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 김아영은 상냥하지만, 딸 김아영은…/꽃집주인 이효진은 친절하지만, 엄마 이효진은…/친구 김범진은 쾌활하지만, 아들 김범진은…/부장 김기준은 자상하지만, 남편 김기준은…”
한동안 TV에서 방영되었던 ‘안과 밖이 다른 가족’이라는 공익광고의 대사입니다. 볼 때마다 가슴이 뜨끔하기도 하고, 실소가 나오기도 합니다.
직장에서 저는 화를 내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마땅치 않은 일이 있어도 대개의 경우 사람 좋게(?) 넘겨버립니다. 직장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하고도 대부분 ‘웃으며’ 만납니다.
이런 저를 두고 과거에 저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이중적’이라고 합니다. 사람의 성격을 진단하는 에니어그램에서 평화주의자 유형으로 나오는 저에게 절대로 그럴 리 없다고 완강하게 손사래를 칩니다.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별것 아닌 것(그렇지만 어떻게 별것이 아니라는 건지)을 가지고 툭하면 소리를 질러 대고, 오랜만에 만나서도 어제 본 듯이 잔소리를 해댔던 저의 모습을 떠올리며 하는 말입니다.
비슷한 얘기를 아내도 합니다. 며칠 전에도 밤이 늦어 자야 한다는 아내를 붙잡아 놓고, 차분히 얘기해도 넘칠 얘기를 성질을 부려가며 얘기했습니다.(아니나 다를까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와 지금껏 아내를 볼 때마다 목이 움츠러듭니다.)
그나마 아이들에게는 ‘비폭력 대화’의 원칙에 충실한 아빠였는데, 얼마 전에 20여년간 쌓아두었던 공든탑이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한동안 게으름 피우느라 창고에 툭툭 던져두기만 하고 방치했던 재활용쓰레기를 1시간 가까이 분리수거하느라 짜증이 난 참이었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쓰레기봉투를 툭 던져놓고 가는 딸에게 화를 참지 못한 것입니다. 나중에 아내에게 들으니 아빠가 엄마한테 화내는 것을 보며 나한테는 그러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 우리한테도 그런다면서 한숨을 푹 쉬더랍니다.
화를 내는 것은 그나마 낫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에게 섭섭하고 화난 감정을 바로 얘기하지 못하고 쌓아 두고 있다가 아예 마음속에서 지워버리기도 했습니다.
2013년 새해를 맞이하며, 새해에는 안과 밖이 같기를, 좀 더 품이 넓어지기를 기도해 봅니다.
이 병 학 경기광역자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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