 가로막고 자신이 무엇을 향해 나아가는지 인지할 수 있도록 명령한다. 학생들은 그 속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나는 할 수 있다를 외치면서 발악하기도 한다. 장난기로 시작한 학생들도 터널 안에 들어가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보이지는 않지만 격려해주는 친구들의 소리와 손길을 느끼면서 인간에 대한 신뢰감이 형성되고, 어떤 난관이 오더라도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해야 하겠다고 다짐한다. 이윽고 터널의 끝에 도달하면 밝은 빛이 보이고 강사가 학생을 안아준다. 모두가 박수를 치는 가운데 학생은 자신이 해냈다는 성취감에 눈물을 흘린다. 청소년 힐링캠프에 입소한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 폭력 가해 학생들이다. 겉으로 보기에 그들은 대단히 거칠고, 불안하며 인간에 대한 신뢰감이 결여되어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의 일상화된 심한 욕설과 폭력적인 행동은 왕따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기인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을 갖는 것이고, 자신감은 구체적인 삶의 목표를 전제한다. 목표가 뚜렷해지면 불안감이 사라지고 친구 입장을 배려하는 여유가 생긴다. 터널 프로그램 한번으로 인생의 목표가 정립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목표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준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이 기 복 광주시연극협회장 청석 에듀씨어터 대표

[천자춘추] ‘공유경제’의 시대가 오고 있다

요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나 공간 또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 등을 함께 나누어 쓰자는 공유경제(共有經濟, sharing economy)가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아가고 있다. 얼마 전 서울시의 어느 아파트 단지 내에 주민들끼리 책을 돌려보는 마을 책꽂이가 문을 열고, 마을 책꽂이에서는 은퇴한 사서나 자원봉사자들이 독서토론이나 구연동화 등을 통해 아파트 공동체 역할을 활성화하고 있다는 방송을 들은 적이 있다. 서울시는 올해 들어 시민들이 가진 물건이나 정보, 공간을 서로 나누고 수익도 올리는 서울시의 공유경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시민들이 쉽게 공유경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강좌도 마련한다고 한다. 공유경제라는 용어는 다소 생소하지만 개인, 단체, 기업이 갖고 있는 물건, 시간, 정보, 공간 등의 자원을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이 용어는 2008년 미국 하버드대 법대 로런스 레식 교수에 의해 처음 사용된 말로, 한 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업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 방식을 말한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특징인 20세기 자본주의 경제에 대비해 생겨났다. 즉, 물품은 물론 생산설비나 서비스 등을 개인이 소유할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 빌려 쓰고, 자신이 필요 없는 경우 다른 사람에게 빌려 주는 공유소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공유경제는 사실상 우리 일상 생활경제 모든 분야에 적용이 가능할 것 같다. 눈 깜짝할 새 훌쩍 커버리는 아이 옷도, 아이들이 싫증을 내 구석에 쌓인 장난감을 깨끗이 소독하여 이웃들과 나눠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 학원을 보내는 대신 어머니들이 대학 전공을 살려 돌아가며 아이들을 가르침으로써 사교육비도 절감하고 지식도 공유하게 된다. 또한 낮 시간 또는 공휴일에 비어 있는 관공서의 주차장을 주차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빌려줘 많은 건설비용이 드는 주차장 건설비를 아낄 수 있다. 이와 같이 아이들이 커서 필요 없게 된 장난감, 다 읽은 도서, 자신의 지식, 비어 있는 공간 등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더 없이 절실하게 필요한 것들이다. 자기 것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 내놓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어떻게 하는지 절차와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동체 회복과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공유경제의 내용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제도적 참여 장치를 마련해 앞으로 서로 나눔이 더욱 확산되었으면 한다. 김 정 섭 한국농어촌공사 CEO정책보좌관

[천자춘추] 맹꽁이와 함께 살자!

맹꽁이를 아느냐? 지난 여름 어느 고등학교 2학년 학생 전원과 대화를 나누면서 한 질문이다. 좀 어수룩한 행동을 하는 친구의 별명이라는 답변에 강당은 웃음바다가 됐다. 머리와 몸통이 구분되는 목이 없고 전체적으로 둥글고 통통한 생김새 때문에 키에 비해 아랫배가 나온 사람을 맹꽁이 같다고 하기도 한다. 300여 명 중에는 맹꽁이를 본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하다못해 선생님도 드물었다. 예전에는 맹꽁이를 그렇게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 법정보호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멸종위기종이 다 그러하듯이 과도한 농약사용, 무분별한 개발로 서식지 파괴 등으로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청주에서는 원흥이 방죽 두꺼비 보호운동이 일어났다. 아늑한 원흥이 마을이 끼고 살던 농경지에 대규모 택지단지 개발공사가 시작되면서 지하수가 솟는 방죽에 집단 서식하고 있는 두꺼비 보존문제로 시민들과 시행사인 토지공사가 대립하게 됐다. 두꺼비가 인간과 함께 살아가야 할 자연의 동반자라고 생각한 시민들은 공사 강행에 맞서 새벽 6시에도 700~800여명이 방죽에 모여들 정도의 열정으로 두꺼비를 지켰다. 2년 가까운 투쟁으로 습지는 원형대로 보전되었다. 그 후 완공된 아파트단지에는 생태도시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붙여졌고 두꺼비는 이 마을에 상징이 되었으며 해마다 축제가 열린다. 광명시 안터습지에서도 양서류가 보호되고 있다. 오래전 농경지에 용수를 공급하던 조그마한 저수지가 도시화 개발에 밀려 매립 위기에 빠졌지만 서식하고 있는 법정보호종 금개구리, 맹꽁이 등 여러 종의 양서류를 보호하자고 시민들은 요구했고, 경기도는 생태계보존지구로 지정했다. 평택 미군기지가 들어오기 전에 그 예정지에는 금개구리가 서식하고 있었다. 시민들의 요구로 국방부는 2007년 400마리를 인근 팽성읍 덕목재 부근 대체서식지로 이전시켰다. 착한 기업도 있다. 서울 신도림역 부근 사유지에 서식하던 맹꽁이들을 이곳에 대형상가를 건축하려는 기업주의 배려로 부지 내에 조성된 생태공간에서 보호하고 있다. 여기에 소요된 비용이 자그마치 50억이었다고 한다. 부평 부영공원은 일본군 조병창으로 시작해서 해방 후 오랫동안 미군부대였는데 토양이 심하게 오염된 사실이 최근 확인되면서 정밀조사와 오염제거사업을 해야 할 처지이다. 그런데 이 척박한 땅에 맹꽁이가 집단서식하고 있다. 당연히 사업기간 동안 대체서식지로 안전하게 이전시켜야 한다. 생태보존은 공존의 원리이며 미래세대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박 남 수 굴포천시민모임 집행위원장

[천자춘추] 새 정부의 문화정책에 거는 기대

팔 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이란 말이 있다. 문화예술 정책을 말할 때 가장 먼저, 가장 중요하게 떠올리는 말이다. 팔 닿는 데까지 지원은 하지만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는 이 원칙은 1945년 영국 정부가 예술평의회(Arts Council) 을 만들면서 발표됐다. 이후 팔 길이 원칙은 예술이 정치 및 관료조직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논거가 됐다. 지역사회 공공영역의 문화예술 분야에서 이 원칙이 제대로 발현되기란 사실 쉽지 않다. 지방정부나 공공기관은 물론 문화예술기관이나 민간단체가 정부 정책의 큰 그림을 이해하고 서로 파트너십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안양문화예술재단처럼 지역 예술인과 시민을 위한 문화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재단은 요즘과 같은 정권 교체기에는 새 정부가 제시하는 관련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합한 중장기 사업계획을 세우게 된다. 내달 출범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 가운데 문화 분야를 살피면 창조경제를 통해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일자리 늘리기 가운데 일부 들어 있다. IT, 문화, 콘텐츠, 서비스 산업에 대한 투자 대폭 확대를 언급한 정도에 그쳤다. 문화예술을 경제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의 하나로 인식함으로써 차기 정부의 한계라고 볼 수 있다. 세부적인 각 정책 영역별 공약의 문화가 있는 삶 분야에서 문화와 체육 및 관광 분야를 함께 다루고 있는데, 이 가운데 문화도시 선정 및 지원과 창작보호 항목이 그나마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안양문화예술재단은 문화도시 선정 및 지원정책을 검토해 안양이 가진 주요 자산인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와 함께 지난해 국악계의 관심을 끌었던 기획공연 이판사판 콘서트를 통해 특화된 도시 브랜드 가치 창출 및 문화기반시설 활성화 정책의 성장 발판이 되도록 하려고 한다. 또한 문예 진흥기금의 지역 문화예술지원 확대나 지방 순회제 지원 강화 등의 정책에 맞춰 지역 시민의 요구와 시장 수요에 조응하는 사업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 밖에 창작보호 정책과 관련해서는 지난해부터 공들여 온 지역예술인 창작지원 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벌임으로써 지역 문화 생태계의 다양성을 활짝 꽃 피우고자 한다. 새 정부의 문화예술관련 정책이 아직은 구체적으로 제시된 바 없지만, 부디 바라건대 지원하는 팔은 되도록 길게 늘이되 창의적인 여건이 조성되도록 팔걸이의 원칙이 잘 지켜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노 재 천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이사

[천자춘추] 떠난 사람

조직생활을 하면서 조직구성원들과 거의 일생을 같이 지내다가 헤어지게 되는 것이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통상적인 모습이다. 일과가 바쁘고 정신없이 생활을 하다 보면 세월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어찌 보면 가족들보다도 같이 지내는 시간이 더 많은 것이 우리네 조직생활이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같이 지내다 보니 정도 들고 친밀감과 우애가 돈독해지게 된다. 그러나 조직을 떠나고 나면 상황이 그렇지를 못하는 것 같다. 필자의 경우 조직을 떠나신 선배님들로부터 간혹 연락이 오거나, 아니면 필자가 안부인사 겸 직접 연락을 드려 식사를 모시는 경우가 있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조직을 떠난 선배님들이 한결같이 쓸쓸해하시는 모습들이 엿보인다. 선배님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다 보면 후배들로부터 전화 한 통이 그립다고 한다. 하기야 후배들도 마음이야 있겠지만 바쁜 조직생활 속에서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어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보여진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경우의 얘기를 듣고 보면 마음이 매우 허전함을 감출 수가 없다. 즉 선배님들이 현직에 계실 때에는 마음의 선물도 종종 받으셨는데 조직을 떠나고 나니 선물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거의 없다는 말을 한다. 그 말의 내용을 가만히 살펴보면 선배님들이 그동안 주위의 사람들과 인간적인 관계가 아닌 이해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조직생활 속에서 살아왔구나 하며 외로워하는 느낌을 받았다. 필자도 마찬가지로 떠나신 선배님들에 대한 생각이나 마음의 선물을 제대로 보내 드린 적이 거의 없음을 알게 되었다. 필자가 아직은 현직에 있으니 선배님들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또 필자가 앞으로도 평생 조직생활을 계속해서 할 것이라는 순간적인 착각과 오만 속에 사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필자도 예외 없이 조직을 떠나게 된다. 필자도 막상 조직을 떠나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니, 앞으로 선배님들에게 자주 안부인사를 드리고 챙겨드려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필자가 나중에 선배님들로부터 최소한 고맙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말이다. 그것도 선배님들이 살아계실 때 기회를 놓치지 말고 소중하게 해야 할 일이라고 다시 한 번 마음의 다짐을 해본다. 하루가 다른 환절기 날씨 속에 유명을 달리하시는 선배님들이 많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내가 한 행동이 후배들에게도 전해져 나중에 필자가 은퇴한 이후에 후배들로부터도 좋은 소식을 혹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 본다. 우리나라와 사회와 가족들을 위해서 일생동안 공헌을 해 오신 선배님들의 좋은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김 광 철 한국폴리텍Ⅱ 대학장

[천자춘추] 시민을 위한 화합의 정치

공동체 생활을 하는 우리는 혼자서는 살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서로 나누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개성체로 살아가고 있는 공동체 집단이기에 서로의 욕구가 다르고 생각이 다릅니다. 많은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여 더 좋은 행동 방식의 틀을 만들기 위해 정치는 어쩌면 우리 생활에서는 떨어질 수 없는 일상의 일일 것입니다. 모든 사람을 대표하여 집단 간의 이익을 잘 대변해 달라고 뽑아준 사람들의 마음을 알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의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변자들이 가지는 힘을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하며, 개인의 이익만을 쫓아가는 안타까운 일을 보게 됩니다. 잘못된 행정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을 보면 그 일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데 오히려 행정 뒤에 숨어 자신을 치장하기에 바쁜 지자체 단체장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요즘 지자체의 소액 공사는 수의계약을 하여 지역의 군소 업체에 경제적 도움을 줄 수 있음에도 전자입찰을 통해 타지역의 업체가 공사를 수주하는 걸 보면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행정평가 전국 1위, 2위를 하는 것보다 시민들의 행복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 지자체 단체장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자체 단체장의 임기는 4년입니다. 임기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급급하여 단기 성과물에 몰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중ㆍ장기적인 사업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행정을 방패 삼지 말고, 시민이 필요한 일이라면 법을 바꾸어서라도 해야 합니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뉴타운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만지작거리는 모습도 보게 됩니다. 국회의원이나 경기도의원, 시의원들 모두 시민을 위해서 일하며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자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을 한 사람의 업적으로만 포장하는 일은 편협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민과 함께 모두 하나 되어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소통이고 상생이지 않겠습니까. 요즘 사람의 인생은 참 짧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짧은 인생에 성장하고 배우고 바쁘게 일하며, 성공도 하고 누리기까지 해야 합니다. 그러니 너무 바쁜 삶의 연속입니다. 이제 우리는 성공을 분배하며 재생산하고 함께 누리는 나눔의 정치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천자춘추 마지막 원고를 쓰며 생각해보니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인 것 같습니다. 겨울이 계속될 것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봄은 오고 꽃은 피어납니다. 희망이 넘치는 나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박 동 우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장

[천자춘추] 융합이 가치를 키운다

수소는 수소고 산소는 산소다. 이 둘이 화학적 반응을 거쳐 하나로 되면 물이 되는데 이를 융합이라고 한다. 탱자나무 대목에 귤나무 삽목을 접을 붙인다면 이는 결합이다. 전기로 가다가 가솔린으로 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복합이고, 연료와 쓰레기를 같이 태워서 에너지를 얻는다면 병합이고, 된장에 갖은 양념을 하여 쌈장을 만든다면 이는 혼합이다. 이렇게 둘 이상을 합하되, 그 과정이나 방법 등에 따라 용어가 달라지고 내용이 다르지만 이 글에서는 편의상 뭉뚱그려 융합이라고 쓰고자 한다. 2011년에 시행된 산업융합촉진법에서도 결합과 복합을 아우르는 용어로 융합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무리가 아니라고 본다. 대체적인 가치체계나 가치사슬은 가치에 가치를 더하는 부가가치의 개념으로서 일대일 관계나 일자형 또는 순차형 사슬을 형성하는데 가치의 증가는 점진적이다. 융합의 가치사슬은 체인형, 순환형, 교환형, 다자형 등으로 복잡다단하게 나타나는 반면에 그 가치의 증가는 폭이 크다. 정보기술과 통신기술이 만나 휴대전화가 되고, 콘텐츠에 디자인이 보태져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는 것은 기술융합이다. 똑똑한 총각과 아름다운 처녀가 결혼하는 것은 인간융합이라 볼 수 있다. 과자장사와 화장품장사가 각각 장사를 하다가 한 점포에서 같이 모아 장사를 하면 상품융합이고, 투자자들이 모여서 투자를 하고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책임진다면 돈과 사람 간 융합이다. 이렇듯 융합은 개념도 방법도 구성요소도 모두 다를 수 있지만 그 출발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차이에 있다. 아니라는 것이 아니고 다르다는 것이 모든 융합의 단초가 되는 것이다. 그 기반은 미래학자들이 과거에 오늘날을 예측하여 지식사회로 규정한 바 대로 지식 그 자체에 있다. 여기서 지식이라 함은 사건을 통째로 외워서 뇌에 저장해 놓는 정태적 지식이 아니라 지식을 가공, 변환, 융합한 동태적 지식 즉 창의적 지식을 일컫는다. 죽은 지식이 아니라 살아있는 지식, 잠든 지식이 아니라 깨어 있는 지식 그 자체가 융합의 기반이다. 한 사람의 지식과 다른 사람의 지식 즉 차이 나는 두 지식이 합쳐질 때 융합의 가치가 상승하는데 그 합치는 과정이 바로 소통이다. 지식가치를 교환하거나 부가하는 과정은 소통 없이 실현되기 어렵다. 지구 상의 동물 중 가장 성공적인 번식종은 사람과 개미와 벌인데 이들의 성공요소가 바로 소통이다. 차이를 귀중히 여기고 여기에 소통을 수단으로 삼아 지식을 서로 보태면 융합이 일어나 이는 개인이든 가족이든 국가사회든 간에 가치창출로 귀결됨을 확신한다. 최 유 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원지원장

[천자춘추] 희망

아이들과 함께 오랜만에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 매트릭스의 감독인 워쇼스키의 작품 클라우드 아틀라스입니다. 우리나라 배우인 배두나가 출연하고, 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개봉하기 전부터 화제가 된 작품입니다. 영화는 미국에서 노예제가 성행했던 1849년부터 미래사회인 2321년까지 500여 년의 시공간에 걸친 여섯 개의 스토리를 보여줍니다.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내용도 연결이 잘 안 되고, 대사도 유치한 듯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함께 영화를 본 아이들은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고 합니다. 저도 잘 연결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집중해서 보느라 머리가 아팠습니다만 몇 가지 장면은 선명하게 여운을 남깁니다. 영화는 미국 노예제도의 야만성과 함께 살아있는 생명체로의 권리가 철저히 부정 당하는 미래세계의 복제인간을 대비시키며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사회구조가 과거에도 존재했고, 미래에도 존재할 것임을 암시합니다. 영화 속 이야기로만 넘기기에는 현실하고 너무 닮아 있습니다. 미국에서 노예제도가 성행할 무렵 자본주의의 종주국이었던 영국에서는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으로 고통을 받았습니다. 특히 16세 미만의 아동노동이 일반화되어 있어서 하루 14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으로 고통받았습니다. 그 결과 당시 영국 노동자들의 평균연령은 20세를 넘기지 못했다고 합니다. 최근 방영한 SBS스페셜 최후의 제국에서는 오늘날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사회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의 어린아이들은 5명 중 1명꼴로 빈곤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45명당 1명은 집이 없어 모텔이나 자동차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영화만큼 암담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영화와 다름없는 일이 현실에서도 반복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 속에서 여전히 희망을 봅니다. 영화에서도 복제인간(배두나)은 처형을 앞두고 이런 일을 왜 했나라는 심판관의 질문에 실패할 줄 알았지만, 물방울 하나하나가 모여 바다를 이루듯 이런 노력이 모여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 모두가 좀 더 진지하게 우리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고,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 병 학 경기광역자활센터장

[천자춘추] 미술관의 소장품

모나리자는 루브르박물관의 얼굴이다. 필자도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를 보고자 유독 많은 사람이 몰려 있는 모나리자 앞의 군중이 된 적이 있다. 모나리자가 없는 루브르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대표작이 미술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이는 미술관의 가치는 미술관이 어떤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미술관에 대한 평판은 단순히 소장품만으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설과 시설관리, 서비스, 좋은 기획전시, 교육, 미술관 종사자의 수준, 운영 비전, 고객 만족도 등 다양한 관점에서 미술관을 평가할 수 있다. 평가 요소가 다양한 만큼 미술관 운영에서 그 어느 부분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특히 항구적인 미술관 평판을 낳는 것은 소장품의 성격과 양, 질이다. 공립미술관 중에서 소장품 성격이 분명한 미술관은 철을 소재로 하는 작품을 수집하는 포항시립미술관을 들 수 있다.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과 같이 작가를 기념하는 미술관은 더더욱 분명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립미술관은 어떤 작품을 소장함으로써 미술관 성격과 특성화를 기할 것인가가 분명하지 않다. 설령 미술관 소장품의 방향을 설정하고 특성화하려는 노력을 하고자 한다 해도 예산 확보 없는 소장품 구입은 불가능한데, 자치단체나 의회에서 인색한 부분이 소장품 구입예산이다. 미술작품의 투자가치는 단기적으로는 일반 상품의 수익률보다 낮다는 것이 경제학적 일반론이다. 경기를 많이 타고 환금성이 떨어지므로 손실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애호가 아닌 단기 투자 목적의 수집은 별로 권할만하지 못하다. 개인과 달리 공공 미술관은 미술관의 성가를 높이고 외부성을 극대화할 수 있으므로 투자 목적보다는 유증가치 측면에서 우수한 작품을 소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다고 유명한 작품을 소장한다고 다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미술관의 미션이나 비전과 관련 없는 유명 작품을 한두 점 소장하는 것보다는 그 미술관의 성격에 맞는 작품을 소장하는 것이 미술관이 경쟁력을 갖는 방법이다. 양평군립미술관은 지역 미술관의 성격에 맞게 양평 지역작가와 유명세보다는 창의성(creative)을 기준으로 미래가치가 높을 것이 예상되는 다양한 방식의 현대 작품을 소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것이 우리 미술관이 다른 근대미술관과 차별성을 갖는 현대미술관이 될 수 있는 길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철 순 양평군립미술관장

[천자춘추] 치매를 통해 바라보는 인간의 삶

팔순의 노모가 치매를 앓고 있다. 7~8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다 증상이 심해져 안산에 있는 요양병원으로 어머니를 모셨다. 아버지가 매일 운동삼아 걸으실만한 위치에 있는 곳이라 어느 정도 안심이 되었다. 지난 5일이 어머니 생신이었다. 다른 형제들은 어머니를 찾아뵈었으나 필자는 여러 가지 이유로 못 찾아 뵈었다. 공연도 끝났으니 지금이라도 찾아뵈라는 집사람과 딸들의 성화를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식들이 모이는 것을 누구보다도 좋아하셨던 분이라 매년 어머니 생신은 형제들이 모두 모이는 집안의 주요 행사였다. 그런 어머니의 2013년 생신은 맛있는 음식도 선물도 없이 너무나 초라하게 지나갔다. 상황에 대한 판단능력도 없고, 누가 와도 못 알아본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위안을 삼고 가볍게 생각했던 필자의 태도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어머니는 일제시대에 태어나셨고 6ㆍ25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열심히 자식들을 키우며 치열하게 사셨던 분이다. 그 세대의 숙명처럼 고생을 몸으로 받아들이시면서 자식들에게 헌신하셨던 분이셨기에 자식들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강하신 분이셨다. 이제 자식들의 효도를 받으면서 행복한 노년을 보내셔야 할 시점에서 모든 기억을 잃으셨으니 치매는 인간에게 참으로 가혹한 질병이다. 노년기에 접어든 인간에게 치매가 주는 공포가 얼마나 큰 것인가는 치매와 관련된 보험상품으로 넘쳐나는 홈쇼핑 광고만 봐도 짐작이 간다. 삶의 추억을 잃는 것이 자신의 정체성을 잃는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치매를 암보다 무섭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은 이유는 암환자는 마지막까지 자식들의 효도를 받으면서 생을 마감할 수 있지만, 치매환자는 자신이 누군지도 모른 채 생을 마감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치매는 정상이던 지능이 여러 가지 원인으로 기능이 저하되어 나타나는 증상으로 현대의학으로도 치료가 힘들다고 한다. 30대 후반이면 누구나 시작된다는 치매는 기억력, 이해력, 계산력의 상실에 이어 시력과 청력, 미각의 상실에까지 이르게 된다. 원인으로는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 뇌의 노화 등을 꼽지만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우울증이 치매의 원인이라는 사실이다. 어머니 세대가 공통으로 느꼈을 엄청난 삶의 스트레스가 치매의 원인은 아니었을까? 가족에게 헌신하면서도 정작 본인들은 심한 외로움 속에서 살아가야 했던 그분들께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식들의 사랑과 관심이 아닐까? 찾아온 자식의 얼굴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시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지독한 외로움이 느껴졌다. 이 기 복 광주시연극협회장 청석 에듀씨어터 대표

[천자춘추] 교장선생님, 삼락회원 어떨까요?

1월9일자 기사이다. 전남 광양지역에서 전과 12범인 70대 초등학교 경비원이 집 앞 초등학교에 놀러 온 중학교 2학년생인 A양(15)에게 돈이나 음료수, 과자 등을 주겠다고 꾀어 경비실로 데려가 10여 차례 성폭행한 기사였다. 광주지역 중학교에서는 배움터 지킴이가 1학년 여학생을 상담과정에서 강제 성추행했고, 학교 옥상에서 초등학생이 장애인 동급생을 성추행한 사건도 있었다. 학교에는 24시간 CCTV가 돌아가고, 출입구 시건장치로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방문객에겐 지킴이가 개인 신상과 방문 목적을 기록한다. 지킴이는 아침 등굣길 안전 지도와 학교 울타리와 복도 순시 후 학교장에게 이상 무를 보고 한다. 청원 경찰과 특수경비원도 배치하기도 한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을 성폭행하는 학교 안전 지킴이를 지키는 사람은 누구인가? 역할을 주기전에 전과자인지, 학생 보호에 책임감과 사명감이 있는지를 누가 평가하고 있는가? 학부모들과 교직원은 교장이 당연히 잘 했겠지하며 지킴이보다 교장을 더 믿는다. 학교장은 용역회사를 믿는다. 그런데 지킴이들이 어린 학생들을 성추행, 성폭행하는 사건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젠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그 많은 CCTV설치와 지킴이와 경찰을 투입해도 학교장의 의지와 지속적인 관심, 그리고 이에 대한 전문적인 상식이 부족하면 사건은 발생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요즘 교장들은 혁신교육과 창의ㆍ지성 교육은 수없이 받지만 학생 성폭력과 폭력에 대한 연수 시간은 미흡하다. 필자 역시 42년 동안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 사건들이 거의 전과범의 소행이었다. 그래서 이제부터 지킴이를 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은 삼락회원들에게 맡겨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일부 후배들은 선배들이 지킴이를 한다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고 함께 생활함을 불편하다고 생각한다. 40여년 동안 교육 경험과 제자 사랑 가득하고 생활지도를 아는 삼락회 회원들은 학부모, 교직원 학생들에 대한 기본 생활 예절을 알고 잘못하면 망신당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퇴직 교원 출신의 지킴이가 학생 성폭행 사건은 아직 없었다. 특히 경기교육삼락회에서는 올해부터 학교안전 지킴이와 방과 후 강사, 용역 당직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청과 협력하여 성폭력과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수료증도 줄 예정이다. 교장 선생님, 지킴이로 인생 2막 3장을 봉사하고 싶어 하는 삼락회원들이 많습니다. 이젠,삼락회원을 안전 지킴이로 하면 어떨까요? 전 근 배 경기교육삼락회장前광주하남교육장

[천자춘추] 긍정의 힘이 넘치는 癸巳年

대학교수들이 흑뱀의 해인 올해를 사자성어로 제구포신(除舊布新)으로 정했다고 연초에 신문에서 본 적이 있다. 제구포신이란 춘추좌전에 나오는 말로 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펼쳐낸다는 뜻이다. 춘추좌전의 기록을 보면 소공(昭公) 17년 겨울 하늘에 혜성이 나타나자 노나라의 대부(大夫) 신수(申須)가 이를 제구포신의 징조로 해석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혜성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불길함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는데 오히려 이를 변혁의 징조로 본 것이다. 새해 사자성어를 추천한 이종묵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변혁은 불길함의 징조가 나타날 때 필요한 것이라며 다만 그 변혁은 백성의 믿음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제구포신의 사자성어의 속뜻을 알고 보니, 어떤 것에 대한 긍정과 부정적인 생각이 나중에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보일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할 수 있다와 할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전자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경험상 종종 볼 수 있다. 한 예로 무조건 안된다고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가정해 보자. 난 할 수 없어, 무엇을 해도 난 안돼! 이런 주문을 외우는 상황에서 과연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미리부터 할 수 없고 안된다는 생각 속에서 일한다면 결과는 너무 뻔하지 않을까? 반면에 할 수 있다는 긍정의 마음으로 시작 한 일이라면 그 결론 역시 바람직하게 결과가 나올 것임은 분명하다. 이런 생각 속에서, 긍정의 사고와 부정의 사고를 다시 소통과 불통으로 연결지어 생각해 본다. 소통은 나와의 생각이 비록 다를지라도 서로가 설득시키고 이해하면 하나의 생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게 소통이다. 즉 같은 생각, 다른 생각 모두 통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에 불통은 그 출발부터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관계로 나 이외에는 설득도 이해도 필요 없다는 부정적인 의식을 포함하고 있다. 불통은 지신의 생각이 맞고 틀림에 상관없이 그 어떠한 행위 자체가 무조건 안 된다는 입장이 강하다고 할 수 있겠다. 올해는 5년간 우리나라를 이끌고 갈 새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는 한 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보다 나은 미래를 약속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긍정적인 사고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묵은 것들을 과감히 떨쳐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하는 제구포신(除舊布新)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모든 이에게 긍정적이고 소통하는 희망찬 癸巳年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 정 섭 한국농어촌공사 CEO 정책보좌관

[천자춘추] 피라미는 피래미가 아니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송된 연속극에서 사장을 잡아야지! 피라미는 잡아서 뭐 하냐?라는 대화가 나온다. 의료보험수가를 결정하는 약가협상 대상에서 청구액이 수백억원대가 되고 약품비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대량 사용품목들을 제외하고 있다는 비판기사에 사용한 비유도 큰 물고기는 건드리지 못하고 피라미만 잡는다였다. 어느 정치인은 피라미가 월척이 될 수 있느냐면서 겸손을 떨었다는 얘기도 있다. 여기에서 피라미는 영향력이 없거나 숫자는 많지만 조무래기 수준, 또는 경험이 별로 없어 돋보이지 않거나 신뢰를 줄 수 없는 경우를 뜻한다. 그러나 이런 표현들은 피라미를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어떤 사람이 송사리와 같이 피라미를 잔챙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가 우연히 불거지라고도 부르는 수컷의 실물을 보고 피라미는 피래미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피라미 크기는 10㎝내지 15㎝ 정도로 그렇게 왜소하지 않다. 수컷은 평소 은백색이지만 산란기가 되면 등쪽은 청록색이 되며 주둥이와 머리 아래쪽은 적갈색, 지느러미는 붉은 빛을 띤 황색이 나타나며 혼인색(婚姻色)으로 화려하게 변신한다. 도시 생태하천으로 다시 살아 난 안양시 학의천에는 피라미가 정말 많이 서식한다. 도심 하천에 피라미가 찾아왔다고 시민들이 반가워하는 것은 수질이 그만큼 좋아졌다는 사실의 확인이다. 피라미는 최소한 2, 3급수 정도에서 서식하지만 메기나 잉어는 그보다 수질이 나쁜 4, 5급수에서 살고 있다. 내가 만난 어느 시골 할아버지가 동네 냇가에 요즘 피라미는 없고 잉어가 잡힌다며 걱정하는 그 이유도 평범하던 농촌에 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하천이 더러워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에서만 아니라 농촌마을에서도 피라미는 귀중한 대우를 받는다. 울진군의 굴구지라는 오지마을의 왕피천에서는 매년 6월에 피라미축제가 열리는데, 인기가 대단하다. 피라미가 동네를 유명하게 만든 경우다. 조선시대 백과사전이라는 재물보에 피라미를 백찬(白餐), 또는 찬어(餐魚)라고 기록한 걸 보면 옛날에도 매우 요긴한 먹거리로 인정받았음을 알 수 있다. 습성도 매우 착하다. 보잘 것 없다는 피라미가 자기와 비슷하게 생긴 갈겨니라는 고기와 서식지를 공유하는 곳에서는 상대방의 먹이인 수서곤충을 잡아먹지 않고 양보한다. 개천에서 용커녕 피라미도 나오지 못한다라는 승자독식의 세상에서 피라미의 더불어 삶이 그래서 돋보인다. 피라미를 우습게 보지 말자! 박 남 수 굴포천시민모임 집행위원장

[천자춘추] 엄마와 힐링

치유(healing)가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다. 치유 대신 주로 힐링이란 외래어로 더 많이 표현되는데, 올해 문화계의 여러 키워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힐링뮤직이라든가 힐링미술이 부각되는가 하면 힐링 효과가 있다는 책들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힐링의 사전적 정의는 말 그대로 몸과 마음의 치유다. 평범한 이 낱말이 사회적 키워드로 쓰일 때는 그 무게 중심이 몸 아닌 마음 쪽으로 쏠려 있다.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이 많은 시대이기 때문이다. 장기간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양극화 심화, 극심한 실업난은 거의 전 지구적인 문제가 됐다. 비록 물질적 풍요를 구가하고 있다하더라도 불안으로부터 예외일 수 없는 상황이고 보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위로받고 치유되어야 대상이라고 봐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굳이 이처럼 거창한 문제를 들지 않아도 평범한 일상의 삶 속에서 내상(內傷)을 입고 사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이를테면 우리 시대의 엄마들이 그렇다. 결혼 전 나름대로 각자의 성취를 위해 달려오다가, 결혼 이후 임신과 출산, 육아라는 과정과 함께 가사노동 등으로 자기 이름을 잃은 채 살아가는 게 대부분 엄마의 현실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설 수 있을 때 즈음이면 이른바 경력 단절 여성이라는 깊은 내상(內傷)을 입은 상태여서 자기 성취는커녕 노동 시장 진입조차 쉽지 않다. 누군가의 아내와 누군가의 엄마 또는 며느리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상황에서 한때 꾸었던 꿈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잊히거나 스러진다. 안양문화재단의 지난 한해 마지막 공연은 그런 엄마들의 무대였다. 20여명의 엄마들이 8개월 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두 차례 무대를 통해 선보였다. 주제는 물론 엄마들의 이야기였다. 공연 중 상당수 관객은 공감의 눈물을 흘렸고, 공연 뒤에는 엄마들이 눈물을 쏟았다. 엄마들의 유쾌한 반란이라는 이 프로그램에 스스로 참여한 엄마들은 첫 모임에서 한결같이 잊혀진 그 무엇을 찾고 싶다고 했다. 더러 반란이란 말에 이끌려 왔다고도 했다. 여전히 육아와 가사노동으로 분주한데도 공연을 앞두고는 모든 걸 접고 연습에 몰입하기도 했다. 연극이 끝난 뒤 엄마들이 과연 잊힌 것을 되찾는 것으로서의 치유가 이뤄졌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시민의 일상과 함께 하는 문화라는 기치를 내 건 문화재단으로서 마땅히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또렷하게 보여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아픈 마음의 치유에는 문화가 가장 주효하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 그렇다. 노 재 천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이사

[천자춘추] 조직

우리는 성장하면서 소정의 교육을 받고 성인이 되면 사회에 나가서 각자 맡은 바 분야에서 조직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조직생활을 하게 된다. 조직은 성장배경도 다르고 성격도 상이한 여러 사람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고 좋은 업무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 협력과 화합, 단결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조직에서 이것들을 이루기란 쉽지 않다. 혈연으로 뭉쳐진 가족들 간에는 어떠한가. 어려워 보이는 협력과 화합, 단결이 가족들 간에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자연적으로 이루어진다. 또 조직생활을 하면서 타인의 허물을 쉽게 말하는 경향이 있지만 가족들 간에는 단점을 좀처럼 외부에 나타내지 않고 오히려 감싸준다. 이것은 어찌 보면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들로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족 형성 단계를 살펴보면 가족들도 타인과 타인이 만나서 결혼하고 직계존비속의 형태를 유지한다. 즉 혈연적인 관념을 제외하고는 타인이라고 하는 원천적인 개념에는 사회의 조직구성원과 별 차이가 없다. 다만, 혈연이냐 아니냐 하는 관념적인 차이가 존재함으로써 사회적 행동의 양상이 크게 달라진다. 우리가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이러한 원천적인 개념의 차이를 극복할 방법은 없는가하는 문제이다. 우리가 이것만 극복한다면 조직생활이 아주 즐겁고 행복할 것이다. 또한 업무적 성과도 극대화될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가족들 간의 삶이란 매우 훌륭하고 아름답다. 부모는 희생을 마다치 않고 자식들을 양육하고 교육시키며 나중에 대가를 전혀 바라지도 않는다. 우리가 타인들과 같이 조직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가족생활에서 행하는 희생, 봉사정신의 1/10만 이행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아주 큰 행복과 보람을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조직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아니면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책임자로서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가? 어려움 속에서도 업무적 성과를 이루기 위해 고생을 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는 가족 정신과 같은 희생, 봉사, 협력의 정신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는 무언의 호소가 있다고 보여진다. 많은 기업가들이 좋은 인재들을 많이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아마도 기업에서 좋은 인재란 능력이 아주 뛰어나고 두뇌가 명석한 사람들을 의미할 수도 있겠으나 앞서 언급한 화합, 단결, 희생, 봉사, 협력의 정신을 갖추고 있는 인재들을 더 필요로 할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우리는 조직생활을 하면서 가족과 같은 조직구성원들을 몹시 그리워하고 요구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보인다. 김 광 철 한국폴리텍Ⅱ대학장

[천자춘추] 2013년 계사년 맞이하며

공사장에서 고려청자가 나왔습니다. 사장은 귀한 물건인 것 같은데 얼마에 팔아야 하나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도자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있다기에 고려청자를 보여주며 3천만원을 주면 이 고려청자를 판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도자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2천만원에 팔면 사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사장은 고려청자를 팔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 모두 고려청자의 진정한 가치를 모르는 것입니다. 다음날 사장은 직원을 시켜 유명한 골동품 가게를 찾아가 보라고 했습니다. 골동품 가게 사장은 고려청자의 보관 상태가 좋고 모양이 훌륭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9천만원에 사겠다고 했습니다. 직원은 사장님이 3천만원에 팔려 했던 물건을 9천만원에 산다고 하니 좋아서 팔았습니다. 사장은 무척 좋아하며, 직원에게 포상하였습니다. 골동품 사장은 고려청자기를 자기가 개발한 약을 발라 광택을 내고 더 잘 관리하여 진열해 놓았습니다. 골동품 수집가가 상점에 들러 고려청자를 보고 고려청자를 사겠다고 했습니다. 주인은 얼마에 사겠느냐고 물으니 제가 생각한 가격에 판다면 사겠다고 했습니다. 골동품 수집가는 9억원에 팔면 사겠다고 했습니다. 골동품 가게 주인은 10배의 값을 더 받고 고려청자를 팔았습니다. 골동품 수집가는 고려청자의 값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 고려청자는 90억 상당의 국보급 보물이었습니다. 국보급 그림을 창호지로 사용했다는 이야기나 골동품 가게에서 헐값에 산 옛 물건이 국보급 보물이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본 이야기입니다. 오늘 제가 이런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유는 만사의 모든 일이 이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함입니다. 가족의 가치, 사랑의 가치, 희생의 가치, 생명 가치의 진정한 값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값을 모르니 헌신짝처럼 쉽게 버리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2012년에는 정말 많은 사건 사고들이 있었습니다.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2012년 12월 21일 인류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죽음은 삶의 종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류 전체의 종말은 모르겠지만 삶의 종말을 우리는 언제가 맞이하게 됩니다. 그 순간까지 우리는 우리의 삶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삶의 값은 얼마일까요? 단 한 번 밖에 없는 삶입니다. 내가 있기에 세상은 존재합니다. 내가 없는 세상은 종말을 맞은 것이 아닐까요? 우리는 이 세상 유일한 개성의 존재자입니다. 2013년 새해에는 잃어버린 자신의 값을 확실히 발견하여 그 빛을 발하는 한 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박 동 우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장

[천자춘추] 다름 인정이 통합의 단초

새해가 되면 여느 해보다는 나을 걸로 모두 희망을 갖게 마련이다. 한 세대 30년을 통계로 보면 단기간의 굴곡은 있다 치더라도 점차 나아지고 있음은 사실이고 이는 희망의 구체화로서 고단한 우리네 삶을 지탱해주는 원동력이다. 장기 발전의 원동력이 희망이라면 이 원동력을 갉아서 발전을 더디게 하는 것은 곧 갈등이고 갈등은 분열에서 비롯되는 만큼 통합을 정치적ㆍ사회적ㆍ경제적ㆍ문화적 가치로 여긴다. 오늘날의 갈등은 지역, 성별, 인종 등 이분법적 접근이 가능한 모든 분야에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치유가 필요하다. 지역의 갈등은 동서갈등이 대표적으로서 거의 반세기에 걸쳐 고착된 현상이고 이는 정부인사와 산업배치 그리고 각 생산단위 내의 하이어래키상에서 끼리끼리 편 가르기에서 비롯되었다. 다행히 새 정부에서는 탕평인사와 지역균형 발전 등이 추구되고 있으니만큼 이에 부응해서 각 생산단위 내에서도 편 가르기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고 이는 각급 현장 CEO의 열린 마음이 긴요하다. 빈부 갈등은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극빈층 등의 단어에서 풍기는 뉘앙스처럼 이는 삶에 있어서 절실함이 배어 있는 것으로서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성장과 분배라는 두 바퀴가 같이 가야 함은 70년대 경제개발론과 사회개발론이 대립하면서 논쟁이 벌어졌을 때 이미 결론이 난 사실이다. 근래에 한편에서는 분배론을 또 다른 한편에서는 성장론을 이슈화하여 국민의 시야를 편향시키다 보니 훨씬 가난했던 옛날보다 오히려 오늘날 갈등을 키운 면이 없지 않다. 이외에도 복지와 양성평등, 다문화 가족, 종교 심지어 출신학교까지 갈등이 곳곳에 내재되어 있어 그 대책 등도 다양하게 모색되고 있다. 이와 같은 복잡다기한 갈등은 뜯어보면 모두 다 이분법적인 사고와 각각의 사고에 대한 우선순위의 설정에서 내재되고 증폭됨을 알 수 있다. 갈등은 키우는 시간보다 치유하는 시간이 훨씬 더 걸리는 것이므로 치유되기까지 참기가 쉽지 않더라도 마땅히 그 시간을 견뎌야 한다. 그냥이 아니고 이분법적 사고의 각각의 근원을 살펴보아 그 다름을 인정하면 치유의 시간을 견디기가 쉽고, 그 다름 인정이 곧 통합의 단초로 성립한다. 올해도 경제학자의 예측으로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한만큼 마음을 좀 더 너그러이 먹고 희망의 길을 걷고, 없이 살아도 통합으로 모두 맘 편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최 유 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원지원장

[천자춘추] 경쟁과 서열이 없는 학교가 있을까?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이 당선 8일 만에 중1 시험 폐지 공약을 철회했다. 중1 시험은 있지만, 진로탐색을 집중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중1의 시험은 현재 교과별 20~25문항으로 객관식, 주관식, 서술식으로 출제 된다. 한 개 문항이 10점짜리도 있다. 이 점수로 등급을 내어 고교 진학에 반영한다. 전에는 그 점수가 인문계 실업계로 나누는 기준도 되었다. 개인의 교과별 능력은 중시하지 않고 점수에 의해 진로가 결정되기도 하였다. 이것이 중 1시험 페지론의 배경이 아닌가 싶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교사들은 인성교육과 개별 능력 신장과 진로교육에 노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점수에 무관심한 학생과 학교들은 뒤쳐지게 마련이다. 이들은 경쟁할 이유도 없고, 도전 정신도 희미해져 마음만은 편할지 모른다. 그러나 시험이 존재할 때에는 1시간 수업 목표를 알고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경청교육도, 몰입 교육도, 수업 전 예습도 수업 후 직후 복습도, 핵심 노트, 오답 노트로 형성 평가와 단원 말 평가 대비에 노력할 것이다. 이것이 시험제에서 얻어지는 장점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목표 도달을 위하여 직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생활로 삶에 성공의 바탕이 될 것이다. 흔히 1등만이 미래 사회에서 살아남는다고 한다. 1등을 양산해야 한다. 그러나 종합 성적의 1등은 1명이지만 360도 방향에서의 1등은 360명이 된다. 한 줄서기의 경쟁이 아니라 내 분야의 최고가 되기 위한 경쟁이 필요한 시대이다. 그러기에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진로교육이 필요하다. 이것이 이어령 교수의 360도 방향의 진로 교육이다. 아무런 목표 없이 남들을 뒤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360도 방향에서 내가 1등 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한 사교육비는 필요하다고 본다. 학부모의 사교육비 줄이기만 위하여 시험제 폐지는 바람직스럽지 않은 것 같다. 사교육비도, 경쟁도, 서열도, 필요한 학생에게는 주어져야 한다. 인간 사회에서 서열과 경쟁이 없는 곳이 어디 있는가. 국가간, 기업간, 조직내에서도 선의의 경쟁과 최고가 되겠다는 나와의 경쟁이 필요한 시대이다. 어쩌면 이것들이 시험에서 얻어지는지도 모른다. 이제, 시험제 폐지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평가 문항이 경쟁 사회의 바른 삶을 대비하는 문제로 전환되었으면 한다. 시험제 폐지하여 초ㆍ중학교 때부터 경쟁없는 학교를 만들어 학생들의 행복을 찾는다는 것은 꿈일지도 모른다. 전 근 배 前광주하남교육장 경기교육삼락 회장

[천자춘추] 교육과 창의력

계사년 서설이 내렸다. 새해 첫눈은 풍년을 알리는 좋은 징조로 여긴다. 서설이 내린 아침에 문득 바람직한 교육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봤다. 어렸을 때 가장 싫어했던 과목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산수, 자연과목보다 미술, 음악을 드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암기식 공부였던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 인지도 모른다. 가끔 예외로 미술 시간, 음악 시간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지만, 잘 그리지 못하고 노래 잘 부르지 못한 대부분의 친구들에게 음악과 미술 시간은 고역이었다. 문제는 어렸을 때 이러한 미술과 음악 수업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 음악, 미술을 기피하는 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예술 교육은 크게는 표현, 창작 교육과 문화 소비 교육으로 나눌 수 있다. 표현 중심의 예술교육은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고통이었던 것이다. 반면에 예술을 소비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은 상대적으로 소홀하였다. 문화예술 소비 교육은 인성뿐 아니라 인생을 즐겁고 가치 있게 사는 원동력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사정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링컨센터의 교육연구소 수업을 참관한 적이 있는데,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 한 장면을 연기하고 그 연극을 본 소감을 즉석에서 질문하고 토론하는 청소년 문화교육이 인상 깊었던 적이 있다. 명화 앞에 앉아 그림을 모방해 그리는 외국의 미술관 박물관 현장 수업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미술관은 대부분 교육장으로 활용되지 않았고, 학교 수업으로 연결되지도 않았었다. 모방이 창의력을 키우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음에도 학교와 미술관은 별개였던 것이다. 양평군립미술관은 현장체험실기 대회라고 해서 전시를 본 소감을 자유롭게 그리는 실기대회를 시행하고 있다. 기획전시마다 1천여 명이 참여한다. 그 중 유치부, 초등학교 저학년부, 고학년부, 중등부, 고등부로 나누어 총 60명을 선발해 다음 기획전시 오픈할 때에 시상한다. 지난해 가을 기획전에서 최고상은 6살 유치원 어린이가 받았다. 심사위원의 심사 소감을 들어보니 가장 상상력과 창의력이 높은 부는 유아부이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창의력이 떨어진단다. 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창의력을 떨어뜨리는 우리 교육은 창의력을 키우고 건강한 문화 소비자를 양성하는 교육으로의 모색이 절실하다. 이 철 순 양평군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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